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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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우익청년들의 가두 행진에 꾸준히 참석했다.
물론 그들의 구호를 따라 외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엄연한 헬조선 사람, 비록 잠입이라지만 내 구역을 비하하는 구호를 따라 외칠 수는 없었다.
“음, 이 맛에 애들이 이런 병신 짓을 하는 거군.”
가두 행진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마치 자신이 진정으로 이 시위대의 구성원이 된 듯한 일체감을 맛볼 수 있었다.
자신조차도 이런 기분을 살짝 느낄 정도이니, 집에서 밥만 축내던 히키코모리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을 줄 것이다.
“아아, 이래서 다들 선동을 당하는 거군. 완벽하게 이해했어.”
유지웅은 꾸준히 가두 행진에 참가하면서, 우익 청년단원들의 표정과 감정 상태를 체크했다.
대부분의 단원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들의 배후에 욱일공격대가 있으며, 그들에게 일본 전복을 위한 명분 구축용으로 이용당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청년 단원들은 그저 도취되어 있었다.
자기들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쉽게 전이되고, 타인의 감정을 오염시키며, 동시에 아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힘마저 있었다.
세 척의 탐사선 침몰, 신주쿠 대형 화재, 그리고 대사관 침투 과정에서 일어난 발포와 수십이 넘는 사망.
그 일련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행렬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카오리 아이, 제법 똑똑한데?”
비록 타국의 병신들 사이에 섞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사가 만들어지는 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익 단원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유지웅은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장면을 남김없이 기록했다.
‘나는 지금 역사를 기록하고 있어.’
지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역사에서 자신은 아직까지 철저한 방관자이자, 외부인이다. 하등 상관이 없고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역사를 만드는 것과는 색다른 재미와 희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대형 사건이 터졌다.
한국 대사관이 뚫리고, 대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잡힌 채 제물처럼 끌려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유지웅은 그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위에 잠입하지 못했고, 덕분에 가두 행진이 시작된 이후에야 뉴스를 통해 그 사실을 접할 수 있었다.
“구해줘야 하나? 그래도 헬조선 국민이니까 죽지 않도록 지켜는 줘야겠지?”
직접 나서서 구출할 수는 없다. 자신이 일본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밀이니까.
하지만 몰래 보호막을 걸어주면 그들을 보호할 순 있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나중에 힐러를 통해서 치료해주면 된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유지웅은 곧바로 현장에 달려갔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종료된 상태였다.
“이게 뭐야…….”
「경찰이 무력 진압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총기는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사관 직원들은 무사히 구출돼서 일본 정부 소관으로 신병이 이동되었습니다. 외교적 갈등과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박정환 대사와 직원들은 큰 문제없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지모 대위의 설명에 유지웅은 어떻게 되었는지 납득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서 무기고가 털렸습니다. 무장한 시위대가 인근 육상자위대 기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지 무기고마저 털려는 듯합니다.」
「시위대 중에 욱일공격대원이 끼어 있습니다. 주동자와 일반 시위대원 모두에 섞여 있는 게 분명합니다.」
「육상자위대 기지가 털렸습니다. 세 대의 전차가 도쿄를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주변 과시를 위해서인지 일부러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일본이 진압을 위해 탱커를 내세웠습니다.」
「진압은 성공했습니다만, 전차와 함께 있던 시위대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습니다. 욱일공격대가 시위대 사이에서 수류탄을 터트린 모양입니다. 진압에 나섰던 탱커 중에 욱일공격대에 포섭된 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내전으로 접어들 것 같습니다. 우익 청년단원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조직화되었습니다. 주요 항구와 공항이 ‘반란군’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우익 청년단원들은 자신들의 위에 누가 있는지 몰랐다.
그저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척척 진행되는 것에 흥분하고, 만족하고, 날뛰고 있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일본의 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것에 도취돼 있었다.
‘내전을 일으켜서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다음, 자기들이 나서서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시나리오인가.’
간단하고 명확하지만, 그만큼 단단한 명분을 세울 수 있는 계획이다.
“지모 대위, 욱일공격대가 실패할 일은 없겠네요.”
「우리 분석팀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외부의 개입이 없는 한 결국 욱일공격대는, 카오리 아이는 일본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겁니다.」
“아직 내각은 욱일공격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죠?”
「반란군에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은 눈치 챘습니다. 군 조직화를 위한 유기적인 움직임, 그리고 활동 자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조직으로는 안 되니까요. 하지만 아직 욱일공격대의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일본을 흔들기 위해서 꾸민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맞습니다. 투베 총리는 의장님이 이 모든 것을 주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내각 인사들도 의장님에 가장 큰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뭐, 그럴 줄 알았어요.”
「의장님이 최근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으시니 그런 의심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김범석 사장도 그러더군요. 한국 내에서까지 그런 비슷한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고.”
