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58)
00458 Unlimited Crystal Works =========================================================================
대지를 뒤덮은 거대한 돌풍에 휘말린 옐로 몹들은 브라우니가 뱉어낸 화염 숨결에 휘말렸다.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화염 숨결의 위력은 가공했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태워 없애버리고 만 것이다.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열기에 공격대 대원들은 더욱 납작 엎드리며 버텼다. 머리 위에 또 하나의 태양이 생겨난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바라보기는커녕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화염 숨결이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아마 공격대 중에도 상당한 인명 피해가 났을 것이다.
“힐! 힐!”
“저러다 화상으로 죽겠어! 힐 퍼부어!”
화염 숨결의 영향권 밖에서 힐러들이 마구 힐을 퍼부었다. 옐로 몹 진영에 딜러를 투입하지 않은 게 천운이었다. 탱커였으니 버티는 것이지, 딜러였으면 화상에 사망했을지도 몰랐다.
마침내 화염 숨결이 멎었다. 브라우니는 천천히 날개를 펄럭이며 돌풍을 누그러뜨렸다.
열기와 돌풍이 가시고 난 지역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많던 옐로 몹은 전부 재로 변해 사라졌다.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공격대는 이윽고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해치웠다!”
“브라우니 만세! 제니스 만세!”
지휘본부도 경사가 났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애를 먹은 것이 수백 마리의 옐로 몹 처리 문제였다. 레드 몹도 까다롭고 위험한 건 맞다. 하지만 옐로 몹은 쪽수가 너무 많다는 게 의외로 큰 문제였다.
그런데 브라우니가 나타나자마자 단숨에 수백 마리의 옐로 몹을 해치워 버렸다.
지휘관은 잘 길들인 레드 몹 한 마리가 얼마나 가공한 위력을 낼 수 있는지 절감했다.
“결정도 만삼천짜리 레드 몹 하나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이 정도면 제니스 공격대가 올 필요도 없겠습니다. 브라우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겠어요.”
사실 잔챙이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다. 아직 24마리의 레드 몹은 건재했다.
그러나 브라우니가 보여준 위용은 공격대는 물론이고 지휘본부의 사기를 올려주기에 충분했다. 한 차례 공격으로 이백 마리가 넘는 옐로 몹 전부를 쓸어버렸으니.
무엇보다 옐로 몹 군단을 붙들어두기 위해 투입했던 탱커 및 힐러가 잉여 전력으로 돌아왔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이게 바로 팍스 제니스?’
지휘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제니스의 힘은 인정하지만, 팍스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좀 과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우니가 보여준 위용에 그런 안일한 마음은 씻은 듯이 가셨다. 그 자존심 강한 러시아 불곰 녀석들이 무슨 애완동물이라도 된 양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계속 붙잡아!”
“시간만 끌면 돼! 무리 하지 마! 시간만 끌면 이길 수 있어!”
“이 중에서 브라우니보다 쎈 놈은 없어! 브라우니가 다 해결해줄 거야!”
“브라우니가 다 처치해줄 거야! 브라우니만 믿자!”
리타이어 직전이던 대원들은 어디서 그리 힘이 났는지 용감하게 담당 레드 몹을 물고 늘어졌다.
브라우니는 숨을 고르듯이 날개를 펄럭이며 아래를 스윽 내려다보았다. 어느 녀석부터 족칠까 고민하는 것이다.
24마리의 레드 몹 군단. 평균 결정도는 오천에서 육천 정도다. 그에 비해 브라우니는 13,000. 결정도가 두 배가 넘는다.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강화할 필요를 느끼고 부지런히 결정체를 먹였지만 만삼천 이상으로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말로는 개체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수용 가능한 에너지가 유입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흘려버리거나, 아니면 블랙 몹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만약 한계가 없이 결정 에너지를 모조리 축적할 수 있다면 세상은 블랙 몹 천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블랙 몹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만큼 육체의 한계를 돌파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캬아아악!
브라우니는 목표를 정하고 그대로 수직 강하했다. 브라우니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던 사령부에서 재빨리 지령을 내렸다.
「제12공격대, 탱커를 제외하고 즉시 이탈! 브라우니가 급하강 중!」
―예썰!
레드 몹을 붙들고 있던 탱커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위기감을 느낀 레드 몹이 얼른 하늘로 머리를 들었다. 빠른 속도로 내리꽂히는 브라우니의 모습이 커다란 눈동자에 잔상으로 맺혔다. 그것이 녀석이 본 마지막 하늘이었다.
―푸욱!
브라우니는 날카로운 부리로 황금빛 호랑이 형태를 한 레드 몹의 목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녀석의 몸이 축 쳐졌다.
골든 타이거를 전담 탱킹하고 있던 베인은 재빨리 뒤로 구르며 물러났다. 그렇게 애를 먹였던 레드 몹이, 마치 매에게 잡힌 쥐새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베인은 골든 타이거의 목을 물고 있는 브라우니와 그만 눈이 마주쳤다. 순간 오싹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 저 녀석이 미국을 휩쓸고 다닌다면, 과연 미국은 막아낼 수 있을까?
늘어진 골든 타이거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이윽고 툭 하고 푸른 결정체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베인 탱커, 블루 결정체를 확보하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제니스에 줘야 할 전리품이니 절대 귀속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블루 결정체 이상부터는 레이더와 살갗이 직접 닿을 경우 그 사람에게 귀속이 돼버린다. 귀속자 외의 다른 사람은 결정체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심해야 했다.
블루 결정체를 내려다보며 잠시 입맛을 다시던 브라우니는 다시 날개를 크게 폈다. 힘차게 날아오른 브라우니는 다음 목표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 * *
“정확히 28분이 걸렸다고 합니다.”
