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79)
— 프리시즌 헬조선편 찾기는 했는데… —
알이 1,500개나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유지웅은 마음이 들떴다. 드디어 일이 제대로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부화된 새끼도 확인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브라우니가 남이섬에서 발견한 부화한 새끼와 동일했다. 알의 형태나 크기, 생김새 역시 남이섬에서 발견한 것과 눈으로 보기에 동일했다.
알은 샘플 연구를 위해 일부만 수거하고, 나머지는 제자리에 두기로 했다. 알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물을 오염시키는지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알을 모두 회수하면 아마존 강 오염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흐음…… 치어만 봐서는 성체가 어떤 모습일지 도저히 감이 안 오네요. 그냥 흔하디흔한 뱀장어 같기도 하고.”
“측정 기록을 보면 알이 발견된 이후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결정도가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제 가설 중 하나가 맞았군요.”
가설 하나. 알을 낳을 때에는 결정 에너지를 크게 소모하지 않으며 알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결정 에너지를 흡수해서 부화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 현재까지 그 가설은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유지웅은 브라질 장관한테 물었다.
“올해 재배한 농작물들은 다 폐기하셨습니까?”
“예,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전부 폐기하는 중입니다.”
“조심하세요. 분명히 정부 말 듣지 않고 몰래 빼돌려서 팔아치우는 사람들이 나올 겁니다. 브라질이 워낙 넓고 행정력은 좀 부족한 편이잖아요.”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유지웅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불과 이틀 전 브라질에서 고속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해서 2명이 사망하고 십 수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던 주민들은 화물칸에 실린 짐을 절취하는데 바빴다.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자들은 본 체 만 체 했다.
‘이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려나 모르겠는데…….’
땅은 넓고 행정력은 부족하다. 대농장주들의 돈을 먹은 경찰들이 과연 제대로 단속을 할지가 의문이다.
하부 행정조직에서 자기들 이익을 챙기느라 날뛰면 정부에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솔직히 개발도상국이라서 국민 의식이 낮은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브라질산 곡물이 세계 시장에 암암리에 풀려나간다는 걸 전제로 하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야 할 듯하다.
“드론 관측으로 만든 스캐닝 지도 중 결정 에너지 분포도가 높은 곳 위주로 수색한 게 정답이었습니다. 이곳도 원래 강력한 의심 지역 중 하나였군요.”
장태준이 옆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늘어놓았다.
“현실적으로 의심 괴수 성체를 찾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마존 개간지역에서 생산된 그 엄청난 곡물들이라고 봅니다. 브라질 정부가 아무리 손을 쓴다 한들, 수억 톤이 넘는 그 곡물들을 과연 모두 폐기할 수 있을지…… 이미 수확을 마친 농장들도 적지 않습니다.”
장태준도 유지웅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들은 니트로도 공감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브라질의 행정장악력은 바닥 수준입니다. 실제로 폐기되는 곡물은 30%에도 채 이르지 못할 겁니다.”
“30%가 아니라 3%라도 되려나 모르겠어요.”
“그 많은 곡물들이 국제 곡물 시장에 풀리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당분간 금계령(치킨을 먹지 못하게 하는 행정지시)이라도 내려야 하나.”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대두는 식용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가시적인 피해가 나타난다면 아마 닭 요리일 것이다.
닭은 성장과 유통이 빠르고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많은 과축적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쩔 수 없고, 일단 우리 헬조선 정부라도 귀띔은 해줘야겠어요. 한시적으로라도 가축 사료 원산지를 엄격히 감시하라고요.”
“부디 한시적인 조치로 끝났으면 좋겠군요.”
“성체를 찾는 것도 일이지만…… 정말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
유지웅의 말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니트로와 장태준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물을 결정 에너지로 오염시키는 알을 낳는 정체불명의 괴수, 아마도 알이 부화하는 과정에서 결정 에너지가 물에 흡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그 괴수를 찾는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을까?
‘브라질, 한국……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두 땅에 같은 괴수가 나타났어. 그렇다면 한두 개체가 아니고 서식지에도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뜻이 되는데…….’
이건 차라리 전 지구에 있는 바퀴벌레 박멸이 더 쉽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찾기는 찾아야지요. 적어도 어떤 괴수가 물을 오염시키는지 만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저는 온 김에 아마조니온이나 사냥해야겠습니다.”
“아, 사냥하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아무래도 수색대가 피해를 입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유지웅이 아마조니온 사냥을 꺼렸던 이유는, 아마조니온이 인간의 무분별한 아마존 밀림 파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줄 거란 의견 때문이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을 지키기 위해서, 비남미국 입장에서는 아마조니온이 존재하는 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마조니온을 제거해서 안전한 수색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았다.
“지금 두 마리 남았죠? 수색에 방해되는 한 마리만 제거하려고 했는데, 그냥 두 마리 다 제거해야겠습니다.”
“근데 레드 몹인데 사냥이 가능합니까?”
장태준은 그 점이 몹시 궁금했다.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티라노도 사실상 언터쳐블이었다. 이미 이스라엘 정부는 티라노 섬멸을 포기하고 공존을 선택했다.
하지만 유지웅은 아마조니온 제거를 점심 메뉴 고르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다. 과연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그 방송 내용이 사실이었을까?’
돌멩이 하나로 아마조니온을 제거해버린 그 방송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유지웅은 아마조니온이 다른 개체와 싸우느라 빈사 상태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장태준은 다른 개체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었다.
