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72)
00372 내꺼하자 =========================================================================
“뭐야, 저게!”
유지웅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다 잡은 줄 알았더니, 그 안에서 웬 하얀 뱀 같은 녀석이 튀어나와서 물가로 도망을 쳤다.
“놓치면 안 돼요!”
“잡아! 잡아!”
김철희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녀석이 도망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미처 거리를 좁히기도 전에 녀석은 첨벙 하고 호수로 숨어버렸다.
“아니, 뭐 이런…….”
“독일 괴수들은 무슨 라이프 수치를 하나씩 더 갖고 있나? 저번에 헥스톨도 그렇고…….”
다행히 호수는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이 60미터 정도로, 넓이에 비해 비교적 얕은 편이었다.
장태준은 즉각 광역 수중 스캐닝에 들어갔다. 최첨단 전자장비가 물속을 샅샅이 훑어서 가져온 정보를 호크아이의 수퍼 컴퓨터가 맹렬히 분석했다. 이윽고 결과가 나왔다.
“목표는 이곳에서 1.2km 떨어진, 가장 수심이 깊은 바닥에서 꼼짝도 않고 있습니다.”
“수심이 얼마나 되죠?”
“60미터입니다.”
“애매하네.”
설마 쓸 일이 있을까 해서 브라우니와 모비딕을 안 데려왔다. 다행히 수중장비복은 챙겨 왔다. 장태준의 준비성 덕분이다.
“할 수 없죠. 물속에 들어가서 잡아 봐요.”
“그럼 수중 레이드를 준비하겠습니다. 나미 씨도 투입하면 되겠군요.”
“……제가요?”
“네. 차라리 잘 됐어요. 나미 씨를 투입할 기회가 없을까 염려했었는데, 연습이나 하라는 계시인가 봐요.”
나미는 조금씩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자신이 나서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의심을 사지 않게끔 적당히 힘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한 대 툭 쳤는데 죽으면 어떡하지?
레지나의 신신당부를 떠올렸다. 유능한 레이더로 보이게끔 해서 그의 신뢰와 환심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건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그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
“공대장님, 독일 관계자들이 카직스가 남긴 껍질은 어떻게 할 건지 문의하고 있습니다만…….”
“당연히 본국에 가져가서 연구할 겁니다. 일단 독일 정부한테 후방에 수송해서 잘 보관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알겠습니다.”
“감히 누구 것을 탐내?”
회장님 노릇도 하도 하다 보니 이제 사람이 하는 말에 숨은 진의가 조금씩 보인다. 독일은 카직스가 남긴 껍질을 가지고 연구를 좀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건 초반에 칼같이 잡아놔야 뒤에 말이 안 나온다.
급하게 꺼내온 수중장비복으로 다들 갈아입었다. 검은 잠수복에 우주인 헬멧을 쓴 듯한 복장이었다.
“1팀도 투입합니까?”
“아니오. 오늘은 어디까지나 2팀만으로 진행하세요. 단 위험해지면 즉각 백업할 수 있게 준비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나미는 수중장비복이 불편해서 연신 섬유재질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때 유지웅이 다가왔다.
“나미 씨, 부탁할게요.”
“예. 최선을 다할게요.”
드디어 투입 지시가 떨어졌다. 2팀 인원과 나미는 차례차례 호수로 뛰어들었다. 대원들은 고글에 표시된 디스플레이 유도에 따라 카직스가 있는 방향으로 유영했다.
‘불편해.’
나미는 추진 장치가 너무 답답했다. 갑갑한데다가 너무 느렸다. 그냥 확 벗어버리면 안 되려나?
「옵니다!」
날카로운 경고가 나미를 일깨웠다. 대원들은 즉각 산개해서 진형을 갖췄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물속이라 시야는 아무래도 제한된다. 일정 거리가 벌어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 고글에 나타나는 전장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일반 대원들 이야기다. 나미에게는 대낮처럼 모든 것이 환하게 잘 보였다.
저 멀리 몸을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들켰다 생각되자 곧바로 달려든 것이다.
‘햇병아리가…….’
나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결정도만 치면 녀석은 5천 남짓, 하지만 자신은 퍼플 결정체의 이론상 한계치인 13만 5,000에 달한다. 스치기만 해도 녀석은 죽을 것이다.
「으앗! 너무 빨라!」
「조심해!」
대원들은 바짝 긴장의 끈을 조였다. 자세히 보니 하얗게 빛나는 거대 뱀장어처럼 생겼다.
저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카직스? 녀석은 정말 카직스가 맞을까? 카직스의 몸에 기생하고 있던 다른 괴수는 아닐까?
「어딜! 이리 와!」
김철희가 대검을 쥐고 녀석을 향해 힘껏 돌진했다. 녀석은 물살을 헤치며 빠르게 다가왔다. 김철희가 대검으로 찍어 내리려는 순간, 녀석의 긴 몸이 활짝 펴졌다.
콰직!
그대로 녀석은 뱀처럼 김철희의 허리를 몇 겹으로 둘둘 감아버렸다. 굵기가 1미터, 길이가 15미터나 되는 녀석이다. 김철희는 순식간에 팔과 다리를 봉인 당했다.
「우웃, 조이는 힘이 장난 아닌데?」
「김철희 탱커,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 으아아악!」
「뭐야? 무슨 일이야?」
김철희의 말이 갑자기 뚝 끊어지더니 비명이 들렸다. 대원들은 당황했다. 탱커가 비명을 질러?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조이고 있는 건가?
