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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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딜러는 벌써 5분 이상 꾸준히 딜을 넣고 있었다.
그를 제외한 다른 딜러들은 아직 켈루자를 지켜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장태준이 딜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태준은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의 시선은 카메라가 화면으로 송출하는 켈루자와 메인 탱커 전투 영상, 열심히 딜을 넣고 있는 1번 딜러를 번갈아 가면서 바쁘게 살피고 있었다.
전투를 개시하고 5분이 넘어가자 다른 딜러들은 조금씩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대신 가벼운 의문이 머릿속을 채웠다.
‘왜 딜하라고 오더를 내리지 않는 거지?’
전투를 개시하고 벌써 5분 넘게 흘렀지만, 장태준이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는 점이 이상했다.
‘아까 아담프가 딜 넣었을 때도 아무 문제없어 보였는데…… 그럼 이제 슬슬 우리도 투입할 때 아닌가?’
‘왜 저러시는 거지?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니면 혹시 지금 작전을 살짝 다듬고 있는 건가? 그래서 오더를 내릴 겨를이 없는 건가?’
다른 대원들 사이에서는 별 별 추측이 맴돌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장태준의 오더 없이 임의로 딜을 시작한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장태준과 함께 하는 지원보조팀도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까부터 장태준은 팔짱을 낀 채 영상 화면과 전투 장면을 육안으로 번갈아 보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표정이 매우 안 좋다. 뭐가 잘못 된 건가?’
장태준의 안색이 매우 나빴다. 그 점이 상황실 인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자신들이 보기에 특별히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장태준 혼자만 표정이 심각하니 마음에 걸렸다.
아니면 그에게만 보이는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레이드 천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불협화음이 정말 존재하나?
‘위협 수치가 잘 안 올라간다.’
장태준은 속으로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메인 탱커, 그리고 1번 딜러.
켈루자와 그 둘을 연결한 어그로 라인이 띤 붉기의 정도가 줄곧 비슷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메인 탱커 쪽이 미세하게 조금 더 붉은 쪽이었지만, 장태준이 보기에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거는 언제든지 어그로가 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인데. 대체 뭐가 문제지?’
메인 탱커가 켈루자에게 제대로 된 위협을 주지 못하나?
아니면 그만큼 지금 1번 딜러의 공격이 위협적인가?
장태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손을 내밀었다.
“1번 딜러 자료 좀 봅시다.”
“예!”
수행 요원이 부리나케 태블릿을 조작해서 장태준에게 넘겼다. 바로 데이터를 볼 수 있게 정보를 불러온 것이다.
장태준은 빠르게 데이터를 살폈다.
“특별할 게 없는데. 그냥 평범한 원딜인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아아, 아닙니다. 문제가 생길까 봐 미리 대비하는 거니까 안심하세요.”
대수롭지 않은 억양에 요원은 괜히 감동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이런다, 그 간단한 대답이 왜 이렇게 멋져 보이는지 몰랐다.
‘1번 딜러는 특별할 게 없다. 메인 탱커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장태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생각을 마친 그는 드디어 추가 오더를 내렸다.
“1번 중지, 2번 시작.”
새로운 오더가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2번 딜러가 앞으로 나서며 두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붉은 기운이 맺히는가 싶더니, 전장 2미터가 넘는 빛의 원통이 생성돼서 빠르게 날아갔다.
빛의 원통이 아직 닿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2번 딜러에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1번 딜러가 한창 딜을 넣을 때와 거의 비슷한 농도였다. 장태준은 그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2번 딜러, 중지. 3번, 4번, 5번, 딜 시작.”
이해할 수 없는 오더가 이어졌지만 대원들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3번, 4번 딜러들은 켈루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다른 5번 딜러는 활에 화살을 메긴 채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화살촉이 타오르듯이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두 개의 구체와 한 개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괴수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그들 셋과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급격하게 붉게 물들었다.
‘역시.’
장태준은 그것을 보고 확신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세운 가설이 맞는 모양이었다.
“모두 딜 중지. 대기바람.”
장태준의 지시에 세 원거리 딜러는 즉시 손을 내리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장태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가드 탱커들, 잘 들으세요. 여러분들, 절대로 긴장감을 내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맨투맨으로 딜러들의 보호 임무를 맡은 가드 탱커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딜러와 힐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가드 탱커 여러분들이 바빠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다소 힘들더라도 긴장감을 유지하세요. 가드 탱커 여러분들이 바짝 긴장하고 대비해야 오늘 레이드, 무리 없이 풀어갈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원딜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집중을 잃지 마세요.”
후방 5km 지점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실시간으로 레이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현재 영상을 전송 중인 카메라만 대략 100여개에 달한다. 메인 탱커와 켈루자를 직접 비추는 시점만 10여 개가 넘었고, 전장 전체를 비추는 시점도 5개나 되었다.
여기에 메인 탱커를 제외한 대원 전원이 착용하고 있는 1인칭 시점 카메라도 있었다.
메인 탱커 시점이 없는 이유는 전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장태준 사무장은 대체 무슨 의도일까요?”
상황실 분위기는 엄숙하고 무거웠다.
그들은 장태준을 믿었다. 러시아에서 세키루를 상대로 보여준 놀라운 성과를 신뢰했다.
