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99)
096 남은 시간이 단축됩니다(2)
전화를 끊은 한율은 바로 폭주, 브레이크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판매를 위해 준비해 둔 주문서를 꺼내고, 실력이 미숙해 10회 이하로 사용 횟수가 고정된 아티팩트를 꺼냈다.
타다다다닥.
“오빠!”
“율아!”
각성자는 아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지구(地區)에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면 국가는 문자메시지를 날려 위험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귀여운 분홍색 잠옷을 입은 한유라와 회색 내복을 입고 있는 한국영.
한율은 두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바로 설명했다.
“아부지.”
“그, 그래.”
“일단 지인들 싹 다 불러요.”
“이곳으로?”
“네.”
헌터 협회에는 위험 상황 매뉴얼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그 매뉴얼에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시 수호 길드로 이동한다’라는 것이 있다.
“올까?”
“그냥 물어나 보세요. 그리고 바로 옷 갈아입으시고 근처에 사시는 분들에게 제안해 주시고요.”
“레온 길드로 가지 않고?”
“E급, D급이라면 레온 길드보다 이곳이 더 안전해요.”
설치한 마법진이 몇 개이고, 위급 상황 시를 대비해 준비되는 일반인 전용 화기가 몇 개인가.
“알았다.”
혼란도 잠시, 상황에 대처하는 한율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한국영이 바로 스마트폰의 연락처 앱을 띄우며 자리를 뜨자 한율의 시선이 한유라에게 향했다.
“유라 너도.”
“지인들에게 알리라고?”
“어. 그리고 3층에 가면 무기고라는 곳이 있거든? 홍채 인식으로 열리는 곳이니까. 문만 열어 두고.”
“다른 건?”
“각층 남자 화장실.”
“응……. 응?”
“남자 화장실 마지막 청소 도구함의 벽면을 만지면 버튼 하나 있을 거야. 그거 누르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보관해 둔 아티팩트가 있으니까 그거 꺼내.”
“아, 알았어.”
한유라도 몸을 돌렸다. 남은 상자가 3개였으니 함께 상자를 꺼내고 각층의 무기고, 비밀 아티팩트 보관실에서 물건을 꺼낼 수도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금고에서 주문서가 담긴 상자를 모두 꺼낸 한율이 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우우웅.
때마침 걸려 오는 전화.
“네.”
-언제 도착하십니까.
“독자적으로 수비할 생각입니다.”
-네?
동대문구 수호 길드, 레온 길드의 마스터 백호준이 반문했다.
“B급과 C급은 조금 위험하지만, D급과 E급 정도는 막을 수 있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팀 하나를 지원 보내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고맙죠. 아, 그리고.”
-네. 말씀하시죠.
“주문서 필요하세요?”
-네. 필요합니다.
B-등급 몬스터의 공격까지 막아 내는 실드 마법이다. 일반인이 사용해도 기존에 주입된 마나 덕분에 D급 몬스터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있다.
백호준이 바로 대답하자 한율은 사람 한 명 보내 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으로 연락할 사람은…….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 때문인지 아직 걸려 온 전화는 없었다.
한율이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트너.
“부산?”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30시간이라면 모를까,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3시간에 불과하니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가는 대신 서울에 남기로 한 것 같았다.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연락해 수호 길드로 보냈으니 걱정 마라. 너는?
“독자적으로 수비.”
-……합류해도 되냐?
“수호 길드와 합류하는 게 나을 텐데.”
-마탑에는 마법 주문서가 있지.
역시.
“빨리 와라. 아, 그리고 나 대신 수원이한테 연락해서 물어봐 줘.”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끝낸 한율이 거래창을 열어 금고에서 꺼낸 주문서 상자, 아티팩트 상자를 집어넣고 연구실을 나왔다.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1층에 모여 있던 각 단체의 헌터들의 시선이 모였다.
“독자적으로 수비합니다. 부모님이 걱정되거나 각 소속 단체의 명령이 떨어져 돌아가셔야 할 분들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가족들을 이곳으로 모셔도 상관없습니다.”
한율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자 열두 명의 헌터들이 인사를 건넨 후에 마법사의 탑을 떠났고, 열다섯 명의 헌터들이 복도에 남아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그 외 헌터들이 한율을 따라 건물을 빠져나왔다.
“2시 55분에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니 헌터 협회는 2시 30분까지 민간인 대피.”
“예.”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바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남자 화장실 청소 도구함에 비밀 아티팩트 보관실이 있습니다. 청일 그룹 경호팀은 각층 무기고와 비밀 아티팩트 보관실에서 물건을 꺼내 1층으로 옮겨 주세요.”
“예.”
한율을 따라 건물을 나오던 청일 그룹 소속 헌터들이 셋으로 나눠 본관, 기숙사, 그리고 실내 훈련장으로 향했다.
“국가 헌터들은 무기 배포 및 마탑을 찾은 일반인들을 지원하세요.”
“알겠습니다.”
국가 소속 헌터들이 앞으로 뛰쳐나가 아직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기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 때,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마탑을 둘러싼 방벽에 설치한 마법진을 활성화시키던 한율에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에?”
예상 밖의 인물이다.
