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9)
00019 너는 귀족이다 =========================================================================
“그런 개념의 능력자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요. 증명할 수 있나요?”
어느 힐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지적하고 나섰다. 유지웅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분명히 눈으로 봐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건가?
그는 직접 자신에게 보호막을 쳤다. 그리고 정효주에게 눈짓을 했다. 뜻을 알아차린 정효주가 칼 형태를 한 장비로 그를 가볍게 찔렀다.
까강!
불그스름한 불꽃이 튀며 칼끝이 튕겨 나왔다. 경황이 없던 전투 중과 달리 보호막이 분명하게 육안으로 확인되었다. 지적을 했던 힐러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능력이!”
그야말로 레이드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능력이다. 유지웅이 섞인 공격대와 섞이지 않은 공격대는 전략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안전성과 레이드 속도,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게 뻔했다.
공격대장은 결심을 굳혔다. 이 남자를 잡는 자가 레이드를 지배할 수 있다.
“정식으로 소개하죠. 저희는 AFK공격대라고 합니다. 정공 서열 중에서는 상위급에 속합니다. 최고의 대우를 해드릴 테니 저희 공격대에 들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아직 어디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정말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1.8배, 아니 2배, 아니 3배의 분배량을 약속드리죠!”
통상 힐러는 딜러의 1.5배 정도의 몫을 받는다. 그런데 3배를 준다고 하면, 보통 힐러의 두 배를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지웅은 거절했다. 오늘 처음 본 정공이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선뜻 들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정공이라면 안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았다.
“뜻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확고한 거절에 공격대장은 입맛을 다셨다. 그는 아까 차에서 키득거리며 비웃었던 사람들을 괜히 스윽 훑어보았다. 마치 그 일 때문에 일이 틀어진 것만 같았다. 공격대장의 눈빛을 받은, 키득거렸던 대원들이 얼른 나섰다.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감히 사람을 몰라 뵈었습니다.”
“아니, 괜찮아요. 너무 그러지 마세요.”
키득거렸던 대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공격대장이 한 성격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신들 때문에 저런 희소 능력자 섭외가 틀어졌다 생각하고 한 따까리를 할 것이다.
공격대장은 아무튼 골치가 아팠다. 섭외는 일단 물이 건너갔지만 어떻게든 호의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레이드 짓을 오래 해봐서 그도 안다. 공격대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인맥이라는 것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어쨌든 사체 감정이 시작되었다.
“3, 35억입니다.”
감정가를 매기는 파견인의 음성도 떨렸다. 대원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어처구니없는 가격이었다. 통상 비싸봐야 10인 몹이 10억, 25인 몹이 25억인데, 이것은 그것을 월등히 상회하는 가격이 아닌가?
“감정가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결정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럼 레이드 금지 대상으로 등록된 다른 괴수들도 이 정도 가치가 있을까요?”
“그건 모르지만 어쩌면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박이다. 대원들의 입이 헤 벌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몹만 잡으러 다녔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그것은 모두의 마음이 하나같았다.
“그런데 왜 공격대들은 이런 몹을 잡으러 다니지 않는 거죠?”
그 말에는 헬기를 타고 온 중년남자가 나섰다. 그는 행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레이드 금지가 된 괴수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통상적인 규모의 공격대로는 사냥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효율의 문제죠.”
“효율이요?”
“레이드 금지 괴수 등록 제도가 생기기 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검은 날개 대머리 독수리 같은 경우는 사체가 비싸서 옛날에 종종 잡으러 다녔죠. 거의 30억 정도 했으니까요.”
“근데 왜 안 잡는 거죠?”
“그 녀석을 잡으려면 적어도 35명 이상의 대원인이 가야 했으니까요.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잡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균등분배를 했을 때 일인당 1억씩 돌아가는 것을 상한선으로 잡고, 그 대상에 해당하는 괴수만 레이드를 하는 관행이 생긴 겁니다.”
10인 기준의 괴수가 10억, 25인 기준의 괴수가 25억이 상한선인 것은 결국 두 당 1억까지 돌아갈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만들어진 일종의 틀이다. 물론 실제로 25인이 25억짜리 괴수를 잡았다고 해서 모두가 1억씩 받는 것은 아니다. 딜러가 제일 적게, 힐러가 제일 많이 받아가기 때문이다.
공격대장은 속으로 대박이라는 말을 연신 외쳤다. 유지웅과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저런 몹을 잡을 수 있다는 거 아닌가?
