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58
Chapter 35. 서브 미션(6)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최재혁》이쪽으론 아무도 안 왔답니다!
《최재혁》거긴 어떻습니까, 누님?
재혁이의 다급한 메시지에 지은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리고.
‘앗……!’
갑자기 띵해 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염동 스킬을 너무 오래 써서일까.
아니면 너무 빨리 날아온 탓에 찬 바람을 많이 맞아서일지도.
어느 쪽이건 간에 확실한 건.
“은…….”
은호가 그토록 간절하게 찾아 헤맬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완성됐어요.”
낯선 건물 옥상에서 발견한 은호는 평온해 보였다.
귀신에게 납치당한 사람치고는 너무 멀쩡했고, 그렇다고 귀신에게 홀렸다기엔 너무 또렷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거, 선물입니다.”
억지로 납치당한 피해자가 저렇게 정성 들여 그린 그림을 선물할 리 없었고.
‘……여자?’
지은은 당혹스러웠다.
재혁이에게 은호가 귀신에게 홀려 자취를 감췄단 얘기를 듣고.
곧장 빠져나와 은호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왔다.
하지만 미세하게 남은 은호의 흔적을 쫓아오는 동안 예상했던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너무 예쁘잖아.’
손에 들린 종이 속 얼굴은 너무 예뻤다.
갸름한 얼굴형. 시원하게 트여 있으면서도 선해 보이는 눈매. 오똑한 코. 아담하고 도톰한 입술.
아무래도 은호 앞에 있는 귀신은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미인인 모양이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림은 훌륭했다.
한 가닥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일까.
훌륭한 수준을 넘어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의 그림 실력.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검은색 한 가지로만 그려낸 여인의 얼굴이 더없이 화사하고 아름다웠다는 사실이었다.
애정이 담겨 있지 않으면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종류의 아름다움.
‘은호 씨, 그림을 저렇게 잘 그렸었나?’
당연히 의심할 법도 했지만, 지은의 머릿속은 이미 그림 속 절세미인이 가득 채운 뒤.
저 정도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린 걸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까.
저 긴 생머리를 한 가닥, 한 가닥 묘사할 동안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은호를 상상하자, 지은은…….
시큰!
마음이 아려 왔다.
‘머리…… 괜히 잘랐나?’
짧은 단발이 이토록 아쉬웠던 적이 없었다.
은호가 제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잘라 준 머리였으니까.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못나 보이는 걸까.
‘……기를까?’
그래. 기르자.
그리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중요한 건 단발이냐 장발이냐가 아니라, 은호가 정말 무사한지 확인하는 거니까.
그래서.
“은…….”
고도를 낮추며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그린 거라 실물을 다 못 담았네요.”
‘!!’
……이어진 은호의 말에, 곧장 다시 닫아 버렸지만.
— 띠링!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경쾌한 알림음이 지은의 마음도 모르고 울렸다.
《최재혁》누님! 여기 형님을 봤다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재혁의 말을 전달하며.
그래서.
《김지은》찾았어.
《최재혁》어디십니까? 바로 가겠습니다!
《김지은》안 와도 될 것 같아.
지은은 행복해 보이는 은호 대신 재혁에게 답했다.
그러곤 한마디를 덧붙인 뒤.
《김지은》은호 씨 바빠.
《최재혁》예?
파앗-
메시지 창을 꺼 버렸다.
휘익-
짜증 섞인 손짓으로,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사정이 있었겠지.’
짐작은 간다.
아마 보이지 않는 귀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미션 보상 따위가 걸려 있었거나.
은호는 이유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니까.
근데…….
‘왜 마음이 안 좋지?’
한 명 몫을 너끈히 해내기만 하면 은호의 곁에 설 수 있을 줄 알았다.
은호의 옆에 누가 있건, 저 또한 나란히 서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하나도 안 괜찮아.’
지은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어요. 그림도, 데이트도.]“하하…… 일만 했는데요, 뭐. 민망하네요.”
귀신과의 데이트는 훈훈하게 끝났다.
▣ 귀곡주(鬼哭酒)
– 귀곡산장의 특산물로, 곡소리를 빚어 만든 귀한 술.
술잔을 건네받은 상대가 마실 경우, 지정된 환영을 보게 된다.
– 단, 취한다.
어차피 못 마신다며 건넨 술에다가.
【25조, 판매 성공!】
그림에 대한 보답이라며 실적까지 얹어 선물했으니.
