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57)
00457 Unlimited Crystal Works =========================================================================
―괴수 군단, 빠르게 동진 중.
―1차 저지선 돌파. 약 두 시간 후 2차 저지선 당도 예정.
―조치가 필요하다. 대체 중앙본부는 뭐 하는가?
미국은 한때 레이드가 가장 발달한 나라였다. 지금도 그 힘이 어디 간 건 아니다. 제니스만 아니면, 미국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가장 많은 방어장비를 수입한 나라였다. 한때는 제니스 공격대에 자국 레이더 부대를 파견해서 레이드 참관을 하게 하는 등 레이더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상업적 레드 몹 레이드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고, 그에 따른 레드 몹 방위작전도 다양한 형태로 체계가 잡혀 있었다. 몇 년 전처럼 큰 희생을 각오하고 레드 몹을 잡아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붙었던 자신감이 죄다 떨어져 나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레드 몹만 24마리라니. 게다가 떨거지처럼 뒤따르는 옐로 몹은 대체 뭐란 말인가.
“상부 지령입니다! 2차 저지선까지 그냥 통과시키랍니다!”
“뭐야? 2차선까지 뚫리면 산업지역까지는 바로 한 걸음이라고!”
납득할 수 없는 명령에 현장 지휘관은 이를 갈았다. 레드 몹이 습격하면 조기에 끝을 보는 것은 상식이다. 레이더의 희생을 감수하던지, 핵을 쓰던지. 레드 몹이 인구 밀집 지역이나 산업지역으로 진입하면 그때는 정말 답이 없다.
“3차 저지선에 대규모 공격대를 투입했습니다! 그곳에서 진압 작전을 시작할 거랍니다! 우리 부대도 이곳을 이탈, 3차 저지선에서 합류해 전투를 보조하라고 합니다!”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즉시 부대를 이동한다!”
“예!”
* * *
베인은 지평선 너머로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응시하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살 수 있을까?’
슬쩍 둘러보니 다른 레이더들의 심경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전투를 피해 달아날 겁쟁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 점이 그나마 마음을 든든하게 해줬다.
연방정부는 괴수 군단 이동 방향에 1차로 무려 1만 명의 레이더를 집결했다.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레이더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긁어모아 투입한 것이다.
지금도 각 주의 비상 방위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만 남기고 계속해서 레이더를 징병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에 있는 1만 명의 레이더는 이른바 초기 진압을 위한 선발 부대. 즉 전쟁터로 비유하면 총알받이다.
“……다시 한 번 전술 검토를 하겠습니다. 괴수 군단 중앙에 고폭탄을 투하, 폭발에 괴수들이 놀란 틈을 타 각 공격대는 자기가 할당받은 레드 몹을 물고 최대한 거리를 벌립니다. 옐로 몹 담당 탱커 및 힐러진은 무리해서 거리를 벌리려고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대로 숙지하셨습니까?”
“예!”
“이곳에서 인구 거주 구역까지는 불과 50km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곳에서 막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미국은 오늘 이곳에서 여러분들이 흘린 피를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지휘관은 엄숙한 표정으로 기도를 마쳤다. 레이더들도 저마다 눈을 감고 신의 축복을 기원했다.
“투입!”
각 공격대는 시동을 걸고 대기 중이던 장갑차에 분산해서 탑승했다. 일만 명의 레이더를 태운 장갑차는 차례차례 전장지역을 향해 돌진했다.
괴수 군단과 2km 정도로 거리가 좁혀지자 장갑차 부대가 일제히 전진을 멈췄다. 레이더들은 재빠르게 내리며 정렬을 마쳤다.
「각 공격대는 지정 전술 좌표로 이동하라.」
통합지휘부에서 무전으로 교신을 내렸다. 개인 지원장비인 고글에 해당 공격대, 그리고 본인이 이동해야 할 좌표가 나타났다. 각 레이더들은 편제를 맞춰 흩어지며 이동을 서둘렀다.
