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옥외 정원.
예스러움이 남아 있는 찻집에서 사쿠라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평소와 달리 머리를 묶고, 주황색 선글라스까지 낀 사복 차림의 사쿠라. 이시우는 뜨거운 홍차를 홀짝이더니 아무렇지 않게 부탁했다.
“내 대련 상대가 되어줘. 기간은 내가 만족할 때 까지.”
사쿠라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결국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약속은 사실이겠지?”
“그래. 네 활약도 있었으니까. 도장만 다시 열면 조만간 시티가드들의 훈련 장소로 인정될 거야.”
이게 바로 이시우가 아버지를 찾아간 이유였다. 대가는 당연히 다시 총을 사용하고,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되면 아버지의 후계가 되는 것.
‘뭐 진짜 아버지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이시우는 사쿠라를 보며 씩 웃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사쿠라는 이시우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떨떠름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근데 왜 갑자기 우리 도장을 도와주는 거야?”
의심이 담긴 사쿠라의 눈빛.
“그냥. 찝찝했거든. 너희 도장의 궁술이 유능한 것도 사실이고. 우리 아버지가 억지로 밀어붙인 감이 있었잖아?”
이시우의 이야기에 사쿠라는 살짝 경계가 풀리고 있었다.
“……흠, 그럼, 대련 상대는 왜 나로 부탁한 건데?”
경계가 풀린 사쿠라의 질문에 이시우는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내가 아는 사수 중에서 제일 강한 사람을 찾아왔을 뿐이야.”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는 사쿠라.
“기간은 다음 2차전까지. 그 이상은 안 돼.”
사쿠라가 짐짓 단호하게 말을 하자. 이시우는 악수를 건넸다.
“그 정도면 충분해.”
이시우에게 필요한 건, 사격의 감을 찾기 위한 시간. 즉 전성기의 실력이었다.
* * *
천년옥을 흡수한 지 2일.
강해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신유성은 자신의 몸에서 엄청난 변화가 느껴졌다.
‘이 힘은 대체…….’
신체의 깊은 곳에서 뛰어다니는 갈무리 되지 않은 마나.
신유성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마나가 잔잔한 호수 같다면 천년옥의 마나는 파도가 몰아치는 폭풍우의 바다와 같았다.
‘……거대하지만 새롭게 얻은 만큼 위험하다.’
기존의 마나와는 종류가 다른 힘.
‘이 힘만 내 것으로 다룰 수 있다면. 분명…….’
신유성은 진지한 눈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천년옥의 힘을 문제없이 흡수한 것도 대단한데 이젠 그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려 했다.
“근데 유성아. 진짜 전력으로 해?”
앞에서 들려오는 김은아의 목소리.
신유성은 그제야 김은아를 바라보았다. 김은아는 나무에 기댄 채 걱정하는 얼굴로 신유성을 보고 있었다.
김은아도 신유성이 강한 건 알았지만 그래도 파티원으로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김은아는 으음- 하고 입을 우물거리더니 포켓을 만지작거렸다.
“혹시 모르니까. 배리어라도 장착할래?”
“아니 맨몸이 좋아.”
김은아의 걱정에도 고개를 저어버리는 신유성, 하지만 그건 객기가 아니었다. 배리어의 마나 파장은 감각을 곤두세워야 할 신유성에게 방해물이나 다름없었다.
“으으음……. 알겠어…….”
동료를 전력으로 공격해달라는 무리한 부탁. 그러나 아무리 무리한 부탁이어도 신유성의 부탁이기에 김은아는 억지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충전.”
파아악! 파지지직!!
김은아의 주위에 둘러진 푸른빛의 전류. 엄청난 양의 마나로 만들어낸 고출력의 전기는 속도의 개념이 없었다.
김은아의 빈틈은 오직 공격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순간에만 노출된다. 대응하기 위한 순간은 마나를 사용하기 직전의 전조 단계. 만일 기회를 놓치면 그대로 전격에 구워질 뿐이었다.
‘……그런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겠다니.’
김은아는 넘치는 마나를 오른손으로 집중시켰다. 이번에 사용할 건 김은아가 뇌룡의 보주를 흡수하며 새롭게 얻어낸 스킬이었다.
“오르카!”
쿠릉! 쿠르릉-!
자신이 상상하기 쉬운 이미지.
김은아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 뜬 먹구름에서 전기로 만들어진 범고래의 형상이 낙하를 시작했다. 범고래가 도착한 곳은 김은아의 오른손.
사아아!
120
범고래의 형상은 김은아의 손에 흡수되며 강렬한 빛으로 변했다.
파작- 파자자작!!
주변의 시야를 새하얗게 만들 정도로 고출력의 전기.
준비 단계가 엄청난 대신.
김은아의 스킬은 파괴력과 속도가 차원이 달랐다.
그그그극-!!!
엄청난 마나의 파동에 김은아 주변 땅이 요동쳤다. 김은아는 오른손에서 요동치는 전기를 오롯이 검지로 모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마지막 단계인 방출.
