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
나는 작가다 014화
14화
“으, 배불러. 그럼 이어서 써볼까?”
7시 18분까지 썼던 드래곤 나이트 3장.
이후로 9시까지 쉬지 않고 두 편 반을 더 써냈다.
즉, 마지막으로 끝난 작업은 6장의 절반 정도.
9시가 되기 무섭게 작업을 중지했다.
원고가 막혀서?
차라리 그랬으면 끝까지 붙잡고 있었을 거다.
여럿 작가들을 보면서 내가 신인들에게 했던 조언이 있다.
“글이 막혔다고요? 그렇다고 딴 거 하지 마세요. 쉬더라도 모니터 앞에서 장면을 구상하며 쉬셔야 합니다. 그래야 막힌 게 뚫려요.”
숱하게 만난 작가들을 통해 깨달은 거다.
다들 글이 막히면 게임이나 딴짓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원고를 구상하고 집필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작가들에게도 게임이나 딴짓을 할 거면 마무리는 짓고 편히 쉬라며 조언했다.
어차피 쉴 거면 하던 걸 마무리 짓고 하는 게 심적으로도 편안할 테니까.
그럼 난 왜 9시에 작업을 멈췄는가?
어머니가 국자 들고 와서 아침을 먹으라고 해서였다. 그래서 자리에 돌아와 배를 매만진 거다.
바로 이어서 쓸까 했지만, 배가 부르니 소화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소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그 소환하는 시간에도 작품을 놓진 않았다.
“으, 일단 소화될 때까지 간단하게 드래곤 나이트 시놉이나 더 만져볼까?”
그렇게 시놉시스를 쓰던 중 난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아? 그래볼까?”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
그건 방금 전 행위를 부정하는 계획이 담겨져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난 어머니에게 맘스터치 한 방 제대로 맞았다.
빨리 원고를 써야겠단 생각으로 군대마냥 빠르게 흡입해서.
무슨 밥을 그리 급하게 먹느냐고, 체한다며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등짝을 후려치신 거다.
덕분에 등은 등대로 따갑고, 너무 빨리 먹어서 속은 속대로 안 좋았다.
결국 속이 안 좋아서 원고는 쓰지도 못하고, 시놉시스나 짜는데 시간을 쓰고 있었으니 이걸 반대로 뒤집어 봤다.
차라리 식사하는 시간에 시놉시스를 짜면서 천천히 먹는 것이다.
밥 먹는 동안 천천히 시놉시스를 짜면 소화도 잘될 테니 식사가 끝나자마자 원고에 집중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살을 찌는 가장 안 좋은 습관이 식사를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서 식사를 하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거 꽤나 효율적인데?”
오늘 점심이나 저녁부터 해볼까 싶었다.
점심은 아무래도 어머니가 밖으로 나가고, 홀로 집에 남아 원고를 집중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언제 지난 지도 모른 채 있었으니까.
그렇게 난 오늘 하루 만에 작가로서의 무기를 정비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빠른 집필 속도를 위한 내 성향을 알아낸 것이고, 두 번째는 그걸 위한 시놉시스 작업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한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드래곤 나이트의 시놉시스를 이어나갔다.
대략 반 권 분량을 뽑아낼 시놉시스가 완성되니 어느 정도 소화가 된 것 같았다.
적고 있던 시놉시스 공책을 옆에 펼친 뒤 다시 드래곤 나이트의 원고를 열곤 말했다.
“좋아, 그럼 어디 이어서 써보실까?”
그렇게 드래곤 나이트의 원고를 이어쓰려고 할 무렵.
지이잉.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응?”
이른 아침에 누가 문자를 보냈나 싶었다.
보니까 성용 형님이다.
문자 내용은 혹시 깨어 있으면 통화 가능하냐고.
안 그래도 원고에 집중하느라 전화를 몇 차례나 못 받아서 먼저 걸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보낸 걸 확인한 김에 전화했다.
“아, 작가님! 깨어계셨군요!”
