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16)
01016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나는 헬시민이다 =========================================================================
결정체 광맥을 찾아라!
한국은 난데없이 일어난 크리스탈 러시에 몸살을 앓았다. 전라남도 야산은 파헤쳐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대기업들은 수많은 인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광맥을 찾으러 다녔고, 그들이 내건 상금에 눈이 혹한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광맥을 찾아내기만 해도 상금 50억 원이래!”
“대박, 내가 찾아낼 거야! 내가 찾겠어!”
“GCS가 결정체로 만든다지? 좋아, 내가 반드시 찾고야 말겠어!”
풍운의 꿈을 품은 이들이 전남으로 몰려들었다. 결정체 광맥을 찾아내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는다!
전라남도와 광주시는 하루아침에 수십만 넘게 늘어난 유동인구에 온 지역이 떠들썩거렸다. 아예 도와 시에서 발 벗고 나서서 결정체 열풍을 더욱 부채질했다.
모두가 마약에라도 취한 듯이 결정체 광맥을 찾으러 다녔다. 특히 유지웅이 매입한 야산의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금방이라도 결정체 광맥을 찾을 줄 알았고, 다들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광맥이 있긴 한 거야? 파헤쳐진 흔적조차 없어!”
“대기업들도 철수를 준비 중이라는데? 이거 어쩌지?”
싸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정체 광맥을 찾아낼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지역을 감싸왔다.
그렇게 희망과 열풍이 찬물 끼얹은 듯이 식어갈 무렵, 서울에서 9대 재벌 총수의 비밀 회담이 열렸다. 델지그룹은 제외한 숫자였다.
“믿을 수가 없군. 아직도 광맥을 못 찾아내다니…….”
“지난 몇 달 동안 뒤지지 않은 산이 없습니다만, 광맥 같은 건 낌새도 안 보였다는군요.”
“혹시 속임수가 아니오? 본래 광맥이 거기에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라테 그룹은 심정이 불편했다. GCS 제조법을 특허로 내는 조건으로 유지웅에게 지급된 40조 원 중, 25조 원은 그룹에서 출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테 그룹만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40조 원 중 나머지 15조 원은 누가 댔겠는가? 정부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 15조 원은 이 자리에 모인 8개 그룹이 힘을 합쳐 낸 것이다. 상당한 출혈이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광맥을 찾아내야만 했다.
광맥을 찾아내기만 하면 손실을 만회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기업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런 장밋빛 꿈을 품고 지난 몇 달 간 샅샅이 뒤졌다. 헌데 광맥은 도대체가 보이지를 않는다.
“언제까지 이대로 시간만 끌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소?”
“차라리 타협을 하는 게 어떻습니까?”
“타협. 으음…….”
담성그룹 부회장, 이용무의 제안에 총수들은 저마다 앓는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비록 부회장이지만 국내 1위 재벌의 장남으로, 차기 총수 자리가 확실시 된 인물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친을 대신해서 사실상 담성의 총수였다.
비록 부회장이지만 그의 제안이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그 친구가 과연 말을 듣겠소? 이미 몇 십 조 원을 두둑이 쌓아두고 있는데.”
“그거야 회수하면 되지요. 과학부에서 지급한 40조 원은 회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준 돈을 뺏으면 반발이 적지 않을 텐데…….”
“그걸 가지고 잘 달래면 됩니다. 그 친구도 돈 맛을 알았으니 지금처럼 뻗대지는 못하겠지요.”
유지웅의 금융 자산은 약 46조 1,84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 중 6조 1,840억 원은 GCS로 벌어들인 돈이니, 손을 델 수 없다. 하지만 남은 40조 원은 명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가능하다.
“40조 원을 뺏길 지경에 처하면 그 친구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걸 노리는 겁니다.”
재벌들은 입을 앙 다물고 있는 하룻강아지에게 채찍을 휘두르기로 결심했고, 그 합의는 즉각 정부에 전해졌다.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다시 유지웅을 찾았다.
“뭐라고요? 40조 원을 내놓으라고?”
“그렇습니다.”
