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17)
00617 인어 여왕 =========================================================================
바다에서라면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나미가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자 대부분 깜짝 놀랐다. 장태준만이 이미 짐작을 한 듯이 끄덕일 따름이었다. 최윤이 물었다.
“장 팀장님은 예상하셨습니까?”
“단순한 수치 비교일 뿐입니다. 같은 레드 결정체라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나미 대원이 더 약세일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요.”
“잠깐, 대원이요? 저는 이미…….”
“아아, 나미 대원의 자리는 영원한 결석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언제든지 원하실 때 오시면 됩니다.”
장태준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제니스 공격대 전술지원팀장이라면 어느 나라를 가도 국빈 대우를 받는다. 나름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다 보니 이런 뻔뻔함도 생겼다.
“노틸러스라는 괴수, 자세한 스펙을 들을 수 있을까요? 크기나 기동성, 주요 공격 기술 같은 것을 알고 싶습니다.”
누가 전술지원팀장 아니랄까 봐 장태준은 벌써부터 재촉하고 있었다. 나미는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생긴 건 거대 앵무조개예요. 심해 아주 깊은 곳에 살고, 수중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요. 적어도 시속 100km는 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다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거군요.”
“네. 제가 확인한 것만 그 정도라는 거니까요.”
회의 멤버들은 굳은 얼굴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모두의 눈빛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크기는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지름이 한…… 3km쯤 됐던가? 그건 잘 가늠이 안 되네요. 워낙에 커서…….”
“잠깐만요!”
저도 모르게 놀란 유지웅이 외쳤다. 그뿐만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 심정이었는지, 얼굴 가득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3, 3km라고요? 지름이?”
“그 이상 됐던 거 같아요.”
“맙소사.”
그야말로 사람 질리게 하는 수치다. 이건 나미가 블랙 등급 베링샤크 시절일 때보다 훨씬 더 크지 않은가? 아니, 레드 결정체를 보유한 블랙의 상위 등급이니 당연한 것일까?
‘그래도 너무하잖아!’
3km 이상이라니. 그런 거대한 생명체가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선박을 집어삼킨 촉수를 볼 때 매우 큰 대형체일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건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그리고 또…….”
나미는 최대한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노틸러스의 특징을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거대 앵무조개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수중 이동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 그리고 최소 지름 3km 이상의 거대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단단해요.”
“단단합니까?”
장태준이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방어력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미는 그런 반응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굉장히 단단해요.”
“굉장히, 단단하다?”
“저도 모든 힘을 다했지만 외골격에 생채기 하나 낼 수도 없었어요.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 아닐까 해요. 음, 적어도…….”
나미는 과거를 회상하듯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힘을 완전 개방한 브라우니보다 더 단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레드 결정체를 가졌으니 그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최윤이 그렇게 물었다. 다른 이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크게 놀라지는 않은 듯했다. 레드 결정체를 가졌으니 더 단단하고, 더 강한 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나미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한 건 오로지 단 한 사람, 바로 장태준뿐이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심각한 문제군요…….”
“장 팀장님, 왜 그러시죠? 레드 결정체를 가졌으니까 더 단단한 거야 당연히…….”
“나미 씨의 말은 외골격 그 자체가 브라우니의 방어막보다 더 단단하다는 뜻입니다.”
“……그게 달라요?”
“브라우니의 가죽 자체는 단단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생명체 수준이죠. 괴수의 방어능력은 신체 표면에 흐르는 에너지 방어막이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 헌데 노틸러스는 외골격 그 자체가 블랙 등급인 브라우니의 방어막보다 더 단단하다는 겁니다.”
“아!”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좌중은 다시 한 번 안색이 굳어지고 말았다.
괴수의 신체는 일반 생명체보다 단단하지만, 어디까지나 피와 가죽으로 이뤄져 있다. 방어막만 걷어내면 아무리 대형 괴수라 해도 개인 중화기로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노틸러스는 블랙 등급인 브라우니의 방어막보다 외골격, 즉 신체 그 자체가 더 단단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어막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이죠?”
“…….”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체보다 방어막이 월등히 단단한 게 정석이다. 외장갑이 그 정도로 단단하다면, 방어막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나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저도 모르죠.”
괴수끼리는 서로 방어막을 무시한다. 이른바 중화 효과라는 것인데, 괴수가 손쉽게 다른 괴수를 잡아먹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당연히 나미는 노틸러스의 방어막이 어느 정도로 단단한지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수중 레이드는 매우 어렵거나,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태준은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유지웅은 슬쩍 나미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메인 탱커를 해달라고 하면, 그녀가 나서줄까?
아무리 그녀가 인간에 호의적이어도 그렇게까지 해줄 것 같진 않았다. 그녀는 태평양에, 노틸러스는 인도양에, 그렇게 영역을 긋고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일은 그녀에게 아무 상관없는 문제다.
“인도양 대동맥 항로는 포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연안 해로를 이용하도록 국제 사회에 권고하는 게 어떨까요?”