“레드 몹이 위험한 건 공격력과 체력이 옐로 몹보다 월등히 높아서 그래요. 어쩔 수 없이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데 탱커가 한 대라도 맞으면 빈사 상태가 되거나 즉사하고 마니까, 제대로 된 레이드가 안 되는 거죠.”
“그, 그럼?”
“혼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저라면 아마 가능할 겁니다. 대신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요.”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지도를 살폈다. 현재 수색대가 있는 위치, 알을 발견한 지점, 그리고 아마조니온 두 개체가 존재하는 지점을 확인했다.
“제가 싸우는 모습은 비공개로 하고 싶군요. 내일 전투를 시작할 테니 그때까지 예상 전투 지역에서 10km 이상 모든 인원을 물려주세요.”
“이런 역사적인 건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이드 전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제가 싸우는 방식은 전술 발달에 방해만 초래하지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애초에 저는 다른 레이더들하고 다르잖아요. 그리고 기록은 남길 겁니다. 방송 카메라 들고 갈 거거든요.”
“스트리밍을 하실 겁니까?”
다들 어이가 없었다. 레드 몹을 혼자서 잡으러 간다는 담대함도 대단한데, 그 와중에 방송까지 하겠다니.
자신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전혀 없는 사람이나 보일 법한 태도 아닌가.
“아뇨, 그냥 찍어만 둘 겁니다. 기록만 남기는 거죠. 공개는 때가 되면 할 거예요.”
장태준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유지웅의 속마음을 알았으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언제 하루 종일 쇼하고 있어. 그냥 한 방에 해치우고 게임이나 하고 있어야지. 젤다의 전설 마스터 모드나 한 번 해봐야겠다.’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에 보는 눈이 없어야 한다.
유지웅은 페르난도의 대저택을 찾았다.
이미 소식을 들은 페르난도가 연회 준비를 마치고 맞이했다. 아찔한 수영복을 입은 그의 여자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동행한 지모와 니트로의 눈이 돌아갔다. 나이를 떠나서 남자라는 공통분모는 참 위대한가 보다.
대충 연회를 마치고 유지웅은 혼자 저택을 나섰다.
지모가 동행하려 했으나 만류했다.
“내일의 격전을 앞두고 잠시 혼자 걸으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합니다.”
유지웅은 내일 홀로 레드 몹을 잡으러 간다. 지모는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혼자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
“네, 제가요?”
“……아니, 강도들이 위험하겠군요. 잘 다녀오십시오. 너무 무자비하게 손을 쓰시진 마시고요.”
저택을 나선 유지웅은 시내로 들어섰다.
커다란 색안경을 썼을 뿐인데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아직 브라질에서는 내 인지도가 별로인가. 앞으로 더욱 정진해야겠는 걸.”
유지웅은 스마트폰을 꺼내 정효주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야?」
“아, 거기는 아침이지? 여긴 아직 저녁이야. 나 내일 아마조니온 잡기로 했어.”
「웬일로? 아마존 밀림 파괴 막아야 한다면서?」
“그랬는데, 수색대가 위험해지게 놔둘 순 없잖아. 그래서 미리미리 제거하기로 했지. 그냥 나 혼자 한 대도 안 맞는 식으로 잡는다고 했어.”
「나중에 말 안 나오게 하려면 시간 좀 끌어야 할 텐데.」
“그래서 사람들 다 치우고 혼자서 잡으려고. 한 방에 처치하고 어디 짱박혀서 게임이나 하지, 뭐.”
「아마존에서는 인터넷 잘 안 터질 텐데.」
“싱글 게임 할 거니까 괜찮아.”
통화에 정신이 팔린 유지웅은 7명의 남녀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변을 감싸며 걷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한 명은 그의 앞에 자리를 잡았고, 둘은 우측에, 둘은 뒤에, 나머지 셋은 다시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유지웅과 속도를 맞춰 걸으면서, 그의 스마트폰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통화에 한창 정신이 팔린 순간, 우측의 한 명이 번개처럼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동시에 바로 뒤에 있던 이가 그를 밀쳤고, 맨 뒤에 있던 이 중 한 명이 딴청을 피웠다. 마치 자신이 스마트폰을 훔치고 딴청을 피우는 척 연기를 한 것이다.
“어?”
느닷없이 스마트폰을 뺏긴 유지웅은 멈춰 서서 그들을 돌아봤다.
가장 선두에서 시선을 교란하던 여자와 스마트폰을 훔친 이를 포함해서 3명이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맨 뒤에서 딴청을 피우는 이가 그의 시선을 끌려고 했다. 어디 한 번 와서 내 몸을 한 번 뒤져보라는 듯이.
유지웅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치안이 이래서, 오염 곡물 100% 폐기가 가능하겠냐 이 말이지.”
아무래도 깔끔한 옷차림과 등에 멘 골프백, 그리고 고가의 스마트폰 덕분에 표적이 된 모양이다.
그는 등에 멘 골프백에 손을 넣고, 그 안에서 뭔가를 꺼내어 하늘을 겨누었다. 절취범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꺼낸 것은 바로 기관단총이었다.
“브라질에 왔으면 브라질의 법을 따라야지.”
유지웅은 유유히 벗어나려 하는 절취범들의 발아래에 대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
인정사정없이 쏘아진 탄환에 보도블록이 박살났고, 휘파람을 불며 벗어나려던 절취범 셋이 놀라서 우뚝 멈췄다.
유지웅은 기관단총을 어깨에 올린 채, 삐딱하게 서서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Come or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