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3)
00123 녹서스의 돌은 어디에? =========================================================================
일본은 무기한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정부군과 쿠데타군으로 나뉘어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 바람에 국력은 밑바닥을 치고 입국 금지 대상으로까지 지정되었다. 아시아의 화약 창고로 돌변한 셈이다. 미국 등 여러 강대국이 성명서를 내고 하루빨리 일본의 정치상황이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견해를 밝혔다.
덕분에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형국이다. 뭐 일개 개인으로서 남의 나라 일은 알 바 아닌지라 유지웅은 관심을 접었다. 그는 다음 레이드 일정을 결정하는 문제 때문에 바빴다.
그러던 와중 정부에서 정식 소집 요청이 들어왔다.
“부산에 있으라고요?”
“네. 괴수 사쿠라 때의 경우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정부에서는 부산에 체류해달라고 제니스 공격대에 정식으로 요청해 왔다. 과거 레드 몹 사쿠라는 일본 열도를 관통하며 동해를 건너 부산에 상륙하기까지 했다. 미야자키현을 초토화한 괴수가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미리부터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알았어요. 대신 체류 경비는 부담해주시고요, 또 체류 수당도 주셔야 돼요.”
유지웅도 선선히 승낙했다. 어차피 거부할 수 없는 국방 의무였다. 그날부로 제니스 공격대는 즉시 부산으로 이동해 숙소를 잡았다.
“레드 몹이 판치는데 내전이라니. 저 나라도 참 꿈도 희망도 없네.”
인간 사이에 전쟁이 대폭 줄어들게 된 이유는 바로 괴수의 존재 때문이다. 레드 몹뿐만이 아니라, 셀 수도 없는 많은 옐로 몹들이 총포 소리에 놀라 언제 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일본의 내전 발발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크게 그 부분을 우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위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교전 소음에 놀란 옐로 몹들이 정부군이나 쿠데타군, 혹은 민가를 습격하기도 한 것이다.
덕분에 레이드 능력자들만 바빠졌다. 정부, 쿠데타 세력, 일반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서 물어뜯고 싸우기 바쁠 때, 레이드 능력자들은 교전에 자극 받은 괴수를 제압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미야자키현을 초토화한 괴수 히카리는 아직 그 지역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추정되었다. 정부군과 쿠데타군은 이미 초토화된 지역에서 교전을 하지는 않았기에, 당장 히카리를 자극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히카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한국은 일단 일본과 가까운 부산에 제니스 공격대를 대기시킨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쿤겐의 말이었다. 그녀는 왜 일본이 내전에 치달았는지 수긍하지 못했다.
“저렇게 편을 갈라서 싸워봐야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고 말 겁니다. 만약 위치 파악이 안 된 레드 몹을 실수로라도 자극하면 끝장입니다.”
“아, 거기는 원래 그래요. 일본 극우가 좀 유명하죠.”
“유명합니까?”
“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걸로 유명해요. 그런 애들이 주류를 잡고 있으니 문제죠. 나라의 안위 같은 건 관심 없고 자기들 이익과 자존심만 중요한 애들이거든요.”
힐러장 박현정이 그렇게 설명했다. 쿤겐은 여전히 이해를 못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끄덕였다.
고기를 썰면서 유지웅은 쿤겐을 힐끔거렸다. 맞은편에서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그녀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열두 살이라고? 저게?’
심지어 미국 식도 아닌 한국식으로 열두 살이라고 했다. 그럼 정말 제이스 록펠러란 인간이 죽일 놈 아닌가?
‘록펠러가의 안주인될 사람? 하지만 쿤겐은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집안끼리의 약혼 같은 걸까?
‘레이드 허가는 어떻게 받은 거지? 어려서 안 될 텐데. 아, 집안에서 힘을 썼나? 그 정도로 힘 있는 집안일까? 아니면 록펠러가 손을 봐줬나?’
“써, 왜 저를 그렇게 빤히 보십니까?”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그는 흠칫했다. 옆에서 식사 중이던 정효주가 몰래 그를 흘겨 봤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일어나자 정효주가 얼른 다가왔다.
“우리 내년에 결혼하는 거 맞지?”
“갑자기 그건 왜?”
“근데 왜 쿤겐을 그렇게 쳐다 보니? 내가 옆에 있는데.”
“으악! 나를 뭐로 보고! 난 전자발찌 따위 차기 싫다고!”