“찬성입니다. 운송비가 많이 증가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레이드는 회의적이라고 봅니다. 약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굳이 그런 괴물을 잡으러 대양까지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자문위원들은 그렇게 견해를 제시했다. 가렌과 최윤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였다. 유지웅은 잠시 생각하다가 장태준에게 물었다.
“레이드 성공 확률을 어느 정도로 보시죠?”
“나미 씨가 메인 탱커로 나서준다면 50% 이상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미에게 향했다. 그녀는 웃음을 머금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해요. 저도 아이가 있는 몸이라서요.”
스물도 안 되었을 듯한 경국지색의 여인이 그리 말을 하자 뭔가 위화감이 든다. 아무튼 나미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유지웅이 다시 장태준에게 물었다.
“나미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요?”
“필패입니다. 혹 성공하더라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겁니다. 레이드는 포기하셔야 합니다.”
전력 비교 판단에 있어서 장태준의 판단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고, 정확하며, 냉정하다. 그런 인물이 딱 잘라 말했다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할 수 없군요. 남 국장님.”
“예, 알겠습니다. 각국 정부에 그리 전달하지요.”
“어쩔 수 없는 문제네요. 인도양 항로는 그냥 속편하게 포기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런 괴물이라면 아예 상종도 안 하는 게 낫지요. 다행히 앵무조개라니 뭍으로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살다 살다 ‘괴수’한테 ‘괴물’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일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유지웅은 쓰게 웃으며 결론을 내렸다.
인도양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그 먼 바다를 빙 둘러감으로써 증가하는 운송비용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결정체 부족으로 온 세계 경제가 신음하는 지금, 대다수 국가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해볼만 하다면 레드 결정체도 얻고, 세계 경제 문제도 해결해서 생색도 낼 겸 레이드를 하겠지만, 이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견적이 나왔다.
“아직도 멀었네, 멀었어.”
유지웅은 새삼 반성했다. 세계 유일의 블랙 몹 공격대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부서지는 것 같다.
레이드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지만, 논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화이트 등급이 어떻습니까?”
“화이트요? 그거 좋네요.”
레드 결정체를 가진 건 나미가 유일한지라 지금까지 딱히 등급을 정할 필요는 못 느꼈다. 하지만 노틸러스가 등장한 이상 교통정리를 해줘야 했다.
“근데 나미 씨, 노틸러스 같은 화이트 몹이 또 있나요? 대서양의 지배자라든가 뭐 그런 거요.”
“글쎄요. 그쪽 동네는 아직 서열 싸움이 한창 치열한 것으로 알아요. 아마 인도양이나 제가 사는 태평양처럼 딱 한 명의 절대강자가 있진 않을 거예요.”
“아직은 그렇다는 거네요.”
유지웅은 잠시 생각했다. 이거 괴수들이 날이 갈수록 너무 강력해지는 거 아닌가 싶다.
‘혹시 대격변 때문인가?’
작년, 지구 전체를 덮은 프레온 괴수층을 제거하기 위해 그는 퍼플 결정체를 이용해 전 지구에 안전지대를 설치했다. 옐로 몹은커녕 벌레형 괴수인 카직스도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미약한 농도의 안전지대지만, 그것이 지구 전체에 설치되면서 야기하는 변화가 상당한 것 같다.
프레온 괴수층이 태양을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한 조치였지만, 그로 인해 지구 환경은 너무나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지구 전역 안전지대에 저항이라도 하듯, 괴수들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약을 과다 투여하면 항원이 약에 내성을 키우고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
“아빠!”
응접실을 나서자마자 피즈가 쪼르르 달려와서 안겼다. 설명을 들은 회의 멤버들은 피즈가 아빠라고 불러도 놀라지 않았다. 다만 가렌과 최윤은 역시 결정체학자답게 강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일 다 했어? 그럼 나랑 놀아 줘! 놀아 줘!”
“저기, 피즈야. 엄마랑 놀면 안 되겠니? 아저씨는 지금 무척 바쁜데…….”
그러면서 슬쩍 남기철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남기철은 흠칫 해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쌓인 일이 많아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이드가 불가하다고 각국 정부에 통보도 해줘야 하고요.”
“아니, 잠시만요. 남 의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스, 스팀 거 게임 할인하길래 몽땅 사놨는데…….”
남기철은 매몰차게 흑석동 저택을 떠났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인사를 하고 저택을 나섰다.
유지웅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안슐과 남기철, 이렇게 셋이서 하면 참 재미있을 거 같은데 말이지.
“안슐.”
“미안하네만 나도 서둘러 본국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군.”
“……그래요. 다 가요. 다 가버려.”
풀이 죽어 있는 그때, 놀랍게도 아까 저택을 나섰던 남기철이 헐레벌떡 안에 들어섰다. 유지웅은 대번에 안색이 환해졌다.
“남 의장님?”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인도양에서 초대형 괴수로 보이는 그림자가 아라비아 해 방향으로 북상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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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앵무조개라니 뭍으로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다행히 앵무조개라니 뭍으로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다행히 앵무조개라니 뭍으로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이제 다들… 느낌 아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