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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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디 멀리 출장이라도 갑니까? 제법 큰 캐리어까지 챙겨들고 있군요.”
“아, 이거 말씀이시군요.”
캐리어를 흘끔 바라보던 장태준은 멋쩍게 말했다.
“한동안 미국에 다녀올까 합니다.”
“아니, 미국은 왜요?”
미국이라는 말에 니트로는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나타냈다. 장태준처럼 중요한 인물이 가벼운 일로 미국을 방문하지는 않을 테니까.
“레이드 지휘 때문입니다.”
“레이드 지휘? 혹시 턴키방식 지휘를 맡기로 했습니까?”
“자세히도 아시는군요. 연합에 들어온 레이드 지원 요청 내용은 일반 사람은 잘 모르는데 말입니다.”
“내가 연합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요. 내가 하는 연구도 결국은 레이드와 관련이 깊은 일 아닙니까?”
맞는 말인지라 장태준은 가볍게 끄덕였다.
“미국에 가는 건 맞지만, 턴키방식 지휘를 맡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총지휘만 맡아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권지휘? 그럼 하루면 끝날 텐데, 웬 짐을 그렇게 많이 싼 겁니까? 캐리어가 보통 크기가 아닌데요.”
캐리어 크기를 보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주 이상 해외에 머무를 것처럼 보인다.
장태준은 씩 웃었다.
“한 건만 하는 게 아니라서요. 지금 제가 맡기로 결심한 건수만 10건이 됩니다. 전부 다 미국입니다.”
“호오……. 그렇군요.”
미국에서 레이드 총지휘만 10건이라.
그 넓은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한 달로도 빠듯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머무르다 보면 추가로 일이 더 생길 수도 있겠죠. 그것도 전부 맡아서 할 겁니다.”
“만약 미국에서 일이 다 떨어지면요?”
“그럼 캐나다로 넘어갈 겁니다. 캐나다에서도 지금 3건 정도 요청이 들어와 있는 게 있어서요.”
“저런, 러시아에서 총지휘를 한 번 해보니 제대로 그 맛에 빠지셨군 그래.”
“……뭐, 비슷합니다.”
장태준은 피식 웃었다.
니트로는 아마 200명이 넘는 인원을 통제했던 그 맛에 푹 빠진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그가 레이드 총지휘만 닥치는 대로 맡아서 하려는 이유는, 어그로 카운트를 가급적 많이 시험하기 위해서이니까.
“제법 오래 있다 오겠군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보고된 괴수만 30개체가 넘으니까요. 일이 잘 풀리면 미국이 그 괴수 전부를 잡으려고 할지도 모르죠.”
미국이 요청한 총지휘는 10건이지만, 그 10건을 무리 없이 전부 해결하면 나머지 20개체도 잡으려고 할 것이다.
20개체 중 17개체는 방치, 그리고 3개체는 턴키방식 지휘를 요구하고 있지만, 장태준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그들이 제안을 바꿀 수도 있다.
“이거 적적해지겠는데요. 모처럼 좋은 이웃이 생겼나 했더니, 금방 또 쓸쓸하게 혼자서 보내게 생겼어요.”
“너무 쓸쓸해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두 달이 되기 전에는 완전히 돌아올 겁니다. 아, 그리고 중간에 틈틈이 들리긴 할 겁니다. 지휘 대행 말고도 연합에서 제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요.”
“젊은 분이 참 바쁘게 사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별말씀을요.”
장태준은 출근하는 길에 곧바로 미국에 연락을 넣었다.
“먼저 켈루자 레이드 총지휘 대행을 맡겠습니다. 턴키방식 지휘를 제외한 다른 지휘도 모두 맡겠습니다. 오늘 바로 출발할 수 있을까요?”
「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오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모시겠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기뻐하며 곧바로 수송기를 준비시켰다. 한시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일단 회사에 출근한 장태준은 회사까지 찾아온 미군 헬기를 타고 사천공항으로 날아갔다. 그곳에 대기 중이던 장거리 수송기를 타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10시간 가까운 비행을 거치고 그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착륙하기 전 그는 하늘 위에서 (구)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한때는 수많은 민항기들이 오고 갔던 곳이지만, 이제는 폐쇄되어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항 활주로에는 버려진 듯한 각종 비행기가 가득했다. 거의 대부분 헬기나 프로펠러 쌍발기 등 소형 민간 자가용 비행기였다.
“저기가 그 유명한 스카이 가디언의 요람이군요.”
“네, 하늘 구조대 본부이기도 하지요. 우리 캘리포니아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안내를 맡은 군인은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출신인 모양이었다. 어깨에 자부심이 제대로 들어간 것을 보니.
“그런데 스카이 가디언은 보이지 않네요.”
“스카이 가디언은 요람에 거의 붙어 있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 미국만 해도 하루에 4, 5대씩 민간 경비행기나 헬기가 추락호간 합니다.”
“그런 것들까지 다 구조하다니…… 스카이 가디언은 정말 대단하군요. 쉴 틈이 없겠습니다.”
“하하, 대신 항공사고 사망자가 한 명도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것과 바꿀 수 있는 가치는 없지요.”
내심 스카이 가디언의 실제 모습을 한 번 봤으면 했던 장태준은 조금 아쉬웠다.
장태준은 공항에 내린 후, 준비된 헬기를 타고 곧바로 작전 지역으로 이동했다. 캘리포니아는 아직 밤이었기에 일단 그곳에 마련된 임시 기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미국 측에서는 좋은 숙소를 마련해주고 싶어 했지만 장태준이 거절했다.
