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28)
00328 진격의 상어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베링 샤크는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일을 대체 왜 이 따위로 하는 거야!”
급보에 놀란 비시는 국무위원들이 전부 모이기도 전에 호통부터 쳤다. 참모진은 할 말이 없어 고개만 숙였다.
무려 사흘이다. 사흘 동안 핵 투하 장소에서는 결정도가 검출되지 않았다. 밤낮으로 무인 정찰기와 무인 탐색 로봇을 운용해 이 잡듯이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300미터에 달하는 괴수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핵으로 섬멸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흉흉한 시민의 인심을 달래기 위해서 더 이상 끌지 못하고 섬멸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베링 샤크가 알고 보니 살아 있다고 한다. 10발의 핵탄두를 투하했는데도 살아남은 그 생명력이 경이롭기만 하다. 동시에 모골이 송연했다. 과연 인류는 이 괴수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쩌면 한국, 아니 제니스 외에는 불가능할지도…….’
루딘의 얼굴이 어두웠다.
근래 들어 팍스 제니스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떠돈다. 제니스 공격대의 강력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괴수 패러다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블랙 몹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전력이나 마찬가지인 제니스는 힘과 평화, 그리고 번영의 상징 그 자체이다.
서양, 특히 미국의 유명한 거부들은 진지하게 한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제니스 공격대장이 거주하는 서울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괴수 때문에 죽는 사람은 매년 나온다. 그 수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준이다. 그래서 인류는 공포에 잠식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랙 몹의 등장은 그 위험률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다들 왜 아무 말이 없나? 대책을 말해보라고, 대책을.”
“고정하시지요, 대통령 각하. 베링 샤크가 생존해 있던 것은 유감입니다만 다행히 우리 미국 땅을 벗어났습니다. 현재 태평양을 거쳐 동아시아를 향해 이동 중입니다. 그러니 일단 우리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링컨을 차폐막으로 감싼 공간에 격리한 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베링 샤크는 새끼가 우리 미국에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럼 왜 극동아시아로 가고 있나?”
“…….”
비시의 물음에 참모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라고 이유를 알 리가 없었다. 루딘 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왜 베링 샤크가 갑자기 미국을 벗어나 아시아로 항로를 바꿨는지 원인불명이었다.
수배 중인 CIA 국장 로버트를 대신해서 회의에 참석한 쉐인 부국장은 희미한 조소를 지었다. 문득 루딘이 그것을 보았다. 불길한 느낌을 받고 그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설마……?’
* * *
「로버트 국장은 현재 그 행방이 묘연합니다. 다만 일부 결정체 자본가들과 결탁해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정체 자본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강한 미국을 신봉하는 세력이 일부 있습니다. 휘버 박사의 암살과 한국에 대한 테러에도 이들이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버트는 한국에 테러를 지시한 것 때문에 백악관의 거듭된 호출을 받았으나 계속 거절을 한 것 때문에 수배 상태였다. 아마 미국 어딘가에 은신해 또 다른 계획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CIA에는 아직도 그를 따르는 자들이 많았고, CIA 외부에도 조력 세력이 있었다.
“이해가 안 되네요. 나를 적대해서 얻는 게 뭐가 있죠?”
「그들은 한국이 미국 결정체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미국의 시장을 한국에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후퇴하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제니스와 갈라서게 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자기들은 미국에서 힘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놈의 정치 논리, 경제 논리라는 것은 언제 들어도 이해가 안 가.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참…….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면 어디가 덧나나?”
유지웅은 ‘돈이 그렇게 좋은가?’하고 중얼거렸다. 자신도 돈이 좋긴 좋지만, 선량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돈을 긁어모으려는 것은 이해가 안 갔다.
“선의의 경쟁, 공동 협력, 좋은 거 많잖아.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네.”
그의 혼잣말에 칠드그린 부국장은 조용히 의미 모를 미소를 짓기만 했다.
“그러니까 CIA만 솎아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CIA는 그들이 이용하는 여러 무력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 팔만 없애고 몸통을 놔두면, 그 몸통이 다른 팔을 보내서 일을 저지를 테지요.」
“그 사람들 명단을 알 수 있나요?”
「현재 보유 중입니다. 보내드릴까요?」
“네. CIA 폐지가 끝나면 그 사람들도 손 좀 봐야겠어요.”
수배 중인 로버트가 결정체 자본가들의 지원을 받아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핵폭발에도 살아남은 베링 샤크가 갑자기 미국을 벗어나 아시아를 향해 진격 중인 것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정일 뿐 확실한 근거가 없었다. 일단 로버트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게 시급했다. EIS가 최선을 다해 조사 중이지만 정보 획득이 쉽지만은 않았다.
“부디 힘써주세요. 부국장님.”
「알겠습니다, 써.」
칠드그린은 정중히 인사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베링 샤크가 죽지 않았으며, 아시아를 향해 돌진 중이라는 소식에 술렁이고 있었다. 특히 최단 코스 선두에 놓인 일본은 패닉 상태였다. 히카리가 할퀴고 간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그 녀석보다 더 강력한 녀석이 오고 있으니.
일본은 총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도와달라고 매일같이 매달렸다. 그러나 한국은 뚜렷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었다.
“베링 샤크와 물속에서 싸운다는 건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그럴 바에는 전 차라리 싸우는 것을 거부하겠습니다. 가족들 전부 데리고 어디 내륙 깊숙한 곳에 들어가고 말지요.”
대통령까지 참가한 국정회의에서 유지웅은 그렇게 말했다. 말이 조금 강경하다고 생각한 정효주가 슬쩍 눈치를 줬다.
