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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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험해 봐야 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 위협 수준을 보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없는지, 제한은 어느 정도인지, 또 발전이나 개량의 여지는 있는지.’
뜻하지 않게 좋은 무기를 얻었을 경우, 당연히 그 자세한 제원을 시험해보는 게 기본이다.
장태준은 자신이 얻은 어그로 카운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결심부터 굳혔다.
“그러려면 괴수 레이드 지휘 대행에 가급적 많이 나서야겠어.”
그는 모니터 화면을 훑었다.
국제공격대연합에 날아온 레이드 지원 요청은 참으로 다양하고 많았다. 국가 차원에서 직접 발송한 공문도 있지만, 기업에서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키루를 잡는 과정이 자세하게 보도되자 지원 요청은 열 배 이상으로 폭주했다.
연합의 저력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었던 미심쩍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옵저버 역할을 부탁했었다.
즉 레이드는 자신들이 직접 알아서 할 테니,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으로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키루 레이드 성공 이후, 처음부터 레이드 지휘를 맡아달라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민간 공격대 구성을 추진하는 돈 많은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 장태준이 직접 지휘를 맡아주기를 원했다.
―혹시 턴키방식도 가능합니까?
턴키방식.
열쇠를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건설업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사를 전적으로 맡아 완료한 후 클라이언트에게 키를 넘긴다는 뜻이다.
레이더 발탁부터 구성, 훈련, 전술 수립, 기타 대응 방안까지, 말 그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장태준이 맡아서 해줄 수 있느냐는 질의였다.
물론 턴키방식이니만큼 제안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지원에 대한 대금을 다른 이들보다 3배로 불렀고, 여기에 괴수 사체 가치의 절반 이상을 추가로 지불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일종의 성공보수였다.
‘턴키방식 지휘는 비효율적이야. 적어도 지금의 나한테는.’
만약 ‘어그로 카운트’를 얻기 전이었다면 턴키방식 지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공격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하고, 전술을 짜고, 그리고 레이드를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군의 유인 작전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고민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좋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그로 카운트를 최대한 자주, 유용하게 써먹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야 어그로 카운트에 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
그러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턴키방식 레이드 지휘는 맞지 않는다.
‘애초에 어그로 카운트를 얻지 못했으면 턴키방식 제안 자체가 이렇게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운명이란 참 우습군.’
장태준은 조용히 자문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 어그로 카운트를 각성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세키루를 잡을 수 있었을까?’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당시 세키루가 무언가 반격을 해서 원거리 딜러들을 기절시키는 정황은 분명했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그로 문제일 것이고, 따라서 시험 삼아 1, 2명 정도만 집중적으로 딜을 넣게 한 뒤 가드 탱커로 하여금 지켜보게 했을 것이다.
‘가시 반격 기술은 알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60명이 넘는 원딜을 한꺼번에 관리하면서 일일이 딜 조절을 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했을 거다.’
레이드 자체가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원거리 딜러를 그룹으로 묶어서 적당한 시간차 공격으로 어그로 관리를 하면 될 테니까.
하지만 한 명도 가시 반격 기술에 당하지 않은 채 마무리를 할 순 없었을 것이다.
턴키방식 지휘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지원 요청이 쏟아지는 것은, 바로 단 한 명도 가시 반격 기술에 당하지 않았던 덕이 가장 컸다.
“일단 어그로 카운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눈을 번쩍 뜬 장태준은 모니터 화면을 빠르게 훑었다.
그는 마침내 한 제안서를 선택했다.
“여기로 하자.”
집을 나선 장태준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집은 장흥군 수문리 인근의 고급 연립주택이었다.
5층으로 된 건물이며 1개 층에 2가구가 붙어 있는, 총 10세대 고급 빌라라고 보면 된다.
바다와 맞닿는 언덕에 있는 데다 남향인지라, 거실 베란다를 통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소금기를 먹은 바람이 염려되지만, 빌라 앞쪽에 투명한 유리벽이 돔을 반으로 자른 형태로 감싸고 있어, 바닷바람이 직접 부딪치지는 않는 형태였다. 유리벽의 저택 뒤편은 개방되어 있다.
또한 유리벽에는 다수의 출입문이 있어 이동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전용면적 244제곱미터, 흔히 말하는 90평대 아파트에 맞먹는 넓이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호화 빌라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런 집이 월세가 30만원이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서울에서 이런 아파트에서 살려면 관리비만 그 몇 배 이상으로 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 제니스 타운에서는 90평대 고급 빌라 임대료가 겨우 30만원이다.
244제곱미터가 이 정도이니, 국민 평수라 일컬어지는 84제곱미터는 10만원 정도였다. 투룸이나 원룸 오피스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싸다.
말 그대로 관리비 정도만 내면 얼마든지 거주할 수 있다. 심지어 보증금조차 없다.
대신 거주할 수 있는 구역은 엄정한 심사에 의해 정해진다.
거주하고 싶은 지역은 신청자가 임의로 골라서 신청할 수 있지만, 면적이나 층, 구체적인 건물 등은 제니스 컴퍼니에서 정해주는 방식이다.
특히나 해안가에 있는 이런 대형 고급 빌라는 아무나 거주할 수 없다.
