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5
나는 작가다 015화
15화
“어떤 식으로요?”
윗분들한테 말해볼란 방법이 뭔지 묻는 성용형님.
어떻게 보고하면 될 지 알려줬다.
“연재되지 않은 2권 부분을 궁금하도록 만들 거고, 또한 2권에서 3권이 궁금하게 써낼 거니 연재 분량이 많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리고 출간해도 북조아 사이트에는 20편을 남겨둘 겁니다.”
연재를 최소 50편 이상 하겠다는 말과 더불어 난 계약서에 세 번째로 조율이 필요한 내용을 언급했다.
출간을 해도 1권의 2/3 분량을 남겨놓을 거라고.
여태 이런 작가들이 없어서였을까?
성용 형님의 짐짓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연재분을 출간 공지 후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시겠다고요?”
“예.”
내 대답에 잠시 생각에 잠긴 성용 형님.
얼마 있지 않아 생각을 깨우쳤다.
“그것도 다음 내용을 궁금하도록 만들어서 파시려는 전략이신가요?”
이미 한 차례 내가 이야기한 걸 그대로 흡수했다.
출간 후 20편을 남겨두겠단 의도가 무엇인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음, 저도 이준경 작가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으니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일단 윗분들에게 여쭤보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이준경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건 이 정도인가요?”
“그거면 됩니다.”
“그럼 먼저 끊으시면 제가 보고하러 가보겠습니다.”
얼추 내가 계약서에서 바뀌거나 추가했으면 하는 부분에 관한 조건들은 다 말한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뒤늦게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게 생각났다.
“아아, 잠시만요!”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이야기하자 성용 형님이 의아해했다.
“예?”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어떤 거죠?”
“보고를 드린 후 결정된 이야기는 홍 대리님이 아니라 윗분 중 한 분에게 듣고 싶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뒤늦게 생각하다니.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반면 성용 형님은 자신보다 윗사람이 내게 보고해 주길 바라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양 과장님께서 전화하실지도 모릅니다.”
현재 대리인 성용 형님 위로는 딱 세 명이 있었다.
양경철 과장, 장도철 부장 그리고 김두식 사장.
분명 세 사람에게 보고를 하고 윗분들 중 하나가 내게 전화해야 한다면 양경철이 할 게 뻔했다.
날 잡기 위해 김두식이 직접 할 가능성은 없었다.
내가 잘 아는 사장 김두식은 작가에게 잘해주고 그런 걸 술자리에서 자랑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절대 내게 전화하지 않을 거다.
그럼 남은 건 장도철 부장과 양경철 과장인데, 어린 나한테 굽실거리기 싫어서 장도철이 양경철에게 미룰 거다.
때문에 성용 형님은 양경철이 전화할 거라 여겼고, 뻔히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와 통화해도 되냐고 걱정해 준 거다.
한데 그게 오히려 내가 바라던 바였다.
마지막까지도 난 성용 형님에게 절대 전화를 본인 말고 윗사람 중 하나가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상관없습니다. 이왕이면 관례를 건드리는 조항들일 수 있으니 윗분들 쪽에서 결정이 난 걸 이야기해 주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보고하고 결론이 나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난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끝마쳤다.
이제 드래곤 나이트 원고를 이어 쓰면서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면 됐다.
쓰던 편을 마무리지으려던 찰나.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을 쳐다보니 익숙한 번호가 보였다.
양경철 과장, 그였다.
결국 성용 형님이 보고를 하고 난 후 회의 결과에 대해서 양경철이 말해주기로 했나 보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며 휴대폰을 녹음 상태로 만들었다.
양경철의 흑역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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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약서를 수정 및 보완해 달라 그랬다고?”
이준경 작가가 원하던 계약 조건 변경을 위해 임원실에 들어온 홍성용에게 김두식이 던진 물음이다.
거기에 홍성용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김두식과 홍성용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양경철이 투덜거렸다.
“하, 어려서 그런가? 정말 세상 멋모르고 날뛰는구만.”
거기서 김두식이 양경철을 나무랐다.
“양 과장, 조용해.”
“아, 옙.”
사장이 까라면 까야지.
입을 쏙 닫는 양경철.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어쨌거나 양경철의 입을 다물도록 만든 김두식.
장도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장 부장.”
“예, 사장님.”
“어떻게 생각하냐?”
이준경 작가가 내건 계약서 내용 변경 건.
그 건수에 관해 장도철이 의견을 내뱉었다.