“대사관 안 가요?”
한율이 자신을 찾아온 한 무리의 사람들, 그중 가장 유명한 헌터에게 물었다.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한율의 말을 확인한 금발의 헌터, 카일이 대답했다.
“E급, D급 게이트의 폭주이니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
헌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기에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카일의 대답을 들은 한율은 친오빠와는 다르게 한국말이 능숙한 엘렌을 돌아봤다.
“마스터. 도울 일이 있을까요?”
“1층 복도에 가면 주문서 및 아티팩트 그리고 몬스터 전용 화기를 배포하고 있어. 그쪽 좀 도와줘.”
“네!”
엘렌이 몸을 돌리자 카일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다시 10분이 흘렀을 때, 입구로 돌아와 물건을 꺼내고 있던 한율에게 회색 양복을 입은 사내가 찾아왔다.
“슨생님!”
“……슨생님?”
“도울 일 있습니까?”
“2시 30분까지 민간인들 대피시켜 주세요. 12일, 아니 13일이니까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
12일인 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걸까?
“어제가 금요일이었잖아요.”
평일과 주말 사이인 13일 토요일 새벽 1시다. 아직 술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술에 취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고, 술에 취한 채로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단언해도 좋다.
***
2시에 모든 작업을 마치고 호흡법을 돌렸다.
기존에 설치해 둔 마법진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마나를 소모한다.
물론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아주 잠시 동안 마법진을 활성화할 때의 이야기다.
E급, D급 몬스터라고 해도 수백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공격해 올 것이기에 대략 5시간 정도 마법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량의 마나를 주입했다.
당연히 마나 호흡법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쩝.”
완벽하게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70%까지 회복했다.
천천히 눈을 뜬 한율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호위를 맡아 준 헌터들과 함께 실내 훈련장을 나왔다.
헌터, 마법사 지망생 그리고 병역의 의무를 마친 사람들이 실외 훈련장에 모여 있었다.
“민간인 대피 팀은요?”
밖으로 나가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던 헌터들을 확인했다.
한율의 뒤를 따르던 헌터 중 한 명이 바로 대답했다.
“도착했습니다. 현재 시각은 2시 40분이며, B급 헌터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밖에서 순찰 중입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E급 그리고 D급 몬스터.
게이트의 변화 이후 폭주한 몬스터들은 게이트를 빠져나오며 무력이 상승하지만, 그래도 하위 등급인 몬스터들이었으니 B등급 헌터들이라면 쉽게 몬스터들을 피해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시선.
걸음을 멈춘 한율이 소리를 키우는 마법, ‘보이스 업’을 사용하고 입을 열었다.
“B등급 헌터들은 후방에서 대기, 헌터들이 위험에 처하는 순간 움직입니다.”
B등급 헌터들을 앞세워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투가 아닌 C등급 이하 헌터들을 앞세운 일명 경험 쌓는 전투를 지시한다.
“아시다시피 게이트 활동, 즉 몬스터와의 전투는 헌터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게이트 활동 시간에 따라 헌터의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율은 알고 있다는 듯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헌터만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일반인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한율은 손을 들었고, 사람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향해 있자 마나 홀이 생성된 단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나 홀을 가진 일반인도 헌터처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법 주문서 생산에 집중하던 가을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한율은 각성하지 않은 마법사, 즉 마법이라는 기술을 배운 일반인도 게이트 활동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지 확인하고자 청일 그룹의 허락을 받고 이유리와 함께 몰래 게이트에 들어갔다.
결과?
헌터처럼 마나 홀이 커지고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몬스터의 마나를 흡수해 마나 홀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대는 B급 이상인 헌터들이 아무리 토벌해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E급, 그리고 D급 몬스터. 그러니……. 아!”
중요한 걸 안 물어봤다.
“마나 호흡법 안 배우신 분?”
각성자의 전유물이라 불리었던 마나인 것도 있지만, 마나 호흡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있다.
화기를 든 소수의 일반인만 조심스럽게 손을 들자 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말했다.
“마나 호흡법을 배워 마나 홀을 생성한 일반인도 헌터들처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나 홀의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 전부이지만, 마나 홀이 커지며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늘어나기에 주문서의 효과도 높아지죠. 그러니 C급 이하 헌터 그리고 마나 호흡법을 습득한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전투를 진행합니다. 물론 B급 헌터들이 지켜 준다고 해도 선두에 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빠지셔도 좋습니다.”
방벽 뒤에 숨어 총기를 사용하거나 주문서를 사용하는 전투다.
사방에 배치된 헌터들의 도움으로 어떻게 전투가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기에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 전부 실외 훈련장에 남아 한율이 만족스러워 할 때였다.
“디펜스 후에 밖으로 나가 싸우는 겁니까!”
헌터는 몬스터의 습성을 알아도 일반인들은 몬스터의 습성을 모른다.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했다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몬스터의 습성을 모르고 있었다.
“폭주한 몬스터는 생명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 즉 생명력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죠. 일본에서 일어난 브레이크 현상에서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대신 도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러니.”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한 전직 군인, 전역 마크가 떡하니 붙어 있는 군복의 청년을 바라보면서 말을 마쳤다.
“디펜스만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