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62)
주인공의 여동생이다 37화
이보배는 저주가 아니라는 말을 입 에 침이 마르고 혀가 닳도록 반복했 다. 그나마 친분을 쌓은 이보배가 그러는 걸 보고 망나니가 입을 다물 었다.
흥분은 가라앉히지 못해 씩씩거렸 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실에 도착할 때까지 얌전했다.
“사람 물리겠습니다.”
병실에 도착하자 최요한이 능숙하
게 병원 관계자를 물렸다. 이보배는 화르세인지에게서 날뛰거나 도망가 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침대에 고정된 걸 풀어줬다.
이보배는 막내 오빠에게 물부터 내 밀었다. 망나니는 물을 벌컥벌컥 들 이마셨다. 강제로 운동하고 침대에 묶여 날뛰어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 니 목이 탈 만했다.
“설명해라. 헛수작 부리면 네년의 입에 불붙인 숯을 쑤셔 박을 것이 다.”
“그러니까 그건 저주가 아니에요.”
“일단 확실히 해보죠. 눈앞에 떠오
른다는 이상한 게 이렇게 생겼습니 까?”
최요한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만 들어둔 시스템 창 그림을 검색해 화 르세인지에게 보여줬다. 화르세인지 는 그림을 보자마자 분통을 터뜨렸 다.
“그래! 이거다! 역시 너희가 건 흑 마술이었구나!”
“음,이한생 씨. 이건 사술이 아니 라 시스템 창입니다. 각성한 사람에 겐 누구나 보이는 것이죠. 저와 이 보배 씨도 갖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알림은 나중에 확인하
고 구석에 치운다고 생각하면 없어 져요.”
“거짓말하지 마라,이 간악한 마녀 와 흑마술사야! 내가 이걸 없어지라 고 몇 번을 생각했겠느냐! 이 지긋 지긋한 소리!”
“그건 그러네. 마음속으로 생각하 면 치워져야 하는데.”
“홈. 이한생 씨,”
“어딜 감히 그런 천것의 이름으로 날 부르느냐! 이 몸이 천한 놈의 것 이라 해도 나는 체키빙 공작가의 유 일무이한 후계자 화르세인지니라!”
이보배는 부끄러워 죽고 싶어졌다.
최요한은 시종일관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알겠습니다,체키빙 공자님. 혹시 처음 눈을 뜨셨을 때부터 보이는 환 각에 ‘퀘스트’라 적혀 있지 않으셨 습니까?”
“맞다.”
“완료 기간이 정해져 있었나요?”
“그래.”
“당연히 안 하셨겠죠. 왜냐면 환각 이니까.”
“당연하다! 내가 왜 흑마술사의 명 령을 들어야 하느냐!”
“그렇게 된 거였군요.”
최요한이 짐작 가는 게 있는 얼굴 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배가 얼른 질문했다.
“아시는 게 있으세요?”
“저도 퀘스트를 받아본 적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 그런데 퀘스트를 받 을 경우 수락과 취소를 하지 않으면 계속 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 습니다.”
“처음엔 수락하겠냐는 글 뒤에 수 락과 취소가 있었지만 이젠 없다.”
“퀘스트를 연속으로 무시하다 보니 강제로 진행되었나 보네요.”
답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은 막내 오빠에게 퀘스트를 주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존재를 모 르는 망나니는 그것을 환각이라 여 겨 무시했다.
수락 기간을 놓친 퀘스트는 자동 취소되었고 시스템은 다시 퀘스트를 부여한다. 그리고 반복된 무시에 빡 쳐 강제 집행해 버린 것이다.
‘시스템이 빡칠 수도 있나?’
시스템에 대한 의문은 똑똑한 양반 들이 풀어줄 것이다. 이보배는 의문 을 뒤로하고 이한생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최요한도 동참했
다.
처음엔 하나도 믿지 않으려던 망나 니도 둘이 달라붙어 논리적 허점 없 이 같은 말을 반복하자 점차 수긍하 는 기색을 보였다.
“그럼 내일 이 짓을 또 해야 한단 말이냐? 정말 너희의 저주가 아니라 고?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저주가 아닙니다, 퀘스트를 완료 하면서 받은 보상이 있을 겁니다.”
진짜 저주라면 참을 수 없는 고통 을 선사하면서 강제로 조종하면 그 만이다. 퀘스트엔 보상이 뒤따랐다.
