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1)
00141 와이프는 여대생 =========================================================================
사소한 재무 분쟁은 변호사에게 맡겨둔 채 유지웅은 홀가분하게 일상 생활에 복귀했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게 돈 없는 사람한테 돈 달라고 보채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받을 수 있다는 기약이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촉을 해야 하니 이쪽도 답답한 것이다.
한국의 일 년 예산만 해도 300조 원이 훌쩍 넘는다. 그 중에서 2조쯤 빼는 게 뭐 대수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라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좀 과장해서, 만 원짜리 한 장까지 어디에 쓸지 연초에 미리 계획을 잡는다. 급작스러운 변칙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하물며 한두 푼도 아닌 2조 원이나 되는 금액을 대체 어디서 빼온단 말인가.
어쨌든 법무법인 킴벌리로서는 놓칠 수 없는 큰 건수였다. 소송금액만 무려 2조 원이 넘는다. 당연히 변호사 수임료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킴벌리는 김장호를 필두로 내로라하는 중진 변호팀을 대거 조직해 교섭에 나섰다.
“어머, 그럼 재판까지 가야 하는 거예요?”
“아직은 몰라. 변호사 말 들어보면 교섭 단계에서 마무리될 것 같대. 일단 주는 게 맞는 돈이니까.”
“다행이네요. 질질 끌지 않아도 돼서.”
“정부도 줘야 하는 거라고 인정은 했어. 단지 줄 돈이 없어서 문제거든.”
캔커피를 마저 마신 정효주는 빈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옆에 놓아둔 가방을 집어들었다. 스키니진 청바지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천상 여대생이었다. 화려한 옷차림은 아니지만 워낙 튀는 미모를 가졌는지라 벌써부터 과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같이 가요, 언니.”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입은, 여성스러운 차림을 한 박나영이 얼른 따랐다. 그녀도 제니스 소속 딜러다 보니 둘이 같이 다녔다. 같은 과 같은 학년이지만 정효주가 한 살 많은 까닭에 언니라고 불렸다.
과에서는 둘이 제니스 공격대 소속이라는 걸 모른다. 아니, 레이드 능력자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레이드 능력자들은 일반인에 비하면 굉장한 고소득자이기 때문에 학교 같은 곳에서는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는 편이다.
“어, 너희들 여기 있었어?”
그때 체격 좋은 남자가 둘 앞에 나타났다. 정진철이라는 과 선배였다. 학년도 나이도 정효주보다 위였다. 군대 갔다 와서 스물 넷이라고 했던가.
“안녕하세요.”
“오늘 과 모임 있는 거 알지? 니들 빠지면 안 된다.”
“어머, 그럼요. 끝까지 달릴게요!”
“저는 집에 가봐야 하는데.”
박나영은 좋아서 손뼉을 쳤지만 정효주는 난감한 듯이 거절 의사를 비쳤다.
“야야, 안 돼. 너 보고 싶어하는 남정네들 얼마나 많은데 빠지면 쓰나.”
“집안일이 좀 밀려 있어서요.”
“신입생이 무슨 집안일이 밀렸다고? 오늘 모임 교수님들도 몇 분 오시니까 웬만하면 참석해. 눈도장은 찍어둘 수 있을 때 찍어두는 게 좋아.”
정진철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가 완전히 안 보이게 됐을 무렵 박나영이 은근히 말했다.
“저 봐요. 제 말이 맞다니까요. 저 선배 언니한테 관심 있어요.”
“유부녀한테 관심 있어서 뭐해.”
“그걸 모르니까 저러는 거죠.”
정효주는 과 사람들을 사근사근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결혼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어장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생활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물 한 살에 결혼했다고 해봐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사고라도 쳤나 보다 하고 수군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걸 또 해명하려면 부연 설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애초에 사생활 이야기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반지 대신 실반지 하나를 왼손 약지에 끼고 다니지만 몇 몇 남자들의 대시는 여전했다. 남친쯤은 상관없다는 걸까.
