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52)
149 대초원 게이트(1)
20만.
[레스트: 대략적인 숫자입니다.]“즉, 플러스마이너스 2만에서 3만?”
[레스트: 예. 최대 23만, 최소 17만 마리입니다.]얼마나 큰 초원인지…….
“이쪽으로 넘어오겠죠?”
레스트는 차원 이동 현상이 일어난 곳을 찾았고, 그 땅을 찾아내면 바로 솜씨가 좋은 화가, 그리고 그 땅을 잘 알고 있는 지역민의 도움을 받아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땅을 그림으로 그려 한율에게 넘겼다.
[레스트: 그렇겠죠. 이미 확인한 사항이지 않습니까.]“후우.”
그림을 건네받은 한율은 인터넷을 이용해 그 그림과 똑같은 게이트를 찾았다.
그렇다면 레스트와 한율은 찾았느냐?
찾았다.
레스트는 세 개의 그림을 보냈고, 한율은 그 그림을 인터넷, 그리고 헌터 협회의 도움을 받아 찾아냈다.
하지만 한율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정령계에서도 차원 이동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레스트와 함께한 일은 똑같이 진행했고, 그렇게 정령계에서 넘어온 공간을 찾아냈다.
아직 언소월과의 수색 작업이 남았지만 한율, 레스트 그리고 에리얼은 두 차원에서 넘어온 공간이 게이트가 되어 지구로 이동하자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이유는 모르지만, 차원을 넘은 공간은 게이트가 되어 지구에 안착한다.
“일단 알겠습……. 아니, 종족을 안 물어봤네. 몬스터 종류를 알 수 있을까요?”
[레스트: 고블린, 코볼트, 웨어울프, 오크, 늑대형 몬스터.]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정말 어울리지 않는 몬스터들이 초원에 살고 있어 한율이 고개를 갸웃할 때, 그의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레스트: 숲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떠올리셨습니까?]“어, 네.”
[레스트 : 떠올린 모든 몬스터가 넘어왔다고 생각하십시오.]“네?”
[레스트: 일단 상황이 상황이니 끝나면 다시 연락드리겠지만 일단은 요약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몬스터가 숲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숲을 지배한 몬스터는 인간들을 공격했습니다.]등급 높은 몬스터가 차원의 조각을 흡수해 성장하고, 그렇게 성장해 몬스터의 숲을 정복하고 인간의 땅까지 노린다.
“그놈도 함께 이동했습니까?”
[레스트: 아뇨.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아, 그러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예?”
[레스트: 몬스터들을 지배하던 놈이 이곳에 남았으니까요. 일단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아,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건넨 한율이 메시지창을 바라봤고 새로운 메시지창이 나타나지 않자 바로 옆으로 치워 버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 내용은 전부 확인했다.
“제발, 한국만은 아니기를.”
한율.
그는 게이트 생성 위치가 한국만은 아니기를 빌며 검색창 위에 게이트 지도라는 글을 적고 엔터 키를 눌렀다.
***
중국 헌터 길드, 백룡회.
20대 중반, 백발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청년이 가만히 게이트 입구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감정.”
이름: 대초원 게이트(0/5).
등급: B+.
서식 몬스터: 오크, 고블린, 코볼트 외 32종.
폭주까지 남은 시간: 2155:14:30.
2,155시간.
시간이 아닌 일수로 계산하면 89일.
시간은 충분하다.
등급도 조금 짜증 나지만 괜찮다. 하지만…….
잠시 서식 몬스터 내용에 시선을 고정했던 백룡회의 간부, 유청이 눈앞에 떠오른 감정 시스템을 치우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화악!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게이트 입구는 폭주 기한이 다할 때까지 다가오지 못한다. 그래서 환한 빛을 느끼고 눈을 감았던 유청은 아주 천천히 눈을 뜨고 게이트를 살폈다.
초원.
크아아앙!
뀌이이익!
웨어울프가 늑대형 몬스터들과 함께 멧돼지 위에 올라탄 오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부우웅! 콰앙!
쿠어어어!
트롤이 거대한 나무를 휘둘러 오우거를 공격했고, 뒷걸음을 쳐 코볼트를 짓밟은 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다.
“개판이군.”
개판이다. 숲도 산도 보이지 않는 사방이 훤히 뚫린 초원에서 몬스터들이 싸우고 있다.
유청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동쪽을 바라봤다.
고블린.
가장 숫자가 많은 고블린들이 가장 먼저 전장을 벗어나 동쪽을 장악했다.
유청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서쪽을 바라봤다.
네 개의 팔을 가진 포 핸드 오우거가 홀로 서쪽을 지배하고 있었다. 독립형 몬스터답게 동족이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데도 홀로 굳건히 서서 자신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몬스터하고만 싸우고 있었다.
유청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중앙 지역에서 싸우는 몬스터들 때문에 보이지 않아 그는 실드 주문서를 찢어 발판을 만들었다.
타악, 타악, 타악!
실드 위에서 도약하고, 도약하고, 또 도약한 유청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북쪽.
북쪽은 리자드맨이 장악했다.
남쪽은 게이트의 입구가 있어서인지 접근하지 않았지만 동쪽, 서쪽, 북쪽은 이미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았다.
남은 곳은 북동, 북서, 그리고 중앙 지역.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그냥 눈앞에 적이 있어서 싸우는 건지.”
왜 북동, 북서로 이동하지 않고 중앙 지역에서 치고받고 싸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유청이 자신을 따라 실드를 생성하고 그 위에 착지한 탐지 능력 각성자에게 물었다.
“숫자는?”
“총합 말입니까?”
“그래.”
“22만입니다.”
