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12)
00812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3,600억 달러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서 유지웅이 쏟아낼 미 국채 물량을 받아낸다는 전략은 시작도 하기 전에 붕괴되었다. 제일 큰돈을 대어주기로 한 중국과 일본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지웅이 쏟아내는 자국 국채 물량을 허겁지겁 받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장 자기 목구멍에 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남의 집에 돈을 빌려준단 말인가.
흥분한 김범석이 외치다시피 말했다.
“놀랍습니다, 회장님! 이렇게 간단하게 미일중의 연합을 깨드리다니요!”
“돈맥을 막아버리면 지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 안 그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이 김범석이, 회장님의 혜안에 오늘도 크게 탄복하고 있습니다!”
“쯧쯧, 범석이 자네는 할 줄 아는 건 탄복뿐이야? 그래서 어따 쓰겠어.”
“발 깔개든 뭐든 아무 데나 써주십시오! 회장님이 써주신다면 발 깔개라도 기꺼이 되겠습니다!”
김범석은 꼬리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이럴 때 신나게 살랑살랑 흔들어주면 모양새가 날 텐데.
“집은 어떻게 됐어?”
“옙! 건실한 대형 건설사 몇 몇을 대상으로 입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놓고 하청에 하청 줄 거 아니야. 아무 것도 안 하는 놈들이 브랜드 값 내건다고 돈 받아먹는 건 나 별론데.”
김범석은 이제 이 젊은 주인의 성정을 완벽히 파악했다. 그에게 돈은 숫자이자 수단일 뿐이다. 존재 그 자체가 부요, 황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돈의 크기에 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에게 8조 원을 한 큐에 하사한 것도 그렇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을 싫어한다. 소위 말하는 숟가락 얹는 행위에는 단 돈 100원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가 잡음 없이, 회장님 마음에 흡족하도록 잘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난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내 돈 먹으려는 애들이 제일 싫어. 무슨 말인지 알지?”
“아무렴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범석이만 믿어 주십시오.”
“잘해 봐.”
“옙!”
김범석이 나가고 기다리고 있던 김기영이 보고서를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집까지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하군요, 김 실장님.”
“아닙니다. 이 또한 제가 해야 할 업무 아닙니까.”
“그리 생각해주면 고맙고요.”
“채권단 회의는 무사히 마치셨습니까?”
“그래요. 발행한 회사채 지분이랑 알짜배기 자산 팔아서 빚잔치 하기로 했어요. 해외 채권은 없던 걸로 처리하고요.”
“해외 반발이 장난 아닐 겁니다. 지금도 한국 국적의 해외 자산이 동결 처리된 상태인데, 더 큰 손해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동결 처리해달라고 전해두세요.”
16만 명을 학살한 사람(물론 김기영은 믿지 않는다)의 발언이다. 단순한 무력시위, 혹은 압박으로 들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나라 지도부는 아마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까.
김기영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회장님, 조금만 물밑 작업을 하면 국제사회의 오해를 쉽게 풀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한 번 나서 볼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지금 해외에서는 회장님의 명예가 심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게 훗날 회장님께 큰 부담으로 남지 않을지 염려됩니다.”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큰 부담 같아 보이지만, 김기영은 일단 그렇게 말했다. 지나친 참견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충복으로서 주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유지웅은 픽 웃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김 실장님.”
“예? 어떤……?”
“명예가 땅에 떨어진 게 아니라, 악명이 하늘을 찌르는 거죠. 이게 더 듣기 좋지 않나요?”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김기영은 떨떠름하기보다는 유지웅의 긍정적인 태도에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의 안일한 발상을 자책했다. 고용주는 악명이 하늘을 찌르는 것을 오히려 즐기고 있지 않은가.
“악명 따윈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좋아요.”
“무슨 연유라도 있으십니까?”
“전에 가볍게 말했을 거예요. 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을 내 맘대로 쥐고 흔들 수 있어야 해요.”
