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57
나는 작가다 057화
57화
“응? 아! 설마 그 작가가 게일 작가야?”
나 때문에 손해를 본 작가가 있다고 하니 바로 알아차렸다.
성용 형님이 생각한 그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내 대답에 성용 형님 부사수인 김재민이 물었다.
“제이크의 게일 작가요?”
“맞아요.”
“게일 작가가 왜 이준경 작가님을 싫어하는 거예요?”
“연재 성적 때문이겠죠.”
게일 작가가 날 싫어하는 이유.
그게 뭔지 밝히자 김재민도 뭔지 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 만년 2등이었죠.”
“예, 그래서 싫어할 겁니다.”
거기다 성용 형님이 게일 작가가 날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덧붙였다.
“거기다가 누군 증쇄하는데, 누군 반품을 당했으니까.”
“반품요?”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애당초 연재가 끝난 이후로 게일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근데 뭐 대여점 시장에서 반품이 있는 거야 일상다반사였다.
미친 듯이 증쇄한 내가 이상한 거지.
어쨌거나 회귀도 참 좋은 시기에 한 것 같았다.
군대도 다시 안 가도 되고, 아직까지 증쇄 잘만 하면 대박 작가가 될 수 있는 시기였으니까.
어쨌거나 내가 게일 작가의 반품에 대해 묻자 성용 형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질풍의 마도사 반품 엄청나게 당했던 것 같던데? 대여점 협회 카페에 달린 반응들 보니까. 심지어 바람의 마법사를 표절했다고 이야기가도 많더라.”
“아아,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봤어?”
당연히 본 적 있었다.
물론, 지금이 아닌 15년 전에 말이다.
편집자가 된 이후 성용 형님은 내게 한 가지 가르침을 줬다.
황제 로키가 망한 이유.
대박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중박 작품들을 두루두루 보면 알게 될 거라고.
기본이 없었다.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그걸 깨우치기 위해 쉬지 않고 읽었다.
개중에 질풍의 마도사도 포함됐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었다.
판타지의 효시라고 부르던 바람의 마법사.
뭔가 그것과 비슷한 느낌. 아니, 비슷한 게 아니라 똑 닮았다.
‘이게 뭐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금 성용 형님이 이야기처럼 여기저기서 게일 작가가 쓴 질풍의 마도사가 표절 같단 소문이 돌았다.
“뭐, 따라한 티가 좀 많이 나긴 하더라고요.”
“그렇긴 하지. 제이크는 잘 쓴 양반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원.”
은근히 잘나갔던 양반들 중에서도 표절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탈영병 이야기를 써서 판타지 작가 중 꽤 팬덤이 있던 이시한 작가가 집필한 무협 작품인 ‘용은 떨어지고 검은 눈물을 흘린다’라는 ‘낙룡곡검’.
이 또한 장르 시장을 두 번이나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화백련’ 작가와 ‘화산검’과 ‘백우’ 작가의 ‘비룡나한전’을 표절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처음 화산검을 표절했다는 이야기 나올 때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그의 팬으로 있었기에 편을 들어주곤 했다.
화백련 작가가 대응하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간 게 컸다.
이후 비룡나한전 덕분에 다시 한 번 더 낙룡곡검의 표절 시비가 일어났다.
첫 표절 시비가 터졌을 때와 다르게 이번엔 백우 작가의 매니지먼트가 대응했다.
엄연히 낙룡곡검은 비룡나한전을 표절했다고.
심지어 나중에 생기는 판타지 갤러리와 무협 갤러리에서 어떤 유저가 너무나도 상세히 자료를 올린 덕분에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오랫동안 그의 팬으로 지내던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심지어 대놓고 문장을 따라한 게 보이는 증거까지 있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이시한 작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나마 이시한 작가는 굳이 소설을 쓰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지 은퇴를 선언하고 장르 시장에서 떠났다.
여전히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들은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표절 시비로 두 번이나 불거진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표절 역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문제 삼았기에 해결이 가능했다.
