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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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힐을 받고 일어난 1번 가드 탱커는 곧바로 들린 오더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이를 악물고 오른쪽으로 몸을 힘껏 날린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조금 전과 똑같은 충격이 온몸을 뒤덮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날아와 자신을 때린 것이 분명했다.
‘대체 뭐야?’
급속히 쏟아지는 힐을 받으며 가드 탱커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기 위해 애썼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오른쪽으로 한 번 더! 3미터 지점! 빨리!」
가드 탱커는 이를 악물고 다시금 뛰었다. 이번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켜보려고 했다.
쿵!
둔탁한 충격이 배를 가격했다. 가드 탱커는 피를 토하며 켈루자 쪽을 노려보았다.
‘뭐지, 방금?’
착각이겠지만 순간적으로 허공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혹시 그 일그러짐이 방금 전 자신이 느낀 충격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인가?
바닥에 착지한 가드 탱커는 콜록거리며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다가 불현듯 보았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달아나고 있는, 딜러를 안은 다른 가드 탱커의 모습이.
그 순간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일직선?’
지금 자신은 켈루자, 그리고 딜러 중 한 명을 잇는 직선 사이에 있었다는 것을.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가드 탱커가 피를 토하면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에 적중된 듯합니다!”
“빨리 확인해! 어서!”
상황실 분위기는 한순간에 다급해졌다.
조금 전까지 자리 잡고 있던 화기애애함은 씻은 듯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공격에 당한 거야!”
반립트 소장은 눈을 부릅뜬 채 요원들을 재촉했다.
그때 요원 중 한 명이 급히 외쳤다.
“사단장님! 이걸 봐주십시오!”
“뭔가? 뭐 찾아내기라도 했나?”
“열화상 영상을 기록한 겁니다! 여길 봐주십시오! 가드 탱커가 3차례 미상의 공격을 받았을 때 화면입니다!”
사단장을 포함한 참모들이 급히 몰려들었다. 칼릭 차관도 얼른 가장 앞에 서서 요원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열화상을 표현한 영상이 보였다. 가시광선이 아닌, 열에너지로서 영상을 표현한 것이다.
켈루자를 붙들고 있는 메인 탱커는 영상에서 가장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의외로 켈루자의 표면 체온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 밖에도 거리를 두고 떨어진 원거리 딜러, 가드 탱커, 힐러들의 위치도 열영상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바로 이겁니다.”
요원은 프레임 단위로 조절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보이십니까?”
“이게 뭐지?”
칼릭 차관은 신음을 흘렸다. 그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가드 탱커가 공격을 받는 순간, 켈루자와 가드 탱커 사이에 희미한 열선이 그어진 것을.
“켈루자가 가드 탱커를 향해 어떤 투사체를 엄청난 속도로 날린 겁니다. 이 열선은 투사체가 날아오면서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일어난 발열의 흔적이고요.”
“투사체?”
켈루자가 뭔가를 날려서 공격을 시도했고, 가드 탱커가 그것을 막아냈다? 저 열선은 공기를 뚫으면서 남긴 발열의 흔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더 생긴다.
“장태준 사무장은 이걸 어떻게 예측한 거지?”
“…….”
반립트 소장의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조짐을 장태준은 정확히 포착해내고, 그에 대한 대비까지 해내지 않았는가.
―1T, 돌진 코스 육탄 방어. 2T 에서 5T까지, 딜러 전부 안고 뛰어.
―힐러들, 1초 간격으로 1T에 힐 시전.
―1T, 오른쪽 5미터 지점으로 뛰어!
―오른쪽으로 한 번 더! 3미터 지점! 빨리!
그들은 아까 장태준이 내렸던 오더를 떠올렸다.
그것은 켈루자의 공격을 미리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판단 아닌가?
그때 다른 요원이 다급히 외쳤다.
“소장님! 드론 카메라로 피격 포인트를 샅샅이 살펴봤지만 투사체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뭐야?”
“가드 탱커가 타격을 입는 순간에 찍힌 영상을 전부 돌려봤지만 투사체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파편 같은 것도 없습니다!”
뭔가에 얻어맞았다면 당연히 그게 바닥에 떨어져야 한다. 하다못해 부서진 파편이라도 발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다니.
소장은 문득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격, 이것을 장태준은 어떻게 예측한 것일까? 그리고 자신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대로 무력하게만 있을 순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장태준에게 레이드 최고지휘권을 맡긴 것은 사실, 그렇다고 가만히 두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미군의 자존심을 걸고 최대한 많은 전장 정보를 포착해서 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때였다.
「지금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성능 좋은 고속카메라가 어떤 게 있습니까?」
장태준의 질문에 한 요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초당 30만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카메라 3대가 현재 임시기지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촬영 가능한 범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프레임당 30cm 이내의 움직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한데.」
장태준이 잠시 말이 없자 요원은 마치 자신이 죄라도 지은 것처럼 죄책감이 들었다.
칼릭 차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의 무능하고 가난한 미군 같으니! 이럴 때 어서 장태준이 원하는 성능의 무기나 장비를 재깍재깍 갖다 바치지 못할까!
「적어도 5미터 이상 범위의 움직임을 1,000만 fps로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구,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태준은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금 전장 지휘에 몰두했다.
반립트 소장이 버럭 화를 냈다.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니!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한 건가! 구해오라고 지시를 내렸으면 당장 구해야 할 거 아닌가! 어서 구해오란 말이다! 미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고속 카메라를 말이야! 지금 당장! 롸잇 나우!”
“A그룹, 이제 정지해도 좋습니다. 1T, 그룹으로 복귀하세요.”
