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86)
00486 중년의 히어로? =========================================================================
옛날에 미국 시민들은 자국 군대가 치르는 전쟁을 무슨 영화 감상하듯이 집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TV로 감상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미국이 지녔던 리즈 시절 강대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나 뭐라나.
지금 미국은 연방 해체 때문에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니, 몸살이 아니라 폐암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은 안방에 앉아 매일 전해지는 속보로 편안히 감상하고 있었다.
「백악관, 오리건 주정부에 강력한 경고 전해.」
「중동부 20여개의 주도 백악관에 가세.」
「비시, 절대로 연방 해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거듭 강조.」
「동서 전쟁 현실화 되나?」
현실이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다고 해야 하나. 매일 뉴스 톱을 차지하는 미국 관련 소식은 어떤 예능보다 더 웃기고 재미있으며 흥미가 넘쳤다.
“으악! 주식 반토막 났어!”
“어디 주식을 샀는데 반토막이 나? 지금 국내주 죄다 상승세에 올랐구만.”
“미국 때문에 대박 반등 기대하고 유럽주 좀 사놨는데 시발 완전히 망했다!”
“자네, 지금 그쪽 동네는 지옥인 거 몰라? 당분간은 발도 안 디디는 게 상책이야.”
“망할, 대박에 눈이 먼 내가 미친 놈이지.”
증권 시장 분위기는 이랬고…….
“자, 다음 주 금요일까지 미 연방 해체가 현실화되면 향후 우리나라의 대미 외교 정책을 어떻게 세워야 좋을지 그 거시적 방향성에 대해서 레포트를 써오도록.”
“교수님!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요! 저희 아직 3학년인데!”
“이것들아, 우리 정치외교학과다!”
“그래도요, 교수님!”
모 대학 강의실 분위기는 대강 이랬으며…….
“다행스럽게도 미 연방 해체와 맞물려 해외로 떠난 힐러와 탱커들이 귀국할 의지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일본도 이제 살아날 수 있어요.”
“한국 경제속국 취급 받는 게 오히려 해외에는 긍정적으로 비치는 모양입니다.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한국이 뒤를 봐주겠지 하는 관점이 높습니다.”
섬나라는 또 이랬다.
일본은 경제의 99% 이상이 한국에 종속되었는데 사실상 경제적 식민지쯤 된다.
블랙 몹 때문에 폭삭 망했다가 겨우 다시 일어난 일본은 레이드 관광국이라는 컨셉으로 새롭게 살아났다. 이 섬나라는 특이하게도 다른 나라보다 괴수 밀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괴수들 습격도 참 많았다.
아무튼 괴수 방위 능력 향상을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에서 원정 온 공격대에 많은 특혜를 주었다. 획득한 결정체에 매기는 세금을 국제 최하 수준으로 대폭 떨어뜨린 것이다. 덕분에 아프리카 레이더, 옛 중국 레이더 난민, 세율이 높은 선진국 레이더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와서 사냥을 했다.
여기에 재빠르게 한국 IACP가 일본 지사를 세워서 일본 시장에 진출을 했다. 일본 ‘그린 결정체 시장’은 연간 약 100조 원 정도로, 300조 원이 넘는 한국 ‘그린 결정체 시장’ 규모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그래도 놓치기에는 아깝기 때문이다.
“장인어른이 사업 수완 있으시다니까.”
아무튼 한국 IACP는 일본에서 생산된 그린 결정체를 독점적으로 취급한다.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 공격대를 상대로 장사를 독점하는 것이다.
외국 공격대는 한국 IACP에 결정체를 팔고, 본국에 송금하고 남은 돈으로 일본에서 산다. 물론 이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숙박, 음식, 주류 판매 등 외국 공격대를 상대로 장사하는 3차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게 된 구도다. 여기에 유흥 산업도 크게 발달했는데, 그 매출 규모가 또 엄청나다.
블랙 몹 때문에 한 번 망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공격대가 불나방처럼 찾아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세가 50% 이상에 육박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은 세율이 무척이나 낮다. 거기다가 물가도 싸다.
다음으로, 더 이상 블랙 몹의 위협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 IACP가 100조 원에 달하는 일본 그린 결정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IACP의 사장이 유지웅의 장인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블랙 몹이 나타나면 유지웅이 손을 써줄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장인이 손해를 보게 놔두진 않을 것이다. 브라우니가 정기적으로 일본 영공, 영해까지 순찰을 다니는 것이 그 증거 아닐까. 뭐 다들 이리 생각했다.