때문에 불신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장태준이 보이는 대응은 답답하리만치 신중했다.
“겉보기에는 별 거 없어 보이는데 너무 신중하게 나서는 것 같습니다. 세키루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음…… 원래 큰 재주는 모자라게 보이는 법이지. 장태준 사무장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낀 게 틀림없어.”
“그 무언가가 뭔지 궁금하긴 합니다. 백여 명이나 되는 모니터링 요원 중 아무도 이상한 점을 못 느꼈는데 말입니다.”
칼릭 국방부 차관은 레이드 총책임자인 반립트 소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단장님은 혹시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까?”
“전혀 없어요. 장태준 사무장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나쁜 의미에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만큼 반립트 소장의 궁금증도 짙다는 방증이었다.
먼저 딜러 한 명으로 하여금 딜을 시켜 켈루자의 반응을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미군의 작계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했으니.
하지만 장태준은 아무 의미 없이 5분 이상 계속 그로 하여금 딜을 시킨 채 지켜보기만 했다.
그 5분 동안 켈루자는 별다른 돌발 행동 없이 메인 탱커만 노리고 있었는데도.
다른 딜러들을 몇 번 더 교차로 투입한 뒤 완전 딜을 중지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오직 장태준 사무장에게만 보이는 것…… 그게 뭔지 정말 궁금하군요.”
「3-A1 포메이션으로 갑니다. 원거리 진형을 세 개로 나누겠습니다. 각자 위치로 이동하세요.」
오더가 떨어지자 원거리 딜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자리를 잡았다.
세 그룹으로 나뉜 원거리 딜러들은 느슨한 반원의 형태로 켈루자를 포위하듯이 감쌌다.
힐러들은 두 그룹으로 나뉜 채, 원거리 딜러 그룹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A그룹, 그 상태에서 거리를 벌립니다. 바깥쪽으로 50미터 더 이동하세요.」
진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느슨한 반원은 옆으로 길게 찌그러진 형태가 되었다. 좌익 그룹이 좀 더 거리를 벌린 덕분이다.
3-A1은 딜러를 세 그룹으로 나누되, 25명의 딜러 중 좌익에 원거리 5명만을 배치하는 조합이었다. 가드 탱커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으로, 가장 적은 수가 배치된다.
「좌익 그룹, 지금부터 딜 시작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진형 배치였지만 대원들은 두 말 하지 않고 오더를 따랐다.
그냥 말뚝딜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복잡하게 진형을 짜는 걸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천천히, 좀 더 천천히 딜을 하세요.」
오더가 거듭 들어왔고, 좌익 그룹은 그에 따라 공격 속도를 조금 늦췄다.
5개의 화살촉이 괴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어쩌다 보니 좌익 그룹에는 활을 무기로 삼는 원거리 딜러들만 모이게 된 것이다.
“가랏! 빅브라더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담은 화살촉!”
“그럼 나는 더 큰 존경심을 담은 화살촉이다!”
“유한조시여, 부디 저를 지켜주소서!”
저마다 우렁찬 기합을 터트리며, 5인의 좌익 원거리 딜러들은 힘차게 딜을 넣었다.
「딜 더 천천히. 지금 딜이 너무 강합니다.」
“딜이 강하다고? 지금 되게 천천히 넣고 있는 건데……?”
“아까 폴링할 때 처음 딜 넣은 것보다 훨씬 더 살살하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신나서 딜을 넣던 대원들은 의아했다.
명령에 불복종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령대로 착실히 딜을 느슨하게 하고 있는데도, 더 천천히 하라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전원 딜 중지. 1T, 돌진 코스 육탄 방어. 2T 에서 5T까지, 딜러 전부 안고 뛰어. 힐러들, 1초 간격으로 1T에 힐 시전.」
1T는 1번 딜러한테 붙은 가드 탱커를 뜻하는 축약어다.
2T, 3T, 4T, 5T도 마찬가지다.
딜러들은 갑자기 왜 그러나 싶어 의아했지만 반사적으로 딜을 멈췄다.
동시에 1번 딜러의 가드 탱커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4명의 가드 탱커가 딜러 5인을 안은 채 힘껏 그 자리를 뛰었다.
힐러들은 오더와 매뉴얼에 따라 1초의 시간차를 두고 가드 탱커에게 힐을 쏟아 부었다.
방금 그 오더가 무슨 의도에서 나온 지령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니, 그것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현장의 대원들은 물론이고 후방 기지 상황실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령부조차도 말이다.
쿠우웅!
“커어억!”
둔탁한 충격을 느낀 가드 탱커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막 자리를 이탈하려던, 딜러 한 명을 안은 가드 탱커를 향해 날아갔다.
딜러를 안은 가드 탱커는 재빨리 몸을 돌려 자신의 등으로 그를 막았다. 품에 안은 딜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크으윽!”
통증이 느껴졌지만 움직임에 제약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딜러를 안은 가드 탱커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힘껏 그 자리를 이탈했다.
충격을 받은 1번 가드 탱커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섰다. 아까부터 줄곧 들어오던 힐 덕분에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눈앞이 번쩍하고, 엄청난 충격이 닥쳤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오더는 쉬지 않았다.
「1T, 오른쪽 5미터 지점으로 뛰어! 롸잇 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