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79)
1079
“필드 드래곤이 북상 중입니다!”
“중국군은 그대로 손을 놓고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필드 드래곤의 이동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필드 드래곤이 창춘시 남쪽 15km 지점에 자리를 잡고 이동을 정지했습니다!”
속속들이 들어오는 보고에 백악관은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트럼프는 주먹을 불끈 쥐기까지 했다.
“이제 핵을 쓸 수 있다.”
이제 문호를 개방하려는 북한, 그리고 황백호라는 초인.
그 두 요인 때문에 차마 북한 내부에서 핵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필드 드래곤이 북한을 벗어나 중국 영내로 깊숙이 침투한 이상, 얼마든지 핵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북한, 아니 황백호 통령과 반드시 친분을 쌓아야 한다.”
참모들은 트럼프의 말에 다들 공감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필드 드래곤은 비핵무기 중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모앱(MOAB)마저 통하지 않았다. 미군의 총공세는, 필드 드래곤이 재래식 전력으로 어쩔 수 없는 괴수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황백호가 보인 무위는 놀라웠다.
필드 드래곤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맞붙을 수 있다니.
필드 드래곤에게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시간을 끌고 유인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백호는 향후 대 괴수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카드가 될 것이다.
“미북 회담을 가능한 서둘러야겠어.”
“옐로 몹이네.”
유지웅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내린 진단에, 정효주도 동감한다는 듯이 흔쾌히 끄덕였다.
“옐로 몹 맞네. 결정도는 조금 낮게 나올 거 같아. 한 19 정도 될 거 같은데?”
“아이고,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구나.”
옐로 몹의 평균적인 결정도가 25인 점을 감안하면, 필드 드래곤은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한다.
“19밖에 안 되는 옐로 몹 한 마리에 저렇게 쩔쩔 매다니, 대괴수 시대 초기에 북한이 왜 멸망했는지 알 거 같아.”
“재래식 병기가 안 통하는데 제대로 된 레이드 시스템이 갖춰진 것도 아니니까. 초기에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겠지.”
“우리 조상님들이 대괴수 시대 초기에 저만큼이나 개고생을 하셨었구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잠시 묵념을 올려야겠어.”
그리고 유지웅은 정말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올렸다. 정효주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결국 자신도 따라서 묵념을 올렸다.
묵념을 마친 후, 유지웅은 뺨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황백호 통령, 딜러는 절대 아니네.”
“탱커와 힐러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이중 보유자인 것 같아.”
“자가 힐밖에 안 되는 거 같지?”
“아마도? 분명 다른 사람에게 힐을 줄 수 있는 상황인데도 힐을 안 주잖아.”
“힐도 액티브로 쓰는 게 아니고 패시브로 써지는 거 같아. 부상을 입으면 그 즉시 육체가 저절로 상처를 수복하는 그런 형태인 거 같은데.”
“우리 때도 그런 복합 능력자가 극소수지만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 나도 복합 능력자였잖아. 어중간했지만.”
정효주는 과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탱커와 근접 딜러의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지만, 둘 다 어정쩡했다. 완전한 탱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근접 딜러도 아니었다.
다만 근접 딜이 강한 만큼 괴수에게 순간적으로 위협을 줄 수 있어 어그로를 확보하기에는 좋았다. 그래서 어그로가 튀었을 경우를 대비한 서브 탱커로서 근근이 연명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강의 근접 딜탱이지. 안 그래? 지금 효주 너 정도면 블랙몹 정도는 한 방에 때려잡을 수 있을 걸.”
“위로는 됐어. 아무튼 황백호는 복합 능력자 치고는 상당한 수준인 거 같아.”
“효주 네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인 거 같아?”
유지웅은 진지하게 물었다.
최강자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던 터라, 그는 강화장비나 방어장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초보 탱커의 절대적인 능력치를 가늠하는 게 어려웠다.
천상계가 너무 아득히 높이 있다 보니, 내핵 안에 거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탱커 능력만 보면 25인 정규 공격대 메인 탱커를 맡아도 충분할 것 같아. 힐은 글쎄, 자힐만 되는 거 같지만 그래서 오히려 효율이 더 좋은 거 같은데?”
“흐음, 그렇다면 여기에 딜러만 가세하면 완벽한 공격대가 된다는 뜻인가?”
“그렇게 되네? 잠깐, 너 설마……?”
“역시 우리 마누라야. 표정만 보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딱 맞춰버리다니.”
“그렇게 재미있는 걸 너 혼자 할 생각은 아니, 어머나, 내가 지금 대체 무슨 헛소리를.”
정효주는 무심결에 내뱉었다가 본인이 한 말에 스스로가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유지웅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앞으로 참 재미있어지겠어.”
자힐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습 탱커 혼자서 한 나라를 먹어치울 수 있는 세상이다.
“나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어디 레이더 혼자서 나라 하나를 먹어치우고 왕 노릇을 해.”
