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63)
주인공의 여동생이다 38화
이한생이 이보배를 때리기 위해 손 을 쳐들었다. 손은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았다.
망나니의 폭력사태에 대비하던 최 요한은 얼굴을 찡그릴 뿐 손을 내리 지 못하는 이한생을 보고 긴장을 풀 었다.
“떨어져! 징그러우니까 떨어지라고 이 돼지야!”
“오빠아아아!”
이보배도 징그럽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은 무효로 쳤다. 자그마치 8 년이다. 시체나 마찬가지였던 막내 오빠가 진실로 살아 돌아왔다는 감 동을 만끽하고 싶었다.
완벽히 멀쩡하게 돌아오진 못했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 망나니의 어딘 가엔 양아치의 혼이 살아 있는데.
“막내 오빠야!”
이보배는 일부러 더 징그립게 달라 붙었다. 망나니가 간절하게 떨어지 라고 외쳤다.
* * *
각성자 등록은 간단하다. 스킬 시 연으로 각성자임을 확인할 수 있고, 눈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스킬일 땐 마력 수치를 측정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하다못해 인밴토리에 펜만 집어넣기만 해도 각성을 증명할 수 있다.
각성은 대박이다. 각성하면 인생 역전이라고 눈물짓는 등록자의 분위 기와 대조적으로 직원들의 얼굴엔 여유가 맴돌았다.
그 여유는 한 인물의 등장으로 산 산이 조각났다.
“헉,박 과장님 여긴 어쩐 일로.”
관리국 최강자의 등장에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등록자와 동행인은 반대로 흥분하고 신기해했다.
“미친,박마노다.”
“악! 누나 멋있어요!”
“네네,제가 박마노입니다. 사진 찍 을 분은 지금 찍으세요.”
박마노가 1분의 포토타임을 허락하 고 공익 광고 찍을 때처럼 웃었다. 박마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1분이 지나자 박마노는 칼같이 포 토타임을 끝냈다. 박마노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얌전히 핸드폰을 거 뒀다.
“아놔,폰 꺼내는 거 늦었어.”
“젠장. 초점 잘못 잡았어.”
아쉬워해도 다시 찍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박마노에게 들키는 순간 정 전기란 변명하에 폰이 운명할 걸 알 기 때문이다.
박마노는 뒤를 돌아 이귀한에게 으 스댔다.
“봤죠? 관리국 소속은 국민에게 인 기가 좋습니다.”
인기가 좋다고 하지만 모두가 좋아 한 건 아니다. 후배나 지인의 등록
을 도와주러 온 각성자 몇이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지레 찔려 구석으로 도망갔다. 또는 행여나 눈이 마주칠 까 무서워 고개를 수그리고 들지 않 았다.
“정년보장에 물가상승률 반영한 안 정적인 월급. 망하지 않는 직장,근 무 시간 조정 가능한 탄력 근무제 실시. 퇴직 후 연금은 물론이고 국 민이 보내주는 성원과 존경! 명예!” 플러스 공포.
“프리랜서 헌터. 벌이는 좋죠! 하 지만 불안정합니다. 내 성미에 맞는 균열이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생긴다 는 보장이 없어요. 게다가 장비값,
포션값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무시 못 하죠. 세금? 세금은 내야지. 그 만큼 버는데.”
박마노가 씨익 웃더니 아주 빠르게 말했다.
“생계형 탈세는 적당한 선에서 봐 줄게요.”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면 알아듣 지 못할 속도였으나 박마노는 이귀 한이 알아들었다고 믿는 눈치였다. 박마노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들은 누군데 박마노랑 같 이 왔지?”
“박마노가 스카우트하는 거 맞지?”
“어,번호표 뽑는다. 얼마나 축복받 은 재능수저이길래 박마노한테 저런 대접을 받지?”
“한 명은 안 뽑는다. 이미 각성했 나 봐.”
“그러게,스카우트도 저 사람한테 만 하는 거네. 번호표 뽑은 저 사람 은 그냥 우연히 같이 들어왔나 봐.”
보는 눈이 애매하게 많았다. 이해 기는 뒷목이 당겨 목덜미를 주물렀 다. 미래에 생존한 사람들이 모두 쟁쟁했던 터라 박마노가 걸어 다니 는 광고판인 걸 잊었다.
‘따로 왔어야 하는데.’