“정말 아니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정효주의 얼굴이 풀어졌다. 유지웅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얼굴이 발개진 채로 반박했다.
“그냥 신기해서 그랬어. 열두 살이라는 것도 안 믿기고, 그 나이에 어떻게 레이드 허가가 났는지 그것도 신기하고.”
“록펠러 가문이랑 인연이 있다며? 그럼 집안에서 힘을 쓴 거 아닐까? 솔직히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요즘 고민이야. 레이드 허가증 있어도 열두 살 짜리를 대원, 그것도 딜러장으로 써도 되는지…….”
“미국이 허락했는데 무슨 상관이니? 남들 다 된다고 하는데 너 혼자 그러는 것도 안 좋아.”
“그것도 그러네.”
제니스 공격대는 벌써 일주일 째 이곳 호텔에 숙박 중이었다. 경호 등 편의를 위해 아예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렸다. 물론 비용은 나라에서 나간다. 엄밀히 말해 그들은 국방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이거 손실이 막심한데. 우리가 장사, 아니 레이드 한 번 못하면 손해가 장난 아닌데.”
정부는 언제 히카리가 일본 내전에 자극을 받아 난동을 부릴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그래서 제니스 공격대에 당분간 레이드를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레드 몹 레이드 도중 히카리가 튀어나온다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전이 그칠 때까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언제 그때가 올지는 기약이 없었다. 대기한 지 아직 일주일째라 큰 손실이 발생한 건 아니었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블루 결정체 공급에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 설마 크리스마스도 여기서 보내야 하는 건가요? 이제 겨우 열흘 남았는데?”
누군가의 말에 홀 안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어떤 남자 딜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받아쳤다.
“뭐 애인도 없는데 그런 커플데이가 뭐가 중요해요?”
“애인 있는데요.”
“저도 있는데요.”
“…….”
말 한 마디 잘못 꺼냈다가 남자 딜러는 본전도 못 찾고 찌그러져야 했다.
“그럼 차라리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기 호텔에서 공격대 전체가 다 같이 보내는 건 어때요? 마냥 대기타는 것보다 같이 파티하듯이 즐기면 좋을 것 같은데. 단합도 되고.”
“오, 그거 좋네요.”
“전 찬성.”
하나둘씩 찬성 소리가 나왔다. 대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지웅에게 향했다. 대원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그도 끄덕였다.
“그거 좋죠. 화끈하게 놀아봐요. 비용도 나라에 청구하고.”
“오오, 비싼 것만 해먹어요, 우리.”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일부 활발한 대원들은 바로 파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준비 품목을 적어두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있었다.
삐익! 삐익!
그때 요란스러운 경보음이 울렸다. 유지웅은 퍼뜩 놀라 스피커 방향을 쳐다봤다. 대원들도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비상 사태, 비상 사태입니다! 히카리가 동해를 횡단하고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히카리가 동해를 횡단 중입니다!」
‘어떤 녀석일까?’
히카라는 대외적으로 레드 몹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블랙 등급 개체임을 파악했지만 자세한 정보가 한국에 전달되지는 않았다. 미국은 단지 휴스턴을 날린 괴수 못지않게 강력한 녀석이라고 한국 정부에 경고했을 뿐이다.
당연히 위험한 개체다. 단순히 돈을 벌 목적이라면, 유지웅은 결코 녀석을 사냥하지 않았으리라. 무엇보다 공격대의 안전을 중요시해야 하니까.
하지만 레이드 능력자는 괴수 관련 사고에 출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반 병역 의무를 지지 않는 대신 그런 특수한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 위험한 개체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한 맞서 싸워야 한다.
“준비는 다 됐나요?”
“예. 지원장비 점검 및 세팅 다 끝났습니다. 레이드 능력자 특수부대도 대기 중입니다. 일반 군 부대도 출전 준비를 마치고 대기 상태라고 합니다. 양쪽 모두 지휘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정부는 이번 방어를 위해 동원한 초능력자 특수부대와 일반 군 부대의 지휘권을 제니스 공격대에 이양했다. 인간이 아닌 괴수와 싸우는 것이기에 제니스 공격대의 판단능력이 월등하리란 이유에서였다. 공격대의 실질적인 지휘관은 장태준 팀장이었기에 당연히 그가 모두를 지휘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장태준은 조금 떨렸다. 대위로 전역한 자신이 말 한 마디로 3성장군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옵니다!」
위성 등 수많은 원격 탐지 장비와 링크된 복합화면을 들여다보며 장태준이 외쳤다. 공격대는 원활한 레이드를 위해 널찍한 평지에서 대기 중이었다. 저번 사쿠라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시작하기로 했다.
