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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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 페르난도는 이미 연회의 준비를 만반히 갖춰놓은 상태였다.
그가 좋아하는 술과 음식, 그리고 120인치 대형 TV에 연결된 온갖 게임기까지 잔뜩 준비를 해놓았다.
실제로 엑셀을 밟고 운전대를 쥔 채 플레이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장치, 마찬가지로 실제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콕피트에서 비행을 즐길 수 있는 비행 시뮬레이터까지.
유지웅은 피로감에 눈이 충혈이 된 와중에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페르난도를 돌아보았다.
“페르난도, 준비를 잘 해놨구나.”
“보잘것없는 이 나라를 위해 너무 큰 고생을 하셨습니다. 폐하의 피로를 풀어드리는 중임을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Your Majesty.”
“알겠다. 너의 정성, 고맙게 받으마.”
유지웅은 보드카를 병째 쥔 채 게임기를 잡았다. 편안하게 술과 음식을 먹으며 게임을 즐겼다.
페르난도는 자기 여자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여자들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놀기 시작했다.
이른바 백색 소음, 게임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안 다른 이들도 주변에서 자기들끼리 같이 어울려 재미있게 놀고 있다면, 더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꼬박 휴식을 취하며 즐기고 있는데, 마침내 장태준 일행이 복귀했다.
“아니. 총사무장님, 왜 이제 오신 겁니까? 바로 오시는 거 아니었어요?”
“……전투 현장을 좀 수색했습니다.”
“수색할 게 뭐 있나요? 그냥 한 대도 맞지 않고 열심히 공격을 피해 다니면서 잡았을 뿐인데요. 정말 격렬한 전투였습니다. 다시는 레드 몹 솔로레이드 따위는 하고 싶지 않군요.”
“…….”
유지웅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장태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얼마나 힘든 전투였는지 아시나요? 정말 3,000만큼 죽을 뻔했습니다. 어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군요.”
유지웅이 손사래를 쳤고, 페르난도는 듣기만 해도 그의 활약에 감동을 금할 수 없는지 눈물을 훔쳤다.
‘아무리 봐도 밑밥 까는 거 같은데……?’
레드 몹 솔로레이드 따위, 이 사람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거 아닌가?
괜히 나중에 귀찮아지는 일이 생길까 봐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엄살을 피우는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꺼낼 때가 아니었다.
“의장님, 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요? 수색하다가 또 발견하셨나 보네. 운이 좋군요.”
“그런데 그 알을 발견한 위치가 의장님이 오늘 첫 번째로 잡은 아마조니온이 누워 있던 곳입니다.”
“그래요? 아마조니온이 나중에 자기가 먹으려고 숨겨뒀나?”
“……알들은 대충 천 개 정도 됩니다. 아마조니온이 누워 있던 흔적 바로 위에 가지런하게 있었습니다. 만약 아마조니온이 깔고 뭉개고 있었다면 다 깨졌거나, 아니면 그 무게 때문에 땅 아래 파고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전부 땅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유지웅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고, 장태준은 심호흡을 한 뒤 말을 꺼냈다.
“그 알은 아마조니온의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의 성체가 바로 아마조니온입니다.”
“뭐라고요?”
“레드 몹은 죽으면서 사체가 사라지죠. 하지만 알은 성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생명입니다. 모체는 사라졌지만 알은 그대로 남아서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마조니온이 누워 있던 흔적 위에서 가지런하게 발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아마조니온이 그 알의 성체라는 건가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헐…….”
유지웅은 허탈한 표정으로 놀란 감정을 드러내 보였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잠깐, 그러면 남이섬, 아니 서울 근처 어딘가에도 아마조니온이 존재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봐야 타당하겠죠.”
“그 좁은 땅덩어리에 저렇게 큰 괴수가 있다면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진작 눈에 띄었을 텐데요.”
“땅을 파고 숨어 있다면 모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확실한 것은 서울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어쩌면 여의도반달곰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험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사망자는 없었으니까요.”
몸 두께 3미터, 전장 600미터짜리 거대한 뱀 괴수가 서울 시내를 휘젓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라.
그 자체로 이미 재앙이다.
“잠깐, 반드시 땅을 파고 숨어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
유지웅이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장태준은 힘차게 끄덕여 보였다.
“물속에 숨으면 확실하지요. 눈에 띄지도 않고요. 전장 600미터가 거대하다 하나, 충분히 한강에 몸을 숨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서울의 알은 남이섬 강바닥에서 발견되었으니…….”
“아마 강바닥에 숨어 있을 겁니다. 팔당호나 한강을 뒤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흐음, 그래도 아마조니온 같은 큰 괴수가 살기에 서울은 너무 좁은데. 아마존 우림하고는 좀 다르지 않으려나.”
유지웅은 고민에 잠겼다.
일단 물을 결정 에너지로 오염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냈다.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근데 아마조니온이 저 정도로 클 때까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단 말이야? 갓 부화한 새끼는 그렇게 작은데?’