지금쯤 각 길드로 박마노가 헌터 하나를 스카우트한다는 정보가 확 퍼졌을 것이다. 이귀한에 대한 정보 는 박마노가 적당히 차단해 줄 테니 괜찮다.
‘문제는 나군.’
박마노와 함께 각성자 등록을 하러 온 신입. 소문이 퍼지는 걸 막으려 면 적당히 힘을 숨기면 된다. 애초 에 이해기는 힘을 드러낼 생각도 없 었다.
이해기는 덤덤한 표정으로 번호표 를 뽑아 대기석에 앉았다. 이귀한이
동생 옆에 앉으러 오고 박마노도 따 라왔다.
이해기 주위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미등록 각성자가 참치 피하는 정어 리처럼 우르르 도망갔다.
박마노는 의자에 앉은 뒤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돈도 중요하지만 먹고 집 사고 사 치 조금 할 정도로 벌면 되지 않습 니까? 마!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우리는 가오가 있습니다! 가 오! 이 난세에 국가를 위해 힘을 써 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해기가 기억하기로,저 가오 발
언에 낚여 관리국에 입사한 각성자 가 많았다. S급 헌터가 자진해 A급 월급만 받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니니 지켜보는 젊은 피가 들끓긴 했을 것 이다.
이귀한은 박마노가 그간 편의를 많 이 봐준 것을 알아서인지 잘 참았 다. 이해기가 등록을 마칠 때까진 너끈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박마노에 한해서.
박마노는 이귀한이 얼마나 위험한 지 모른다. 힘을 숨긴 것을 알고 윤 리와 상식이 남들과 다른 것도 감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이귀한은 박 마노의 상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귀한은 스스로를 ‘아직 사람’이 라 말하고 다닌다. 이 말은 ‘거의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인간보다 재앙에 가깝다. 경계에 선 이귀한을 붙드는 건 가족의 존재 다. 이귀한에게 가족 외의 사람은 짜증 나고 귀찮게 바글거리는 구더 기와 비슷했다. 싹 치워버리면 깨끗 해졌다고 히죽히죽 웃을 거라 이 말 이다.
그런 이귀한이 관리국에서 범죄자 를 때려잡는다? 가능은 하겠지만 제 어하려면 곁에 가족 중 누군가 항상 있어야 했다.
“박마노 씨,형이 곤란해하는데 그 만하시죠.”
박마노가 눈을 부라렸다. 똑같은 박마노 씨여도 어조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이해기는 지난 기억에 힘입 어 박마노를 지나치게 편히,그리고 조금 끈적하게 불렀음을 인정하고 공손히 눈을 깔았다.
“헌터님, 그만해 주십시오. 형은 안 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금 당장 일하자는 게 아닌 데. 쉴 만큼 쉰 다음 일하자는 거 죠
“그럼 쉬고 난 후에 제안해 주십시 오.”
“미리미리 언급 좀 해두겠다는데 뭐 이리 까칠해.”
이해기가 박마노와 실랑이하고 있 자니 그의 순서가 되었다.
“다녀와서 마저 이야기하죠. 형,얌 전히 기다려. 기다릴 수 있지?”
“네,C급 수고.”
이해기는 도발에 걸려들지 않고 평 정을 유지했다. 그는 형에게 잘 참 아달란 말을 w번쯤 한 후 검사장 으로 들어갔다.
등록을 마치고 나온 초보 헌터들이 동료이자 경쟁자가 될 이해기를 눈 여겨보며 지나갔다.
“C급이래. 박번개가 말했으니까 진 짜겠지? 더러운 재능수저.”
“첫 각성 예상 등급이 C급이면 대 박인데 스카우트 대상이 아니라니. 저쪽 저 사람이 더 쩌나 봐.”
“각성자 등급 좀 이상하지 않냐?
C급도 대단한 건데 C급이라 구리게 느껴진다니까. 포션도 그렇고 각성 자도 그렇고 등급 이름 좀 바꿨으면 좋겠어.”
“한우 등급처럼 시작을 3등급으로
하게? 그럼 C급이 1등급이고 A급 이 투뿔이네. 퍽이나 있어 보이겠 다.”
각성 등급이 C급이면 어느 길드에 서건 관심을 보일 만한 고급 뉴비 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면 D급이나 E급 선이 무난하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신입 A급 헌 터 경험은 과거가 된 미래에 겪은 것으로 충분했다.
목숨 건 도전과 그에 따른 보상. 당연하게 누렸던 관심과 그보다 더 당연하게 누린 성공가도. 검성에 비 견되는 부와 명성.