망나니의 눈이 허공을 훑었다. 그
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퀘스트창의 보상 문구를 읽었다.
“체력과 경험치.”
“네,실제로 체력이 붙으셨을 겁니 다. 체력 수치는 속으로 상태 창을 부르시면 눈앞에 보일 거예요. 제 생각엔 보상 중에 체력 회복도 적절 히 껴 있을 것 같네요.”
그러지 않고서야 갑자기 그런 운동 을 해놓고 멀쩡할 리 없다. 망나니 가 생각해도 맞는 말 같은지 그의 얼굴 주름이 살짝 펴졌다.
“진짜 저주가 아니냐?”
“정말 아니에요. 돌아가신 부모님
한테 맹세해.”
돌아가신 부모님. 이쪽 세계나 저 쪽 세계나 부모님을 걸고 거짓말하 면 천하의 나쁜 놈이다. 화르세인지 는 마침내 저주가 아님을 납득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게 명령을 하다 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퀘스트는 어떻게 해야 안 받을 수 있지?”
이 부분에 대해선 이보배가 미리 궁리해 둔 변명이 있었다.
“공자님의 세계는 성신께서 지켜봐 주신다고 하셨죠?”
“그렇다. 그리고 체키빙 공작가는 성신의 가호를 받는 신성한 가문이
다!”
“저희 세계는 시스템께서 가호하세 요. 이 시스템은 괴물의 침공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의 은혜거든요.”
실제로 시스템을 신으로 모시는 신 흥종교가 득세했으니 거짓말은 아니 다. 그리고 시스템엔 기존의 종교에 서 언급하는 유일신은 아니더라도 초월적 존재가 개입했다는 의견이 우세하기도 했고.
광화문 광장에선 ‘시스템 천국 불 신 지옥’ 패널을 든 사람이 확성기 에 대고 소리친다. 매일 아침 시스 템 창을 켜놓고 기도하는 헌터도 있 다.
그런 세계였다.
“시스템은 각성한 사람에게만 보여 요. 각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아주 소수의,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아마 우리 세계의 신 께서도 공자님을 눈여겨보시고 가호 를 내려주신 게 아닐까요?”
“그,그런가?”
허구한 날 성신의 가호,흑마법사 어쩌고 하기에 적절히 양념 쳤더니 반응이 좋았다. 망나니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래도 매일 오늘 같은 훈련을 할 수는 없다.”
“퀘스트가 정확히 어떻게 나왔습니 까? 그대로 읽어주세요.”
“재활에 힘쓰자. 퇴원할 때까지 매 일 10km 달리기,팔굽혀펴기 100회, 스쿼트 100회,윗몸일으키기 100회 를 완수한다. 첫날엔 스쿼트와 윗몸 일으키기,팔굽혀펴기를 팔벌려뛰기 100회로 대체. 보상은 능력치 상승 이라는데 상승한 수치는.”
“거기까지. 퀘스트도 일반 각성자 는 받지 못하는 아주 특별하고 희귀 한 것입니다. 공자님의 보상을 질투 하고 시기할 사람들이 있으니 퀘스 트와 보상에 대해선 말을 아끼시는 게 좋습니다.”
최요한이 상냥하게 설명하고 이보 배를 곁눈질했다.
“물론 이보배 씨는 예외죠. 이보배 씨는 절대 공자님을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보배는 최요한이 만들어준 기회 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선량하고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망나니의 눈썹이 꿈 틀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배신하지 않아도 이년은 안 된다. 저 떨떨해 보이는 눈빛을 보아라. 아주 멍청하게 생겼구나.”
‘이걸 한 대 확.’
〈사랑의 매〉를 적용해 진짜 아픈 게 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막내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 이 시스템의 강제 집행보다 깊을 거 란 자신이 있었다.
한 대만 딱 때려주면 속이 참 시 원할 텐데 이한생이 입고 있는 환자 복이 거슬렸다.
갑자기 움직였으니 근육통이 심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풀어주자는 의 미에서 최요한이 샤워를 제안했다. 그동안은 물수건과 가루 샴푸로 씻 었으니 첫 샤워였다. 샤워기 사용법 도 모르는 화르세인지를 위해 최요 한이 샤워실까지 따라 들어갔다.
“이것은 무엇이냐!”
“아아,그것은 샤워기라는 물건입 니다. 이걸 이렇게 하면 물이 나오 죠,
“마도구냐?”
