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11)
00511 피조물 =========================================================================
세간에서 흑석동은 ‘상원정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행정부에 발휘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나타낸 표현이다.
뒤집힌 힘의 구도. 본래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여야 할 행정부는 한 명의 개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현실에 통탄하기보다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여기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라는 것이다.
“제니스 공대장 정도면 이미 그 힘이 국가급이지.”
“다른 나라 안 떠나준 것만 해도 어디야. 각성 초기에 그렇게 미국이 정성을 들였다던데.”
앱서버로서 가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베푼 게 많다는 점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CIA의 효웅산업 테러로 다수의 피해자가 휘말렸을 때, 주모자들이 보유한 SC컴퍼니를 통째로 빼앗아 온 것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였다.
수백조 원이 넘는 지분을 빼앗아 와서 재단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그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제니스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올바를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당연히 흑석동 주변에는 파파라치들이 득실하다. 연예인이나 스포츠가 아니라, 정재계 이슈를 노리는 파파라치들이다. 저택 내부 촬영은 불가능하지만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며 사진을 찍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바글거렸다.
“엇! 저게 뭐야!”
주차해놓은 개인 차량에서 컵라면으로 시간을 때우던 파파라치가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세 대의 검은 차량이 흑석동 저택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넘버 확인해 봐!”
파파라치들은 자기들이 지금까지 수집한 차량 넘버 확인을 통해 방금 들어간 차가 누구 것인지를 확인했다.
“청와대 안보수석, 경제수석 차량인데? 한 대는 모르겠어.”
“잠깐만. 내가 다른 팀에 물어볼게.”
통화를 마친 그는 희색이 되어 외쳤다.
“결정체 장관 차래!”
“그 세 명이 갑자기 흑석동엔 무슨 일로?”
차량 행진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뒤로도 줄줄이 나타난 차량들이 저택 정문을 출입했다. 파파라치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시무시하구만.”
“참석 멤버를 봐. 이거 완전히 제니스 사장단 총집합이다.”
제니스가 일반 기업은 아니고 또 사장 같은 것은 없지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소리다.
사진을 찍은 남자는 종이를 꾸깃 쥐었다. 참여 명단이 화려했다. 정부 고위 인사에 장태준 전술지원팀장, 연구소장 최윤, WCO 의장 남기철, 주한미국 대사 및 주한러시아 대사. 모두 하루 종일 감시해서 얻은 결과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런 일은 처음이다. 파파라치는 특종을 잡았다고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슨 큰일이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 *
브리핑 룸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회의용 커다란 원형 책상에 둘러앉은 이들은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힐끔거렸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미국과 러시아 대사의 소리 소문 없는 눈빛 견제가 그 중 두드러졌다.
‘미국 사태 때문인가?’
청와대 안보수석은 그렇게 생각하고 옆자리에 앉은 경제수석과 시선을 교환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의 위기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경제와 안보에 관련이 된다. 물론 예전처럼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폐렴에 걸리는 건 아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약의 주문이 늘어날 테니 생산과 발주를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 지원 문제 때문에? 하지만 우리 러시아는 왜?’
러시아 대사는 그게 의문이었다. 미국에 일어난 이상 기온 현상은 러시아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러시아 대사는 이 회의의 목적에 큰 의문을 품었다.
‘역시 부통령은 대단해.’
한편 미국 대사는 이중 가장 만족하고 있었다. 역시 시계 동호회, 아니 인맥의 힘은 위대하다. 유지웅이 이렇게 발 빠르게 대책 수립을 해주리라 누가 기대했을까. 동호회장이 어려움에 처하니 동호회원이 두 팔 걷고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저는 미국 상공을 뒤덮은 오로라층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괴수 종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습니다. 이 자리는 그에 대한 대응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주최한 것입니다.”
“회장님, 오로라층이 무엇입니까?”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미국 수행원측이 나서서 USB를 컴퓨터 단자에 꽂았다. 프로젝터가 돌아가며 벽면 스크린에 영상을 재생했다. 러시아 대사는 특히 집중해서 브리핑 화면에 주목했다.
1시간에 걸친 영상 재생이 끝났다. 모두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특히 이번 일을 기회로 미국을 견제하고픈 내심이 있었던 러시아 대사의 표정이 가장 딱딱했다.
‘이건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상에서 제기하지 않은 가정이 있었다. 만약 저 오로라층이 미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 나아가 전 지구를 뒤덮게 되면 어찌 될 것인가?
너무 뻔한 대답이었고 결과였기에 미국측도 일부러 그 부분은 제외한 것이리라. 최악의 미래는 피하고픈 게 사람의 심리이므로.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인물은 각 나라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 정도쯤은 꿰뚫어볼 통찰력이 있었다.
“러시아와 미국이 오랜 경쟁자이며, 특히 최근 들어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 건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만의 위기가 아닌 지구 전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번 사태만큼은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협력을 합시다. 잘 할 수 있겠죠?”
최근 들어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 원인이 바로 본인이라는 건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남기철은 아마 모를, 아니 모른다기보다는 애초에 신경도 안 쓸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러시아 대사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 일을 서둘러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기 전에는 보고를 할 수가 없다. 보고가 금지된 게 아니라 회의 중에 혼자만 자리를 떠나면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오로라층을 구성한 개체들을 프레온 괴수라 명명하겠습니다.”
“프레온 괴수…….”
미국 대사는 조용히 읊조렸다. 어쩐지 딱 맞는 이미지를 지닌 이름으로 생각되었다.
