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66)
— 프리시즌 헬조선편 하늘벌 네 마리 —
스카이 가디언은 추락 위기에 놓인 항공기를 구조한다.
마치 그것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왕성히 활동한다.
아니, 애초에 탄생 과정을 보면 그것만을 위해 태어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스카이비들처럼 브라우니한테 이끌려서 찾아올 줄 알았더니,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네.”
처음으로 747, 아니 스카이 가디언이 가동했을 때만 해도 유지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효주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그 외에도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카이 가디언은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추락 위기를 겪는 항공기를 구조하는 작업에만 열심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이익인데…… 이거 우리가 로열티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브라우니 덕분에 각성한 규소 괴수니까?”
“그리고 브라우니는 내 덕분에 화이트 괴수로 각성했지.”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잃었지만, 그 대신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유명세를 얻었다.
단지 명예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스카이 가디언의 전용 공항으로 다시 태어날 샌프란시스코 (구)국제공항은 온갖 관광객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그들이 관광지에서 뿌리고 갈 돈을 생각하면, 샌프란시스코 주정부 관광청은 아마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관광 수입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고기 보유 항공사는 당연히 샌프란시스코에 모든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체류 비용, 시설 이용료, 의료 서비스 비용, 여기에 사고기를 보관하고 상태를 점검하며, 점유를 이전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그 수입까지 생각하면, 미국으로서는 하루아침에 공항을 잃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반대급부를 얻은 셈이다.
“그 돈의 80%만 수수료로 받아도 짭짤할 거 같은데 말이지.”
“……80%나?”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지. 스카이 가디언이 탄생하는데 미국이 기여한 게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
아무튼 대형 민항기가 추락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경비행기나 헬기 등의 추락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잦은 편이다.
당장 미국에서만 하루에 3, 4건 이상의 개인용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니까.
때문에 스카이 가디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전 세계를 누비며, 기종을 가리지 않고 추락 위기에 놓인 항공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살려야 한다……! 이 문구는 진짜 스카이 가디언 집에서나 어울릴 내용이지. 닭집 따위가 아니라.”
“살리겠다는 의지가 참 기특하긴 하네.”
유지웅은 손을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정효주도 그를 따라서 일어났다.
“이제 출발하려고?”
“응, 이제 슬슬 움직여야지.”
유지웅의 안색은 오랜만에 흥분으로 가득했다.
“여기 헬조선에 떨어지고 나서 이런 활력감을 느끼는 것은 참 오랜만인 거 같아. 나, 지금 너무 떨려.”
둘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저택 활주로에는 이륙 준비를 마친 걸프스트림 G700 모델이 대기 중이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국내에서 이동하기에 적당해 유지웅이 즐겨 타는 모델이었다. B-747시리즈나 A380 등 점보기 기종은 주로 많은 인원을 데리고 해외 방문을 할 때 탄다.
유지웅과 정효주가 걸프스트림을 타고 향한 곳은 바로 가거도였다. 한국 영해에서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섬 전체 소유권은 유지웅에게 있다. 다만 유지웅은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여생을 섬에서 보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즉 주민들은 웃돈을 받고 자기들의 땅을 모두 팔아넘겼지만, 여생 동안에는 기존의 삶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토지 이용료도 내지 않는다.
“슬슬 준비하자.”
“응. 낙하산은?”
“필요 없어. 보호막 걸어줄게.”
“알았어.”
걸프스트림이 속도 및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마치 착륙을 준비하듯, 섬 정상에서 200미터 지점까지 고도를 낮췄다.
동체 후미 개폐문이 열렸고, 유지웅과 정효주는 차례차례로 기체에서 뛰어내렸다.
둘의 낙하를 확인한 기체는 다시금 고도와 속도를 올려서 제니스 타운으로 복귀했다.
“으라챠!”
유지웅은 단단한 기합을 내지르면서 섬 최단서쪽 해안에 사뿐히 착륙했다. 약간의 충격파가 일기는 했지만 주변에 큰 피해는 없었다.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난 유지웅은 정효주가 안전하게 착륙한 것을 확인했다.
“보호막까지 걸 필요는 없었나?”
“안전고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게 낫지. 브라우니는?”
“벌 넷 데리고 먼저 와 있으라고 했는데. 야, 브라우니! 어디 있냐?”
유지웅이 고함을 지르자, 해안에서 가벼운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평범한 수탉의 모습을 한 브라우니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둘 앞으로 왔다.
브라우니의 뒤에는 넓은 서해를 배경으로 한 무인기 4기가 호버링하듯이 공중에 가만히 떠 있었다.
“준비는?”
「만전입니다! 언제든지 지시만 내려주세요!」
“좋아, 주변에서 훔쳐볼 만한 선박 같은 건 없지?”
「전혀 없습니다!」
“전파 탐지 방어는?”
「아, 제가 시험해봤는데 기존 레이더 체제로는 스카이비를 전혀 탐지하지 못해요. 괴수 방어막이 모든 전파를 흡수해버리거든요. 광학 탐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좋았어, 시작해보자.”
오늘은 유지웅이 벼르고 벼르던 날이었다.
바로 새롭게 규소 괴수로 각성한, 미7함대 소속의 무인전투기 4기의 스펙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원래 진작 시행하려고 했는데 스카이 가디언이 요 얼마 동안 크게 설치고 다니는 바람에 테스트 날짜가 자꾸 미뤄졌었다.
“좋아, 시작한다!”
「예썰!」
“가장 먼저 기동력을 시험한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시행한다! 각 스카이비, 모두 출발 위치로 이동!”