“역시 밥값은 하네요.”
“몰디브에서 죽이지 않고 사육한 보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벌써 몇 번이나 유용하게 써먹었는지 참.”
처음에는 애물단지라 생각했는데, 막상 길들여 보니 여러 가지로 유용한 녀석이다. 유지웅은 브라우니가 투입한 지 삼십 분도 안 돼서 레드 몹 군단을 괴멸시켰다는 말에 흐뭇했다.
비록 그린 결정체는 화염 숨결에 다 녹아 확보하지 못했지만 블루 결정체 24개는 고스란히 확보했다고 한다. 결정도가 총 15만 정도라고 하는데, 돈으로 치면 15조가 된다.
“쓸 만한 별장도 하나 얻었고, 15조 원도 얻었고, 이래저래 많이 남았네.”
“공격대 출발 대기는 해제할까요?”
“그래야겠죠? 다 해결된 거 같은데.”
원래는 브라우니를 먼저 투입해서 제니스 공격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계획이었다. 브라우니는 아직 미국에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기특하게도 주인이 나설 것도 없이 녀석이 알아서 다 정리해버렸다. 유지웅은 뭐라도 상을 줘야 하나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그때였다.
“공대장님, 미국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괴수 군단은 브라우니가 더 처리한 거 아니었나요?”
“그렇긴 한데, 새로 레드 몹 한 개체가 출현했습니다. 헥스톨입니다.”
유지웅은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프라임 시절, 첫 원정 레이드에서 상대했던 녀석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정말 별의별 고생을 해서 잡았었는데.
“결정도가 7천이 웃도는 녀석이었던가요? 레드 몹 중에서는 강하고, 공격 패턴도 꽤 까다로웠던 거 같은데. 근데 그게 왜 큰일이에요?”
헥스톨에 애를 먹었던 것도 저렙 시절이지, 만렙 다 찍은 지금은 소환수, 아니 애완 레드 몹만 내세워도 충분히 잡고도 남을 것이다. 브라우니 결정도가 만삼천인데 무슨 헥스톨 하나 제대로 못 잡겠는가?
그런데 장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헌데 녀석의 결정도가 23,000이랍니다.”
“뭐라고요? 23,000?”
“네. 브라우니 혼자서는 녀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서둘러 지원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망할! 바로 A3 출발시키죠.”
유지웅도 마음이 급해졌다.
* * *
레드 몹 군단을 물리치고 공격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아주 잠시 동안 말이다.
―삑! 삑! 삑! 삑! 삑!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경보음에 안색이 파리해졌다.
“이게 무슨 경보인가?”
“비상! 새로운 괴수 출현! 호크아이가 광역 스캔 판독 중입니다! 판독 결과 나왔습니다! 헥스톨입니다!”
“헥스톨? 아아, 그 결정도 7천짜리?”
그 정도쯤이면 브라우니한테 한 입 거리도 안 되겠다고 사령관이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였다. 통신병이 사색이 돼서 외쳤다.
“결정도 수치 23,000! 23,000입니다!”
“뭐야? 그럴 리가 없다! 다시 스캔해 봐!”
“호크아이 세 기의 측정 결과가 전부 동일합니다! 기계 오류 아닙니다! 결정도 23,000입니다!”
하얀 날개를 천천히 펄럭이며 부유하고 있는 거대한 새의 모습은 공격대를 패닉에 빠뜨렸다. 그들도 결정도 23,000의 강력한 레드 몹이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길 수 없어! 브라우니는 만삼천 밖에 안 되잖아!”
“후퇴 명령은? 후퇴 명령은 안 떨어졌어?”
“지금 내려왔다! 모두 후퇴해!”
수천 명이 넘는 대원들은 일제히 산개해서 흩어졌다. 탱커는 걸음이 느린 힐러들을 몇 명씩 짊어지듯 업고는, 최대한 헥스톨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뛰었다.
도망치는 대원들을 느긋하게 내려다보던 헥스톨이 천천히 날개를 펄럭였다. 차가운 바람이 깃털 끝에 맺히며 사방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며 얼음이 비산하듯 휘날리기 시작했다.
하얀 냉기 바람은 원을 그리듯이 모든 것을 하얗게 응결시키며 사방을 향해 뻗어나갔다. 죽음의 숨결이 덮쳐오자 대원들은 겁에 질려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그때였다.
―캬아아아악!
브라우니가 날카로운 포효를 지르며 날개를 힘차게 펄럭였다. 브라우니의 날개 끝에서 일어난 회오리 돌풍이 소용돌이치듯 커다란 원을 그렸다. 돌풍은 헥스톨이 뻗어내는 냉기 바람과 맞부딪치며 힘껏 밀어내려고 했다.
냉기와 열기. 두 상극의 기운이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밀고 밀리고를 반복했다.
그러나 냉기가 더 강했다. 브라우니가 만들어낸 돌풍은 냉기에 조금씩 영역을 갉아 먹히더니 빠르게 밀리기 시작했다.
화가 난 브라우니는 날개를 펄럭이는 것을 멈췄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품었던 사령부는 강한 절망을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캬오오오오!
브라우니가 크게 울부짖었다. 지금까지의 포효와는 뭔가 사뭇 다른 비장한 울음소리였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라우니의 전신을 가득 덮고 있던 붉은 깃털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 깃털이 빠진 자리에 새로운 깃털이 빠르게 돋아났다. 칠흑처럼 검은 깃털이었다. 변화를 마친 브라우니는,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이 검은 광택을 발산하며, 더욱 커진 날개를 힘차게 휘둘렀다.
「브, 브라우니의 결정도가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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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옷 벗긴 건 니가 처음이다.”
“…여태 그 무거운 걸 입고 싸웠던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