성공의 빛에 눈멀어 알아채지 못한 바닥의 그림자. 뼈를 깎는 것보다 아팠던 상실과 스스로의 신념과 정 의를 배신하고 완성한 복수.
스킬 시연실로 걸어가는 이해기의 머릿속에서 22년 동안의 일들이 스 쳐 지나갔다.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 를 회상하면 결국 마지막에 떠오르 는 건 하나다.
붉고 검게 물든 하늘과 지구 어디 서나 보이던 거대한 구멍. 멸망해가 던 세계. 세계를 부숴 강제로 침입 해온 불길한 마왕.
이해기는 고개를 저었다. 마왕은
대기실에서 코코아를 마시고 있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 니 그 전의 일만 바꾸면 된다.
‘역시 안전이 제일이다. 시선을 끌 어선 안 돼.’
이해기는 형의 귀환으로 백지화된 계획의 서두를 떠올렸다. 독식하고, 예방하고,처단하고,그 모든 것을.
‘숨긴다!’
“힘내라, C급!”
이글이글 타오르던 이해기의 눈동 자가 박마노의 응원에 기세가 꺾였 다. 이해기는 검사실로 터덜터덜 들 어갔다. 축 늘어진 어깨가 몹시 지
치고 피곤해 보였다.
이해기는 30분 만에 등록을 마쳤 다. 다행히 이귀한은 아무 사고도 치지 않고 얌전히 동생을 기다렸다.
“조용히 대화할 곳 아십니까?”
박마노는 군말 없이 적당한 장소로 안내했다.
“뭡니까?”
박마노가 용건을 물었다. 이해기는 박마노에게 보란 둣 각성자 등록증 을 보여주었다. 박마노는 등록증에 나온 등급을 보자마자 배를 잡고 웃 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추,축하합 니다,은급,
“해기 정도 힘이면 B급인 거야?”
“아니야, 형.”
진정한 힘을 아직도 숨기고 있다는 형제의 대화에 박마노가 웃다가 쓰 러졌다. 웃겨 죽으려고 하는 박마노 때문에 이해기의 얼굴이 삶은 문어 처럼 벌게졌다.
“진정하시죠,박마노 헌터님.”
“왜,왜, 힘숨찐할 것처럼 굴더니 어설픈 힘숨찐을……. 크,푸하하!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게 뭡니 까! 아이고,배야.”
“B급은 되어야 헌터님과 대화할 자격이 되지 않겠습니까? 박마노 헌 터님.”
“왜요.”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절대 가오 때문이 아니다. 박마노 와 거래할 목적으로 B급 딴 거다. 절대 가오 얘기 듣고 자존심 상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형은 돌아오고 동생은 깨어난 것도 모자라 각성까지 했다. 이해기가 알 고 있는 미래가 점점 더 멀어졌다.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마왕 강 림은 없을 것이라 내심 안심했다.
A급 헌터로 활약하지 않는다면 암 중 세력의 견제도 피할 수 있으니 위험 요소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 성급한 단정이었다.
너무 힘들어서,너무 벅차서,너무 피곤해서,너무 쉬고 싶어서,다시 본 동생은 눈물 나도록 반갑고 예상 하지 못한 동생은 마주 보지 못할 만큼 미안해서. 돌아온 형을 돌본다 는 핑계로 안일하게 굴었다.
“제가 알고 있는 노다지 공유하자 하셨죠? 거래합시다.”
힘을 숨겨야 한다면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게 지켜줄 벽이 필요했
다. 그리고 박마노는 현시점 대한민 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벽이다. 가장 튼튼하고 가장 거대하진 않지만 유 명하고 투명했다.
박마노는 회귀한 이해기가 어떤 상 황에서도 믿을 수 있다고 추린 몇 안 되는 동료 후보였다.
“싫은데.”
박마노가 히죽 웃었다.
“내가 거래하고 싶은 사람은 이해 기 씨가 아니라 이귀한 씨라서요.”
자꾸 형을 걸고넘어지는 박마노의 모습에 이해기는 울컥했다.
형은 안 됩니다. 아직 그럴 상태
가 아닙니다.”
“그럴 상태 될 때까지 기다린다니 까? 누가 지금 당장 일하래?”
박마노가 세상 억울하단 듯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이귀한은 묵묵히 박마노가 뽑아준 카프리문을 쪽쪽 빨아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