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80)
1080
미국이 UN에서 꺼낸 제안 때문에 중국 측은 발칵 뒤집어졌다.
중국 정부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말이라며 단숨에 일축해버렸다.
“창춘시 인근은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또 산업과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그런 귀중한 땅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미 창춘시는 대부분의 거주민들이 피신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피난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핵을 써서 필드 드래곤을 섬멸해야 합니다.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 조속히 필드 드래곤을 처리해야 합니다.”
황백호의 등장으로 흐지부지됐다지만, 중국과 미국은 이미 한 차례 교전을 치른 상황이었다. 언제 민간 무역 및 국가 거래가 중단돼도 이상하지 않다.
때문에 양국 기업 및 민간 거래 주체들은 두 나라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거래가 끊어질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는 중국 측이 훨씬 크게 입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놓고 중국의 심기를 자극했으니, 당연히 분위기는 팽팽하게 달아올랐다.
“필드 드래곤은 핵이 아니고는 제압할 수 없는 괴수입니다. 이미 모앱 폭탄을 비롯한 모든 재래식 무기를 사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만약 필드 드래곤이 민간인 밀집 지대를 침범하게 되면, 후회는 너무 늦습니다.”
미국의 주장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가입국들의 고개를 끄덕여지게 만들 만큼.
이미 그들은 필드 드래곤이 미군이 온 힘을 다한 폭격 속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은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말이 옳아요.”
“필드 드래곤이 더 큰 피해를 야기하기 전에 핵으로 섬멸해야만 합니다.”
“그 피해는 결국 중국이 입게 될 겁니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오히려 중국이 아닙니까?”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오자 중국 대사는 마침내 폭발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핵 말고도 필드 드래곤을 상대할 카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잖소! 그런데 왜 자꾸 핵만 운운하는 거요!”
“상대할 카드? 혹시 북한의 황백호 통령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허어…… 중국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만.”
여기저기서 조소가 터졌다.
황백호는 자신의 힘을 유감없이 입증해 보였다. 필드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 희망을 선보였다.
그러나 황백호라는 카드를 중국이 이용할 수 있을까?
이미 중국은 포병 부대와 공군을 이용해 그를 암살하기 위해 자강도를 불바다로 만든 전력이 있는데?
중국 대사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 대사가 조용히 발언했다.
“우리 공화국은 중국이 한 짓을 절대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필드 드래곤이 중국에서 어떠한 피해를 야기하든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우리의 적국이니까요.”
“인류가 위기에 처했는데 지금 사사로운 외교 갈등에 집착하겠다는 겁니까?”
“거듭 밝힙니다만, 황백호 통령께서 중국을 돕기 위해 중국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북한의 뜻은 강경했고, 충분한 명분까지 갖추고 있었다.
중국이 군사력을 총동원해 황백호를 암살하고자 한 게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만큼 낯짝 두꺼운 일이 없다.
결국 중국은 핵카드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국 땅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중국에서 모든 걸 끝내야 해. 자칫 필드 드래곤이 중국을 벗어나 타국으로 이동하기라도 하면 곤란해.”
특히 필드 드래곤이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야말로, 미국 입장에서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이참에 중국을 한 번 흔들어야겠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덤덤하게 말을 꺼내자, 참모들의 눈빛도 그에 동조하듯이 빛났다.
그렇지 않아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을 한 번쯤 눌러줘야 한다고 워싱턴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필드 드래곤이라는 위협이 창춘시 부근에 똬리를 튼 지금이야말로 명분과 실리적으로 가장 적절한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 중국 수출 상품에 대대적인 관세 적용 의지 밝혀.
―사실상 중국 길들이기 나선 트럼프 정권!
―백악관은 오늘 미국 시각 오전 11시에 대변인을 통해 중국 수출 상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특히 전자제품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상품에 집중적으로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밝혔는데요, 드디어 미국이 대중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으름장을 놓는 것일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간 미국은 대중 무역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었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입국이고, 중국은 가장 큰 수출국입니다. 중국이 미국에 갖다 파는 물품은 많아도, 막상 미국이 중국에서 사오는 것들은 별로 없어요.
―방금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뜻입니까?
―양국의 무역 사정은 조금 전에 대강 설명했고요. 언뜻 보기에는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필드 드래곤의 조속한 퇴치를 강요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 필드 드래곤의 조속한 퇴치라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필드 드래곤의 섬멸 실패 이후 미국은 진지하게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비핵 무기도 통하지 않는 필드 드래곤이 인간 거주 구역을 침입하게 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 땅에서 핵을 쓴다는 것은 당시 미국으로서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황백호 통령이 정권을 쥔 지금의 북한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가고, 얼마든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핵 카드를 강요한다면 미국은 북한이라는 중요한 잠재적 우방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차마 황백호 통령에게 제안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죠.
