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28)
1128
“무슨 말씀이시죠? 자식을 용서해달라니요?”
유지웅은 어리둥절해서 물었고, 백충절이라는 남자는 살짝 굳은 안색으로 대답했다.
“오늘 고속도로에서 제 아들이 사고를 쳤다고 들었습니다. 의장님도 마침 그 자리에 계셨다고요.”
“아, 그 사람?”
유지웅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손뼉을 가볍게 치며 대답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찾아와서 용서를 구하시는지? 저는 그 사고 피해자가 아닙니다만.”
“제 아들의 과오 때문에 의장님이 시간과 심력을 많이 소모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찾아와서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저는 이사장님은 물론이고 아들한테서 용서를 받고 자시고 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용서를 빌고 싶으시다면 교통사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을 찾아가셔야지요. 물론 아들도 대동해서 말입니다.”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백충절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유지웅의 방송을 보진 못했다. 아직 녹화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기에 정확히 그가 어떤 식으로 말을 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였으면 목뼈를 부러뜨려야 한다는 말은 건너건너 주워들었다. 방송할 때의 뉘앙스가 심상치 않았다는 말도 덤으로.
그래서 기겁을 해서 서울에서 전남까지 한달음에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다.
“저어, 의장님. 제가 듣기로는 굉장히 진노하셨다고…….”
“아아, 방송이잖아요. 컨셉이에요.”
“……?”
“그럼 음주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난 판에 아무렇지 않은 척 호들갑을 떨어야 되겠습니까? 저도 술 먹고 운전 해본 적 많아서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물론 저는 사고를 낸 적은 없지만요.”
“아……. 그렇군요.”
온화한 표정을 보고 백충절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방송용 컨셉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이해했다.
‘방송으로 9조 원을 넘게 벌었다고 했지?’
9조 원.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금이었다. 까무러치기 딱 좋은.
그런 큰돈을 벌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컨셉. 그렇게 받아들이니 유지웅의 태도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자신이 너무 설레발을 쳤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무튼 저한테 오셔서 이렇게 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하시고, 법의 적절한 처분을 기다리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로 무턱대고 찾아오지 마세요. 트럼프 대통령도 저와 만날 때 미리 의전실에서 스케줄을 잡고 진행합니다. 부모로서 다급한 마음이 이해가 되니 한 번은 넘어가 드리지만, 저는 지금 매우 불쾌합니다. 이사장님은 제가 그렇게 쉬운 사람으로 보입니까?”
유지웅이 차갑게 말하자 백충절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제야 자신이 엄청난 결례를 저질렀음을 인지했다.
겁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유지웅이 자기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보다 본인을 함부로 찾아온 것에 더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했으니, 더욱 안심하는 마음이 생겼다.
“죄송했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럼 돌아가 보세요.”
유지웅은 축객령을 내렸고, 백충절은 오히려 그것을 몹시 기뻐하며 후다닥 자리를 떠났다.
백충절은 수습을 서둘렀다.
따로 사람을 보내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요구했으며, 돈을 듬뿍 풀어 전관예우가 확실한 변호사를 썼다.
전직 고등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마침 사건을 맡은 검사한테는 까마득한 선배였다.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반성의 기미가 역력하다는 의미에서 검사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4년이나 살아야 합니까?”
백충절은 아들이 한창 젊은 시기를 4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몇 명이나 죽은 사건이라서요. 아무래도 집행유예까지는 좀 힘듭니다. 요즘 한창 음주운전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끄응…….”
“항소는 하시되 보석은 포기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구속된 기간도 형을 살았던 것으로 간주해서 날짜를 쳐줍니다. 보석으로 풀려나오면 나중에 형기를 마치는 게 더 늦어진단 의미입니다. 그래도 수형자 신분보다는 구속인 신분으로 구치소에 머무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알겠습니다.”
재판은 무난하게 진행되었고, 백충절의 아들 백병우는 1심에서 유죄 및 징역 4년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사는 미리 합의한 대로 항소를 포기했고, 백병우는 항소를 준비했다. 상고심까지 가면 적어도 1년은 더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무죄, 혹은 감형을 받으면 좋고, 아니더라도 수형자가 아닌 구속인 신분으로 징역 기간을 깎아먹을 수 있다.
그리고 유튜브에 유지웅의 방송이 떴다.
「술 먹고 역주행해서 사람을 여럿 죽여 놓고도 겨우 징역 4년이라니. 이 나라는 역시 헬조선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사하고 변호 맡은 변호사, 내가 그 둘 이름은 똑똑히 블랙리스트에 적어 놨다. 아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말어. 물론 내 블랙리스트가 무슨 공적 효력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앞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상종 안 할 인간들 명단 정리해둔 것에 불과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뭐가 문제가 되냐고? 딱히 문제될 건 없는데, 평생 제니스 타운에 들어올 수 없다 뭐 이 정도? 내가 보기 싫은 사람 내 사유지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거니까 문제될 건 없지. 안 그래?」
「아니, 어떻게 음주운전으로 사람 죽여 놓고 징역 4년이 말이 되냐. 내가 정의 구현 한 번 할까? 보드카 2갤론 정도 들이키고 헬기 몰고 가서 그놈 페라리 위에 곤두박질쳐 봐?」
방송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올랐고, 뒤늦게 방송을 접한 백충절은 새하얗게 질렸다. 아니, 이건 말이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발만 동동 굴렀다. 아무래도 유지웅이 뭔가 잔뜩 화가 난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다시 그를 찾아갈 수도 없다.