희열에 찬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미국은 유례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장관급 회담을 전격적으로 이행한 것이다. 북한도 사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회담에 응했다.
북한과 미국은 장관급 인사 공동 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의사 합의를 천명했다.
천지가 뒤집어지는 대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사흘이 채 지나기 전에,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북한 및 황백호 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직접 언급했다.
“우리 미국은 향후 북한에 1,0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의사가 있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500억 달러의 경제발전지원금을 제공할 생각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새 지도자의 중대하고 비장한 결심뿐입니다.”
평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입지를 거리낌 없이 적극 활용하는 그의 화술을 생각하면, 머리를 숙인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부드러운 언사라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세상은 트럼프가 그런 적극적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필드 드래곤,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마저 어쩌지 못한 천재지변 그 자체!
―황백호 통령, 초인적인 힘으로 필드 드래곤을 몰아내다!
―진짜 세계 최강대국은 황백호 통령이 있는 북한?
황백호가 필드 드래곤을 상대로 보인 무위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하기만 하면 그의 전투 영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다.
필드 드래곤은 중국 창춘시 인근에 자리를 잡은 채 여전히 건재하고 있었고, 인간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오로지 황백호뿐이었다.
게다가 그는 변화를 주장하며 북한 정권을 차지한 새 권력자이기도 했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어여쁘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내고 1시간 만에, 황백호 통령이 즉각 답변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속히 만나길 희망한다. 그를 북한에 초대하고 싶다. 또한 백악관에 초대받기를 기대한다.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느끼고 있었다.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 다급했다.
북한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한국 정부는 황백호 통령과 직통으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라인도 없었고, 황백호 통령 본인도 별로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미 미국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굳이 우리 정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 정부야 미국이 정하는 뜻대로 따라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속이 쓰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족의 염원은 영원히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았다.
“500억 달러의 경제발전지원금과 1,000억 달러의 차관, 이 정도면 북한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1,000억 달러의 차관은 빌려주는 것이지만, 500억 달러는 그냥 알아서 쓰라고 주는 돈이었다. 미국이 작정하고 북한을 돕기로 마음먹었다는 제스처였다.
어디 그것으로 끝날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세한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을 보살펴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려고 할까?”
김호 대통령은 무심코 말을 꺼내놓고도, 스스로 바보 같은 말을 했음을 느꼈다.
“전대 세습 정권은 인민 통합을 위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통령의 자리에 오른 황백호 그 자는 입장도 생각도 전혀 다릅니다. 그는 핵 보유 카드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황백호는 핵이 전혀 필요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북한과 미국, 한국, 그리고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황백호는 방사능 오염을 염려하여 핵의 흔적을 하나 남김없이 모두 철거할 수 있겠냐고, 자신이야말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 감사’를 원한다고 나오는 판이었다.
말 그대로, 황백호 정권이 핵을 철저하게 회수해달라고 보채는 판이었다.
핵 문제에 관해서 북미의 이해관계가 찰떡궁합처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경제지원 카드를 꺼내면 어떨까? 300억 달러 정도면 어떻게든 긁어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 상태에서는 경제지원 카드를 꺼냈다가는 여론의 포화를 맞기 쉽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북한에 돈을 마구 퍼준다고 말입니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거지 나라 경제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국민들이 그 점을 어디 이해하겠습니까.”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는 게 왜 퍼주기인지…… 적어도 지금 황백호 정권은 돈을 줘서라도 친분을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나라와 민족의 이득이거늘.”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황백호 통령이 정권을 잡은 것에 대해서 그가 세습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는 여론이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호는 안타까웠다.
따지고 보면 황백호가 독재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그는 북한의 새 지도자이고, 미국과도 친분을 쌓고 있다. 게다가 필드 드래곤을 상대로 인간을 벗어난 놀라운 무위를 보이기까지 했다.
당연히 어떻게든 친해져야 할 처지 아닌가. 지금 아쉬운 것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다.
“그나저나 필드 드래곤은 창춘시 근처에 자리 잡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지?”
“예, 중국군은 필드 드래곤 근처에 방어진을 편성하고 24시간 감시 중입니다. 섣불리 선공을 하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창춘시 분위기는 엉망이겠어.”
“필드 드래곤이 북상한 이후부터 피난 행렬이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필드 드래곤은 잠잠한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필드 드래곤이 미국의 공세, 그리고 황백호와의 전투로 인해 기력을 적지 않게 소진한 터라 잠잠한 거라 예측하고 있었다.
그 예측이 맞다면 기력을 회복하는 순간 중국은 또다시 전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시선이 여러 이유에서 동북아시아에 쏠린 지금, 미국은 UN에서 조심스러운 제안을 했다.
“인류의 안녕을 위해서, 핵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조속히 필드 드래곤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중국은 게거품을 물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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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등장 포스는 세기말 블랙몹인 마냥 화려했지만, 그 실체는 결정도 19짜리 쩌리 옐로 몹이었습니다!
원래 괴수는 무서운 것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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