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7)
00107 저걸 잡아줄까? =========================================================================
제인은 정신이 멍해졌다. 누가 감히 미국에 이런 폭언을 퍼부을 수 있는가? 악의 축이라니!
미국은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멍했다. 화를 내야 하나? 아니면 항의해야 하나?
“캡틴.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
“닥쳐요! 지금 전 세계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고는 뭐가 잘났다고 그리 뻗대! 입 다물고 얌전히 처분이나 기다려요! 이 망할 인간들아!”
“이, 이러시면 심각한 외교적 비하로…….”
“아, 뭐? 좋아! 당장 기자회견 갖겠어! 지금 이 사실을 전 세계에 널리 널리 퍼뜨릴 거야! 미국이 제일 먼저 망할 테니 어서 미국 떠나라고! 외교적 비하? 어디 얼마나 잘 비하되는지 두고 보자고요!”
“캐, 캡틴!”
미국 측 인물들은 버벅거렸다. 특히 제인은 눈앞이 깜깜했다. 성난 마르콜의 호통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또 다시 실패하면 내가 책임지고 CIA를 없애버릴 테니, 그리 알고 있게!’
겨우 진정한 제인이 반박했다.
“캡틴이 설령 그런 말을 한다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말입니다.”
“난 악과 한 약속은 안 지켜요.”
“아, 악? 우리 미국이 악이란 말입니까?”
“그럼 악이 아니고 뭔데요?”
유지웅은 벌떡 일어났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미국측 인물들을 노려봤다. 제인은 방아쇠를 당기고픈 충동을 느꼈다. 여기서 차라리 묻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칼리타를 잡고 존슨 우주센터를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칼리타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유지웅뿐이었다.
“캡틴.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계속…….”
“악과 할 이야기는 없어요.”
유지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제인은 허망한 얼굴로 등만 바라봤다. 진심으로 쏴죽이고 싶었다.
딱!
재떨이가 날아왔다. 제인은 반사적으로 피하려다가 얼른 꿋꿋이 서서 재떨이를 맞았다. 이마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피가 흘렀지만 참았다.
워싱턴 주지사, 마르콜이 넥타이를 풀고 씩씩거렸다.
“한 번만 더 일처리를 그딴 식으로 하면 내가 책임지고 CIA를 없앤다고 했나, 안 했나?”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면 어떡할 거야! 제니스 캡틴이 우리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캡틴이 뭐라고 했다고?”
“……악의 축이라고 했습니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국방과학연구소 녀석들은 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 위험한 무기를 만든 거냐고! 앙!”
제인은 억울했다. 존슨 우주센터에 있는 ‘신무기’는 CIA가 만든 게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녀석들이 딜러 없이 레드 몹을 한 방에 녹여버리는 무기를 만들어보겠답시고 싸지른 실패작이었다.
“미국에 도움 하나 안 되는 망할 녀석들. 국방과학연구소나 CIA나 다 똑같아. 에휴.”
마르콜은 계속 혀를 찼다. 모든 게 못마땅하고 짜증이 났다.
“우리 SC컴퍼니가 그딴 실패작이나 만들라고 연방 정부에 싼 값에 결정체를 공급한 줄 아나? 망할 녀석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든 칼리타를 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망할 CIA 누군가가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는 바람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제니스 캡틴이 선뜻 나설 것 같나?”
“휴스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차피 피해를 입는 건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캡틴도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주 가관이군. 가뜩이나 어그로 안 먹히는 녀석인데 그 꼭 잡아야 하는 이유까지 알려줬으니, 캡틴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쉽게 잡아줄 것 같나?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
“…….”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게. 내가 직접 협상하겠네.”
제니스 공격대는 귀국 준비로 바빴다. 미국 정부 측에서 사람들이 계속 나와서 간청했지만, 유지웅은 들은 체도 않았다. 우주센터에 있는 신 방사능 물질을 모르는 일반 대원들은 그냥 칼리타가 위험하니까 안 하는가 보다, 하고만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마르콜 주지사가 찾아왔다. 처음 유지웅은 워싱턴 주지사가 왜 왔는지 의아했으나, 그가 SC컴퍼니의 대주주란 말에 아하 하고 납득했다. 보안을 위해서 마르콜은 따로 개인 통역사를 대동했다.
“존슨 우주센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미국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에까지 결국 그 피해가 가게 됩니다. 그러니 조기에 진압하는 게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을까요?”
“한 마디로 당신네들이 싸지른 걸 우리가 뒤집어쓰란 거네요. 우리가 왜요?”
말에 가시가 잔뜩 섰다. 그래도 주지사나 되는 인물과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격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쪽이 그걸 따지고 들 입장이 아니었다. 저쪽 입장에서는 미국은 정말 죽일 놈의 나라일 테니.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사실 저는 그런 무기를 개발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녀석들이 멋대로 비밀리에 추진한 계획이었지요.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
“악의 축이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백 번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나든지 간에 해당 연구진은 제가 갈아 마시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마르콜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금 서글퍼졌다. 언제부터 미국이 일개 개인한테 이렇게 쩔쩔매게 되었나? 아무리 비공식적인 자리지만, 악의 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매달리게 되었나?
‘망할 국과소 놈들!’
이게 다 그 놈들 때문이다. 마르콜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절대로 가만 두지 않으리라.
입을 닫은 유지웅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마르콜은 거듭 그를 설득했다.
“일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칼리타를 처치하고 로켓을 발사하지 않으면 그 신물질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말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귀하 외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인물이 없습니다.”
“조건이 있어요.”