“B그룹, 이동하세요. 위치는 아까 A그룹이 자리 잡았던 바로 그곳입니다. C그룹은 B그룹 위치로 이동해서 대기, A그룹은 C그룹 위치로 이동해서 대기.”
장태준의 지시에 따라 포메이션 자리가 차례차례 바뀌었다. 한 칸씩 왼쪽으로 밀려난 형태가 된 것이다.
B그룹은 바짝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이제 자신들이 딜을 넣을 차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가드 탱커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동료 탱커가 세 차례 넘게 무슨 공격에 당했는지 어떻게든 알아내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탱커의 뛰어난 동체시력으로도 보이지 않는 공격에 당한 것이다.
상황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고속 투사체를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총구에서 발사되는 총알도 볼 수 있는 탱커의 눈에도 보이지 않다니.
‘세키루와는 다르다. 가시 반격 같은 것이 아니야.’
장태준은 손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고 있었다.
세키루는 몸에 박힌 가시에 일정한 데미지가 축적되면 자신을 공격한 이를 향해 저절로 날아간다. 그것은 일종의 자율반사작용, 즉 세키루와 가시들이 제각각 따로 노는 것이다.
하지만…….
‘켈루자는 자기 의지로 직접 딜러를 공격한다.’
장태준은 그렇게 확신했다.
딜러를 노릴 때마다 켈루자의 머리가 그쪽 방향으로 살짝 돌아가는 게 바로 증거였다.
그리고 장태준은 분명히 보았다.
딜러에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선명한 붉은 빛을 띠는 순간, 검은 스파크가 순식간에 길게 일어나는 것을.
‘검은 스파크는 가드 탱커한테 막혀서 딜러까지 닿지는 못했다.’
어그로 라인은 괴수가 적을 인식하는, 이른바 경계하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가드 탱커가 어그로 라인을 막아서도 붉은 수치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검은 스파크는 달랐다.
가드 탱커가 그 앞을 막아서는 순간, 켈루자에서 딜러까지 뻗쳐나가다가 가드 탱커한테 막혀서 끊어졌다.
어떤 물리적인 타격, 혹은 궤적이 분명했다.
‘검은 스파크…… 저건 아마 켈루자가 한 공격 궤적의 흔적이겠지. 나에게만 보이는.’
짜릿한 감각이 다시금 척추를 타고 흘렀다.
어그로 카운트 아이는 그저 위협 수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이 보지 못한, 괴수가 행한 공격의 잔재를 흔적으로 보여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검은 스파크가 영상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게 바로 증거였다.
그때였다.
「공격대장님! 카메라를 마련했습니다! 지금 미 공군에서 이쪽으로 배송 중이랍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약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합니다! 마침 미 공군에서 사용 테스트 작업 중이었는데 테스트를 중지하고 우리 쪽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성능은 제가 말한 바를 충족하겠지요?”
「물론입니다! 무려 4조 FPS 극 초고속 카메라입니다! 다중 노출 주파수 인식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초고속 촬영을 하는 장비로, 단일 프레임에 남는 다수의 인코딩 레이저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여 다수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방식의…….」
“설명은 됐습니다. 촬영 가능 범위는 얼마나 됩니까?”
「20미터입니다! 보통 초고속 촬영 카메라는 극도의 줌인 상태에서 촬영을 하는 터라 촬영 범위가 매우 좁은 단점이 있지만…….」
“B그룹 위에 바로 배치하세요.”
두 번이나 설명을 무참하게 씹힌 요원의 들리지 않는 절규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아무튼 엄청 좋고 비싼 카메라라는 것은 충분히 알았다.
‘그럼 돈값을 해야지.’
얼마 후 저 멀리서 미 공군 항공기가 보였다.
고도를 다소 낮춰서 스치듯이 날던 항공기는 곧 동체 하부의 개폐창을 열고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길이 3미터 가량의 무인항공기였다.
안정된 비행으로 전장까지 날아온 드론은 곧바로 날개를 수직으로 꺾으며 프로펠러를 개방했다. 그리고 마치 수직이착륙기처럼 공중에 꼿꼿이 호버링하며 정지했다.
“호오.”
장태준은 불현듯 저 놈이 매우 탐이 났다.
“나중에 사달라고 해야지.”
“……예?”
“아니, 아닙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공격대장님! 준비됐습니다!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좋습니다. 7번, 8번, 9번 딜러, B그룹에서 왼쪽으로 10미터 이탈 후 딜 개시. 카메라는 이 세 딜러를 주시.”
「알겠습니다!」
세 원거리 딜러가 딜을 시작했다.
짙은 화염구와 빛의 광선이 쉴 새 없이 켈루자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들 셋과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장태준은 그걸 보고 확신했다.
‘역시 어그로 관리가 매우 힘든 놈이었어.’
레이드를 마치면 켈루자에 관해서 뭐라고 정리할지 미리 생각하며, 장태준은 어그로 라인을 주의 깊게 주시했다.
“6T, 6번 원딜 육탄 방어! 나머지는 회피!”
기다렸다는 듯이 6번 가드 탱커가 몸을 날렸고, 곧 둔탁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피를 토했다.
“나왔습니다!”
미 공군에서 배송까지 지원한 극초고속 카메라는 과연 비싼 값을 했다. 다른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한 순간의 프레임을 포착해낸 것이다.
반립트 소장은 초당 4조 개의 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무시무시한 카메라가 보내온 영상을 보고 눈을 비볐다.
“이게 대체 뭔가?”
“……혓바닥 같은데요. 켈루자 혓바닥.”
아무리 봐도 혓바닥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가느다랗고 ‘아주 긴’ 채찍 같은 게, 가드 탱커를 정통으로 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