금지 대상이라는 게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다. 대상 괴수를 잡을 규모, 능력, 전략을 갖췄음을 입증하면 충분히 허가를 얻어낼 수 있다. 이를 테면 대원을 100명 이상씩 동원해서 신청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허가 금지라는 건 결국 ‘이 몹은 좀 잡기 까다로우니, 통상적인 규모나 형태의 공격대로 레이드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신 이 몹을 잡을 만한 규모나 전략을 갖추면 잡아도 된다.’라는 뜻이다.
‘근데 어떻게?’
이미 확고하게 거절을 했다. 보아하니 몸값이 보통이 아니다. 앱서버라고?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도시 전설에서나 나오는 희소 능력자라는 뜻이다. 그냥 지어낸 말인 줄 알았는데 떡하니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저희 몫이나 빨리 주시죠.”
공격대장은 재빠르게 계산을 했다. 끌어들일 수 없더라도 호감은 사두는 게 두루두루 도움이 된다.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가 공격대장을 청산하고 다른 공격대에 들어갈 때 만날 수도 있고, 혹은 정공이 쉬는 날 막공에서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정공과 합병할 때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35억 전부를 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상대도 부담스러워한다. 다른 공격대원들도 논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발할 것이다. 물론 유지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이 몰살당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25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저희는 힐러에게 약 1.3억을 지급합니다. 두 분에게 각각 1.5억씩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초과 금액인 10억은 그냥 두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보통은 감정가로 25억이 나오는데 이 녀석은 35억이니, 먼저 10억을 떼주겠다. 그리고 남은 25억 중에서 다시 1.5억씩 3억, 도합 통 13억을 주겠다는 소리였다.
분배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다. 다른 대원들도 레이드에 기여한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살당한 걸 구해준 것을 생각하면 살짝 불만족스럽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유지웅은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다른 이들에게 반감을 사게 된다. 아무리 힐러를 귀족 취급하고 앞에서는 굽실거려도 뒤에서는 침을 뱉는 게 세상 이치다. 한두 번 레이드하고 끝낼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유지웅은 슬쩍 대원들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13억보다 더 중요한 이익을 챙긴 것 같다. 오늘의 일은 저들이 알아서 소문을 내줄 것이다. 레이드 한 번으로 자신의 능력을 홍보할 수 있다면, 13억 정도만 받고 물러서주는 미덕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최고야!”
술에 취한 정효주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맥주잔을 부딪쳤다. 통장 잔고만 봐도 배가 불렀다. 한 번의 레이드로 13억을 벌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둘은 술과 먹거리를 잔뜩 사서 파티를 벌였다.
술이 적당히 들어가니 몸이 뜨겁고 더워진다. 골반에 착 달라붙은 핫팬츠 아래로 뻗은 새끈한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얇은 끈의 나시티도 한쪽 끈이 흘러내려 있어, 부드러운 어깨의 곡선이 고스란히 보인다.
유지웅은 슬쩍 다리를 그녀의 허벅지에 겹치듯이 올렸다. 팔을 뻗어 허리를 감았다. 그녀가 수줍게 눈길을 피했다. 재빨리 입술을 훔치자 살짝 술 냄새가 났지만, 술에 취한 탓인지 역하다기보다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다.
어느새 뒤엉킨 채 둘은 바닥을 뒹굴었다. 숨이 가빠졌다. 서둘러 핫팬츠를 끌러 내리자 검고 폭이 좁은 팬티가 드러났다. 풍만한 골반을 채 가리지 못하는 천 조각이다. 남자의 가슴이 더욱 쿵쾅거렸다.
팬티를 내렸다. 꽉 입을 다문 조개가 드러났다. 살을 가릴 수풀이 없어 더욱 수줍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녀는 체질상 음모가 없다. 그녀는 그것을 부끄러워했지만, 그는 깨끗하고 귀여워 보인다며 좋아했다.
빵을 물듯이 앙 하고 입에 가득 물자 그녀가 허벅지를 애처롭게 뒤틀었다. 골반을 꽉 잡은 채 집요하게 빨아들이며 혓바닥으로 깊숙이 희롱했다. 참지 못하고 그녀가 흐느끼듯이 신음을 흘렸다.
“흐으, 흐윽…… 으…….”
마치 낮게 우는 듯한 신음. 한참을 희롱하던 유지웅도 더 참지 못하고 바지를 벗고 알몸이 되었다. 그녀의 입구에 중심을 맞추고 그대로 허리를 찔러 넣었다.
“아학!”
그녀의 몸은 뜨거웠다. 질척거렸다. 젖어 있었다. 끈적한 율동을 느끼며 그는 힘차게 피스톤질했다. 뜨거워진 몸으로 서로 부둥켜안은 채 거칠게 허리를 부딪쳐댔다. 마침내 그녀의 내부에서 그는 폭발했고, 그녀는 몸이 잔뜩 휘어진 채 그를 껴안고 부르르 떨었다.
