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19
Chapter 27. 능력vs능력(2)
“들었냐? 영업 1팀 김 부장, 팀장 나가리됐다는데?”
“어, 평판 너무 안 좋아서 인사팀에서 잘랐대.”
“내가 이럴 줄 알았다. 후배들 실적 다 가로채더니…… 꼴좋네.”
지금껏 숱하게 봐 왔다.
어떻게든 승진하겠다고 부하 직원을 들들 볶는 사람.
타 부서 실적에 숟가락만 얹고선 막판에 가로채 가는 사람.
실무는 멋모르는 후배들에게 미뤄 놓고, 몇 마디 말로 공을 가져오는 사람.
그들 중 다수가 실제로 위로 올라가긴 했다.
진급이야 사실 아랫사람 평판보단 윗사람 입맛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대부분 끝이 안 좋았지.’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이 조직에서 도태되는 건 당연한 일일 테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에 모여 주세요!]모든 무대에 다 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나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면.
와아-!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스타디움.
도합 스물둘의 선수들이 잔디 구장 중앙에 모였다.
각각 흰색과 노란색의 유니폼을 차려입고, 양말에 축구화까지 챙겨 신은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진 관중석에서 웅성거림과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보냐? 다들 엔트리에 이름 못 올려서 난린데, 그걸 왜 양보해? 그리고…….”
선수들의 면면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속, 장한일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네 능력으로 골도 넣을 수 있잖아.”
“내 능력?”
“그래! 순간이동 능력! 브라질 국대고 뭐고, 다 바르고도 남을 텐데.”
‘순간이동이라.’
놈의 눈에 그리 보였던 건가.
하긴 남들 보기엔 눈 감았다 뜨면 엉뚱한 곳에 가 있곤 했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가속이건 순간이동이건 만능은 아니었으므로.
“이건 축구야. 룰 지켜 가면서 하려면 손발 맞는 사람들끼리 나가는 게 맞아.”
“그야 그렇지만…… 포지션 둘이나 비었잖아.”
“거긴 적임자들이 있었어.”
박공찬의 말에 따르면 ‘비어 있는 포지션’은 둘.
공격수를 보조해 줄 윙어와 골키퍼였다.
그 자리를 맡아 줄 이들을 내가 직접 추천했고.
“하지만 그놈은…….”
“쓸 만하니까 쓴 거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적임자가 있는데 굳이 내 능력을 계속 보여 줄 필요도 없고.’
전력을 노출하면 노출할수록 손해니까.
재사용 대기시간을 알아내거나, 최악의 경우 누군가 가속 스킬의 파훼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면 더없이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나, 상황을 모르는 장한일의 눈에는 답답해 보였던 모양.
“하, 여기 너처럼 팀 게임 생각하는 대표는 아무도 없을 거다. 다들 지 이름 먼저 쓰고 봤을걸?”
내 말에 장한일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저보고 양보하란 적도 없는데, 왜 나서서 화내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만.
“참가 보너스가 아깝지도 않냐?”
“나 포인트 많은데?”
“……하?”
지금까지 모은 연수 포인트는 179p.
2등인 재혁이와 경비 아저씨, 그리고 율이가 152p다.
그 아래로는 기마전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한국인들이 145p를 기록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대표 보너스도 또 받을 거고.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해.’
이미 계산이 끝난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족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길 확률이 제일 높은 선택을 해야지.”
“그거, 네가 이길 확률이 아니라 팀이 이길 확률…… 을 말하는 거지?”
장한일이 당연한 소릴 했다.
“팀 게임이니까.”
그래서 당연한 대답을 내어놓았다.
그러자 뜬금없이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
[통솔(Lv.2) 스킬 발동.] [일부 대상자가 신입사원 ‘이은호’의 발언에 귀를 기울입니다.]“……재수 없는 새끼.”
“칭찬 고맙다.”
“…….”
장한일과 복잡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삐익!
경기가 시작되었다.
국가대표 아홉에 용병 둘이 이끌어 나갈 축구 경기가.
“와! 청소 아주머니 활약이 대단한데요?!”
“아저씨 속성 훈련, 효과가 있네요.”
“효과가 있는 정도야, 저게? 완전 족집게 과외구만!”
【다수의 참관자가 생각지 못한 기용에 감탄합니다!】
【‘관리국 까마귀’가 저 부하를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고 입을 떡 벌립니다!】
하늘 위나 아래나 구경꾼들의 반응은 거진 비슷했다.
브라질 대표팀과의 경기에 일반인, 그것도 아주머니가 투입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
“흡입을 중간에 멈춘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아, 저장할 수 있는 무게 제한이 있다고 하길래. 역으로 이용하자 싶었지.”
“스킬 설명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습니까?”
“원하는 물체를 빨아들일 수 있고…… 거리랑 무게 제한이 있다네. 30cm에 3kg.”
“무게 다 채우면 어떻게 된답니까?”
“어…… 딴 데 뱉어도 되고, 시간 지나면 사라진다는 거 같어.”
“바로 실험해 보죠.”
모든 청소기는 먼지 통이 차면 비워 줘야 한다.
