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78)
00778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천민? =========================================================================
“정말?”
정효주는 요즘 유지웅의 행동 하나하나에 놀라느라 정신이 없었다. 황금매한테 당하고 죽다 살아난 소꿉친구가 하루아침에 확 변했다. 그냥 변한 게 아니라 생김새만 같고 내용물은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온몸에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아니, 저건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당연함이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세상 삼라만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쯤이야,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태도.
사람을 다루는 법도 매우 자연스럽다. 언뜻 보기에는 깐죽대는 것 같은데 자세히 뜯어보면 상대의 깊은 곳에서부터 복종을 이끌어낸다.
협상을 위해 찾아온 일성 직원 김기영을 그 자리에서 채용한 것도 놀라웠다. 흔쾌히 백배의 연봉을 제안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배를 갈아타게 만들다니.
백배의 연봉을 부르는 것은 쉽지만 상대방이 ‘정말 그 돈을 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런 신뢰는 확고한 자신감과 권위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응.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언제까지 산중턱 동네에서 농사만 지으실 수는 없잖아. 그래도 좀 규모 있는 농장 하나 사드려야지. 그래서 여기저기 좀 알아보고 있어.”
“어디? 봐둔 데는 있니?”
“몇 군데가 있긴 한데 조금 멀어서 고민이야. 그렇다고 호남을 사들일 수도 없고.”
“호남?”
정효주는 유지웅이 생각해둔 후보 지역이 남미, 미국 중부 지방, 뭐 이런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호남이 딱인데 말이야. 가깝고.’
유지웅은 입맛만 다셨다. 돈을 퍼부으면 까짓 거 호남 전체를 사들이지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거대 농업 법인의 등장에 여론의 포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 강제로 농지 전체를 사들여 부모님께 드려봤자 기뻐하지도 않을 테고, 여론의 공세에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아무튼 곧 집 장만하면 다시 프러포즈할 테니까 딴 남자한테 눈길도 주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겠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부끄러워하기는. 하긴 그게 니 매력이지만.”
자연스럽게 웃으며 닭살 돋는 멘트를 날린다. 정효주는 못 버티겠다는 듯이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내려갔다. 유지웅은 킬킬 웃으며 입 주위에 손을 모아 외쳤다.
“나 연어스테이크 먹고 싶어!”
정효주의 외침이 돌아왔다.
“몰라!”
“해줄 거면서.”
유지웅은 키득 웃으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킹사이즈 침대가 왠지 쓸데없이 넓어 보였다. 옆자리에 누구 한 명을 떡하니 눕히면 이렇게 커보이진 않을 텐데.
“빨리 데려와야 할 텐데.”
흑석동 매입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보니 더욱 초조했다. 예전과 똑같은 집을 짓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 활주로를 추가하고픈 욕심이 더해지니 일이 어려워졌다.
“김포 공항이 답인가.”
그러고 보니 김기영 실장이 상당히 쓸 만한 사람인 것 같다. 남들은 그런 발상을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원래 없이 살던 것들은 그의 경제적 관점에 맞춰서 사물을 바라보는 법을 체득하기 힘들어했다. 그런데 김기영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빠르게 적응했다.
아직 미숙한 점이라든가 어긋난 점이 더러 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높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백배의 연봉이 아깝지 않다.
“천억쯤이야, 뭐…….”
유지웅이 생각한 백배의 연봉이 천억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김기영은 아마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그는 백배라고 해서 본래 자신의 연봉에 정말 100을 곱해서 200억으로 자체 급여 처리를 했으니까. 유지웅은 그가 일성에서 한 10억쯤 받는 줄 오해했다.
* * *
‘어떡하면 망하게 할 수 있을까?’
김포 공항에 들어선 김기영은 날카로운 눈으로 공항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는 책상에 앉아 편하게 보고를 받는 것보다는 아직도 필드를 직접 뛰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선호했다. 사람은 앉아 있을수록 분석능력이 떨어지고 퇴물이 된다.
‘어떡하면?’
김포공항이 적자이기는 하나 그래도 멀쩡히 잘 굴러간다. 이용하는 고객도 많다. 멀쩡한 공항을 개인이 집 짓는다고 강제로 사들이면 여러 가지로 말이 많다.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니, 정부에서도 결코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공항을 팔지 않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서 팀장급으로 올라서며 체득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비리가 적지 않을 텐데. 무슨 수로 다 밝혀내지?’