「이동!」
브라우니가 재창하듯이 목소리를 높이자 스카이비 넷은 유지웅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머리에서 약 10미터 정도 높은 위치이지만 유지웅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카운트다운 시작! 5! 4! 3! 2! 1! 출발!」
출발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카이비 넷은 순식간에 속도를 높여 사라졌다.
벌써 보이지 않는 점이 되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모습을 보고 유지웅은 여유만만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벌써 안 보이네?”
“속도가 얼마나 나올까?”
“스카이 가디언보다 몇 배는 더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태생부터 이미 민항기 VS 무인전투기로 차이 나는데 말이야.”
보잉 747의 최고 속력은 1,114km/h, 마하 0.91이다.
반대로 스카이비의 전신인 미해군 드론 KZA1은 최고 속도가 무려 마하 4에 이른다.
동체 전장 길이는 10미터와 76.4미터로 차이 나지만, 속도에서는 비교가 안 된다. 애초에 민항기와 군용 무인전투기이니.
“지금 스카이 가디언 최고 속도가 시속 12만 킬로미터란 말이지. 마하 100이나 된다고. 규소 괴수가 되면서 최고 속도가 107배로 늘었어. 스카이비도 적어도 100배는 되어야…….”
스카이 가디언은 이론상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약 20분이 걸린다. 1분당 2,000km를 비행할 수 있고 지구 둘레를 4만km로 잡았을 때 수치다.
“스카이비가 적어도 5분 대는 끊어야 어느 정도 균형이 맞는 거 아니겠어?”
“지구 한 바퀴 도는데 5분…… 근데 이 정도는 너무 사기인 게 아닐까?”
“난 스카이비 편대를 믿어. 무조건 5분 끊는다.”
째깍째깍…….
“5분 30초 넘었는데?”
“…….”
“아직 보일 기미가 안 보이네.”
브라우니도 녀석들과 함께 비행 중이다 보니,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음속의 몇 배로 비행하는 도중에 위성 통화를 할 수는 없으니. 애초에 위성폰을 놓고 갔다.
“7분 넘었네.”
“…….”
“스카이비가 생각보다 느린 모양이야?”
“이, 이럴 수는 없어!”
유지웅은 머리를 움켜쥐고 좌절했다.
민항기 출신인 스카이 가디언도 이전보다 107배나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었는데, 왜 군용 무인기인 스카이비는 그만큼의 배속을 이뤄내지 못했는가!
“15분 지났어. 이러다가 아무래도 스카이 가디언보다 늦는 거 아니야?”
“마, 말도 안 돼! 그럴 순 없어!”
한계치는 20분이다. 만약 20분을 넘길 경우 스카이비는 스카이가디언보다 더 느리다는 절망적인 계산이 되고 만다.
“19분…… 아, 저기 보인다!”
슝! 슝! 슝! 슝! 척! 척! 척! 척!
정효주가 외치기 무섭게 네 기의 스카이비가 출발했던 지점으로 와서 급정거를 했다. 정효주는 유지웅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말했다.
“그래도 스카이 가디언보다 1분 빨랐네?”
“20분이나 19분이나…… 아니, 너희들! 겨우 지구 한 바퀴 도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나 때는 그러지 않았다고!”
「이런, 19분이나 걸렸나요? 어쩐지 느릿느릿 답답하게 날아가나 했는데, 설마 20분 가까이 걸릴 줄이야…….」
“야, 브라우니! 똑바로 교육 안 시켜!”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야! 너희 다시 한 번 비행 속도 측정한다! 이번에는 선착순이다! 늦게 도착한 두 놈은 날개에 낙서 당할 줄 알아!」
“카운트다운 시작! 5! 4! 3! 2! 1! 출발!”
스카이비 넷은 다시금 브라우니의 감시 속에서 출발했고, 유지웅은 초조하게 시간을 재면서 기다렸다.
5분…… 10분…… 15분…….
“아, 저기 보인다. 이번에도 19분 끊겠는데?”
정효주의 경쾌한 음성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스카이비 넷은 정확히 19분 만에 도착했다. 아까의 기록과 0.1초 미만으로 동일한 기록이었다.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어.”
「네 이놈들! 선착순 둘이라고 했으나 다 같이 태업을 했으므로 모두 날개에 낙서를 새겨주겠다! 이 유성 페인트가 지워지는 그 순간까지 오늘의 치욕을 IC회로에 새기고 또 새기거라!」
분노한 브라우니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유성 페인트와 붓을 가져다가 왼쪽 날개에 모두 낙서를 새겼다.
“한 번 더 한다!”
「넵!」
유지웅은 또다시 지시했고, 날개 낙서라는 치욕적인 벌까지 받은 스카이비 넷은 죽을힘을 다해서 비행 속도 측정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똑같이 19분이었다.
정효주는 깊은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듯이 주저앉은 유지웅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였다.
“힘내. 그래도 스카이 가디언보다 1분 정도 더 빠르잖아?”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무인 전투기 출신 녀석들이 초대형 민항기와 속도가 5%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냐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몸집의 크기나, 동체의 유연성이나, 뭐로 보나 당연히 스카이비가 압도적으로 빨라야 한다. 하지만 겨우 5% 차이라니?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1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다니?
“지웅아, 내가 생각을 다르게 해봤는데. 쟤네 레벨 규소 등급에서 저 속도는 거의 한계치인 게 아닐까? 그 이상의 속도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뭐 그런 거. 그렇다면 다른 능력에서 뭔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