“어? 효주 아니야? 여기서 뭐해?”
“강의실 들어가려고요. 곧 강의 있거든요.”
“뭔데? 어느 교수님 강의야?”
“박찬을 교수님 강의요.”
“아, 그 수업? 전필이지? 그럼 열심히 들어야겠네. 열공해.”
“네. 선배님도요.”
“딱딱하게 선배님이 뭐냐. 그냥 오빠라고 불러.”
정효주는 난감한 웃음을 짓기만 했다. 다른 여자애들은 남자 선배한테 오빠 오빠 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깍듯하게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식으로 거리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전공은 결정체학이었다. 결정체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습득하는 학문이었다. 결정체학이 법학, 경영학, 의학을 제치고 사회에서 제일 알아주는 학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 되었다. 결정체학을 졸업하면, 감정기관에 취직하거나 결정체 연구 분야에 진출하거나 등 다양한 진로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레이드 능력자들은 결정체학에 지원하기 쉽다. 응시 당시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효주는 적당한 기부금까지 학교에 냈다. 그래서 성적이 안 됐지만 이 과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지금 결정체 산업 시장의 전반적인 질서 개편의 중심에 서 있게 된 거죠. 프라임 공격대, 아니 이제는 제니스 공격대라고 할까요? 레드 몹 공격대의 등장으로 세계가 변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블루 결정체로 만든 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세계 시장을 석권했죠. 없어서 못 팔뿐만 아니라 몇 년치 선 주문량이 밀려 있는 실정입니다.”
강의 중에 제니스 공격대 이야기가 나오자 정효주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옆에 앉은 박나영이 알겠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강의하고 있는 교수나,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모른 채 열심히 필기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정작 강의 주제의 주체가 자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기들 이야기가 나오면 정효주는 살짝 민망해진다.
“결정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물질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에너지, 첨단 부품 소재, 그리고 의약 물질로 널리 쓰이고 있지요. 세계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은 결정체를 연료로 써서 달립니다. 선박과 항공기도 마찬가지죠. 게다가 블루 결정체는 그린 결정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집니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블루 결정체가 그렇게 비싸다면, 제니스 공격대장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을까요?”
교수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강의 노트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교탁에 몸을 비스듬하게 기댔다.
“그건 나도 알고 싶습니다. 엄청 많이 벌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겠죠? 학생들 중에 누구 그런 쪽으로 아는 사람 없나요?”
“제니스 공대장이 J대학이 내놓은 부지 사서 새 집 지었잖아요. 그거 부지값만 1조 7,000억이라고 하던데요.”
순간 학생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상상이 가지 않는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일성그룹 회장의 자택도 수십 억 수준이다. 그런데 부지값만 1조 7,000억이라니.
정효주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이런 것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면전에서 자기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강의 분위기가 제니스 공격대 규모에 대한 토론으로 넘어갔다. 특히 이제 겨우 스물 한 살이라고 알려진 제니스 공격대장의 재산에 다들 관심이 많았다.
“제니스 공대장이 지금 우리 나라 제일 부자 아니에요?”
“아직은 아닐 걸. 이형준 회장이 13조인가 된다고 하던데.”
“근데 그거 다 주식이잖아. 제니스 공대장은 죄다 현금이고. 듣기로 한 5조쯤 된다고 하던데.”
“나는 7조라고 들었는데.”
10조가 넘거든? 하마터면 그렇게 끼어들 뻔했다. 내 남자의 경제력이 과소평가되는 것은 역시 새색시에게는 무지하게 기분 나쁜 일이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세계 제일의 부자 되겠네.”
“근데 돈 그렇게 많으면서 기부라든가 사회 환원 같은 건 안 하나?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그러게.”
“아, 그건 그렇지 않아요.”