일본의 신 경제 구조를 살펴보면 결국 브라우니와 IACP에서 피라미드처럼 아래로 가지를 쳐서 파생되는 형태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아니 제니스 경제속국이라고 자조하듯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참고로 일본 소비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면…….
“사장님, 여기 라멘 여섯 개 얼마죠?”
“만이천 원입니다, 손님.”
“야, 이중에서 제일 성심껏 잘 모신 년한테 여기 백만원 팁으로 더 준다.”
“꺄아아! 제가 잘 해드릴게요!”
“올해 예상 예산 규모가 작년보다 두 배나 증가할 것 같군요. 정말로 다행입니다.”
“그럼 200조 원을 돌파하는 겁니까?”
“근데 원화 유통 물량이 너무 적습니다. 한국에서도 물량이 적다며 보내주질 않아요. 특히 오만원권 수급이 시급한데…….”
엔화가 죽었다.
한국은행은 일본에서 유통될 원화까지 찍어내느라고 조폐기계가 매일 혹사당하고 있다.
* * *
“쌍둥이는? 자?”
“응.”
속이 비치는 하얀 슬립을 입은 정효주가 머리를 묶으며 침대로 올라왔다. 아이를 낳고 가슴이 더 커진 것 같다. 저 사이즈에 조금도 쳐지지 않고 유두가 정면을 꼿꼿이 바라보고 있다는 건 참 기적이다. 탱커 만세를 외쳐야 할 것 같다.
“그럼 이제 어른들 시간이네.”
“니가 어른이라니까 웃겨.”
“그럼 내가 어른이지, 애야?”
“킥킥.”
유지웅은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하게 잘 빠진 허리를 한 팔로 슬쩍 껴안으며 바짝 당겼다. 체리향이 풍기는 입김을 느끼며 찐하게 키스했다.
“최 박사님 부모님 한 번 찾아봬야 하지 않을까?”
뱃속을 찌르듯 깊숙이 들어오는 그의 체온을 품으며 그녀가 말을 떼었다. 하얀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쥐며, 그가 좀 더 파고들어온다.
“그래야지.”
“아직 최 박사님이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계시던데.”
“부모 마음에 자녀 죽음을 그리 쉽게 받아들이시진 못하겠지. 나라도 그럴 거 같아.”
신랑의 눈동자에 설핏 차가운 기색이 스친다. 보복만큼은 확실하게 해주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아마 그게 최윤 부모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효주는 신랑의 두 손을 가슴으로 이끌었다. 단단히 일어선 유실을 만지작거리자 모유가 흘러나오며 금세 축축해진다.
“그런데 50개로 쪼개질 거 같니? 자기가 보기엔 어때?”
“글쎄? 분위기 보면 서부는 갈라설 마음이 강한 거 같은데, 동부는 그래도 뭉쳐야 살지 않나 쪽인 거 같고. 하지만 베링 해역으로 압박하면 결국 흩어질 수밖에 없을 걸?”
“근데 자기 목적은 50개로 쪼개는 게 아니잖아?”
“뭐, 쪼개져도 자기들 팔자지.”
유지웅이 베링 해역 금지라는 강수를 제시한 건 토미 에슨을 비롯하여 모든 관련자들을 죄다 내놓으라는 압박이다. 물론 아직 미국은 밑에 깔린 그 뜻을 모르고, 정말로 연방을 해체하려는 줄로만 알고 있다. 적당히 애를 태운 다음에 토미 에슨을 들먹이면 미국은 얼씨구나 하며 좋아할 것이다. 이른바 길들이기다.
다만 타이밍이 늦어져 미국 주정부 간의 사이가 틀어져서 정말로 연방 해체, 혹은 분리가 된다 하더라도 유지웅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쪼갤 필요성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근데 내 생각은 쪼오끔 다르거든? 들어볼래?”
“너, 지금 그런 말하는 건 반칙이잖아?”
지금? 깊숙이 삽입한 채로 그녀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와, 이럴 땐 간을 내달라고 해도 내줄 수밖에 없는 게 남편 입장 아닌가? 하필 이런 때 저런 말을 하는 건 반칙이다. 세상 모든 와이프들은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어차피 지금 미국 충분히 네 말 잘 듣는데, 괜히 수십 개로 쪼개면 사공만 많아지는 거 아니니?”