게일 작가가 집필한 질풍의 마도사에 대해선 다들 표절 시비만 거론할 뿐, 딱히 그에게 대놓고 문제를 제기한 이는 없었다.
질풍의 마도사 이후 조금 조심하는 건지 표절 시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장기간 작가로 먹고살았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건 푸른숲 출판사가 알아서 하겠죠. 저희 풀 출판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성용 형님은 그게 말처럼 쉽냐고 반박했다.
“신경을 어떻게 안 써. 이름만 다르지, 어쨌거나 우리도 푸른숲 출판사인데.”
풀 출판사.
비록 세금 때문에 푸른숲 출판사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되어 있었지만, 그 모든 자금은 푸른숲 출판사로 들어갔다.
결국 자회사 느낌으로 풀 출판사는 푸른숲 출판사 밑에 있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난 김두식이 게일 작가에게 말한 사실을 정말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예? 저희 뒤통수치고 나온 거 아니었어요?”
“뭐?”
성용 형님이 당황했다.
내가 뒤통수치잔 것처럼 이야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근데 치면 어때?
게일 작가한테 말한 걸로 보면 주변에도 이제 성용 형님이 뒤통수치고 나가서 차린 회사라고 소문날 게 불 보듯 뻔했다.
내가 알기로 게일 작가가 성격도 거지같지만, 주둥이도 참 간수 못하는 아저씨였으니까.
이건 무조건이었다.
소문나는 건.
그때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김재민이 대신 했다.
“대리님, 그냥 저희 진짜 저지르는 건 어때요?”
자기 부사수인 김재민이 그런 소리를 하자 성용 형님이 말도 안 된다며 나무랐다.
“뭐라는 거야, 김재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여기선 내가 답했다.
말도 안 된다?
“안 될 건 없죠.”
“뭐?”
연차례 당황하는 성용 형님.
일단 이 이야기는 직원들 다 있는 데서가 아닌 자리에서 해야 할 것 같았다.
날 황당하게 보고 있는 성용 형님에게서 잠시 직원들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다들 소고기부터 배불리 드시죠. 오늘은 제가 쏘는 거니 가격 생각하지 말고 시키세요.”
내 말에 김재민이 신난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럼 작가님, 비싼 걸로 막 시켜도 되나요?!”
“물론이죠.”
이 사람들이 배터지도록 먹는다고 내 잔고가 허덕일 일은 없었다.
마음껏 먹으라고 하니 다들 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오! 이준경 작가님 짱!”
“최고!”
그렇게 ‘우리’ 출판사의 첫 회식을 마쳤다.
직원들은 다들 보내고 성용 형님과는 조용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근처 바로 갔다.
처르치 17년산을 시키니 바텐더들이 옆에 앉으려고 했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술만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둘이서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따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형님, 솔직히 그런 이야기 듣곤 화가 안 나십니까?”
“화나지. 근데 어떻게 해? 내 월급은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그럼 월급을 줄 사람만 있으면 푸른숲 출판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거네요?”
“마치 네가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못 줄 건 없죠.”
“뭐?”
현재 성용 형님이 받는 월급이 200만 원이다.
세무만 봐주는 걸로 철이가 타가는 월급이 200만 원이다. 물론, 나중에 절세한 만큼 주기로 한 급여에서 까는 형태였지만.
어쨌거나 성용 형님이라면 200만 원이 아니라 그 두 배도 월급으로 줘도 아깝지 않았다.
다들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버티며 잔뼈 굵은 편집자…… 아니, 단순 편집자도 아니고 관리자 역할이 되는 경력자에겐 500만 원도 아깝지 않았다.
물론, 유료연재 시장이 오기 전 시장에선 조금 부담이 갈지도 몰랐다.
근데 어디까지나 그건 일반 출판사 입장이고.
충분히 많이 버는 내 입장에서 그리 부담될 게 없었다.
애당초 법인으로 만들면서 나 역시 월급쟁이가 되고, 자금이 전부 회사에 묶였으니 차라리 성용 형님 월급 좀 거하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월급을 주겠다고 말하자 당황한 성용 형님에게 난 한 번 풀 출판사를 가져오는 쪽으로 이야기해 봤다.