“…….”
애욕의 행위 뒤에 말은 필요 없다. 눈빛으로 따스한 마음을 교류하고, 서로의 몸을 만지며 둘은 키스했다.
그리고 다음날이었다.
“초능력 관리 본부에서 나왔습니다.”
정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초능력 관리 본부라면 행정안전부 산하 기구이다. 초능력자들에 대한 최종적인 관리 및 담당을 하는 국가 부서인데, 상위 부서인 행정안전부보다 그 규모가 더 크고 방대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듣자하니 조만간 따로 독립된 부서로 분할된다는 말도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나게 정효주와 뒹굴어 볼까 하다가 초인종이 울린 터라 유지웅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귀하에게 긴히 드릴 말씀도 있어서요.”
“……들어오시죠. 어제 파티를 했던 터라 좀 지저분하긴 합니다만.”
“실례하겠습니다.”
정효주는 일부러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간단히 음료수를 내왔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은 모두 세 명이었다. 그 중 책임자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이제껏 없던 희소 능력자시라면서요?”
“그런가요?”
“탱딜힐의 개념을 벗어난 희소 능력자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그다지 레이드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죠. 그런데 귀하는 다릅니다. 국제 초능력자 기구에 문의해봤지만, 충격 흡수 능력을 가진 능력자는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아시겠지만 초능력자 보호 다자협약에 따라 국가가 직접적으로 초능력자를 강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하는 의무는 보편적이어야 하고 평등해야 한다. 우수한 병사에게 ‘넌 뛰어나니까 강제 복무 연장!’이런 짓을 할 순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능력자가 일반인이 없는 능력을 가졌다 해서, 그걸 강제 징발할 수는 없다.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초능력자 보호 다자협약이다.
초기에는 국가가 초능력자를 일괄적으로 통제 및 관리하려고 했다. 헌데 초능력자 수가 많고, 또 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그런 국제 협약도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유지웅의 충격 흡수 능력이 중요하다 해도 국가가 마음대로 징발하거나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알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수한 능력자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줘서 자국 유치를 꾀하고 있죠. 힐러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혜택이죠. 하지만 귀하는 힐러가 아니기 때문에 힐러에게 주는 혜택을 드릴 수 없습니다.”
유지웅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정부에서 다른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귀하가 소속된 공격대가 사냥한 괴수에 대해서는 일절 세금을 물리지 않겠습니다.”
“예? 그게 힐러 면세 혜택과 뭐가 달라요?”
“크게 다르죠. 힐러는 자기 몫으로 받은 돈에서만 세금을 내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귀하의 경우, 정공이든 막공이든 사냥한 괴수에 대해서는 일절 세금을 물리지 않겠습니다. 같이 사냥한 대원들을 포함해서입니다. 모두가 면세 혜택을 받는 거죠.”
유지웅은 직감적으로 왜 이런 혜택을 주는지 알아차렸다. 그를 위한다기보다는 정효주를 위한 것이다. 게다가 면세 혜택이 알려지면, 그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이다. 그런 점을 노린 거라면, 노련하게 사람의 심리를 꿰뚫었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귀하가 참여한 공격대는, 그것이 정공이든 막공이든 간에 A급 장비까지 무료로 일체 대여하겠습니다. 귀하가 정공에 소속된 경우에는 무기한으로 무료 대여하겠습니다. 아, 귀하가 반드시 공격대장일 필요는 없습니다.”
“A급 장비까지 무료 대여한다고요? 전부요?”
“네. 그렇습니다.”
괴수의 사체 추출 물질로 만들어진 장비는 딜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딜러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장비를 구입하려고 한다. 힐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에 힐러는 구입하지 않는다. 탱커의 경우에는 딜을 좀 더 높이고자 구입하기도 하지만, 딜러만큼 매달리지는 않는다.
아무튼 전투 장비는 비싸다. 매우 비싸다. C급, B급, A급, 그리고 S급으로 나뉘는데 S급의 경우에는 시중에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A급 장비만 해도 웬만한 최신 탱크 한 대 값이라고 한다.
그걸 공격대원 전부에게 무료로 대여해준단다. 단지 그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러니 다른 나라에 가지 마시고 우리나라에 머물며 레이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밖에 주거, 자녀교육, 금융 등 여러 가지 혜택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여기 책자를 따로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그야말로 종합선물로 정부가 온갖 혜택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가 사냥한 괴수에 대한 면세 혜택, 그리고 그가 참여한 공격대에 A급 장비까지 일체 무료 대여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