“……응?”
“말 잘 듣는 한 명이랑 말 잘 듣는 오십 명, 난 전자가 더 관리하기 편할 거 같은데.”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
전혀 생각지 못한 맹점에 유지웅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가 얼굴을 가볍게 찡그리며 재촉하듯이 바짝 조여 온다. 안 움직이면 끊어버릴 거야, 마치 그리 말하는 듯한 압박감이다.
둘에게 있어 부부관계는 생활이다. 초기 연인 시절만큼의 열렬함은 이제 없지만, 숙성된 애정이 배인 안정감을 깊숙이 확인하는, 하루라도 빼먹으면 허전한 그런 것. 섹스하면서 의논하고, 대화하면서 섹스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뭐, 내 생각은 그래. 한 번 검토해 봐.”
“알았어. 진짜 생각해봐야겠다.”
대화가 끊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육체로 나누는 대화뿐. 깊어지는 눈망울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며, 그는 더욱 뜨겁게 그녀의 안으로 침전해 들어갔다.
연달아 두 차례 뜨거운 애정을 쏟아내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젖은 하물을 만지작거리는 와이프의 손길을 기분 좋게 느끼며, 그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누구니?”
“나미 씨네.”
“……나미 씨?”
정효주가 순간 흠칫했다. 그녀는 미모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본래 타고난 것도 있고, 퍼플 결정체 효과로 나날이 아름다워지고 젊어지는 것도 있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위협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나미다. 탱커도 아니면서 어찌 그리 인형 같을 수 있는지, 기가 막히게 만드는 여자가 바로 그녀다.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래.”
유지웅은 의아해하면서도 아무튼 전화를 받았다.
“네, 나미 씨. 무슨 일이시죠?”
「보여드릴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한 거예요.」
“네?”
유지웅은 순간 와이프 눈치를 살폈다. 눈빛이 변했다, 변했어! 외간여자가 이 야심한 시간에 전화해서 아주 중요한 걸 보여준다고 할 때 보편적인 마누라들이 보일 법한 그 눈빛으로 변했어!
「팀 프로메테우스 주요 연구원들도 함께 있어요. 지금 바로 효웅산업 연구소로 오실 수 있나요?」
“아, 그래요?”
정효주의 눈빛이 다시 누그러졌다. 유지웅도 안심하다가 불현듯 이상함을 느꼈다.
대체 뭐기에 이 시간에 전화해서? 게다가 프로메테우스 직원들도 모여 있다고? 제니스 연구소 결정체 전담 연구부서가?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 * *
“감사합니다. 어려운 부탁이었는데 들어주셨군요.”
「별 말씀을. 저는 그저 부국장님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확실히 잘게 쪼개진 것보다는 크게 뭉쳐진 게 더 관리하기 편하죠. EU 상대하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거기는 정말이지 뭐 하나만 진행하려 해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결정은 그이 몫이에요. 저도 이 이상 나서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화면에는 단아한 정장을 입은 미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야말로 EIS에서는 진짜 세상의 흑막이라고 불리는 존재. 실질적인 제니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하지만 칠드그린은 안다. 그녀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치게 많이 쪼개진 미합중국은 관리하기 불편하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미국이 굳이 하나일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두 개, 혹은 세 개나 네 개가 되어도 그녀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잘게 쪼개진 것보다는 크게 뭉쳐진 게 낫다는 표현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아참, 그리고 전에 보내주신 그 향수 말인데요…….」
“염려 마십시오. 제가 회사를 아예 매입했으니 일반 시중에 판매될 일은 없을 겁니다. 오로지 사모님만이 그 향수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탁해요.」
화상이 꺼졌다. 칠드그린은 이마에 맺힌 진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렸다. 미합중국 대통령을 상대할 때도, 유지웅을 상대할 때도 긴장 한 번 안 했지만 그녀만큼은 예외다. 잠깐만 대화를 나눠도 등 전체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만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다.
칠드그린은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두 뺨을 감쌌다. 손을 떼어냈을 때 그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이것으로 최악은 면했다.’
황제가 어려우면 황후를 먼저 공략하라. 고래로 이어진 기초 중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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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주거씀다.
향수가 선방해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