거기에 몇 가지 유용한 이야기도 몇 개 더.
“아 참. 근데 왜 하필 저였습니까?”
[네?]“거기 까만 놈도 있고, 느끼하게 생긴 직원도 한 명 있지 않았습니까?”
[아…… 은호 씨가 많이 닮아서요.]“누구랑 말입니까?”
[제 첫사랑?]헤어지기 전 마지막 남긴 얼굴이 씁쓸해 보이기도, 아련해 보이기도 했으나.
어쨌든.
PM 6:00.
정신없는 하루가 끝났다.
【25조, 판매 성공!】
【25조, 판매 성공!】
【25조, 판매 성공!】
……
마을 회관에 설치한 홍보물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
신규 고객이며 기존 고객이며 할 것 없이 쏟아진 덕에 우리 조 실적은 끝도 없이 고공 행진했다.
그리하여.
【누적 실적 : 2,505,000점】
총 2백5십만 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실적으로 OJT를 마무리하고.
퇴근 시간에 쫓겨 서둘러 탑에서 내려와 연회장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섰다.
사수는 제대로 인사를 할 새도 없이 누군가의 호출을 받고 급히 사라진 뒤.
달칵!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낯선 이들을 위한 연회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삼초오오오온-!”
율이가 와다다 달려와 다리에 매달렸다.
그러고는 곧장 웨이를 보며 혀를 날름 내미는 율이.
“오빠 바보!”
“……내가 왜 바보야?”
“답장도 안 하고!”
“……바빴어.”
흐음.
그럴 리가 없는데.
가만 듣고 있자니, 웨이가 율이의 시선을 피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환.”
그리고.
“……이거.”
고사리손으로 내민 무언가.
“!!”
율이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쵸, 쵸, 쵸……!”
말을 더듬어가며 외쳤다.
“쵸코?!”
웨이가 선물한 건 초콜릿이었다.
중급 상점에서 파는 초콜릿.
아마 두어 시간 동안 체력을 높여 주는 아이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먹어도 돼?!”
“응.”
‘율이, 초콜릿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나 보네.’
처음 교육원에 갔을 때, 율이가 초코 과자를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명승태의 바지에 흘리는 바람에 먹지도 못하고 울었는데.
설마 그때부터 율이를 봤던 건가.
“너무 죠아! 이거 어디서 나써?!”
“……돈 벌어서 샀어.”
“오빠가?!”
어제오늘 웨이도 수수료를 어지간히 챙겼으니, 여유는 있었을 거다.
어쨌든.
“뭐야? 이 꼬맹이들 뭔데 이렇게 훈훈해?”
생각지도 못한 훈훈한 분위기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OJT, ‘영업국’ 체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영업 실적을 발표합니다.] [현황판을 확인하세요!]거기엔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한 실적도 한몫했고.
“다들 성적이 좋은데요? 수고하셨습니다.”
“미친, 우리가 1위부터 5위까지 다 차지한 거 아냐?”
“흐응- 우리가 누군데요?”
“X발, 대충 알아들어.”
〔영업 실적 현황〕
1. 25조 : 2,505,000점
2. 10조 : 550,000점
3. 9조 : 495,000점
4. 3조 : 387,000점
5. 21조 : 370,000점
……
9. 2조 : 200,000점
욕쟁이의 말대로 상위권은 모두 일행들의 차지였다.
드미트리네 조는 더 위에 랭크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6위에 그쳤고.
비타민이니 오메가3 따위의 이름이 줄줄이 붙은 이상한 약물을 나눠 줬을 놈을 어떻게 이겼나 싶었는데.
“아…… 조각 너무 많이 했어. 팔 떨어져 나갈 거 같아…….”
“저두요. 하루 종일 스킬 썼더니 너무 피곤해요…….”
연보라나 윤솔아가 최선을 다해 불태운 모양이다.
둘 다 죽어 가는 걸로 보아.
그나저나.
“아니, 나도 많이 팔았다고! 확성기로 말하는 거 못 들었냐?”
“……그래서 제가 더 피곤한 거예요. 귀 떨어지는 줄 알았다구요.”
“뭐? 씨…… 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솔아에게 욕을 뱉으려다 만 욕쟁이가 지은 씨의 눈치를 흘끗 살폈지만.
“…….”
‘삐-!’하며 비집고 들어와야 할 지은 씨가 조용하다.