그리고 그건 청소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기물들을 잔뜩 흡입해 무게 기준을 채운 순간, 입구에서 턱 막혀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 말인즉슨, 공을 빨아들이되 흡수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뜻.
“그나저나 가동 거리가 아쉽네요. 미션 보상은 당연히 다 쓰셨을 거고…….”
“잉? 안 썼는디?”
“예?”
“그거, 뭐 팔다리 부러져도 다 고쳐 준담시? 그런 마법을 아까워서 어째 써? 차곡차곡 쌓아 뒀지!”
“…….”
그렇게 다람쥐처럼 모아둔 보상을 쏟아부어 스킬 가동 거리를 늘렸다.
3m에 30kg.
덕분에.
“미친, 이거 아예 상대가 안 되는데?!”
골대 중앙에서 양팔을 뻗기만 하면 다가오는 공을 무조건 빨아들이는 ‘청소기 골키퍼’가 등장한 거지.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이게 말로만 듣던 13지구의 축구냐며 눈을 빛냅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자기가 알던 축구는 아니라고 헛웃음을 흘립니다.】
“와! 다 막고 있어요! 대박!”
“X발, 저걸 어떻게 이겨?”
“허…… 저 정도면 골키퍼 하시려고 개방한 능력 아닙니까?”
분명 운명 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비단 아주머니의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모두 생각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선수들의 합도 좋고.
“청년들! 받어!”
“옳지! 송 씨, 날려 버려!”
아주머니가 힘껏 던진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 궤적을 따라 일행들의 응원이 비행운처럼 따라붙었다.
퍽!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던 수비수가 날아온 공을 헤딩으로 받았다.
이마에서 가슴으로, 다시 발등으로.
수비수가 매끄럽게 떨어진 공을 롱 크로스로 넘겼다.
우리 팀의 최전방 공격수, 박공찬에게로.
“멀리 차네요! 바로 슈팅 들어가려는 걸까요?!”
“꺄-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발라 버려요!”
박공찬의 스킬은 ‘슛.’
공이든 뭐든, 발로 차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다.
지난번 기초 체력 단련 수업 때 꼬마 돌을 차서 다른 돌들을 차례로 맞췄던 것처럼.
가자.
남은 건 슈팅뿐이다. 유도탄처럼 네트에 안착할 게 뻔한 슈팅.
막아서는 브라질 수비수들 사이를 강물처럼 빠져나가는 녀석을 보며 기대감에 주먹을 쥔 순간.
“어어! 저기!”
상대 팀의 미드필더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강물보다도 빠른 빛의 속도로.
“브라질 대표팀 주장입니다! 루이즈 실바!”
“너무 빨라요! 공 뺏기면 안 되는데……!”
경이로운 속도에 재혁이와 지은 씨가 기겁한 그때.
타닥!
루이즈의 옆으로 따라붙는 덩치.
“잘한다! 못 들어오게 막아 버려요! 아니, 그냥 날려 버려!”
“X발, 그럼 반칙이거든? 어깨싸움하려는 거겠지.”
“어깨싸움? 그냥 날려 버리면 안 돼요?”
욕쟁이의 말대로 몸싸움이 격해지면 저 망할 시스템이 제재를 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덩치가 하려는 건 어깨싸움 따위가 아니라…….
“경호(警護)!”
박공찬에게 다가갈 여지조차 주지 않는 철저한 블락.
파앗!
덩치의 말이 박공찬에게로 가 빛이 되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상대 팀 선수들이.
멈칫!
“……? 뭐야! 왜 몸이……!”
“무슨 짓이야?! 당장 안 풀어?!”
굳었다.
“저 사람, 명승태 아버지의 경호원이었다고 했죠?”
“네. 덩치들 제압하기 전에 명승태한테 먼저 달려들었으면 저 꼴이 났겠네요.”
하나, 둘, 셋…….
길어야 5초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으나.
타앗-!
박공찬이 몸을 여유로이 빼내고, 발등에 얹은 공을 차 버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슛!”
골대 왼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가는 공.
상대 팀 골키퍼가 곧장 몸을 날렸으나.
쌔액!
근처에서 휘어진 궤적이 키퍼의 손끝과 골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
파앙-!
네트에 쏙 박혔다.
[ROK 구역, 득점!] [4:0]“골!”
“대박! 봤어요? 들어갔어요!”
우리 쪽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상대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꽤 무거운 모양인지 상대 쪽 관중석은 적막 그 자체였고.
‘미안하긴 하지만.’
어느새 스코어는 4대0.
골 차이보다도, 무실점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고작 10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판도를 뒤집기는 불가능할 거다.
그래서.
“이겼네요.”
“네?”
“이미 끝났어요, 경기.”
확신을 담아 말하고선 일어섰다.
“으, 은호 씨! 어디 가세요?”
“염탐하러요.”
“……네?”
이제 마지막 싸움을 준비할 차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와…… 다 내려다보여요!”
지은 씨의 도움을 받아 하늘 높이 떠올랐다.
조금씩 멀어지는 짙푸른 잔디 구장. 뛰어다니는 희고 노란 유니폼 차림의 선수들. 익숙한 함성 소리.