교수가 말을 꺼내자 학생들이 다시 집중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니스 공대장의 업적이 굉장히 엄청납니다. 물론 블루 결정체 공급을 통한 변혁은 제외한 겁니다. 먼저 한성산업에 대한 투자를 들어볼까요? 모 대기업이 한성산업이 개발한 충전 장비 제작 기술을 편취하려고 했을 때, 제니스 공대장이 나서서 한성산업을 사들였죠. 한성산업이 안정화되고 충전 장비가 풀리면서 레이드 시장이 어떻게 되었죠?”
“보조 힐러가 레이드에 투입됐어요.”
“우리나라 힐러 집계수를 보면 약 1만 명, 그리고 보조 힐러도 거의 비슷합니다. 작년도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 결정체 총 획득량이 80,351개였어요. 보조 힐러가 레이드에 투입되면 전체 공격대 규모가 증가합니다. 두 배, 아니 시너지를 따지면 그 이상으로 결정체 획득량이 증가하게 되죠.”
“일반 힐러가 위기감을 느껴서인가요?”
“맞습니다. 실제로 보조 힐러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일반 힐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레이드를 전보다 더욱 열심히 다닌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 레이드계가 더욱 활발해지고 경제 규모가 늘어났죠. 제니스 공대장이 한성산업을 사들여서 빠르게 충전 장비가 보급되지 않았으면 이런 변혁을 맞이하지 못했을 겁니다.”
학생들이 아하 하고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니죠. 얼마 전에 제니스 공대장이 레이드 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기존 보험사들이 레이드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갈등이 심했는데, 아예 제니스 공대장이 거기 나서 버린 거죠. 덕분에 지금 보험사들은 레이드계에서 빠르게 퇴출 되고 있습니다.”
박나영이 정효주에게 소곤거렸다.
“이정희 씨 때 일 말하는 거네요, 언니.”
정효주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진 채였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제니스 공격대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강의를 듣다 보면 반드시 한 번쯤은 언급이 된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 4대 결정체 유통사들이 두 손 들고 물러선 일이 있었죠. 그전까지 우리나라는 유통이익이 공격대에 전혀 돌아가지 않았는데, 그 고질병이 해결된 겁니다. 겨우 제니스 공대장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말이죠.”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는 재력가죠. 기부만이 사회 환원 형태의 전부는 아닙니다. 제니스 공격대장 한 명의 존재로 전체적으로 국가 경제 규모와 살림이 증대했어요. 가계 소득도 대폭 증가했고요.”
정효주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겨우 웃음을 눌러 삼켰다.
정말 좋은 사람? 노블리스 오블리주? 아, 물론 유지웅이 돈 많이 벌었으니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하긴 했다. 한성산업을 사들인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수의 말은 유지웅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였다. 애초에 그는 거창한 의도를 갖고 행동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좋으시겠어요, 언니는. 남편이 그런 훌륭한 사람이라.”
“얘는. 아니야.”
“에이, 빼시기는. 공대장님이 굵직한 변화를 끌어내신 것은 맞잖아요. 덕분에 이득 본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인가요? 레이드 능력자들은 대부분 다 이득 봤죠.”
귀찮다고 레이드도 한 달에 두 번만 간다고 하는 남자. 요즘 한창 온라인 게임에 빠져서 레이드 일정을 뒤로 미뤄주는 남자. 자기 행동이 주변에서 어떻게 해석되든 신경 쓰지 않는 남자. 그런 진짜 모습을 아는 정효주에게 교수의 평가는 낯간지럽기 그지없었다.
내 남자 칭찬을 해줘서 기분이 좋긴 한데, 그게 진실과 안드로메다만큼 격차가 있으니 뭔가 민망하다고나 할까.
강의를 마치고 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모임 장소로 출발했다. 술을 좋아하고 이런 자리를 좋아하는 박나영은 잔뜩 들떠 있었지만 정효주는 마음이 불편했다.
“언니, 얼굴이 왜 그래요? 아까 공대장님한테 전화하신다더니 뭐 잘못 됐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나 빠져야 할 거 같아.”
