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50)
047 아크럼(3)
일격.
가치가 400이나 되는 방패, 그리고 주문 제작한 갑옷을 착용한 이대한이 일격에 쓰러졌다.
“라이트!”
공격 마법?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적중시킬 자신이 없었다.
백색 가면은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대한의 앞에 나타나 공격을 가했다.
직접 당한 이대한은 물론이요, 한율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율은 바로 1서클 마법, 라이트를 사용했다.
오랜 파티플레이로 마법 효과를 알고 있던 문수원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파아앗!
시야를 멀게 하는 강력한 빛에 문수원의 앞으로 이동한 백색 가면이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어우. 씨.”
어느새 무대 끝에 나타난 백색 가면이 강력한 빛에 의해 시야가 가려졌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빠르게 휘둘렀다.
타앙!
카앙!
“허, 시벌.”
자동 소총, K-7의 총알을 베었다.
검면을 이용해 튕겨 낸 게 아니라 칼날로 베었다.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 상대의 시야를 멀게 만들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율은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 투두두!
“탈출!!”
“……형!”
누구를 향한 외침인지 모를 수가 없다.
큰 목소리로 한율을 부른 문수원은 오로지 백색 가면을 노려보며 방아쇠를 당기는 한율의 모습에 몸을 돌렸다.
살았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문수원이 얼어붙은 인질들을 확인하고는 양어깨에 한 사람씩 짊어졌다.
“헌터들!”
일반인들 사이사이, 능력이 부족해 각성 범죄자와 싸우지 않고 인질이 되기를 선택한 헌터들이 문수원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양어깨에 인질들을 짊어졌다.
문수원과 다섯 명의 하급 헌터들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일반인은 총 열두 명.
세 번에서 네 번은 반복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문 문수원이 홀을 벗어나기 직전에 고개를 돌렸다.
투두두!
한율은 점사로 사격을 가했지만,
카가가강!
엄청난 속도로 칼을 휘둘러 총알을 베어 내고 있는 백색 가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천천히 해. 천천히.”
“……!”
몸을 흠칫 떤 문수원이 고개를 홱 돌려 백색 가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를 악문 문수원이 하급 헌터들과 함께 비상구로 달려갔다.
***
달칵, 달칵.
벌써 탄창의 탄을 다 소비했다.
한율은 바로 거래창을 열어 새로운 K-7을 꺼내 들었다.
탄창을 갈아 끼울 수도 없는 사태를 고려해 장전해놓은 K-7을 거래창에 올려놓은 것이다.
겸사겸사 재장전 사이의 빈틈을 노리는 놈들을 함정에 빠트린다는 소소한 이득도 노렸다.
하지만 백색 가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실드!”
파앗!
콰앙!
돔 형태의 푸른 방패는 한율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생성되었지만, 백색 가면이 휘두른 검에 의해 빠르게 깨져 버렸다.
“호오?”
백색 가면이 흥미를 보였다.
빛을 다루는 능력자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돔 형태의 푸른 막과 검이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뒤로 몸을 날리는 한율을 바라보던 백색 가면이 탄성을 흘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투두두두!
땅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려 구르는 와중에도 한율이 사격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
“라이트에 실드라…….”
익숙한 스킬명이다.
하지만 이토록 다양하게 구사하는 경우는 없다.
“사이코키네시스.”
군복을 입은 사내, 한율을 바라보던 백색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무대 끝에 떨어져 있던 방패가 공중으로 떠올라 한율의 곁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마법사?”
투두두두!
대답 대신 총알이 날아왔다.
“마법사라니…….”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마법사.
“시발. 존나 신기하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백색 가면이 총을 버리는 한율의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땅을 박찼다.
파앗!
흐릿한 잔상과 함께 사라진 백색 가면이 한율의 뒤에 나타나 물었다.
“진짜 마법사? 마법사야?”
“실드!”
푸른 막이 생성됐다.
“에이, 재미없게. 대답 좀 해 주지?”
백색 가면이 질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나를 담았다는 것.
촤아악!
결과 역시 처음과 달랐다.
마나가 담긴 칼날이 푸른 막을 베고 그 뒤에 숨어 있던 한율을 노렸다.
하지만 한율은 거래창을 열어 새로운 총을 꺼내지 않았다.
총을 버린 한율이 손에 잡은 것은 2서클 마법 사이코키네시스를 이용해 끌어당긴 이대한의 방패였다.
콰앙!
마나를 담은 칼과 마나를 담은 방패의 충돌.
제자리에 서 있는 백색 가면과는 달리 뒤로 주르륵 밀려난 한율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시발.”
‘캡의 방패’의 효과는 피해 40% 감소.
“뭐 저리 세냐.”
왼팔,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던 한율이 회복 마법을 사용할 생각도 않고 다시 방패를 들어 올릴 때, 천천히 칼을 들어 어깨에 올린 백색 가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야, 대답 좀 해 봐. 진짜 마법사냐?”
“대답하면 살려 주나?”
“흐으응.”