한 마리가 알을 천 개 넘게 낳는 걸 보면, 그 번식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완전히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할 때까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은신 능력도 탁월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문득 장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의장님, 아마 아마존 우림에는 이미 부화한 아마조니온 새끼들이 적어도 다섯 자리 단위는 될 겁니다. 단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섯 자리는 못 되더라도 최소 네 자리 이상은 될 거예요.”
몇 천 마리인지 몇 만 마리인지, 사실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쩌면 여섯 자리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조니온을 너무 늦게 파악했어요.”
레드 몹치고는 얌전하게 숲이나 강 주변에 틀어박혀서 한가로이 여생을 즐기는 괴수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녀석은 더욱 치밀하고 은밀하게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트로가 말했다.
“알이 물을 오염시키는 메커니즘은 계속 연구해보겠습니다. 어쩌면 역으로 오염을 해독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겠죠?”
“정말 운이 좋다면 단기간 안에 실적을 이뤄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량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어쩌면 이제는 도시에서도 물을 아껴 써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장태준이 말을 받았다.
“그나마 오염된 물을 먹거나 접촉한다고 무조건 죽는 건 아니니 다행입니다.”
물을 섭취하면 과잉 축적 현상 때문에 적당히 탈이 날 뿐, 그 자체로 죽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는 식량 생산이죠. 오염된 곡물이나 그 곡물을 먹고 성장한 가축 고기를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장 브라질 대두 농장이 생산에 차질을 빚어 전 세계 목축업자들이 사료 때문에 고민 중입니다.”
“더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말씀하십시오, 의장님.”
유지웅은 장태준과 니트로를 번갈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눈이 지모를 향하자 지모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신 입을 열었다.
“브라질 농장주들이 정부의 폐기 명령에 반발해서 비밀리에 작물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밀수를 통해 해외에 몰래 내다 팔고 있지요. 특히 중국과의 거래가 활발합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장태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브라질 대통령이 분명히 오염된 곡물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을 텐데?
“여기는 브라질입니다. 길거리에서 고가 스마트폰만 꺼내도 여럿이 달려들어 몰래 훔치고, 좋은 양복을 입고 지나가면 총을 내밀고 금품을 털어가는 나라입니다.”
“…….”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합니다만, 정부의 행정력이 곳곳을 장악하지는 못합니다. 대통령이 제아무리 폐기를 부르짖어도 단속을 맡은 경찰이나 실무 관료들은 몇 백 불만 쥐어줘도 모른 체 하고 이상 없다고 보고를 올립니다.”
“감사를 철저히 하면…….”
“감사를 맡아야 할 이들도 돈에 쉽게 넘어가지요. 적어도 기생산된 물량의 과반은 몰래 팔려나갔다고 봐야 합니다.”
“…….”
“문제는 언제부터 곡물들이 결정 에너지에 오염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곡물들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지, 현지에서 곧바로 소비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대농장주들이 생산하는 물량이 더욱 그렇습니다.”
“맞아요. 그리고 일단 당분간 치킨은 끊으셔야 할 거예요.”
“네?”
유지웅이 느닷없이 치킨 이야기를 하자 장태준은 의아했다.
“보통 닭 한 마리 키워서 출하하는데 50일 걸린데요. 오염된 사료가 유통된다면 가장 먼저 치킨에 그 영향력이 오는 거죠. 앞으로 치킨 먹고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가 제법 나올 겁니다.”
“그럼 닭고기 말고 다른 고기들은…….”
“뭐,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죠. 이미 도축돼서 냉동 보관한 고기들은 안전할 겁니다. 닭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에요. 이제 막 태어난 병아리들은 오염된 사료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장태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안 돼! 더 이상 치킨을 먹을 수가 없다니!
“닭이 먼저 영향을 받는 거지 다른 고기들도 차차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고기를 삼가는 게 좋아요. 아니면 유통이 확실한 사료만 먹여서 키운, 검증된 고기만 섭취하던가요.”
“그건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는 참아야죠. 이거 보니까 아마조니온 때려잡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지구상에서 박멸시키지 않는 한은 말이죠.”
이미 한국, 그리고 브라질에서도 아마조니온이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나라라고 안전할까? 유지웅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이미 과축적 현상 때문에 쓰러진 사람들이 나왔을 수도 있어요. 브라질과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어?”
유지웅은 스마트폰 진동을 느끼고 내용을 확인했다. 비서실에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유지웅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장태준과 지모, 니트로를 둘러보았다.
“왠지 말이 씨가 된 기분이네요.”
“의장님?”
“방금 비서실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프랑스에서도 과잉 축적 현상으로 보이는 환자들이 수십 명 발견됐다고 하네요.”
“…….”
“앞으로 프랑스산 식자재도 피해야 될 것 같은데요. 푸아그라는 이제 끝났네.”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프랑스 식수원이 이미 결정 에너지에 오염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물이 오염되었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나는 작물, 생산되는 축산물도 결정 에너지에 오염된 상태임을 뜻한다.
장태준이 허망해져서 말했다.
“이거, 원인을 찾기는 했는데…….”
“그래도 우리 한반도는 다행입니다. 우리 제니스 컴퍼니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식량과 사료 10년치를 확보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