“…….”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22만 마리.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그중 가장 먼저 대피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블린, 그리고 리자드맨이 가장 많습니다.”
“후우.”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고블린과 리자드맨들이 장악한 땅을 자신도 모르게 바라봤던 유청이 다시 중앙 지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22만 마리나 되지만 A급 몬스터는 없어서 B등급으로 책정된 건가.”
그래도 22만 마리인데.
뒷말을 삼킨 유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백룡회의 힘으로는 어렵겠지?”
“불가능합니다.”
어려울 일이 아닌 불가능한 일.
A등급 몬스터는 없지만, 숫자가 너무나 많다.
“어부지리(漁父之利). 가능한가?”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그렇게 피해가 커질 때까지 방치한다.
“이미 영역을 나누고 있어 어려울 것입니다.”
동쪽의 고블린, 북쪽의 리자드맨이 서로를 견제하고 서쪽의 포 핸드 오우거가 침묵한다.
중앙 지역의 전투가 끝나면 더 이상 몬스터 간의 전투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가디언은 역시 포 핸드 오우거?”
“그렇습…….”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두 사람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탐지 능력을 사용해 포 핸드 오우거의 영역을 살피던 탐지 능력자와 백룡회의 간부이자 A급 헌터인 유청이 고개를 돌렸다.
가볍게 땅을 구른 포 핸드 오우거가 중앙 지역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어어어!”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게 하는 울음을 터트린 포 핸드 오우거가 마나를 끌어올리자 중앙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몬스터들이 서로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포 핸드 오우거를 바라봤다.
콰아앙!
발을 굴려 두 번째 구덩이를 만든 포 핸드 오우거가 다시 울음을 터트리자 몬스터들이 다시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콰아앙!
세 번째 구덩이를 만든 포 핸드 오우거가 자기들끼리 자리를 잡은 몬스터들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
“우, 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 우리를 보고 있다.”
포 핸드 오우거는 정확하게 하늘 위에서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포 핸드 오우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디언으로 진화하며 두 개의 팔이 생긴 것뿐만이 아니라 지성까지 높아졌군.”
아니면 위기관리 능력이 올라가 바로 인간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영역 다툼을 중재한 것이거나.
어느 것이라도 최악의 상황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리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탈출 후에 협회에 연락을 취한다. 등급은 B등급이지만 난이도는…….”
3차 게이트 변화의 피해를 복구하고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던 유청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A급 이상이니까.”
***
중국에 나타난 초대형 게이트.
조사를 위해 게이트에 들어간 헌터가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한율은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바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등급은 B+다. 하지만 A급 몬스터가 없어서 등급이 그렇게 책정된 것일 뿐, 위험도만 따지면 A급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소멸 횟수는 5회. 그러니까…….”
만약 방치해 폭주가 발생하면 게이트를 탈출하는 몬스터가 총 110만 마리.
“와. 이건 진짜.”
상상만 해도 닭살이 돋아 양팔을 쓱쓱 쓰다듬은 한율이 다시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위험하다고 판단해 대대적으로 중국의 소식을 전파하는 국가는 역시 한국, 몽골 등 중국과 가까운 국가.
게이트를 탈출한 몬스터들이 대한민국으로 진격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땅이라 불리는 북한의 영토를 넘어야 하지만 그 수가 너무나 많다.
사방으로 흩어진다고 해도 최소 20만 마리가 북한 영토를 통과해 대한민국을 찾을 것이니 대한민국은 중국의 상황에 아주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
중앙.
숫자가 적은 몬스터들은 자기들끼리 무리를 짓고 중앙 지역을 골고루 나눠 먹었다.
동부.
고블린이 장악했다. 가장 약한 종족이지만 진화 또는 변이한 고블린이 많았고, 숫자 또한 10만이 넘어간다고 한다.
북부.
리자드맨이 장악했다. 종족의 능력인지, 주술사의 힘을 빌린 건지, 그것도 아니면 게이트가 리자드맨을 지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장악한 북부는 무릎까지 물이 올라오는 늪지로 바뀌었다.
마지막 서부.
한율이 사진을 클릭했다.
네 개의 팔을 가진 거인형 몬스터, 오우거가 장악했다.
한율은 물끄러미 포 핸드 오우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인터넷을 끄고 몸을 돌렸다.
사이코키네시스 마법을 사용해 소파 위에 있던 리모컨을 가져온 그가 TV를 틀었다. 채널은 당연히 해외 상황까지 전달하는 국제 뉴스가 편성된 채널.
“흐음.”
별거 없었다.
대규모 게이트의 등장 소식을 알렸고, 게이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 줬다. 이어 거대한 빌딩, 중국 헌터 협회를 보여 주고 협회를 방문하는 헌터들을 보여 줬다.
“골치 아프네.”
내버려 둘까.
그런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 생성된 초대형 게이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게이트를 소멸하지 못하면 최소 22만, 최대 110만의 몬스터가 게이트를 탈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탈출한 110만이나 되는 몬스터를 중국 측에서 홀로 막아서고자 할까?
아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놈들을 타국으로 유인할 것이다.
“아니면 역시 핵인데.”
과연 중국이 자기 영토에 핵을 사용할까.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핵을 사용하는 것보다 타국으로 유인할 가능성이 컸다.
한율은 연락처를 살폈고, 협회장인 김환성의 이름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했다.
띵동.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한율이 익숙한 알림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저벅저벅.
사람의 발소리.
똑똑똑.
노크.
화이트초코라면 문을 부술 듯이 열 것이다.
김세연과 김세후라면 문 바깥에서부터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선생님. 류페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유일한 중국 마법사, 류페이.
한율은 그의 방문 요청에 바로 대답했다.
“들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