심지어 한국 여론도 유지웅이 지금의 일본 내전 상황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을 정도다.
물론 유지웅의 시선을 의식해서 공론화되지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기들끼리 조용히 잡담거리로 삼는 수준이다.
“미국은 어떻게 할 건가요?”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닌 듯합니다. 대통령 각하와 직접 통화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대통령 각하도 의장님과의 다이렉트 통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이거 끊고 바로 전화하죠.”
「10분만, 딱 1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어요.”
그리고 10분 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둘은 한가한 인사치례는 건너뛰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일본 내전을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의장님의 의향을 깊이 존중할 생각입니다.」
“과거 6.25전쟁으로 일본은 참 많은 이득을 봤었죠. 물류기지 역할에 충실하면서, 2차 대전 패전으로 인한 손실을 충당하고 부강한 나라로 일어섰죠. 저는 그 빚을 돌려받고 싶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일본을 둘로 나누고 싶습니다.”
「…….」
트럼프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발상이었는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대신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참모들도 적지 않게 놀라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마침 모양새도 딱 좋지 않나요? 기존의 일본 체제, 그리고 욱일공격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신체제, 이렇게 둘로 나누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귀하의 의향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통화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트럼프는 참모들과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이다. 유지웅의 일본 분할 계획이 실현성이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진해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궁리할 것이다.
통화를 끊은 뒤 유지웅은 곧바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범석아.”
「예, 주인님. 말씀하십시오.」
“일본을 두 개로 나눠야겠다. 미국하고도 합의 봤어. 그렇게 알고 너도 준비해라.”
「일본을 둘로 나눈단 말씀이십니까? 역시 주인님은…….」
“울먹거리지 마. 배 나온 대머리 중년남이 울먹거리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게 없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GCS 덕분에 더 이상 대머리가 아니지만, 김범석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주인님이 대머리라고 하시면 아무리 모발이 풍성해도 그저 대머리인 것이다.
“당분간은 비밀이다. 흘러나가면 안 돼.”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전에 지시한 거 있지? 그거 지금 바로 메일로 보내.”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만 일단 1차로 보내겠습니다.」
“그래그래. 전화 끊고 바로 보내라.”
1분도 지나지 않아 메일이 도착했다. 바로 김범석이 보낸 1차 보고서였다.
일본 내에서 챙길 만한 가치가 있는 귀중한 현물, 그리고 그 보유자와 위치 등을 정리한 리스트였다. 당연히 가치가 높은 순서대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유지웅은 문서를 훑어보고 감탄했다.
“역시 범석이야. 내 속을 이렇게나 잘 알아요.”
귀중한 현물이란 뭘까?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그 분류가 정해질 것이다.
누구는 다이아몬드나 금괴 같은 귀금속을 들 것이고, 누구는 명품 같은 사치품을 들 것이다. 지폐다발뭉치를 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범석은 문화재를 1순위로 여겼다.
특히 가치가 있고 크기가 작은 문화재일수록 순위를 정할 때 우선도를 매겼다.
“센죠 마츠모토 회장이라……. 일단 이 사람부터 찾아가볼까.”
센죠 마츠모토.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재벌이자, 초고가 문화재를 많이 모은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해외 골동품 경매 시장에서 알아주는 큰손이기도 했다.
센죠 회장은 근래 들어 좌불안석이었다.
우익 청년단원들이 반란군화 된 이후, 그는 재빨리 일본을 벗어나려고 했다. 내전 조짐이 구체화된 이상 당분간 몸을 빼고 있는 게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출국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요 항구와 공항은 이미 반란군이 점령한 상태였다.
그것을 보고 센죠 회장은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저 멍청한 백수들이 모인 줄 알았는데, 그 뒤에 확실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수만 명이 넘는 우익 청년단원들은 그저 소모품일 뿐이다.
더 무서운 것은 청년단원들이 자기들이 누구를 위해서 행동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철저함만 봐도 진짜 반란 세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조건 일본을 벗어나 있어야 돼.’
그래서 내각에 문의해서 해외 피신이 가능한지를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절망적이었다.
특히 투베 총리가 미국으로 피신을 계획했었다가 항공기 테러를 우려해서 보류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센죠 회장은 출국을 무기한 보류했다.
총리마저도 무서워서 함부로 비행기나 배를 못 타는 상황에서 섣불리 탈출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반란군에게 제대로 찍혀서 처참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센죠 회장은 인감과 신분증, 그리고 현금만을 챙겨서 가족들과 함께 저택을 벗어났다.
측근이 경영하는 모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거기에서 체류했다. 일단 반란군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두려움에 떨며 모텔 생활을 보낸 지 사흘이 됐을 무렵, 불청객이 그를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난 유지웅이라고 합니다. 나와 계약해서 이 나라를 무사히 벗어나고 싶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