“수없이 작은 기체형 괴수로 이뤄진 군집이니만큼 일반적인 레이드는 통하지 않아요. 또 고도 8만 피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공격에도 제약이 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브라우니를 이용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딜러를 브라우니에 태워 확산형 범위 공격을 가해 소멸시키겠다는 요지입니까?”
“역시 장 팀장님은 이해가 빠르시군요. 그 부분에 맞춰서 전술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과거 베링 샤크를 진압할 때처럼 허공에 안전지대를 설치해서 소멸시키는 보조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물론 효율과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서 최악의 경우에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과 러시아 대사, 그리고 경제수석과 결정체 장관의 안색이 동시에 새하얗게 질렸다.
‘100조 원을 또다시!’
베링 샤크 진압 때, 위기에 몰리자 유지웅은 100조 원 어치 결정체를 투하해 그것으로 대규모 안전지대를 만들어 일시적으로 베링 샤크를 둔화시켰다.
땅이 아닌 바다에 만든 안전지대가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해류에 따라 곧 흩어져 버려 지금은 흔적조차 안 남아 있다. 물론 연합 공격대의 안전을 도모했으니 헛되이 날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100조 원을 한꺼번에 바다에 쏟아 부었다.
그 100조 원의 결정체는 유지웅이 각국 나라를 대상으로 ‘징발’한 것이다. 당연히 유지웅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라들은 자발적으로 비축 결정체 물량을 내놓았다.
하물며 이번에는 바다도 아니고 하늘이다. 거기다가 오로라층은 최하 수백km 이상에 걸쳐 퍼져 있다. 그 많은 면적을 다 소모하려면 얼마나 많은 물량이 필요할까?
“……외람되지만 회장님, 얼마나 필요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얼마나 줄 수 있죠?”
“저, 저희 미국은 얼마 전에 큰 위기를 겪어 현재 결정체 비축 물량이 사실상 제로나 마찬가지…….”
“미국의 위기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큰 경제대국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죠. 저 또한 다섯 개의 블루 결정체를 내놓기로 했어요.”
미국 대사는 눈앞이 노랬다. 이렇게 외치고 싶다. 가장 큰 경제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고, 당신!
“러시아는 긴급 사태를 대비해 비축해 놓은 물량 중 95% 이상을 내놓겠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물론 안전지대 카드는 최악의 경우에나 사용할 겁니다. 무력 면에서 위험한 적은 아니니, 가급적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돼요. 그렇게 되면 결정체 물량은 다시 돌려드려요. 그 부문 관리는 WCO에서 해줄 겁니다.”
안보수석은 왜 이 자리에 자신을 불렀는지 알아차렸다.
만약을 위해 가급적 많은 결정체를 비축해야 한다. 유지웅은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를 한꺼번에 불렀다. 긴급을 대비한 결정체 비축은 당연히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 * *
“나 하늘은 무서운데. 고소공포증 있단 말이야.”
“탱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탈출 낙하산도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
“8만 피트나 된다는데 숨은 어떻게 쉬지?”
“수중장비복이 있잖아. 그거 간이 우주복으로도 쓸 수 있는 거라고.”
장태준은 먼저 브라우니만을 이용한 테스트 진압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는 해당 지역에서 괴수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에 이상하리만치 집착을 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그는 가장 단순한 가정을 세웠다.
“일반 괴수는 사라지고, 프레온 몬스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의심입니다.”
미국도 그런 의심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연관 관계가 입증된 게 없기에 단정을 내리는데 조심스러웠다.
장태준은 단순하게 대비했다. 만약 프레온 괴수가 일반 괴수의 결정체를 양분처럼 삼아 생겨난다면, 레드 몹 급인 트리스티나와 옐로 몹 급인 제이라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라우니, 잘해낼 수 있지?”
첫 비행팀으로 유지웅, 김철희, 그리고 딜러 두 명이 배정되었다. 좀 더 많은 딜러를 태우고 싶었으나 탱커의 손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일단 두 명만 태우기로 했다.
네 명은 수중장비복을 입고 낙하산까지 장착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트리스티나를 지상에 대기시켰다.
“부디 미국을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을 피해 비밀리에 참석한 대통령과 부통령이 굳은 얼굴로 부탁을 건넸다. 유지웅은 흔쾌히 악수를 나누고, 몸을 수그리고 있는 브라우니의 등에 올랐다. 단단하게 입힌 안장이 제법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가자!”
브라우니가 날개를 몇 번 퍼덕이더니 힘차게 날아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임에도 태양이 흐려 보인다. 브리핑 화면으로 봤던 것보다 더 흐려진 것 같다.
브라우니는 시속 310km의 속도로 고도를 올렸다. 물론 훨씬 더 빠르게 날 수 있지만, 탑승원을 붙잡고 있는 고정대의 내구도, 그리고 유지웅과 딜러가 견딜 수 있는 저항을 고려해서 일부러 느리게 날고 있는 것이다.
“저거다!”
마침내 대원들의 눈에 푸른 오로라층이 보였다. 브라우니는 해당 오로라층을 뚫고 올라간 뒤 고도 상승을 멈췄다.
“이야…….”
푸른 커튼처럼 끝없이 펼쳐진 오로라층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순간 이것을 파괴해도 되는지 아까운 마음이 들 정도다.
「시작하세요.」
「예!」
두 명의 딜러는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향해 광역 궁극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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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레이드 물이니까 올 연말은 레이드만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