아쉬운 점은 아직 인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말 그대로 돈은 있는데 그 외는 하나도 없다. 인력도, 인맥도, 영향력도. 정치판에 아는 정치인 하나 없는 상황이니 말 다 한 셈이다.
얼마 전에 급히 채용한 20여 명의 보조 비서들은 아직 풋내도 가시지 않은 새내기들이었다. 같이 이직한 부하 동료 두 명이 보조 비서들을 교육하고,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매입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활주로가 잘 보이는 곳에서 내려다봤다. 다양한 비행기들이 여객을 위해, 혹은 정비를 위해 이동 중이었다.
“어? 뭐야?”
그때였다. 견인차에 끌려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비행기 한 기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이동 방향을 거슬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상 상황인가?’
보통 급한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응급 환자라도 발생했나? 혹시 무슨 건수는 되지 않을까 싶어 김기영은 얼른 자리를 옮겼다.
비행기에서 들것이 실려 나왔다. 응급 환자가 발생한 게 분명했다. 들것은 구급 요원들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구급차로 옮겨졌다. 김기영은 들것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김기영은 구급차를 출발시키고 숨을 돌리고 있는 구급 요원에게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구급 요원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웬 미친놈이 술 취해서 술병을 스튜어디스에게 던졌답니다. 참나, 술을 처먹으려면 곱게 처먹을 일이지.”
“저런, 부상이 심각합니까?”
“모르겠어요. 환자가 의식을 잃고 피는 많이 흘렀는데……. 하필 맞아도 머리에 맞았지 뭡니까.”
“저런.”
“하여튼 있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있는 것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등석에서 저 짓 했다잖습니까. 일등석 타고 다닐 정도면 있는 놈이겠지요.”
김기영은 뭔가 예리한 감을 느꼈다. 촉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일을 잘만 활용하면 심상치 않은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때였다. 공항 한쪽이 다소 소란스러워졌다. 경찰들이 웬 중년 남자 한 명을 부축하다시피 해서 데려가고 있었다. 남자는 술에 상당히 취한 듯 보였다.
구급 요원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놈이에요, 저 놈.”
김기영은 대체 어떤 미친놈인가 싶어 슬쩍 확인했다가 눈을 부릅떴다. 그도 알고 있는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 사람은?”
“……아는 사람입니까? 유명한 사람인가 봐요?”
그제야 구급 요원의 목소리가 다소 기가 죽었다. 그냥 돈 좀 있는 깡패인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라면 꽤나 있는 집안은 아니야? 괜히 잘못 얽혔다가 피를 볼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김기영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닙니다. 유명하진 않은데 제가 한 번 얼굴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서요. 참 우연이네요. 거래처 사람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아, 그렇군요.”
구급 요원은 안심했다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혼자 남은 김기영은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박철준 이사!’
박철준, 한국공항공사의 주요 이사 중 한 명이자 차기 사장으로까지 거론되는 인물 아닌가.
대중에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일성그룹 전략기획본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정부각처 사람들을 접해봤던 김기영은 박철준을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김포공항은 한국공항공사의 소유다.
‘됐어!’
김기영은 쾌재를 불렀다.
* * *
“기영이 네가 웬일이냐?”
“어, 다름 아니고. 너네 서에서 김포공항 그쪽도 관할하지?”
“그렇지. 왜?”
“오늘 폭력치상이나 뭐 그런 비슷한 거로 잡혀온 사람 없었냐? 김포공항에서.”
“없었는데? 그건 왜 묻냐?”
“없었냐? 그럼 말고.”
“뭐 찾는 건수라도 있어? 근데 없다는데 목소리가 너 꽤 밝다?”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야, 그럼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나 지금 K종합병원에 누구 면회하러 갈 건데 같이 좀 가주라. 아무래도 형사 하나는 동행해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슨 일이냐? 너 회사도 관뒀다면서 이상한 짓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야야, 그런 거 아니다. 그냥 너는 동행해서 형사라는 것만 알려주면 돼. 병풍처럼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까딱하다가 나까지 잘못되면 어쩌려고? 나 얼마 전에 주택 대출 받은 거 알지?”
“내가 책임진다.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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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이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