아까부터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나 싶더니, 구석에 앉아서는 머리카락 끝만 만지작거리고.
“지은 씨?”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 걸까 싶어 눈앞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휘휘 저었다.
그러자 무슨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건지.
“꺅!”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놀라는 지은 씨.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입니까?”
“그게 사실…… 아무 일 없었던 건 아니구요…….”
그렇게 지은 씨가 무거운 입술을 겨우 뗀 순간 들려온 안내 방송.
[신입사원 ‘이은호.’ OJT 2일 차 종료!]“……이따 따로 얘기할까요?”
“아, 예. 그러시죠.”
[‘영업국 고객 만족센터 25팀’ OJT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평가 결과를 발표합니다!]* * *
쾅-!
육중한 집무실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평소였다면 절대 허용되지 않았을 소음이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비상사태.
아무리 까칠한 하로나라지만 이 정도는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며 승이 입을 열었다.
[큰일 났습니다! 하로나 님!]그러자 이미 자그마한 얼굴을 잔뜩 구기며 이를 갈고 있는 소녀.
[이은호 얘기지?] [벌써 들으셨습니까?!] [……듣진 못했고 봤어.]이를 빠득 갈아 낸 하로나가 눈앞에 떠 있는 게시글을 다시 한번 정독했다.
───────────────
▧ 이상한 소리 들었는데 ▧
이번 신입 중에 OJT 예외 등급
나왔다 함. 이거 진짠가?
───────────────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내가 아는 그놈이다.
⇒ 예외 등급? S임 그럼?
⇒ 그냥 S도 아니고 두 개나 받았다는데?
⇒ 미친, 정신 나간 리더가 둘이나 된다고?
⇒ 걔 아님? 우수사원?
⇒ ㅇㅇ 걔 맞는 듯
[하…….]하로나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일어났다.
두 번 연속 예외 등급이라니!
[미친 거 아냐? 이게 말이 돼?]OJT 평가는 인사국 가이드에 따라 명백히 정해져 있는 항목이다.
갓 입사한 교육생들에게 특출난 성과를 바라는 것도 아닌 데다가, 애초에 성과를 낼 수도 없는 구조이기에 최대 등급도 S가 아닌 A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걸 리더 재량으로 끌어올리다니!
[그렇죠? 저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이랍니다. 방금 듣고 왔어요!] [하, 진짜 다들 미쳤어. 이거 다 윗선까지 결재 올려서 정한 걸 텐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은호?]하로나가 소리를 팩 내질렀다.
딱히 소리친다고 달라질 건 없었지만, 그래도 지르지 않으면 달라질 건 있었다.
아마 제 분을 못 이겨, 만년필 하나는 부러뜨리지 않았을까.
[어떡하죠? 국장님께서 이은호는 꼭 데려오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아니까 조용히 해!]하로나의 서슬 퍼런 눈빛을 온전히 받아 낸 승이 고개를 팍 숙였다.
가만있자.
가만있으면 절반은 간다.
가엾은 승이 그리 되새기는 동안, 겨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갈무리한 하로나가 입을 뗐다.
[……앉아.] [예, 예?] [전략 회의 들어간다.]제 앞의 소파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무려 예외 등급이야. 그것도 두 번! 뭘로 꼬드겨야 우리 쪽으로 넘어올지 전략을 짜야 돼.]그러나.
[예?! 이은호가 예외 등급을 받았습니까?]순진한 승은 자리에 앉다 말고 멍청한 소릴 했다.
[뭔 소리야? 지금 그 얘기 하고 있었잖아!] [아니, 전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닌데…….] [그럼?!]하로나의 눈이 레이저를 뿜을 듯 번뜩였다.
그리고 그를 똑바로 마주한 승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 그게…….]꿀꺽!
[영업국 ‘올해의 사원’이 이은호로 바꿨다고 합니다!]충격 그 자체였다.
[……뭐어?!]콰득!
하로나의 손에 겨우 쥐어져 있던 만년필이 결국 산산조각 나 부서졌다.
그리고.
[미친! 그건 영업사원들 중에서만 뽑는 거잖아!]벌떡 일어난 하로나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배치도 안 받은 신입이 어떻게 올해의 사원이 돼?!] [그게…… 영업국장이 이런 실적은 처음 본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데려오라 지시하셨답니다.] [미친!]어쩌다 보니 또 다른 하늘을 상대하게 된 소녀가 새파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