“첫 번째 조건이야 완결 후 3년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완결치고 3년이나 지나면 팔아먹을 건 다 팔아먹은 상태니까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이준경 작가, 신인이라고 하지 않았냐?”
“신인 맞습니다.”
“근데 신인이 초판 인쇄 부수를 조건으로 내걸어?”
“딱 봐도 아직 어려서 그런 거지 않습니까? 어린 놈이 돈에 미쳐가지고 우리가 보낸 계약 조건 여기저기 뿌린 것만 봐도 딱 견적 나오지 않습니까?”
또 이준경 작가를 깎아내리는 양경철.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김두식이 조용하라는 데도 욕을 뱉었다.
거기서 김두식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조용하랬다, 양 과장. 애당초 네놈들이 나한테 구라만 안 쳤어도 6, 7천 부면 데려올 작가, 8천 부로 데려온 거 아직도 잊은 거 아니지?”
“죄, 죄송합니다.”
그랬다.
계속해서 양경철을 조용히 시킨 이유.
김두식 본인한테 이준경 작가에게 보냈다던 조건부의 보고를 거짓으로 올렸기 때문이었다.
타 출판사들에게 이준경은 내가 찜했으니 건들지 말라고 술자리에서 김두식이 이야기하던 중 알게 된 것이다.
처음 푸른숲 출판사가 이준경에게 보냈던 조건이 어땠는지.
그로 인해 처음에는 장도철을 불러서 지랄했다.
왜 구라를 쳤냐고.
거기서 장도철은 자신도 양경철에게 그리 보고 받았다며 교묘히 빠져나갔다.
한데 누가 똑같은 놈들 아니랄까 봐.
양경철은 그걸 또 홍성용의 탓으로 옮겼다.
그러나 김두식도 바보가 아니었다.
홍성용이 얼마나 올곧게 일하는지 알았다.
때문에 양경철이 빠져나가기 위해 부하 직원을 판 죄목까지 더해서 김두식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었다.
그 악감정이 아직 덜 풀린 김두식은 양경철의 모든 게 별로였다.
결국 조용하라고 시킨 뒤 양경철을 쏘아붙였다.
“작가가 어리건, 말건 그게 네놈한테 뭐가 중요한데? 어리건, 늙었건 네놈 월급이 누구한테 나오는데? 작가다, 작가. 근데 어린 게 싸가지 없다면서 작가 가지고 장난질을 쳐?”
화가 난 김두식의 말에 양경철은 입을 꾹 다물었다.
“······.”
여기서 뭐라고 한들 좋게 돌아오지 않으리라.
조용히 양경철이 욕만 먹자 김두식은 다시 현재 회의의 안건으로 돌아갔다.
“아직 네놈이 친 구라에 화가 풀린 게 아니니 닥치고 있어.”
“옙······.”
“장 부장.”
“예, 사장님.”
“초판 8천 찍어.”
그냥 8천 부 그대로 찍으라고 하자 장도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하지만 신인인데 8천 찍고 시작하는 건 손해가 크지 않겠습니까?”
본래 출판사들은 은연중에 높은 부수의 계약을 하면 초판 인쇄는 찍는다고 다 팔 수 있는게 아니다 보니 창고비와 물류비 문제로 적은 부수로 찍어냈다.
거기서 간을 보고 더 찍을지, 말지를 정했다.
1, 2권이 팔려 나가는 걸 보고 더 찍어서 돌려도 되겠구나, 싶으면 그제야 계약서상 부수를 인쇄했다.
대체로 5천 부까진 천 부를, 그 이상은 2천 부를 아꼈다.
한데 김두식이 8천 부를 그냥 찍으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자신에게 놀란 장도철에게 김두식이 물었다.
“그럼 작가 놓칠래?”
“근데 사실 적당히 6천 부만 찍어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사내에서 누가 인쇄 발주한 자료를 주지 않는 이상?”
“안 들킬 자신 있어?”
“그야 자신이 있다기보단 사장님께서 하라고만 하시면 무조건 해내야지요.”
사실 자신은 있었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작가가 출판사가 책을 얼마나 찍었는지 알긴 어려웠으니까.
심지어 김두식 몰래 인쇄 부수로 장난질까지 치던 장도철이었다.
하라고 하면 못 할 것도 없다.
근데 김두식이 책임을 전가했다.
“좋아, 대신 걸리면 모든 책임은 장 부장이 감당해라.”
일이 잘못되면 책임지란다.
이러면 또 말이 달라졌다.
장도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 사장님?”