꽤나 목소리가 밝다.
이 시장 편집자들은 언제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해서 항상 시체 상태였다.
특히 푸른숲 출판사의 악명은 자자했다.
오죽하면 나중에는 ‘편집자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곳을 거치면 편집자가 해야 할 업무는 모두 마스터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한데 그 빡센 푸른숲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저리 생생한 기쁨에 찬 목소리라니.
그만큼 내가 전화를 받지 않다가 직접 해서 기쁜 걸까?
어쨌거나 난 전화를 받자 기뻐하는 성용 형님에게 말했다.
“6시쯤에 일어났습니다. 그간 원고에 집중하느라 전화를 못 받아서 안 그래도 제가 한 번 드리려고 했는데 말이죠.”
“아아, 아닙니다. 이렇게 전화해 주신 것만 해도 어딘데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하핫, 천만에요. 그나저나 작가님, 제가 문자로 보내드린 조건 보셨나요?”
아마도 조건에 관련된 문자를 말하는 것일터.
내 기억에 적혀 있는 푸른숲 출판사의 조건을 언급했다.
“8천 부, 14%, 전권 보장요?”
“예, 저희 사장님께서 작가님 작품을 재밌게 보셨는지 업계 최고 조건으로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막상 나가면서 최고 대우라고 말하긴 했는데, 설마 이 정도까지 센 조건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죠.”
사실이다.
설마 이 정도로 잘 먹힐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최고의 조건을 준비하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5천 부, 10%, 전권 보장’ 정도만 해도 최고 조건이라고 여겼다.
신인 기준으로는 그 이상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근데 연재가 대박이 나면서 완전히 S급 작가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개중에서도 정말 최상위권 작가들만 받는 조건으로.
푸른숲 출판사가 제시한 조건이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반응하자 성용 형님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충분히 받으실 만하죠. 연재한 거 봤는데, 수정 엄청 잘나왔던데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요. 오히려 이런 재밌는 원고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게다가 작가님 덕분에 공짜 양주도 얻어먹게 됐습니다, 흐흐.”
“공짜 양주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성용 형님은 어떻게 공짜로 양주를 먹게 됐는지 이야기해 줬다.
“아! 저희끼리 작가님 작품이 잘될지, 말지 내기를 했었거든요.”
내 작품을 가지고 내기라.
딱 봐도 각이 나왔다.
“양 과장님 하고 하셨군요.”
“헛, 그걸 어떻게······.”
“당연히 홍 대리님은 제가 잘될 거라고 거셨겠고, 양 과장님은 망할 거란 데 거셨겠네요.”
“이야, 족집게신데요? 돗자리 까셔도 되겠어요.”
아직 대리급이면서도 성용 형님의 작가를 칭찬하거나 케어해 주는 능력은 정말 발군이었다.
정말 사소한 걸로도 날 칭찬하는데, 그 칭찬이 영혼 없이 떠드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난 성용 형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 계약을 하겠단 이야기를 반 내뱉었다.
“후후, 그냥 척 보면 척이죠. 어쨌거나 계약은 조건이 이 정도까지 내어주신다고 하니 홍 대리님을 봐서라도 도장 찍어야겠는데요?”
어디까지나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 이야기한 것처럼 말했지만, 애당초 처음부터 성용 형님 때문에 푸른숲 출판사랑 계약할 계획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처리해야 할 두 사람도 거기 있었으니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두 사람 김두식과 양경철을 잡기 위해서라도 푸른숲 출판사와 계약하려고 했다.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성용 형님에겐 은혜를,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에겐 복수를.
이미 복수에 대한 계획도 머릿속에는 다 세워져 있었다.
단지 아직 시기가 아닐 뿐.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성용 형님은 그저 내가 계약한다고 하니 기쁜 목소리로 반겼다.
“엇,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반기기엔 이르렀다.
단순히 계약서에 도장만 찍는다면 당장 만나서 처리해도 됐겠지만, 아직 나는 ‘갑’의 위치를 위해서 추가적으로 할 일이 있었다.