“아니, 니들이 GCS 제조법 특허 신청 하라면서요! 니들이 특허만 신청해도 지원금으로 40조 원 준대놓고, 이제 와서 다시 가져가는 게 어디 있어!”
“불완전한 특허이지 않습니까. 특허 내용도 여러 모로 부실하고요. 완전한 GCS 제조법을 제대로 신청하시면 40조 원은 다시 드리겠습니다.”
정효주는 흥분한 유지웅을 가만히 달랬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방긋 웃음을 짓고 그녀가 대신 나섰다.
“정부와 협의한 사항에는 GCS 제조법을 특허 신청하라는 거였지, 결정체에 관한 내용은 일절 없었는데요.”
“그때는 우리 정부가 결정체에 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청하신 특허 내용은 부실하고, 불완전해서 40조 원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그게 억지라는 건 알고 계시나요?”
“억지라니요, 당치도 않습…….”
“우리에게 억지로 보인다면 억지인 거예요. 왜요, 라테그룹이 이제 와서 돈 아까우니까 다시 내놓으라던가요?”
나민규는 흠칫 놀랐다. 느닷없이 라테 그룹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정효주는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 좋습니다. 일이 시끄러워지는 건 저도 귀찮고, 더러워서 다시 돌려드리죠. 지웅아.”
“정말 돌려주게? 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그 새끼들 희희낙락하는 꼴은 보기 싫은데.”
“백 대 때리기 위해서 한 대 때리는 거 참는 거라 생각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유지웅은 주섬주섬 뭔가를 챙겨 일어났다. 그가 자리를 나가자 나민규는 당황해서 정효주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은행 가요. 40조 원 돌려달라면서요?”
나민규는 더욱 더 당황했다.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다.
상부의 진정한 의도는 40조 원을 무기로 협박하여 광맥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쿨하게 돌려주겠다니?
그가 나가고 얼마 후 정효주는 전화를 확인하더니 싱긋 웃으며 돌아봤다.
“입금했대요. 확인해보세요.”
“어, 그게…… 그건 그러니까…….”
“참고로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결정체 광맥? 잘 찾아보시던가요. 우리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거니까.”
결국 나민규는 아무런 소득 없이 힘없이 일어나야만 했다.
* * *
재벌 총수들은 다시 회담을 가졌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40조 원을 돌려받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건 자신들이 바라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전남 야산을 뒤집고 다니느라 지출한 비용을 생각하면 큰 손해였다.
“설마 40조 원을 돌려줄 줄은 몰랐습니다.”
이용무 담성 부회장도 민망한지 그렇게 입을 열었다. 총수들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일이 단단히 꼬였다.
“아무래도 그 친구가 단단히 삐친 것 같은데…….”
광맥 위치를 아는 건 유지웅측뿐이다. 광맥 위치만 알아낼 수 있다면 그깟 40조 원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정체 산업을 형성하기만 한다면, 40조 달러도 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
때마침 미국은 대선이 얽혀 있어 평소만큼 한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은 반공산당 움직임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처지고, 일본도 개헌을 놓고 이리저리 바쁘다.
즉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는, 지금이 마침 자국 몫으로 가져갈 결정체 파이를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적기라는 소리다.
그런데 당사자가 입을 앙 다물고 있으니…….
“이왕 이리 된 거 어쩔 수 없소. 이제 와서 그 친구를 달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다시금 전남 지역을 뒤져야겠소.”
“그럽시다.”
“어차피 조그만 땅덩어리, 뒤지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그렇게 총수들은 합의를 보았다.
* * *
두 달이 더 지났다.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국민들은 힘을 합쳐 결정체 광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더 많은 장비를 동원했다.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인 수색 작업이었다.
수색 작업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결정체 산업 규모를 예상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수백 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예측 작업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최윤의 발표나 발언을 사소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분석 작업에 동원했다.
“건축, 화학, 정밀, 중공업, 의학, 그야말로 모든 산업 분야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패권을 쥘 수 있는 겁니다.”
“예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너무 아득해서 그 수치를 잡는 것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매출 100조 달러 이상을 넘어가는 거대한 규모가 될 거라는 겁니다.”
100조 달러 이상의 시장.