―하지만 황백호 통령이 필드 드래곤을 몰아내는데 성공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죠. 필드 드래곤을 조속히 섬멸하고, 북한에는 아무런 해가 없으며, 중국의 국력을 깎아내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이보다 더 절호의 기회는 없을 겁니다.
―무역 수지 개선은 핑계고, 핵 카드를 강요해 필드 드래곤을 섬멸하는 게 진짜 목적이라는 거죠? 겸사겸사 중국을 한 번 굴복시킨다는 부수적인 목적도 달성하고요?
―바로 그렇습니다.
―그럼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진 초강대국의 지위를 아낌없이 사용할 줄 아는 지도자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굴복입니다. 결국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뼈아픈 출혈을 겪어야만 할 겁니다. 그게 무역 제재로 그칠지, 아니면 필드 드래곤 핵 퇴치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미국의 관세 적용에 발끈한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은 미국이 관세를 적용할 경우 가차 없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은 상관없이 관세를 적용할 대상품목을 선정해 발표했다.
“총 420억 달러 규모 1,021개 품목에 대해 40%의 관세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보일러, 기계설비, 광학기기 등 산업재 중심이며 소비재와 IT제품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상 밖의 강경한 조치에 중국은 더욱 게거품을 물며, 강력한 보복을 외쳤다. 중국이 선정한 품목은 거의 다 농산물이었다.
“우리 농산물은 몇 %의 관세가 붙든 중국 땅에서 얼마든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의 자신만만한 논조는 국제 무역 시장을 강타했고, 전 세계가 숨을 죽인 채 양국 간의 신경전을 지켜 보았다.
겉으로는 무역 전쟁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그게 진정한 본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필드 드래곤 처치를 위해 중국 땅에 핵을 쓰느냐 마느냐, 그것을 결정하는 양국 간의 팽팽한 전초전이었던 것이다.
“와……괴수 등장이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이어지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그러게 말이야. 일이 이렇게 또 연결이 돼버리네.”
“하루아침에 내 주식이 반 토막 나버렸어. 요즘 국제 기사 보기가 무섭다.”
“정말 악재 밖에 안 보여. 필드 드래곤도 그렇고, 미중 무역 전쟁도 그렇고. 그 와중에 우리 정부는 북한하고 아무런 정책 추진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
“이제 믿을 건 전남 제니스 타운뿐이야.”
“하지만 제니스 컴퍼니는 전혀 상장이 되어 있지 않지. 우회 투자밖에 할 수 없는 슬픈 현실.”
북한, 중국, 미국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전남 제니스 타운은 꿋꿋하게 발전하고 있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젊은층은 일자리를 찾아 제니스 타운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당장은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유동 인구의 유동 재화의 감소로 인해 각 지자체는 벌써부터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첨예한 긴장감 속에 미중 상호 무역 보복이 치러지는 가운데, 마침내 백악관에서 북미 회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에, 북미 정상 회담을 우리나라에서 한다고? 싱가폴에서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러게. 카펠라 호텔 주변으로 철통같은 보안 점검 하길래 거기서 열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
싱가폴로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북미회담장소가 느닷없이 한국으로 변경되자, 전 세계는 물론이고 당사국인 한국도 어안이 벙벙했다.
어쨌든 한국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일, 아니 두 팔을 벌려 반길 일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회담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외교정치 전문가들은 남한측 판문점 혹은 서울이 회담장소가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내보이고 있었다.
“판문점 카드를 벌써 써버리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너무 아깝지 않을까? 트럼프 재선 이슈까지 고려하면 그 카드는 나중으로 미뤄되도 될 텐데.”
“그럼 역시 서울이겠지?”
“서울 장충동 고려호텔 예상한다. 거기 말고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모두가 그렇게 예상하고 있을 때, 미국이 최종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보기 좋게 뒤통수를 쳤다.
“여수? 북미 회담을 여수에서 연다고?”
“아니, 왜 하필 그 먼 여수까지 가서 여는 거야?”
“잠깐! 너희들 회담 참석 예정자 명단 봤어?”
“명단이 어째서…… 헉! 이, 이거 뭐야!”
미국 측이 발표한 회담 참석 예정자 명단에서 뜻밖의 이름을 발견한 사람들은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해야 했다.
「유지웅 : 대한민국 제니스 컴퍼니 의장」
그날 유지웅의 스트리밍 방송국은 발칵 뒤집어진 사람들의 질의글로 가득 뒤덮였다.
“지웅이 형님이 북미회담에 옵저버로 참석하신단 말이야?”
「지웅 형님! 이거 진짜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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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우리 집이랑 가까워서.”
회담장이 여수로 선정된 이유를 이보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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