그 포문을 열었다.
“대신 계약서를 검토하고 수정했으면 하는데요.”
“수정요?”
갑작스러운 계약서 수정 언급에 당황하는 성용 형님.
그럴 법도 했다.
웬만하면 작가들이 계약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없었으니까.
“뭐, 이걸 수정이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추가라고 해야 할지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요.”
“혹시 어떤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일단 완결 후 3년이 지나면 무조건적으로 저작권 회수를 할 겁니다.”
흔히 계약서에는 작가의 작품 저작권 회수가 완결 후 3년에서 5년 정도가 묶여 있었다.
근데 꼭 보면 작가가 몇 달 전에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1년씩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난 나중을 대비해서 귀찮게 통보해서 저작권 회수할 필요를 없애고 싶었다.
계약서상에서 3년이 지나도 연장 없이 회수되는 쪽으로 수정해 달라고 하자 성용 형님이 그 정돈 쉽게 바꿔줄 거라며 이야기했다.
“음, 그거야 원래 협의이긴 하나 작가님께서 아예 유지하실 생각이 없다면 충분히 수정 가능합니다.”
계약서를 내가 쉽게 주무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정해지자 난 두 번째 조건을 밝혔다.
“그리고 계약서상 적힌 조항 중 이뤄지지 않는 게 있을 경우 모든 손해를 을이 감당한다고 적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계약서에 적힌 부수는 8천 부인데, 초판 인쇄를 그 이하로 찍는다던가 하는 거요.”
이건 그거였다.
장도철 하고 양경철이 푸른숲 출판사에서 계약부수와 다르게 인쇄할 걸 알고 있기에 미리 덫을 준비한 거다.
만약 그들이 초판 인쇄에서 내 계약서상 적힌 8천 부를 찍어내지 않고 장난칠 경우에 대비해서.
반면 그 장난질은 둘이서만 이야기가 됐으니 성용 형님은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했다.
“계약서상 적힌 조항이 이뤄지지 않는 게 있다고요? 어, 그런 게 있을 리가······.”
아직 좀 더 이 시장에서 굴러야 하는 대리가 할 만한 이야기였다.
떼가 덜 묻은 성용 형님의 말을 끊고 이야기했다.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요.”
“음, 알겠습니다. 그건 제 권한으로는 막 추가하거나 할 수 있지가 않아서 윗선에 보고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암, 해야지.
그래야 내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졌으니까.
만약 보고를 안 하고 현재 일개 대리인 성용 형님이 멋대로 내가 말한 조건대로 계약을 바꾼다면?
온갖 똥을 다 성용 형님이 뒤집어쓸 것이다.
어쨌거나 보고를 하겠단 말에 난 다음 추가 조항으로 쓸 내용을 이야기했다.
“하시면 되죠. 어차피 저야 최소 50편까지는 연재하고 출간할 생각이니 시간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예? 50편이나 연재하시겠다고요?”
북조아에다가 50편 이상 연재하겠다고 하니 화들짝 놀라는 성용형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장은 연재 사이트에서 작품의 인지도가 바짝 올랐다싶으면 최대한 다음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출간 공지와 함께 연재를 내렸으니까.
그래야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데 난 반대로 생각했다.
오히려 재밌는 작품은 올려놓고 있으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독자들을 대여점이나 서점으로 가게 만들 거라고.
어찌 보면 이게 딱 나중에 유료연재 시장에서 매일 한 편씩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마케팅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어쨌거나 50편 이상 연재를 해서 2권 내용이 궁금해서 보게 만들려는 내 의도가 낯선 성용 형님에게 물었다.
“네,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그게 연재를 1권 분량이 넘게 하면 출간 부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역시나.
지금 이 시장 출판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론을 이야기한다.
“윗분들한테 보고해도 그리 이야기하시겠죠?”
“아마도요?”
“그럼 이렇게 이야기해 보시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