소위 말하는 회사의 주요 인사만 거주 가능하다. 제니스 컴퍼니에서는 류이한 사장 정도나 가능하다고 들었다.
현재 10미터 간격을 둔 지점에 비슷한 빌라가 새로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장태준이 얼마 전 이 빌라에 입주했을 때, 그는 혼자였다.
당시 그는 자신이 매우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감격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에게 이웃이 생겼다.
“오, 장 팀장. 지금 출근합니까?”
“예, 니트로 교수님. 좋은 아침입니다.”
머리가 벗겨진 백인 교수가 흰 가운을 입은 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교수님은 출근 안 하십니까?”
“아, 출근해서 할 것도 없는데 뭐해요. 그냥 오늘은 바다나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연구하렵니다.”
“사색과 공상만으로 연구가 진행되다니, 참으로 대단하군요. 천재들의 세상은 참 신비합니다.”
“그러는 장 팀장도 전술의 천재 아닙니까. 전공 분야가 다를 뿐이지 크게 다를 것 없어요. 허허.”
제니스 컴퍼니에 정식으로 입사한 니트로 교수는 이곳 수문리 고급 빌라에 거처를 정했다.
남해안 끄트머리에 있는 빌라지만 이동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제니스 컴퍼니에서 장태준과 니트로를 위한 전용 헬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당 1대씩 전용 기체로 제공한 상태이며, 24시간 대기 중이다.
“요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부끄럽습니다. 그냥 여기저기서 조금 찾아주는 연락이 있는 정도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 강국들이 앞을 다투어 찾고 있는데 조금 찾아주는 정도라니요. 겸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닙니까?”
니트로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유리벽 앞에 있는 벤치에 털썩 앉았다.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유리벽은 먼지가 쌓이지 않아 깔끔한 시야를 자랑했다.
새똥 같은 것이 묻어도 비가 오거나 물을 한 번 끼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진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결정체를 섞어서 만든 특수한 유리라고 들었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니트로를 잠시 바라보던 장태준은 그가 사색에 잠기기 전 용기를 내어 물었다.
“교수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쭤 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친근하고 유일한 이웃의 질문이라면 사양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괴수를 결정체로 정제하는 기술은 언제쯤 대량화, 그리고 안정화가 가능해질까요?”
“…….”
니트로는 잠시 말이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장태준은 자신이 괜한 질문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무안해졌다.
“죄송합니다. 민감할 수 있는 비밀일 텐데, 제가 궁금한 마음에 그만…….”
“아니, 아닙니다. 장 팀장이라면 충분히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더군다나 우리는 같은 회사 직원 아닙니까. 회사 발전을 위해서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사이지요.”
니트로가 웃으며 말하자 장태준은 안심이 되어 마주 보고 미소를 보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니트로가 입을 열었다.
“음…… 사실 1년도 길지요.”
“……예?”
장태준은 순간 멍해져서 반문했다.
지금 전문가들은 대량정제 및 안정화까지 빠르면 6년, 넉넉하게 10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동안에 괴수 사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시설이 먼저 개발된다는 것이다.
또 제니스 컴퍼니에서 재배하는 결정체를 통해 결정체 산업이 차근차근 자리를 잡게 되고, 대량정제 기술이 보급되는 순간 폭발적인 기세로 결정체 문명이 세상을 잠식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니트로는 1년도 길다고 하지 않는가.
“정제하는 것에 성공했으니 단가 떨어뜨리고 안정화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사실 전에 했던 북한 실험에서는 빨리 가설을 검증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조금 무리를 한 게 있다오. 허허.”
“조금 무리를 한 게 45억 달러로군요.”
“그 대신 4,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실을 밝혀내지 않았습니까?”
장태준은 조금 멍해졌다. 이 사람은 대체 돈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박힌 것일까.
“하지만 돈은 최대한 아끼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잘못된 겁니다. 원래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진리는 그렇지 않아요.”
“진리…….”
그 말이 왠지 가슴에 와 닿아, 장태준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중얼거렸다.
니트로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회사와 대학, 국가가 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진리를 탐구하고 성과를 내라고 주는 겁니다. 아껴서 많이 남기라고 지급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바로 ‘예산의 본질’입니다.”
“예산의 본질…….”
“장 팀장은 공격대 관리를 담당하고 있죠? 덤으로 레이드 지휘도 말입니다. 혹시 업무 계획을 짤 때 조금이라도 예산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적 있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최고의 훈련 시스템을 갖추되, 한 푼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구상…….”
“쯧쯧, 그래서는 안 돼요. 한 푼이라도 아낄 방안을 생각하느라 정신력을 소모하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차라리 최고의 훈련 시스템을 더욱 다듬는데 쏟아 부으세요.”
니트로는 검지를 세운 뒤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명심하세요. 예산을 주는 사람은 아끼라고 주는 게 아니라, 쓰라고 주는 겁니다. 예산이라는 것은 화려하게 불태울수록 그 본연의 가치를 발하는 법입니다. 한국의 나로우주센터가 몇 번이고 무수한 돈다발을 허공에 불태웠지만 결국 로켓 발사 기술을 축적하고 습득하기 위해서였음을 기억하세요.”
장태준은 마음속에서 커다란 소용돌이가 치는 것을 느끼고, 크게 감동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