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60)
1060 < — 동상이몽 — >
다행스럽게도 결정체 총물량의 3/4이 유지웅 손에 의해 사라졌다는 사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적어도 최소한의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은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비상회의가 끝나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 측근들은 헐레벌떡 청와대 집무실로 모여야 했다.
“유지웅 의장이 UCC 영상을 편집해서 직접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이미 누적 조회수가 2억을 넘었습니다!”
“영상? 무슨 영상을 말하는 겁니까?”
“당연히 결정체의 3/4을 날려버린 그 장면 말입니다! 그걸 영상으로 모두 찍어 친절하게 편집까지 마친 뒤 인터넷에 올렸단 말입니다!”
아까 낮까지만 해도 한미일중 밖에 몰랐던 사건.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은 물론이고 온 세계가 다 아는 사건이 되었다.
당사자가 스스로 공개를 했다는 것에 김호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무 위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아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수뇌부도 지금만큼은 한 마음 한 뜻일 것 같다.
“북한도 그럼……?”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모를 수가 없지요. 2억 뷰가 넘은 게 언제인데요.”
김호 대통령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북한이 결정체의 3/4이 사라진 걸 알고도 지금처럼 얌전하게 욕만 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 걱정을 했던 게 언제더라? 이제 한나절은 지났으려나?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 모근을 그 무거운 고민에 시달리게 한 몇 시간 전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아직까지는 북한이 별 반응 없습니다. 내부적으로 취해야 할 포지션을 잡느라 고민이 깊은 모양입니다.”
“모든 군에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하세요. 언제든 북한이 무력 도발을 시도해도 문제없도록 철저히.”
“염려 마십시오. 우리 군은 언제든 북한의 무력 도발을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자신감에 찬 대답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북한 지도부다. 하물며 5경 달러가 넘는 결정체가 사라졌다는 것을 안 지금,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7경 5,000조 원의 가치를 지닌 결정체 물량의 75%를 단숨에 날려버린 유지웅의 퍼포먼스에 전 세계는 경악했다. 어떤 이는 그런 행위를 북한의 핵 위협에 비교하기도 했다. 물론 칼같이 반박 당했다.
“핵 실험한다, 핵 보유한다, 그렇게 위협만 가하는 것과 이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냐! 지웅이 형님은 시원하게 5경 6,250조 달러를 불태워버리셨다고!”
“맞다. 퍼포먼스로 치자면 북핵 따위는 비교할 수조차 없지.”
“우리들은 지웅이 형님이 북한 백두혈통으로 태어나지 않은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만약 지웅이 형님이 북한 독재자였으면 일단 핵부터 세 방 정도 터트린 다음에 대화를 시도하셨을 지도 몰라.”
“아니, 그래도 핵 터트리는 거랑 결정체 태워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지 않아?”
“너, 5경 6,250조 달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원화로 치면 5,625경 원이고, 한 사람 당 100억 원씩 56억 2,500만 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돈이라고!”
“그렇게 계산하니까 확 와 닿네.”
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유지웅은 채굴한 결정체 보유량을 가지고 어떤 협상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결정체를 없애버렸는지 밝혀진 것도 없기에, 정부로서는 겁을 먹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공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그저 손가락을 튕기기만 했는데 결정체가 사라져 버리다니.
그런 상황에서 결정체를 강탈해봤자 무슨 소용이며, 유지웅을 억류해봤자 또 무슨 의미란 말인가.
“56억 명이 넘는 이들한테 각자 100억 원씩 줄 수 있는 돈이라니. 그 정도면 핵폭탄 맞네. 사회 경제망을 붕괴시켜버릴 핵폭탄.”
“열폭풍과 방사선으로 사람을 죽이는 대신, 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핵폭탄이네.”
“그럼 우리나라는 원자핵폭탄과 경제 핵폭탄 두 개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 거임? 개이득 아닌가?”
“북핵이 왜 우리 거야? 결정체 핵폭탄만 우리 거지.”
세계는 유지웅의 과감성에 전율했고, 또 한편으로는 긴장했다.
결정체를 둘러싼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더욱 날카로워질 거라는 예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정체에 자기들 지분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걸 3/4이나 태워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나올까?”
“나라도 눈이 뒤집어질 일이지. 그 돈이면 북한이 단숨에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데.”
“근데 결정체에 북한 몫이 있다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북한 소유인 것처럼 말하는 거야?”
“북한 소유라고 생각해서가 아니고, 북한이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것 때문이야.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는 손해 봤다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든 행동할 텐데, 그게 우리나라에 좋게 작용할 일은 없잖아?”