대신 넓어진 시야 구석에 들어오는…….
‘다른 경기장들.’
“……쪽으로! 아직 시간 있어!”
“……스해! 패스하라고!”
광활한 대지 위에 설치된 스타디움은 하나가 아니었다.
해당 구역이 아니면 입장이 불가했으나, 하늘까지 잠그진 않은 모양.
“은호 씨! 저기…….”
“중국이네요.”
그중 단연코 눈에 띄는 경기장이 있었다.
골대 앞에 유유히 앉아 있는 꼬마와, 녀석이 세워 둔 새카만 바둑돌들.
“저거 일부러 엇각으로 놓은 거겠죠?”
“네, 바둑판 자체를 기울였네요. 골대랑 평행하지 않게. 각을 안 주려는 속셈인가 봅니다.”
거대한 바둑알 두 줄이 골대 앞을 막고 서 있어, 공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거의 안 보인다.
기껏 보이는 틈도 수비수들이 잔뜩 막고 있어, 박공찬의 스킬로도 득점은 어려워 보일 정도.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나오라고!”
그 탓에 상대 팀 공격수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성공…… 한 것 같네요.”
그 모습이 단지 공만 막으려는 게 아니라, 마치 세상을 향해 방벽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제 키보다 훨씬 큰 흑 벽에 둘러싸인 꼬마.
“…….”
웨이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거리는 꽤 있었으나, 시력이 좋아진 걸 감안하면 착각은 아니었을 거다.
‘표정이…….’
웨이는 새까만 방벽 안에서 비로소 편안해 보였다.
“저 상태면 웬만해선 골은 안 먹히겠는데요? 쉽게 이기겠어요.”
지은 씨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부정했다.
“대신 크게 이기진 못할 겁니다. 축구는 막기만 하는 스포츠는 아니니까요.”
“아…….”
“다른 곳도 가 보죠.”
“네, 알겠어요!”
또다시 떠올라 이동한 곳은 러시아와 독일의 대결이 한창인 경기장 위.
분명 전통적인 축구 강호 중 하나인 독일이었으나.
타다다다닥-!
“!!”
“막아!”
러시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빠르다. 아까 브라질 팀을 보고도 감탄했었는데, 그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 속도.
사람이 아니라 대포에서 쏘아져 나온 포탄 같은 속도는 기본이요,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동작에도 전혀 딜레이가 없다.
“저…… 몰랐어요! 러시아가 이렇게 축구를 잘했었나요?”
“저도 놀랐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점은.
“열한 명 다 엄청나요!”
팀 전체가 다 인간 이상의 위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는 점.
‘저럴 수가 있나?’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스킬을 의심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러시아 구단만 여태 미션 보상을 두 배로 받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
“대비…… 해야겠네요.”
“네……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조건 만날 것 같아요.”
그렇게 지은 씨와 짧은 염탐을 마쳤을 무렵.
[4-1!] [ROK 구역의 승리입니다!] [마지막 라운드 진출을 축하드립니다!]와아아-!
“아줌마 최고! 대박이에요.”
“X발, 개멋있네!”
“뭐라고?! 쌔빠지게 뛰었더니 어디서 욕질이여?!”
“그게 아니라…… 아, 됐어! 몰라!”
돌아온 구장에는 우리의 승리를 알리는 방송과 함성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골 차이로 인한 연수 포인트 30p가 일괄 지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에 한 해, 10%인 3p가 추가 지급되었으니 확인하세요!]또한 우리와 선수들이 받을 보상과.
[3라운드 승리 팀들에게 안내 말씀드립니다.] [마지막 라운드는 ‘계주.’]마지막 경기종목 또한.
“!!”
계주…… 이어달리기라니.
쿵. 쿵. 쿵.
심장이 뛴다.
티가 났는지 지은 씨가 방긋 미소 지으며 어깨를 톡 만졌다.
“은호 씨, 주 종목이네요.”
“……글쎄요, 너무 오래돼서.”
……고 말은 했지만, 사실 속으론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계산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우선 같이 나갈 선수들이랑 순서부터 결정해야 돼. 바톤 터치 연습할 시간이 없을 거 같은데, 우선 정석대로…….’
그렇게 팽팽하게 돌아가는 머리에 이마가 뜨거워지려는 찰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활용할 ‘아이템’의 우선 선택권이 제공됩니다.]“……?!”
머리가 멈춰 버렸다.
“아이템?!”
“X발, 이어달리기에 무슨 아이템이 필요해?!”
왜냐하면…….
더 이상 내가 아는 계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템은 팀당 하나, 경기 중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수 포인트 순위대로 선택권이 주어지니 신중하게 골라 주세요!]파앗-!
눈앞에 떠오른 푸른 창.
보자마자 미간이 좁혀졌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랬을 거다.
왜냐하면, 그 안에 든 ‘아이템’이라는 것들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대상자 ‘이은호.’ 선점할 아이템을 선택하세요!]그러니까.
▶ [가속] 부스터
▶ [가속] 자석
▶ [공격] 물폭탄
▶ [공격] 물파리
▶ [함정] 먹구름
▶ [함정] 바나나
……이 중에 고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