쿤겐이 앞으로 나섰다. 저 멀리 눈부신 섬광이 보였다. 괴수가 내뿜는 빛이었다.
심호흡을 한 쿤겐은 두 손을 모아서 앞으로 뻗었다. S급 강화 장비의 보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번쩍!
예리한 섬광이 단숨에 허공을 찢었다. 장태준의 안타까운 음성이 울렸다.
「빗나갔습니다! 목표, 진로 변경! 공격대 본진을 향해 접근합니다! 공격대 인식! 메인 탱커, 위치로!」
쌍날검을 쥔 정효주가 나섰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미국이 특별히 강력한 몹이라고 경고까지 한 녀석이다. 일본의 한 현을 초토화시킨 녀석이기도 하다. 이미 평범한 레드 몹의 범주는 벗어난 녀석. 대체 얼마만큼 강할까?
“하앗!”
정효주가 앞으로 나섰다. 처음으로 목표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검붉은 빛에 휩싸인, 날개 달린 거대한 사자 형태를 한 괴수였다. 몸집 크기가 전차 열 대는 족히 합친 것만큼 거대했다.
―캬아아아!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포효. 눈에 비치지도 않는 빠르기로 달려든 히카리는 그대로 정효주를 덮쳤다. 순식간에 그녀는 수십 미터나 나가 떨어지며 굴렀다.
워낙 찰나간에 벌어진 일이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몰랐다. 장태준의 지시가 벼락처럼 울렸다.
「힐러진! 뭐합니까! 어서 힐! 보호막이 완전히 나간 것 같습니다! 재차 보호막 시전하세요!」
정신을 차린 힐러들이 서둘러 힐을 했다. 유지웅도 급히 보호막을 넣었다. 사실 그들은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했다. 뭔가 번쩍였고, 순식간에 정효주가 수십 미터나 나가 떨어진 결과만을 봤을 뿐이다. 그래서 반응이 늦었다.
지원팀 진형은 난리가 났다.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어느 개체도 이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았어요!”
“단 한 방에 보호막이 완전히 찢어졌습니다! S급 강화 장비로 증폭된 보호막이 말입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한 방에 보호막을 찢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메인 탱커에게 부상까지 입혔어요! 부상도가 꽤 큽니다! 3단계 부상도!”
부상도라는 개념이 있다. 총 4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쉽게 말해서 탱커가 괴수의 평균 공격에 어느 정도의 부상을 입는지를 도표화한 것이다. 즉 탱커의 방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1단계는 괴수의 공격에 가벼운 경상을 입는 정도로, 탱커가 행동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 2단계는 행동에 제약을 받을 정도의 부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 보통 탱커는 1단계와 2단계 사이를 웃도는데, 둘 다 레이드 적합을 뜻한다.
3단계는 탱커의 행동에 심한 제약이 있을 정도의 부상을 말한다. 이 경우 탱커가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레이드가 힘겹고 난항을 겪게 된다. 보호막을 받지 못한 정효주는 옐로 몹을 상대로 3단계 부상도를 보였다. 다른 탱커는 1, 2단계인데, 그녀만 3단계였기에 메인 탱커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일반 탱커는 체력형 레드 몹을 상대로 3단계 부상도를 보인다. 그래서 체력형 레드 몹을 잡기가 매우 버겁다.
4단계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큰 부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칼같이 힐이 들어오지 않거나, 힐 공백기에 추가 공격이 들어오면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
1, 2단계가 레이드 적합, 3단계가 레이드 난해를 보이는 것과 달리, 4단계는 레이드 불가능 판정을 받는다. 공격형 레드 몹을 상대로 일반 탱커가 4단계 부상도를 보이기 때문에 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미쳤군.”
장태준이 이를 갈았다. S급 강화 장비의 보호막을 찢고 단숨에 3단계 부상을 입혔다. 이건 일반적인 공격형 레드 몹의 공격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건 마치 스키너나 마이카이 같은 녀석들이 옐로 몹으로 보일 정도잖아!”
정효주가 일어섰다. 부상은 이미 빠르게 치유된 상태. 네 발로 땅을 짚고 선 히카리가 으르렁거렸다.
============================ 작품 후기 ============================
일본 : 우리의 서브를 받아랏!
한국 : 좋아, 토스!
일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