허황된 수치 같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모든 산업 영역을 지배한다고 보면, 절대 허황된 숫자가 아니다.
정부와 대기업 총수들은 확신했다. 이것은 결코 한국이 혼자서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아니다. 주변국에서 필히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것이다. 자칫 결정체를 놓고 세계 3차대전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100조 달러 이상이라는 숫자에 놀란 김호 대통령은 결국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유지웅에게 보냈다. 이미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100조 달러라잖아!
장관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탐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와 대기업을 우습게 여기는 안하무인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파랗게 어린 고아 녀석이 건방지지 않은가.
“결정체 산업에 적극 협조를 바란다고요?”
“그렇다네.”
“싫은데요. 40조 원 뺏어갈 땐 언제고? 나 이제 어떤 거래도 안 할 겁니다.”
“그러지 말고, 생각을 다시 돌리게. 40조 원은 이 자리에서 바로 돌려줄 수도 있네.”
“흥! 또 뺏어갈 거면서 뭐 하러 돌려줍니까? 그냥 넣어두세요. 그리고 아저씨.”
‘아, 아저씨?’
장관은 순간 이마가 꿈틀했다. 지금 이 나라의 장관한테 아저씨라고 한 거?
“연장자이신 건 알겠는데 사업차 이야기 하러 오셨으면서 초면에 대뜸 말을 놓으시면 제가 기분이 좋겠어요? 안 좋겠어요?”
“……내가 실례했어요.”
장관은 이를 악물고 사과했다. 유지웅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무튼 헬조선은 죄다 헬정부고 헬기업이라 아무도 못 믿겠어요. 그러니까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할래요.”
“……어떡하면 정부를 믿을 수 있겠어요?”
“안 믿는다니까 그러시네요.”
유지웅은 툴툴거리며 일어났다. 더 이야기하기 싫다는 제스처였다.
장관은 어깨를 부르르 떨며 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그걸 보고 정효주가 피식거리며 나섰다.
“지웅이가 화가 많이 났네요. 이번에 실망이 참 컸거든요.”
“……어떻게 설득할 수 없습니까?”
“쟨 감정적인 애라서 한 번 삐치면 그거 알아서 풀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마음 못 돌려요. 3경 원을 준대도 자기 자존심은 안 굽힐 애거든요.”
장관은 속으로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대단히 강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았다. 앞으로 그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야 겨우.
“일단은 선물 준비해오신 건 두고 가세요. 그럼 마음이 풀어질지 혹시 알아요?”
선물은 일단 두고 가란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요구에 장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도 기가 막히게 이쁜 주제에 알뜰하고 뻔뻔하기까지 하다니.
“지금 나에게 말하면 됩니다.”
“아, 받고 싶은 걸 제가 말하면 되나요? 그럼 그럴게요. 아참, 선물을 받는다고 지웅이 마음이 풀어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렇다고 선물을 다시 돌려드리지도 않아요. 이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는데요.”
“……잊지 않으리다.”
정효주는 싱긋 웃으며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A4 한 장으로 정리된 선물 목록이었다. 생각보다 선물 요구가 빈약한데, 하고 내용을 확인하던 장관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것들이 정말 통과될 거라 생각하세요?”
“안 되면 말구요. 우린 아쉬운 거 없어요. 지금 가진 것만 해도 남태평양에 섬 하나 사서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데요.”
“그래도 이건……!”
50조 원의 현금, 이건 괜찮다. 전에 뺏은 40조 원에 벌칙금이 붙었다 여기면 되니까.
결정체 채굴산업의 독점, 이것도 나쁘지 않다. 그 정도 선물은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채굴산업을 넘어서, 결정체 1차 산업시장을 유지웅이 직접 주도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야 아무 상관없지만, 다른 대기업들은? 그들에게도 뭔가 선물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아직 요구 사항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일단 4번째 요구 사항이 엄청났다.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 영구적으로 완전 면제? 이게 정말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하시오!”
“그럼 남태평양 섬에나 가면 그만이죠.”
요구 선물 목록.
아직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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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서 살아남는 법 : 트롤시민…. 아니 헬시민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