“난 초판 인쇄 부수 다 찍자고 했는데, 네가 6천 부로 낮추자며? 그럼 한 놈이 책임을 져야지.”
이리 나온다면 장도철 입장에서도 인쇄 부수를 가지고 장난치긴 어려웠다.
평범한 작품들이야 김두식이 관심을 갖지 않겠지만, 현재 황제 로키의 인쇄에는 꽤나 신경을 곤두세운 게 보였다.
“그럼 8천 부를 찍겠습니다.”
결국 이준경 작가가 원한대로 초판 인쇄를 싹 찍기로 했다.
“쯧,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좋아, 두 번째 조건도 됐고. 세 번째가 뭐라고?”
김두식이 혀를 찬 뒤 홍성용에게 물었다.
홍성용은 다시금 이준경 작가가 내건 세 번째 조건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간 후에도 연재 사이트에 일정 분량의 원고를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출간한 책이 더 팔릴 거라면서?”
“예.”
“뭐, 해 달란 대로 해줘. 완결까지 푸는 것도 아니고, 1권 좀 푸는 정도면 크게 타격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럼 이준경 작가가 원하는 대로 해줍니까?”
“어, 그래. 바로 연락해서 도장 찍자고 해.”
이준경 작가가 바라던 대로 계약서를 변경하기로 했으니 도장만 찍으면 됐다.
거기서 홍성용은 이준경 작가가 마지막으로 요구한 게 떠올랐다.
“아! 사장님.”
“왜?”
“근데 이준경 작가가 회의 결과는 제가 아니라 세 분 중 한 분이 전화로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조건에 김두식과 장도철은 양경철을 쳐다봤다.
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양경철은 짐짓 당황하더니 울상으로 반응했다.
“제, 제가요?”
거기서 김두식이 추가로 경고장을 던졌다.
“양 과장, 닥치고 해! 아, 그리고 깍듯하게 해라. 괜히 빈정 상하게 만들어서 도장 못 찍으면 휴가랑 월급 반납할 각오하고.”
“사, 사장님······!”
***
“제가 말씀드린 조항에 대한 회의가 끝났나 보네요.”
양경철의 전화를 받으며 한 말이다.
과연 이들이 내 요구를 받아들였을까?
“예, 저희 푸른숲은 이준경 작가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약서를 수정할 생각입니다.”
아주 깔끔하게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딱 계약서와 관련된 결과만 전하고 끊으려는 양경철.
곤란했다.
흑역사를 만들어주려고 녹음까지 틀었는데.
바로 양경철을 불렀다.
“근데 양 과장님.”
전화를 끊으려던 양경철이 자신을 부르자 반응했다.
“예?”
“저한테 할 말씀 없으세요?”
“무, 무슨······.”
당황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네.
거기서 난 양경철에게 상처 받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벌써 잊으셨나봐요? 전 미팅할 당시 양 과장님의 시선에 엄청 큰 상처를 받았었는데.”
“그, 그게······.”
양경철의 입에서 사과를 받아내려는데 쉽사리 꺼내질 않는다.
그럼 무기를 꺼내야지.
“상처가 너무 커서 도장을 찍기 어려울 것 같네요.”
사과하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
결국 그 철저한 갑의 무기 앞에서 양경철은 항복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꽤나 떨렸다.
부들부들거리며 사과하는 게 안 봐도 비디오처럼 보일 정도로.
피식 웃으며 양경철에게 말했다.
“그래요, 아무리 어려도 제가 계약서상으로 갑인데 너무 을처럼 대하지 말아주세요. 솔직히 계약서에는 갑과 을이라고 적혀도 작가와 편집자끼린 공생해야죠?”
“예, 죄송합니다. 다신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싸가지 없던 쓰레기 양 과장이 내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다니.
이보다 더한 흑역사가 또 있을까?
뭔가 입술을 깨문 듯한 양경철의 목소리.
매우 흡족스러웠다.
“후후,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서는 제 담당자로 정한 홍 대리님 통해서 검토하겠습니다.”
“그럼 계약서 건으로는 홍 대리에게 전화하라고 하겠습니다.”
“예, 수고하세요.”
“건필하십쇼, 작가님.”
그렇게 양경철과의 통화가 끝났다.
난 음흉한 미소와 함께 방금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예, 죄송합니다. 다신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업계 경력 좀 된다고 언제나 작가보다 자기가 우위라는 듯이 떠들던 양경철의 흑역사에 난 음흉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흐흐, 속 좀 쓰리겠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