내가 그렇게 우습냐고 차갑게 화를 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무턱대고 찾아갔다가는 이번에는 정말 큰일을 당할 것만 같았다.
“이, 이사장님!”
그때 재단 이사가 다급해서 그를 찾았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게,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 듯했다.
“무슨 일인가?”
“유지웅 의장! 유지웅 의장님이 찾아왔습니다! 이사장님을요!”
“뭐, 뭐야! 어, 얼른 이쪽으로 모시, 아니, 내가 나갈 테니까 안내해!”
백충절은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재단 사옥 1층 로비에 과연 유지웅이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수행원들을 따로 거느리지 않고 혼자 온 모양이었다. 과연 저 담대함이란.
몇 몇 직원들이 그를 알아보고 힐끔거리며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까 서성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의장님, 오셨습니까. 미리 연락이라도 주셨으면 제가 부족함이 없게 맞이했을…….”
“아아, 됐고요. 제 방송은 보셨습니까?”
“……예, 봤습니다.”
“저는 정말 헬조선의 행태에 어이없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살해했는데 징역 4년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그래요. 사람을 죽여 놓고 기껏해야 3, 4억으로 배상하는 것 자체가 웃긴 거 아닌가요? 적어도 아드님이 물려받게 될 전 재산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말이 계속될수록 백충절의 안색은 더욱 새카맣게 죽어갔다. 여기까지 안내한 이사는 낌새를 느끼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직원들에게 말없이 지시해서, 로비 가까이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제가 생각했던 법의 적절한 처분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사장님, 전관예우가 확실한 변호사를 써서 아드님의 형을 대폭 낮추셨더군요. 그건 일종의 사법 권력 교란 아닌가요? 전 거의 내란 수준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내, 내란이라니요!”
백충절은 펄쩍 뛰었으나, 무심하게 바라보는 유지웅의 눈빛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제가 불이익은 참아도 눈에 거슬리는 건 못 참아서요. 이사장님께 중요한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이시니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서요.”
“무, 무엇입니까……?”
“이사님 아들, 4년 형 살고 나오면 제가 죽일 겁니다.”
“……!”
백충절은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듯했다. 이렇게 대놓고 죽일 거라는 말을 들은 줄은 몰랐다.
문제는 그게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유지웅은 대통령 등 국가 권력도 어쩌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존재다. 그 자체가 지닌 힘, 금전,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상류층에서는 그가 사람을 죽인다 해도 미국이나 정부에서 나서서 쉬쉬하고 넘어가게 만들 거라며, 가급적 충돌을 만들지 않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정말 죽이고도 남는다.’
가라앉은 눈빛이 강한 확신을 심어 준다. 백충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무턱대고 전남까지 찾아가서 용서를 구했던 것 자체가, 그가 대한민국에서 못할 게 없는 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이미 전 결심을 했습니다. 댁 아들이 풀려나면 죽일 겁니다. 제가 직접 헬기 조종해서 댁 아들 운전하는 페라리에 그대로 처박을 겁니다. 저는 살고 댁 아들은 죽을 겁니다. 그리고 전 변호사는 안 써요. 애초에 공판 자체가 안 열릴 거니까.”
“의장님! 제발!”
백충절은 무릎을 꿇고 한참 동안 유지웅 앞에서 빌었다.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젓기만 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충절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귀하게 얻은 외동아들이 이대로 저 인간의 손에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음주운전 좀 한 번 했다고 사람을 죽이겠다니! 법치국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에 있는가!
그는 좌절감에 허우적거리며 한참을 빌었다.
드디어 유지웅이 입을 열었다.
“댁 아들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면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합니다.”
“어떤 것이든 말해주십시오!”
“댁 아들은 사회에 함부로 풀어놔서는 안 될 위험인간입니다. 적절한 격리와 훈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적으로 보호관찰을 맡으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보, 보호 관찰이요?”
백충절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어쩌면 이게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혹시라도 아들이 깊이 반성을 하고, 유지웅의 눈에 들어 제니스 컴퍼니에서 중요한 자리라도 맡게 되면……?
그런 상상을 하자 가슴이 벌렁거리며 뛰었다.
“그, 그렇게 해주십시오!”
“좋아요. 그럼 항소심에서 보호 관찰 처분이 나오도록 만드세요. 제가 사람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유지웅은 무표정하게 끄덕거리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종신주민 1호는 확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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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스는 최대한 법을 준수합니다.
법을 정말 어길 것처럼 위협을 하긴 하지만…
계약은 성립되었다! 너는 이제 종신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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