미국은 도합 300개의 공격대를 구성했다. 그중 48개 공격대는 각 40명으로 완편 된 정식 공격대다. 이들은 24마리의 레드 몹을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기 위해 편성된 팀이다.
그 외 나머지는 200여 마리의 옐로 몹을 상대하기 위해 편제된 변형 공격대였다. 이 공격대에는 특이하게도 딜러가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오직 탱커와 힐러로만 구상되어 있었다.
일종의 시간끌기다. 48개 공격대가 24마리의 레드 몹을 상대하는 동안 옐로 몹을 붙잡고 늘어지는 게 주역할이다.
“하앗!”
베인은 자기 키 만큼이나 커다란 대검을 쥔 채 가장 앞에 서서 달려 나갔다. 고글에는 그녀 소속 공격대가 맡아야 할 레드 몹의 위치와 거리가 표시돼 있었다.
골든 타이거. 금빛 털을 가진 호랑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레드 몹이었다. 물론 일반 호랑이와 다르게 몸집이 대형 전차 두 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크다.
골든 타이거도 그녀를 발견하고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는 힘차게 발을 구르며 도약했다. 허공에서 뛰어내리며 그대로 칼을 수직으로 그었다.
까강!
칼과 방어막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생각보다 강력한 저항감에 베인은 인상이 구겨졌다. 있는 힘을 다해 밀어 넣으니 다행히 방어막을 뚫고 칼이 들어갔다.
―캬아아악!
골든 타이거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몸을 납작 엎드렸다가 용수철이 튕겨오르듯이 그대로 베인을 덮쳤다. 거대한 앞발이 빠르게 허공을 긋자 베인은 옆으로 굴러 피했다.
잘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거기로 구르면 어떡해! 뒤로 굴렀어야지!
아차 싶어 베인은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꼬리가 채찍처럼 눈앞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베인은 재빨리 다시 뒤로 굴러 겨우 피했다.
―이니시에이트(initiate : 레이드 전투 개시 유도를 뜻하는 용어) 성공. 이제 뒤로 빼야 돼. 물러 나.
베인은 골든 타이거에게 칼질을 하면서 계속해서 물러났다. 레드 몹이 서로 인접해 있는 지역에서 레이드를 계속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일단 최대한 떨어뜨려놓은 뒤 개별적인 레이드를 한다는 게 기본 전술이었다.
다른 공격대도 할당받은 레드 몹을 자극해 산개하듯이 흩어지고 있었다. 화가 난 레드 몹이 공격대를 쫓아갔다.
지휘본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됐다! 산개 작전 성공!”
“옐로 몹 담당 공격대도 즉각 투입! 최대한 옐로 몹을 그 자리에 묶어두라고 해!”
“알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투입된 탱커들이 옐로 몹을 향해 달려들었다. 선두에 선, 키가 210cm에 달하는 거구의 남성 탱커가 주먹을 불끈 쥐고 야수처럼 포효를 터트렸다.
“우와아아아!”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는 포효에 수백 마리의 옐로 몹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거구의 탱커는 한순간에 쏠리는 경계 어린 시선에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무대 위에서 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스타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백여 명이 넘는 탱커들이 앞으로 나섰다. 도합 230명의 탱커. 다수의 탱커와 힐러로만 구성된 보조 공격대의 목적은 바로 레드 몹 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옐로 몹들을 묶어두는 것이다.
황금빛으로 도색한 방어장비를 입은 어느 탱커가 한손창을 빼들고 외쳤다.
“자, 와라! 이 잡종들아!”
* * *
레이드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더 이상 괴수 군단의 동진을 허용할 경우, 엄청난 산업기반 피해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인구 밀집 지역 또한 초토화될 것이다. 이미 시민 피난 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도시가 초토화되면 피난민들은 살 집을 잃게 된다.
“제3공격대 메인 탱커 리타이어! 레이드 아웃 입니다!”
“젠장! 후방 부대에서 증원 탱커 보내!”
“후방 부대에도 더 이상 투입 가능한 예비 탱커, 힐러가 없습니다! 딜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체 연방 정부는 뭐 하는 거야? 더 이상 레이더 지원은 없는 건가?”