“저도 군인 출신입니다. 야영은 익숙합니다. 그리고 잡아야 할 괴수들이 수두룩한데 편안한 잠자리나 누리자고 동선과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군측은 장태준의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특히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신뢰와 동질감을 느꼈다.
미군 측은 장태준이 비행하는 동안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다음 날 아침, 장태준은 미군 장교와 동행한 채로 대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앞으로 귀하가 함께 하게 될 공격대원들입니다. 부대 차렷, 경례.”
척!
장태준 앞에 선 대원들은 일제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모두 군인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레이드를 하는 동안만큼은 다들 스스로를 군인으로 여기는 것이 미국 공격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태준은 경례를 받으면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레이크 전 중령이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며칠 간 레이드에서 여러분들을 지휘하게 될 장태준이라고 합니다.”
통역사를 통해 장태준의 말이 레이더 대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저는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합니다. 무모한 작전은 시도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잘해 봅시다.”
그렇게 첫 전투가 시작되었다.
켈루자는 야외 진영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반경 30km 안에 민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태준은 먼저 미군이 세운 작전을 검토했다.
A4 50장이 넘어가는 복잡한 작전 계획을 그가 읽기 시작하자 미군 장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마치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맡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 같았다.
“좋군요. 이대로 가겠습니다.”
“어디 수정하거나 보완할 만한 곳은 없으십니까?”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전입니다. 이대로 갑시다.”
굳이 따지자면 몇 가지 손보고 싶은 구석이 있긴 했다. 하지만 장태준은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작전을 수정하면 대원들에게 다시 숙지시켜야 하고, 당연히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숙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혼란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차라리 작전을 보완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이 정도 작전으로도 충분하고 말이지.’
켈루자는 거대한 두꺼비 모양을 한 괴수였다. 그 크기는 대형 버스 두 개를 합친 것만 했으며, 전체적으로 검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총 3개의 개체가 확인되었으며, 아직 한 번도 인간이 도전해본 적 없는 미지의 괴수다. 러시아에서 잡은 세키루와 동일한 조건인 것이다.
“각각 딜러 25명으로 구성된 공격대가 총 4개…… 그 중 예비대는 3개…….”
원래는 딜러 몇 명, 탱커 몇 명, 힐러 몇 명, 이런 식으로 공격대 구성을 말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냥 딜러가 몇 명인지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추세가 생겨났다.
어차피 메인 탱커와 서브 탱커가 존재하고, 딜러 수만큼 가드 탱커와 힐러가 추가로 붙으며, 메인 탱커를 전담하는 힐러 5, 6명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즉 딜러가 몇 명인지를 말하면 탱커와 힐러가 몇 명인지는 대강 견적이 나온다.
저 멀리 낮잠을 자듯 몸을 웅크리고 있는 켈루자를 쳐다보는 장태준은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선명한 긴장감이 가슴에서 피어오르며 기분 좋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갑시다. 메인 탱커, 폴링하세요.”
메인 탱커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켈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켈루자는 처음에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메인 탱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오자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바로 장태준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다.
‘보인다!’
켈루자에서 뻗어 나온 흰색 선이 메인 탱커와 연결되었다.
장태준은 얼른 원거리 카메라가 보내오는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당연히 저 빛의 선이 보이지 않았다.
빛의 선은 기본적으로 희었지만, 아주 조금 붉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
“하앗!”
메인 탱커가 있는 힘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으로 켈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순간 둘을 연결한 선에 실린 붉은 기운이 조금 더 짙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백색에 더 가까운 쪽이었다.
장태준은 팔짱을 낀 채 지그시 응시했다.
‘어그로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군.’
메인 탱커는 열심히 공격을 넣고 있지만, 선에 실린 붉은 기운은 좀처럼 짙어지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붉은 빛보다는 백색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생긴 것만큼 둔감한 녀석인가. 외부의 공격에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하나?’
아니면 메인 탱커의 공격을 크게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은 걸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쬐끄만 게 왜 이렇게 시끄럽지?’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 기운이 조금 더 진해지자 장태준은 다시 지시를 내렸다.
“딜러들, 앞으로.”
딜러들이 일제히 전진하며 거리를 좁혔다.
“1번 딜러 가볍게 한 방 발사.”
지시에 따라 1번 딜러가 화염 공격을 날렸다. 트럭 타이어만 한 붉은 구체가 빠르게 날아가 켈루자의 몸통을 맞고 폭발을 일으켰다.
켈루자가 이쪽을 바라보며, 드디어 후방 진영을 인식했다.
그 순간 장태준은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켈루자에서 뻗어 나온 수없이 많은 백색의 선이, 후방에 있는 모든 이들과 연결된 것이다.
방금 전 공격으로 켈루자가 후방에 있는 대상 모두를 경계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 선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힐러, 그리고 가드 탱커까지 전부 다.
오직 90도 방향에 몸을 숨긴 채 드러내지 않는 장태준과 지휘 인력만이 연결되지 않았다.
‘1번 딜러가 후방에서 그나마 제일 붉다.’
수십 개가 넘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빛의 선이 대원 한 명 한 명을 꿰뚫고 있는 광경은,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 특별한 경험에 장태준은 가볍게 전율하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견뎌야만 했다.
“1번 딜러, 계속 딜. 나머지는 모두 대기.”
흥분을 억누르기 힘들다.
최고급 수퍼카를 제약 없이 마구 밟아도, 이보다 가슴이 뛰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