여유 있는 척, 웃으며 말하는 한율의 행동이 재밌었던 걸까, 아니면 마법사라는 각성 능력에 여전히 흥미가 있어서일까.
고민하듯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했던 백색 가면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팔 하나만 자를게.”
“시바 새끼.”
“큭큭큭.”
타악!
가볍게 땅을 박찬 것과는 다르게 다시 잔상과 함께 사라진 백색 가면.
“실드!”
한율은 큰 목소리로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좌측에서 나타나 실드를 베고 있는 백색 가면을 발견하고 몸을 틀었다.
콰앙!
“크흡!”
다시 뒤로 주르륵 밀려난 한율이 이를 악물었다.
손목이 완전히 아작났다는 것을 깨달은 한율은 손잡이가 아닌 손잡이 양옆, 검은 끈 안으로 팔을 집어넣은 후에 마나를 주입했다.
사용자의 팔 두께에 맞춰 끈이 줄어들었다.
제대로 팔에 감았는지 확인?
안 했다. 정확하게는 못 했다.
한율은 다시 실드를 사용하고, 그 후에 상대의 위치를 파악해 방패를 들어 백색 가면의 공격을 막아냈다.
주르륵, 뒤로 밀려난 한율이 오른팔을 뻗어 거래창에 보관 중인 자동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카앙!
백색 가면은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인지, 이번에도 총알이 날아오자 칼을 휘둘러 베어내고 모습을 감췄다.
적의 움직임을 쫓을 수 있었다면 디그 마법을 이용해 반격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적의 움직임을 쫓을 수가 없으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실드!”
실드뿐이다.
촤악! 쾅!
라이트 마법?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
분명 눈을 감고 육감이라 불리는 마나 감지 능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할 것이다.
타앙! 카앙!
공격 마법?
총알을 베어내는 것처럼, 칼날에 마나를 담아 마법을 베어 낼 것이다.
아니, 생각 없는 놈이 아닐 테니 베어내기보다는 피할 가능성이 더 컸다.
촤악! 쾅!
가능성에 불과하니 시도를 해본다?
실패한다면 실드 없이 온전히 적의 공격을 받아 내야 한다.
타앙! 카앙!
방법…….
촤악! 쾅!
한율이 힘을 주었음에도 아래로 내려가는 왼팔을 확인하고 총을 버렸다.
“방법은 개뿔.”
최소 A등급 각성 범죄자다.
3서클에 불과한 자신이 이길 방법은 없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버티는 것이다!
타악!
한율은 백색 가면이 다시 잔상을 남기고 사라지자 다시 적의 기감을 찾으면서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
백색 가면과 몇 번이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자신에게 흥미가 없는 것인지 오로지 한율만 노려 수월하게 인질들을 구출할 수가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내에게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안심시킨 문수원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멀지 않다.
자신의 속도라면 순식간에 홀로 이동할 수가 있다.
하지만…….
‘방법… 방법…… 방법………….’
C급 헌터인 자신이 합류해도 백색 가면을 착용한 각성 범죄자를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탈출한다?
신체 능력 강화, 그것도 민첩성 강화 능력을 각성한 자신보다 백색 가면이 더 빨랐다. 불가능하다.
“저, 저기…….”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만 문수원이 작게 심호흡을 해 마음을 안정시킨 뒤에 몸을 돌렸다.
“예. 무슨 일이시죠?”
“저, 전화가.”
“예?”
“아내와 통화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허, 헌터라고 소개한 사람이 인질들을 구출한 헌터님을 바꿔 달라고.”
“아. 감사합니다.”
문수원이 바로 건네받은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전화 받았습니다.”
-청일 그룹, 경호팀 팀장 배희연이라고 합니다.
청일 그룹?
배희연?
***
콰아앙!
점점 재미가 없어졌는지 칼날에 담기는 마나가 커졌고,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아, 하아.”
“흐으음.”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 낸 한율이 거칠게 호흡을 고를 때, 칼을 어깨에 턱 하니 올린 백색 가면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할까? 어찌할까아아?”
“후우… 후우…….”
“살려 두면 나중에 더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죽일까? 살릴까?
“야.”
“……왜.”
“허허, 아직도 입이 살아 있네. 존나 재밌는 새끼.”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린 백색 가면이 밝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계약서 하나만 작성하자. 그럼 살려 줄게.”
“뭔 계약서?”
“3년간 노동 계약서?”
“노동 계약이라는 이름의 길드 계약이겠지.”
“그래서 싫어?”
“당연하지! 범죄자 되면 살려 준다는 말이잖아! 개색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야.”
“뭐.”
“얼굴 다 팔렸거든?”
한율은 천정에 걸려있는 CCTV를 턱으로 가리켰다.
한율과는 다르게 고개를 돌려 CCTV를 확인한 백색 가면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
“팔 하나만 자를게.”
기승전 팔 하나만 자를게.
“그럼 빨리 자르고 꺼져.”
“큭큭큭. 존나 재밌는 새끼네. 진짜.”
살려 달라고 비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