“지금 군에 전체 휴가 통제 내려왔다더라. 휴가나 외출 나온 장병들도 모조리 귀대시켰대.”
휴전선 일대를 중심으로 한반도 전체에 긴장감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경직성은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퍼져 나갔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정세와 무관한 제3세계나 유럽, 중동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한반도라는 거대한 화약고 뒷산에 큼지막한 산불이 난 상황이니, 어느 누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결정체 때문에 3차 세계대전 일어난다.”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유지웅에 관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천방지축에 똘끼 넘치는 악동이지만, 결국에는 통제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해줄 것이다.
젊음을 태워 만들어지는 객기는, 세월에 흐름에 결국 파묻히게 될 테니까. 언젠가는 유지웅도 자신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진정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5경 달러 이상의 재화를 태워버리다니……. 이건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 아닌가요?”
“하지만 유지웅 그 친구는 전혀 미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냉정한 계산 끝에 행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친 게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으로 5경 달러를 불태워버린 거면 더 큰 문제 아닙니까?”
담성그룹 이형원 부회장은 입을 꾹 닫은 채 임원들의 회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유지웅은 지금까지 자신이 접한 경제적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임원이 문득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유지웅 의장을 보면서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갑자기 웬 게임?”
몇 몇 임원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말을 꺼낸 임원이 머쓱해하자, 이형원이 차분히 나섰다.
“흥미롭군요. 계속 설명해보세요.”
“아,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이형원이 편을 들어주자 그 임원은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도시건설 게임이나 전략 경영 게임 같은 것을 하다 보면 막대한 재화나 돈을 움직이게 되잖습니까. 게임 안에서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게이머한테는 실제로 그런 가치가 없지요.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이니까요.”
어느새 다들 진지하게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러니 큰돈을 들여 도시를 건설하고, 또 막대한 재화를 날려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죠. 그것은 게임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유지웅 의장의 태도도 그와 비슷하다?”
“네, 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닙니다. 그리고 유지웅 의장도 그런 건 알고 있을 텐데요.”
“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유지웅 의장이 세상을 경영하는 태도는 도시나 국가 경영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마음가짐과 흡사합니다. 그 점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앞으로 그의 행동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이형원은 방금 그 말을 한 임원을 눈여겨보았다.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살찐 50대 중년 남자다. 입가에는 간사한 미소가 패시브처럼 걸려 있으며, 어울리지 않게 눈망울은 또 초롱초롱하고 맑다.
임원 회의에서 자주 봤던 것 같은데 그다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존재감이 없었다.
“이름이?”
“김범석입니다, 부회장님.”
“회의 끝나고 나 좀 봅시다.”
“예?”
잠깐 좀 보자고 했을 뿐인데, 탈모에 살찐 얼굴이 벌써부터 파리해지고 있었다. 이형원은 왜 저러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왜 그러죠?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
“아, 아닙니다. 그것이…….”
김범석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전무가 재빨리 귓속말을 했다.
“김범석 이사가 원래 높은 사람과 단둘이 만나는 자리를 무서워합니다. 생긴 것 같지 않게 간이 작고 겁이 많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적응하세요.”
이형원은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담성그룹 임원까지 올라올 수 있었지? 임원 승진은커녕 부장 자리까지도 못 올라올 성격이 아닌가?
“모두 나가보세요. 김 이사만 자리에 남고.”
동료 임원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회의실을 나가자 김범석의 표정도 더욱 창백해졌다. 그 점이 몹시 못마땅했지만, 이형원은 일단 차분히 마음을 다스렸다.
“김 이사의 발상,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유지웅 그 친구는 게임하듯이 사업을 하고 있다…… 결국 그 말이지요?”
“네, 네. 마음가짐은 비슷한 것 같다고…… 제가 게임을 좀 오래 해본 터라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발음이나 말은 어눌하지 않고 또박또박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좋아요, 그럼 김 이사 생각에는 우리 그룹이 그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 것 같습니까?”
“그 답은…… 바로 NPC입니다.”
이형원은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NPC? 그건 뭡니까?”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인공지능 캐릭터들을 말합니다. 보통 게이머에게 퀘스트를 주거나, 게임 내의 세계관을 설명하거나, 혹은 게임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아, 뭔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NPC에 그 답이 있다는 말은 무슨 의미죠?”
“우리 담성그룹이 NPC가 되어야 합니다.”
“……?”
“게이머가 애착을 가지고 애지중지 여기며 키워주고 싶은 그런 귀여운 NPC가 되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를 대해야 합니다.”
이형원은 한순간이지만 이 자리에서 바로 사표를 받아야 하는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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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000가지의 미래 중, 유노스를 공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
김닥스 : 이게 최종국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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