화가 난 지휘관은 나오는 대로 욕설을 했지만, 이게 연방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연방 정부에서는 세 번이나 레이더 자원을 추가 편성해 보냈다. 무려 4만 명의 레이더가 이 싸움에 투입된 것이다.
그 중 벌써 25,000여 명이 리타이어 돼서 레이드 아웃, 후방으로 수송되었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휘본부에서 세운 전술대로 레이드가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24마리의 레드 몹을 각각 거리를 두고 산개시키는데 성공했다. 근 이백여 마리의 옐로 몹도 딜러 없는 보조 공격대로 붙잡아 두고 있었다.
한 가지 더. 방어장비의 효능을 이번 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톡톡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망자가 겨우 열 명도 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사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4만 명의 레이더를 투입한 대규모 레이드에서 사망자가 열 명도 안 나왔다는 것은, 전술적인 면에서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전황은 점점 미국측 공격대에 불리하게만 흘러갔다.
“이대로는 어렵습니다!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한 마리, 한 마리만 쓰러뜨리면 돼!”
지휘관은 초조해서 연신 탁자를 두드렸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기 증진을 위한 성과다. 벌써 네 시간째 이어지는 전투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한 마리면 된다. 딱 한 마리만 쓰러뜨리면 가능성을 엿본 레이더들은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전투에서 사기가 괜히 중요 요소로 꼽히는 게 아니다.
“사령관님! 비상사태입니다!”
숨이 넘어갈 듯한 보고에 사령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설마 전멸한 공격대라도 나온 건가? 지금도 밀릴 듯 아슬아슬하게 균형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어느 한 팀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연쇄적으로 붕괴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옐로 몹 50여 개체 출몰! 방위 북서! 거리 20km! 작전 지역을 향해 돌입 중입니다!”
“뭐야?”
“전투 소음을 듣고 자극 받은 개체들이 몰려든 것 같습니다! 즉시 증원이 필요합니다.”
사령관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오십 마리가 더 몰려들었다니.
즉시 증원이 필요하다? 누가 그걸 모르나? 증원을 하려고 해도 투입할 탱커와 힐러가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현재 현장에 있는 잉여 전력은 딜러뿐이다. 딜러는 남아돌아서 주체가 안 되는데 탱커와 힐러는 부족해서 감당이 안 된다.
“사령관님!”
“백악관에 연결해라!”
사령관은 결심을 굳혔다. 더 이상 현장 상황은 자신의 판단만으로 이끌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때였다.
“아앗! 사령관님! 이것을 좀 보십시오!”
“또 뭔가?”
설마 이번에는 소음을 듣고 레드 몹이라도 찾아왔나? 안 그래도 홀쭉한 사령관의 안색이 더욱 파리해졌다.
“브라우니입니다! 브라우니가 왔습니다!”
“드, 드디어!”
사령관은 감격했다. 한편으로는 백악관이 원망스러웠다. 조금이라도 빨리 레이드 브로커한테 계좌이체를 해줬으면, 이 지경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텐데.
미끄러지듯 활공을 하며 나타난 브라우니는 잠시 상공에 멈춰 서서 발아래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실로 지상의 고군분투를 비웃는 듯한 하늘의 제왕이었다.
브라우니가 날개를 크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날개 끝이 하얗게 빛나며 거센 돌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돌풍은 얽히고 꼬이며 커다란 회오리로 변했다.
수백 개의 회오리 돌풍이 쏜살처럼 전투 지역으로 돌입했다.
―엎드려! 바람에 휘말리면 안 돼!
―엎드려! 다 엎드리라고!
대원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런 야단법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회오리 돌풍은 절묘하게 대원들을 피해 옐로 몹들을 덮쳤다. 수백 마리의 옐로 몹들은 회오리 돌풍에 휘말려 중심을 잃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캬아악!
브라우니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있는 힘껏 내뱉었다. 붉은 화염 바람이, 돌풍에 휘말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수백 마리의 옐로 몹들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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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확인했다. 가랏, 브라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