“꿰뚫어라-!”
김은아는 신유성을 향해 검지를 겨누었다.
지이잉-!!
섬광 혹은 레이저와 같았다.
마치 온 세상의 빛이 한데 모인 듯 환한 푸른빛을 뿜어내며 김은아의 검지에서 번개가 쏘아졌다.
파앙-!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반동에 김은아의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이 파괴력이 바로 신유성이 5장의 상대로 그녀를 택한 이유.
신유성의 눈앞에서 전기가 만들어낸 푸른빛이 점멸했다.
‘……단순히 속도로만 따진다면 염동력보다도 빨라.’
신유성은 전기에 꿰뚫리기 전에 순식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느껴진다. 점 형태의 마나. 그리고 위치는!’
신유성은 투신류 5장을 연습할 때 느꼈던 공기 중의 마나 입자보다, 강렬한 존재감과 함께 뿜어지는 김은아의 마나를 더 확연히 감지할 수 있었다.
신유성이 유도하려는 건 보통 우연히 일어나는 ‘마나 공명’ 현상.
일생에 한 번도 보기 드문 현상을 신유성은 타고난 감각과 특성인 [집중력 강화]로 직접 컨트롤하려고 했다.
‘배! 정중앙!’
신유성은 팔을 뻗으며 매섭게 마나의 점을 짚어냈다. 노리는 건 김은아의 레이저가 도착할 장소.
‘마나의 양은 적어도 상관없어. 문제는 똑같은 종류의 파장…….’
실전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려면 상대 스킬의 마나 파장을 읽어내는 연산속도가 중요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마나 공명’을 성공할 수 있어도 정작 속도가 늦다면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파아앗!
신유성의 손끝에서 뿜어내던 마나의 파장이 변환했다. 김은아가 사용했던 마나의 성질과 같은 파장.
‘……흘려버리기에는 이 정도 마나면 충분해.’
천년옥의 힘 덕분에 신유성의 특성인 [집중력 강화]의 효과는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 상태였다.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푸른색의 마나 입자.
투신류 5장 파류공명(波流共鳴)
신유성의 마나 파장이 김은아의 마나 파장과 맞붙었다.
팡-!
신유성이 틀어버린 건 쏘아진 스킬이 향하는 방향. 김은아의 전격을 상쇄한 게 아니라 마나에 간섭해 지나갈 길을 바꾼 것이다.
파지지직!!
결국 길을 잃고 땅에 처박혀버린 김은아의 필살기. 강력한 마나의 열기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바위를 녹이고 있었다.
“가, 갑자기! 내 전기가 땅에!?”
필살기를 사용한 김은아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심지어 김은아의 시선에서 본 신유성의 행동은 가벼운 손동작이 전부였다.
“그냥 손짓만으로 내 전기를 막아낸 거야? 대체 어떻게!?”
하지만 놀란 건 신유성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성공했어.’
그것도 완벽하게 성공했다.
[집중력 강화]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오감이 전부 한 단계씩 일깨워지며 예민한 감각을 가지게 됐다.‘이게 천년옥의 힘…….’
이제 신유성의 [집중력 강화]는 이미 F급 특성이라 불릴 경지가 아니었다. 거기다 신유성은 수련으로 단련한 신체 덕분에 그 힘을 백분 활용할 수 있었다.
타고난 체질.
최강의 스승.
자신에게 최적화된 특성.
신유성의 경지는 이미 학생은 물론 5급 현역 헌터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실전 경험이 쌓인다면 6급 헌터를 이길지도 모르는 일.
‘……천년옥의 힘도 이만큼 흡수한 이상, 아무리 탑이라도 10층 정도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겠지.’
신유성이 강유찬의 의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자. 김은아는 신유성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떨며 재촉했다.
“야! 유성!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설마 진짜 손짓만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경지에 오른 거야?”
초감각(超感覺).
인류 역사상 누구도 성공시키지 못한 기술을 만들어서 사용했음에도 신유성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같은 마나의 파장을 맞춰서 공격을 흘려보낸 거야.”
“마나의 파장? 그게 뭔데……. 아니, 설마…… 마나 공명 현상?”
“그렇지.”
신유성의 담담한 대답에 김은아는 진심으로 질색을 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마나 공명을 네가 만들어냈다고? 그것도 자유자재로?”
“아니, 아직 자유자재는 아니야. 나한테도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좀 더 수련이 필요해.”
신유성의 대답에 김은아는 몰려오는 두통으로 이마를 짚었다.
“……스킬의 파장을 느껴서 마나 공명을 직접 만든다고? ……그냥 이건 사기잖아.”
김은아는 7급 헌터들을 직접 봤지만. 신유성의 파류공명은 그 어떤 헌터들에게서도 구경조차 하지 못한 기술이었다.
‘얘는 진짜…….’
질색한 표정으로 김은아는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자신의 파티장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