“아아,이것은 과학이란 겁니다.”
“과학!”
씻는 걸 도와줄 뿐만 아니라 망나 니의 대화에 어울려주는 최요한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보배는 병원 내 매점에 들러 간식거리와 음료수 선물세트를 샀다.
먹을 건 운동 후에 배고파하는 망
나니에게 주고 마실 건 최요한에게 상납했다. 최요한은 곤란해하다가 일단 받았다.
“사실 이런 걸 사사로이 받으면 안 되는데 과장님은 받을 건 받으시는 주의이시거든요. 감사히 마시겠습니 다.”
씻어서 개운하고 배까지 두둑하니 망나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둘에 게 시스템 창 확인법을 배운 화르세 인지가 허공을 노려보고 이것저것 조작했다.
“소리♦…“ 소리……
중얼거리는 내용을 들으니 일단 알
림음부터 줄이는 듯했다.
“흐음.”
화르세인지가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었다. 깨어난 후 가장 밝아 보였 다. 미간을 찡그리며 웃는 모습이 막내 오빠가 웃을 때와 똑같았다.
화르세인지도 저렇게 웃은 걸까, 아니면 다르게 웃는데 육신이 익숙 한 방식으로 웃은 것일까.
이보배의 입이 씀쓸해졌다. 각성해 몸은 건강해졌지만 막내 오빠의 기 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근데 이자는 누구냐.”
“제 이름은 최요한,나라의 녹봉을
먹고 사는 관리입니다, 이보배 씨와 는 일 관계로 알게 되었습니다.”
“호오,행정관이라도 되느냐?”
행정관이 아니라 굳이 따지면 형사 에 가깝다. 판타지 식으로 말하면 치안관이나 기사 정도일까?
이보배가 이해기보다 부족한 판타 지 소설 지식으로 이것저것 직업을 떠올렸다. 이보배 생각에 최요한은 전투 요원보단 박마노를 보좌하는 행정 요원처럼 보였다.
최요한의 외모가 부드러운 인상의 미남이라 그렇게 판단한 게 아니다. 최요한이 박마노 옆에서 이것저것
잡일을 하고 보조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인상이 그렇게 박혔다.
망나니가 이보배와 최요한을 번갈 아 봤다.
“돼지 주제에 제법이로군! 자기보 다 반반한 남자를 물다니.”
망나니의 발언에 이보배는 깜짝 놀 탔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런 관계가 아니냐? 하긴,돼지 에게 물리기엔 반반한 면상과 직업 이 아깝긴 하구나.”
“그거 말고!”
이보배는 눈이 번쩍 뜨여 외쳤다.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들이대자 망나니가 당황했다.
“내가 뭘 말했다고 괘씸하게 못생 긴 상판을 들이대. ……돼지?”
“그거요!”
“하하하,이보배 씨는 날씬하신데 요.”
“날씬해도 돼지는 돼지지.”
망나니가 엄숙하게 이보배가 돼지 임을 선언했다. 이보배는 망나니의 멱살을 잡았다.
“괘씸한 돼지! 손을 놓아라!”
“제가 뚱뚱해요?”
“아니.”
“제가 식탐 부리게 생겼어요?”
“아니.”
“제 코가 돼지코로 보여요?”
“아니.”
“근데 왜 돼지죠?’
“돼지를 돼지라고 하지 뭐라고 부 르느냐! 넌 우리 돼지가 틀림 없, 우리 돼지?”
이보배를 가차 없이 돼지라 부르던 이한생이 미간을 좁혔다.
“우리…… 돼지?”
“오빠!”
이보배는 멱살 잡은 기세 그대로 막내 오빠를 끌어안았다. 망나니가 기겁했다.
“떨어져라! 이 돼지야! 떨어져! 무 례하다!”
“막내 오빠야! 기억이 없어도 오빠 구나!”
오빠가 오빠 새끼가 되듯 여동생은 오빠에게 돼지일 수밖에 없다. 무엇 보다 이보배의 세 오빠 중 그녀를 돼지로 부르는 사람은 막내 오빠밖 에 없었다.
지긋지긋했던 돼지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 미친 돼지 새끼가! 제,젠장! 돼지가 왜 입에 착착 붙는 것이냐!”
“망나니여도 좋아! 원래도 양아치 였는걸!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살 자!”
“이걸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