“여기까지 와서요? 오늘 교수님들도 오신다는데 그럼 안 되지 않아요?”
“우리 신랑 저번에도 반찬 해놓은 거 태워먹었단 말이야. 나 가봐야겠어.”
모임 장소에 앉아 있던 정효주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맞은편에 앉은 남자 선배가 불렀다.
“왜, 가려고?”
“네. 집에 일이 생겨서요.”
“너 이런 자리 꺼려하는 건 알지만 오늘은 그냥 같이 어울리는 게 어때? 교수님들도 오시잖아.”
“죄송해요. 가봐야 해요.”
통화할 때 유지웅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자기는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놀고 오라는 말, 억지로 괜찮은 척 하던 그 목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그녀가 없으면 밥도 제대로 못 해먹는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돌봐서 그런지 그녀의 사랑은 어머니의 내리사랑에 가까웠다. 상시 거주 가사도우미들이 있긴 하지만, 어디 색시만 할까?
교수? 문제 없다. 학장과 학과장 교수는 그녀가 레이드 능력자라는 걸 안다. 이런 걸로 학점에서 불이익을 당할 염려는 없다. 그나마 신경 쓰이는 것은 다른 학생들과 원만한 대학 생활을 누리는데 지장이 가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런 것도 가족보다는 못하지 않은가?
‘분명히 삐졌어.’
남자들이 크게 실망하고 서운해했다. 여자들도 아쉬워했다. 그녀는 거듭 미안하다고 인사하고는 자리를 떴다.
집에 가기 전에 농장직영 마트에 들러 횡성한우를 샀다. 오늘 메뉴는 스테이크로 정했다. 샐러드 및 다른 요리 재료도 신선한 것으로 고른 그녀는 빠르게 집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내리자 정문을 지키는 경호원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었다. 정문에 대기 중인 세단에 오르자 운전수가 발차했다. 집 부지가 워낙에 큰 탓에 방문 손님의 저택 이동을 위해서 마련한 차였다.
재료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정효주는 3층 부부 침실층으로 올라갔다. 창가에서 컴퓨터 앞에 앉은 유지웅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또 게임하고 있는 건가?
“지웅아. 뭐해?”
“으, 으악! 언제 왔어!”
유지웅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일어났다. 순간 정효주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이건 그녀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분명히 좋아라 하며 달려들어야 정상인데, 마치 와이프 외출시켜놓고 나쁜 일 하다가 걸린 남편 같은 이 반응은 대체…….
“너, 비켜 봐.”
“아, 안 돼! 보지 마! 아무 것도 아냐!”
“그걸 믿으라고? 빨리 비켜 봐.”
그가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었다. 하지만 정효주는 탱커다. 힘에서 그녀를 이기려고 드는 것은 제일 멍청한 짓이다. 결국 그는 컴퓨터 앞에서 밀려났다. 화면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졌다.
“이게 뭐야? 챌시? 리버풀? 아스날? 인수가격은 뭐고 재정 부채 수치는 뭐야? 이 문서 누가 보낸 거야? 안슐 씨지?”
“아, 아니야! FM 하다가 게임 수치가 뭔가 틀린 거 같아서 자료 조사를 좀 했을 뿐이야! 진짜야! 게임! 그냥 게임!”
“확인해본다?”
정효주는 자기 전화로 당장 안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 그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의 핸드폰을 뺏어서 문자를 보냈다.
「다 마음에 들어서 결정을 못하겠어요.」
곧바로 답변이 왔다.
「개인적으로 챌시를 추천하네. 하지만 로만은 웬만해서는 팔려고 들지 않을 거야. 리버풀도 괜찮지. 비싸긴 하지만.」
전화기가 부서졌다. 그녀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였다. 다시 말해두지만, 탱커는 힘이 쎄다.
그녀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바가지를 긁었다.
============================ 작품 후기 ============================
머리 검은 짐승은 브라우니를 말한 게 아닌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