“솔직히 지금 풀 출판사의 지분은 형님하고 제가 반반씩 갖고 있으니 저희 회사나 다름없죠.”
“그렇긴 하지. 사장님이 갖고 있다가 관련 있는 출판사란 게 들키면 세금을 때려 맞으니까.”
그랬다.
이게 김두식 사장의 잘못이었다.
차라리 과세 맞을 각오를 했어야만 했다.
조용히 넘어가면 좋은 거고, 들키면 어쩔 수 없단 생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서 지분을 자신과 가족들에게 분산해 놓고 있었으면 이진우에게 그리 쉽게 풀 출판사를 뺏기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그 말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 풀 출판사도 온전히 가져올 수 있단 소리였다.
그나저나 난 자세한 내용까진 잘 몰랐다.
풀 출판사가 독립하기 전까지도 그쪽 라인을 관리하던 게 장도철에 이어서 성용 형님이었으니까.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혹여나 성용 형님은 그 내막을 아는지 물어봤다.
회귀하기 전이라면 푸른숲 출판사에선 장도철이 관리하고, 풀 출판사는 이진우가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풀 출판사의 사장이 성용 형님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성용 형님이 어느 정도 푸른숲 출판사와 풀 출판사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으리라.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해 확인했다.
“근데 풀 출판사가 번 돈은 전부 푸른숲 출판사로 들어가잖습니까? 그건 안 걸립니까?”
“매출 중 수익에 대한 세금하고 직원들 월급은 풀 출판사 명의로 처리하거든. 그리고 남은 자금을 전부 인쇄, 물류 등 모든 걸 푸른숲 출판사에게 위탁해서 하는 것처럼 꾸며서 현찰로 자금을 조달해. 이미 풀 출판사로도 허위 장부를 만들고, 이차적으로 또 푸른숲 출판사에서 허위 장부를 만들어서 최대한 세금을 줄이더라.”
아무래도 풀 출판사의 사장으로 있다 보니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허위 장부를 두 차례나 걸친다니.
“많이 해먹겠네요.”
“돈 많은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지. 게다가 국세청이 장르 시장 출판사를 따로 세무조사할 일은 없으니까.”
아! 그래, 김두식이 안일하게 생각한 게 바로 저거였다.
굳이 국세청에서 돈 더 많이 버는 기업들 대상으로 조사해도 모자를 판국이니 일개 출판사인 자신들은 조사받지 않는다.
“그 말씀은 세무조사하게 되면 꽤 두들겨 맞겠네요.”
“그렇겠지?”
그거였다.
이진우가 풀 출판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방법.
푸른숲 출판사에 세무조사가 들어왔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걸로 과세를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거기서 이진우가 김두식을 협박했다.
풀 출판사를 완전 독립시켜 주지 않으면 계속 신고할 거라고.
어차피 자금은 푸른숲으로 들어갔기에 과세를 때려 맞는 건 오롯이 김두식의 몫이었다.
어차피 풀 출판사가 지닌 자금은 별로 없으니 과세를 맞아봤자 그리 크지도 않았다.
게다가 푸른숲 출판사에게 대금을 넘기기 전 돈은 풀 출판사에 있었으니 그걸로 막으면 그만이었다.
풀 출판사가 푸른숲 출판사에게 돈을 무조건적으로 넘겨야 하는 제약 따윈 없었으니까.
이미 풀 출판사를 독립시킬 방법은 잘 알았다.
게다가 현재 풀 출판사의 직원들도 아까 장어구이집에서 김두식이 한 말을 듣고 불만으로 가득 찬 상태.
성용 형님이라고 다를까?
방금 내가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하니 눈빛이 흔들리는 걸 봤다.
난 처르치 17년산이 담긴 잔을 성용 형님에게 내밀며 제안했다.
“이참에 바지사장이 아니라 진짜 사장님이 되시는 건 어떻습니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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