“얼마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공격대원 전원에게 2,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셔야 해요. 지원팀도 마찬가지고요. 본래 약속한 1억 달러까지 합쳐서 33억 6,000만 달러네요.”
칼리타를 처치할 수만 있다면 지급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마르콜은 시원스럽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어떻게든 칼리타를 처치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의심도 드네요. 그에 대한 보험도 들어놔야겠어요.”
개인 자격으로, 감히 미국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냐고 당당하게 의심 할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 마르콜은 그게 또 서글펐으나 지금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망할 국과소 놈들!’
그는 속으로 이를 갈면서 겉으로는 웃어 보였다.
“어떡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보증금 50억 달러를 저한테 맡기세요. 미국이 거짓말을 한 게 없고 모든 게 사실이라면 나중에 고스란히 돌려드릴게요. 하지만 만약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뭔가 숨긴 게 있다면 제가 가질 거예요. 이상이 제 조건이에요.”
“……하겠습니다.”
마르콜은 내심 찜찜했다. 휴스턴 사태는 사실 그의 책임이 아니었다. 연방 정부 소속 연구진 녀석들이 뭔가 신무기를 만든답시고 일을 벌인 게 그에게까지 불똥이 튀었을 뿐이다.
‘설마 그 녀석들이 숨긴 건 없겠지?’
그렇게 믿고 싶긴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 봐야 했다.
“대신 50억 달러의 보증금은 만기 없는 미국 국채로 대신하면 안 되겠습니까? 귀하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는 국채로 말입니다.”
“……좋아요. 그 정도야 뭐.”
“감사합니다.”
“그럼 대원들과 의논하고 말씀드릴게요.”
“……예?”
마르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기가 다 좋게 끝난 게 아니었나? 아니, 칼리타를 잡아주겠다고 수락한 거 아니었나?
유지웅은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는 듯이 말했다.
“위험한 일인데 당연히 대원들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고 의논을 해야지요. 어떻게 이런 걸 제 독단으로 정해요? 대원들 목숨도 달려 있는 일인데.”
“저기, 신물질 이야기는 극비인지라…….”
“그것도 말할 거예요. 말하지 않고는 의논이 안 되니까요.”
“캡틴! 그것만은 안 됩니다! 그 일이 흘러나가면 미국은 국제적인 곤란에 빠지게 됩니다!”
“대원들에게 외부로 흘리지 말라고 말은 해둘게요. 공격대 내부 비밀이니까 그 정도는 지킬 거예요.”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뭐 그래도 새어나가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당신들이 저지른 일, 대가를 치른다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캐, 캡틴! 제발!”
“그러게 누가 그런 거 만들래요?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사람이지.”
통역가는 고심 끝에 마지막 말은 통역하지 않았다.
적어도 50년이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반드시 칼리타를 잡고 휴스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지웅은 그 정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미국이 저지른 사고를 군말 없이 처리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33억 6,000만 달러의 추가 지불은 그에 대한 대가였다. 이 돈은 결정체 매각비와 별개로, 레이드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균등 분배를 할 생각이었다.
또 미국이 뭘 더 숨기고 있을지 의심이 갔다. 그래서 50억 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쥐꼬리만 한 거라도 숨긴 게 있다면 돌려주지 않을 참이었다.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레이드에 참가할지 말지는 여러분 개인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저와 메인 탱커는 참가합니다.”
유지웅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참가 여부를 각자 자유에 맡겼다. 대원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모두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이 일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면 미국은 크게 곤란해지겠네요?”
“말하지 말라고 부탁은 하더군요. 여러분도 공격대 외부로 흘리지 마세요.”
“만약 발설하면 공격대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나요?”
“우리 잘못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외부로 흘러나가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다 미국 팔자니까.”
대원들은 그가 참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보통 인물이었으면 미국의 눈치를 보거나 국제 역학 관계를 신경 쓰느라 저렇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참가하면 10억의 투입 수당 외에 2,0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 되는 거죠?”
“네. 위험한 일이니까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미국에서 그만큼 돈을 뜯어냈습니다.”
긴장한 와중에도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그것 외에도 50억 달러의 보증금을 뜯어내기로 했는데요. 그건 똑같이 나누지 않을 거예요. 아, 그렇다고 저 혼자 먹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니 적당히 나누기는 할 거예요. 근데 미국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돌려줘야 할 돈이니 기대하지 마세요.”
“그럼 나중에 받아내시지, 왜 미리 달라고 하셨어요?”
“레이드 끝나고 입 싹 씻으면 곤란하니까요. 전부 다 선불로 받고 레이드에 투입하기로 했어요. 83억 6,000만 달러에서 1달러라도 부족하면 안 움직일 겁니다.”
제니스 공격대원은 깊이 고민했다. 유지웅은 그들에게 며칠의 시간을 주었다. 그들은 꼬박 사흘을 고민한 끝에 전원 레이드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대원들이 의사 결정을 고뇌하는 동안 장태준은 칼리타를 상대하기 위한 대응 전술을 연구했다.
대응 전술과 레이드 준비가 다 끝나고 유지웅은 마르콜 및 백악관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레이드하기로 했으니 돈부터 얼른 주시죠. 어음, 당좌수표는 안 받습니다. 현금과 국채만 받아요.”
본래 83억 6,000만 달러를 준비했던 미국은 그 자리에서 90억 달러를 뜯겼다. 마르콜이 왜 돈이 늘어났냐고 묻자 유지웅은 이렇게 대답했다.
“리베이트인데요.”
마르콜은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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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소년은 어른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