「어엇, 이상해! 장 팀장님! 갑자기 소리도 안 들려요!」
「지금 메인 탱커만 노이즈가 심해요!」
고글에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김철희의 것으로 표시되는 점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링크 신호에 강력한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설마?」
「자기장 반응을 확인해요! 어서!」
지원팀은 원격 조종으로 센서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지원팀 본진의 전술 화면에 강력한 펄스 역장이 표시되었다. 그것은 현장의 대원들에게도 전송되었다.
「전기 공격이다! 녀석이 강력한 전기를 일으키고 있어요!」
「노이즈 때문에 김철희 탱커 장비와 링크가 안 됩니다! 반응 소실 직전!」
「이대로는 장비 내구도가 못 버팁니다!」
* * *
지원팀은 난리가 났다. 유지웅은 급히 교신망을 열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겨우 전기 공격으로 수중장비가 망가질 수도 있나요? 저거 절연체 소재 아닌가요?”
「수중장비는 전기가 통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전기 공격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문제되는 것은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된 것입니다.」
“자기장이요?”
「수중장비는 저런 강력한 자기장 공격을 받을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전기에는 곧 자기장이 따른다. 수중장비는 그런 전자적 공격을 받을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왜냐면 전투 대상이 인간이 아닌 괴수이기 때문이다. 저런 전기뱀장어 같은 녀석을 만날 거라고는 미국 제작팀도 상상을 못했다.
“그럼 철희는요? 괜찮은 건가요?”
「전기 공격 자체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장에 수중장비가 망가지면 호흡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쪽의 지시도 닿지 않고요.」
장태준은 서브 탱커를 투입해서 구출하라고 지시했다. 정주희는 용감하게 카직스에게 돌진했다. 막대한 전기가 흐르고 있다는데 찌릿찌릿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수중장비복이 절연체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삑! 삑! 삑! 삑!
「어엇!」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동시에 고글에 표시된 디스플레이 점들이 흐릿해지며 거칠게 깜박거렸다. 화면에도 심각한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자기장의 영향에 민감한 전자장비들이 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소공급장치까지 그 영향을 받자, 자체 경보 시스템이 맹렬히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안 되겠습니다! 빠지세요!」
장태준은 주저 없이 정주희에게 퇴각을 지시했다. 정주희마저 수중장비가 고장 난 상태로 속박된다면 일이 더 커진다.
“쳇. 겨우 5천 밖에 안 되는 녀석한테.”
유지웅은 이를 갈았다. 이건 녀석이 너무 강력해서도 아니고, 제니스가 약해서도 아니다. 물속이라는 환경, 녀석의 전기 공격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레이더는 물속에서 기동력과 호흡을 전적으로 수중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수중장비에 이상이 생겼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카직스는 우연찮게 제니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절묘하게 찌른 것이다.
“탱커가 얼마나 더 숨을 참을 수 있죠?”
「20분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연습은 이만 끝내죠. 철희한테 보호막을 걸고 궁극기 일제 타격으로 날려버리는 게 낫겠어요.”
겨우 레드 몹 따위에 자신까지 나서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인명의 위험함을 감수할 순 없다. 수중장비복의 약점을 알았으니 개량을 하면 된다. 그것을 생각하면 귀중한 경험이 된 레이드였다.
그때였다.
「아앗!」
「저게 뭐야!」
대원들의 놀란 비명이 무선을 덮쳤다. 유지웅은 뭐야 하고 놀라서 얼른 전송 화면을 주시했다. 대원들의 고글에 장착된 카메라가 보내온 영상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김철희를 칭칭 감고 있는 카직스가 거대한 구슬 같은 것에 갇혀 있었다. 꼭 공기방울 기포에 갇힌 것 같다. 녀석을 가둔 구체는 그대로 수면을 향해 빠르게 떠오르고 있었다.
촤악!
구체는 카직스를 가둔 채 수면 위 5미터까지 솟구쳤다. 내리꽂히는 햇살이 구체 표면에 매끄럽게 반사되었다. 햇빛에 노출된 카직스는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김철희를 놓았다.
카직스와 김철희를 가둔 구체 표면이 갑자기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수십 만 개의 파편으로 흩어졌다. 파편은 곧 투명한 물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녀석을 가둔 구체는 다름 아닌 물이었던 것이다.
“푸하!”
첨벙 하고 물에 떨어진 김철희는 재빨리 고글을 벗어버렸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자기장 때문에 수중장비 제어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났다. 산소공급장치까지 망가지는 바람에 숨을 전혀 쉬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치유를 계속 받아서 몸에는 이상이 없는 듯 김철희는 그대로 물가로 헤엄쳐서 달아났다.
「카직스는?」
「저기 있다!」
「또야! 또 물방울이 녀석을 가두고 있어!」
대원들은 이게 어떻게 된 조화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다들 어리둥절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나미 대원이야! 물을 다루는 비TDH 능력자라 했잖아!」
「뭐? 나미 레이더가?」
그제야 대원들은 후방에 위치한 나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손끝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우아하기까지 보이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개의 물방울들이 작살에 꽂힌 흰 뱀처럼 꿈틀거리는 카직스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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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제 괴수는 전자전 공격도 가능합니다.
독일의 괴수는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