하지만 장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사자 목숨이 걸린 일이라 싸움을 회피한다 해도 얄밉거나 원망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땅으로 끌어들여 싸우는 것은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적어도 죽지 않을 자신은 있거든요. 여차하면 도망치면 그만이니까요.”
물속은 도망치는 것도 제한이 심하다. 저번에도 100조 원에 달하는 결정체를 이용해서 임시 안전지대를 만들지 않았으면, 희생 없이 철수하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그럼 뭍에서 싸우는 거라면 해주시겠습니까?”
“뭐, 그건 한 번 해보려고요. 그래도 내가 사는 땅인데 최소한의 도리는 하고 싶네요. 그렇지만 죽을 거 같으면 바로 튈 거니까 그거 가지고 원망하지 마시고요.”
정치적 수사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로서는 솔직담백한 발언이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건 바로 그인데. 아쉬운 사람들이 그의 입맛대로 맞춰서 눈치를 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베링 샤크와 싸울 것을 가정해서 준비할게요. 녀석이 만약 한국으로 온다 싶으면 즉시 일본으로 끌어들여서 싸워야겠어요. 일본이랑 그 이야기를 해두세요.”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일본 총리가 도와달라고 성화이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베링 샤크가 일본을 덮치면 방관한다. 그러나 한국으로 올 것 같으면 즉시 나선다. 한국이 아닌 일본을 전장으로 삼겠다는 것. 좁은 한국 땅에 그런 대운하가 생기면 생태계 파괴가 만만치 않을 테니까.
“일주일 뒤라고 했던가요?”
“예. 이동 속도로 보아 그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 위성이 정찰 감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이라, 조금 빠듯한데…….”
“예? 뭐가 말인가요?”
“아, 그런 게 있어요. 우리도 레벨 업 좀 해야죠. 레벨 딸린데 맞다이 까면 솔킬따이기 밖에 더 하나요?”
현재 유지웅은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 각지에서 닥치는 대로 그린 결정체를 모으고 있었다. 흡수하기 위해서다. 정효주와 자신의 결정도를 높이면 레이드 능력도 더 강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계산에서였다.
블루 결정체를 흡수할 수 있으면 참 수월할 텐데, 블루 결정체는 흡수가 안 되니 문제다. 손재진 교수는 그린에 비해 블루의 응집도가 높아서일 거라고 추정했다. 쉽게 말해 블루가 더 단단하기 때문에 흡수가 안 되는 거라고 한다.
드디어 유지웅의 윤허가 떨어지자 한국 정부는 얼른 일본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괴수가 일본에 오는 거면 놔두고, 우리나라에 오는 거면 일본 땅에 끌어들여 싸우겠다.’
아무리 비정한 국제사회라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말하기는 좀 얼굴이 간지럽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최대한 순화해서 말했다.
‘원정 레이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건이 되는 대로 최대한 도울 것이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일본 대사는 한국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연신 굽실거렸다.
제니스는 총력전 준비에 들어갔다. 유지웅은 장태준에게 몇 번이고 강조를 했다.
“철저한 후퇴 계획을 세워서 철수 시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바다에서도 무사히 잘 도망쳤는데 땅에서 도망 못 치면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 여분의 그린 결정체 확보가 어렵습니다. 저번에 여러 나라에서 지원한 결정체도 전략 비축 물자였습니다. 한국의 그린 비축물량도 공대장님이 다 끌어가셔서 남은 게 없다고 합니다.”
“……할 수 없지. 그럼 블루 결정체라도 쓰죠.”
“이번에는 항공 투하 대신 공대장님께서 직접 지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저번에 항공 투하를 한 것은 설마 쓸 일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베링 샤크가 레드 몹인 줄 알고 간 거지 그렇게 강한 블랙 몹인 줄 알았다면, 항공 투하가 아니라 좀 더 편한 다른 방법을 썼을 것이다.
남은 기간이 빠듯한 까닭에 유지웅은 가능한 많은 그린 결정체를 모아서 부지런히 흡수했다. 최대한 결정도를 높여서 녀석을 상대할 참이었다. 결정도가 높아지면 보호막 혹은 정효주의 궁극기가 강해지는지 정밀하게 시험해볼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며칠 밖에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유지웅은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수천 개의 그린 결정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정도 수치를 다 합치면 무려 12만에 달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12조 원이다.
문제가 생겼다.
“왜 더 이상 흡수가 안 되지?”
유지웅의 결정도는 50,000이고 정효주는 50,030이다. 헌데 유지웅이 7만, 정효주가 6만 5,000이 되자 더 이상 그린 결정체가 흡수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블루 결정체로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릇이 가득 찬 것처럼 결정체가 더 이상 흡수되지 않는 것이다.
기이한 현상에 손재진 등 자문단 결정체 과학자들도 강한 흥미를 나타냈다. 그러나 원인을 해명할 여유는 없었다. 드디어 베링 샤크가 일본 해안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베링 샤크가 츠가루 해협을 통과 중입니다!”
츠가루 해협은 혼슈와 훗카이도 섬 사이의 좁은 바다를 말한다.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것은 녀석의 목표가 일본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대로는 녀석이 한반도에 당도하게 된다. 유지웅은 결정을 내렸다.
“가야겠네요. 이러다가 타이밍 놓치면 우리나라까지 금방 올 거 같아요.”
한국 정부가 재빨리 성명 발표를 했다.
“차마 이웃나라의 위기를 외면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원정 레이드를 결정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일본 총리는 안 와도 될 것 같다고 말하려다가 참모진의 만류로 겨우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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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돕는 착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