“회장님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내가 원하는 수준은 김 실장이 상상하는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잠시 생각하던 유지웅이 무릎을 탁 쳤다.
“맞아요, 종교!”
“종교요?”
“네. 이를테면 사이비 종교 교주와 그를 따르는 광신도? 대충 그 정도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면 좋겠어요.”
아득한 희망사항에 김기영은 잠시 눈앞이 아찔했다.
지금 유지웅은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영웅은 우리가 지켜줘야지! 라는 응원심도 있지만, 유지웅이 일성 그룹을 깨부수면서 언급한 바른 사회에 대한 갈망도 한몫 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래도 어렵겠죠? 나를 따르라! 하면 의심 없고 우르르 따라와 주면 좋겠는데.”
“그런 지지층을 쌓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맹목적인 지지층, 소위 말하는 ‘빠’를 양산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지금 한국의 상황, 유지웅의 입지를 고려하면 대단히 쉽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었고, UN에서 강퇴 당했다. 한국이 믿을 만한 건 유지웅뿐이다. 사실 유지웅 때문에 이 지경이 되긴 했지만 이제 울며 겨자 먹기로 믿고 따라가야 한다.
여기서 ‘오빠 믿지?’하면서 좀만 잘해주면 ‘믿어요, 오빠!’하고 간이고 쓸개고 갖다 바칠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유지웅은 나라 전체가 그리 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일부는 몰라도 전체를 그리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강제적인 추종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추종이라니…….
“당장은 어렵습니다만 저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노력해보겠습니다.”
결국 김기영은 싫지만 그런 대답으로 자신의 충심을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겠다니, 으악! 이 얼마나 성의 없는 답변이란 말인가!
“흠. 그나저나 일성을 해체한 건 좋은데 이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리긴 아까워요.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한 거 같아.”
지금 그거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는데 임팩트가 약하다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김기영도 이제 적응했다.
“뭔가 퍼포먼스가 필요합니다. 회장님의 공명정대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일을 벌이면 시너지가 좋을 것 같습니다. 일성을 해체한 것도 재벌의 부정부패에 철퇴를 가하신 것 아닙니까! 국민들이 그 점을 더욱 뼈에 각인할 수 있도록, 아주 강렬한……. 아!”
“뭔가 좋은 생각이 있나요?”
김기영이 뭔가 생각난 듯하자 유지웅은 관심을 갖고 물었다.
“오래 전 일성그룹에서 부정부패를 고발했다가 쫓겨난 사람이 있습니다. 원래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인데 그룹측에서 제시한 합의도 일절 거부하고, 아직까지 외로이 그룹의 부패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됐나요?”
“대략 10년은 넘은 것으로 압니다. 실은 저도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인가요?”
“칼 같은 사람입니다. 옳다고 믿는 것에 관해서는 일말의 타협도 없습니다. 정화 운동을 하면서 더욱 그렇게 변했더군요.”
“어, 전 그런 사람 아무리 정의로워도 별론데. 자기만 옳다는 아집에 빠지기 쉽잖아요.”
“융통성은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유들유들하고 주변인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부정부패에 관해서는 다중 인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돌변합니다. 거의 학을 떼는 수준입니다.”
“오, 전 그런 사람 좋아요. 딱 내 스타일이네.”
“한 번 연락을 해볼까요?”
“지금도 시민 활동 한다 그랬죠? 사는 것은 어때요?”
“그게…… 많이 궁핍합니다. 덕분에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잘 됐네. 한 번 데려와요.”
더 잘 됐다. 왜 그런 감탄사가 나오는지 김기영은 부연설명이 없어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예.”
김기영이 나가자 정효주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녀는 궁금한 것도, 묻고 싶은 것도 잔뜩 있었다.
“지웅아. 근데 너 언제부터 그렇게 정의를 생각했니?”
“닭살 돋게 무슨 정의야. 내가 바라는 건 정의가 아니라 건강이야, 건강.”
“건강?”
“응. 사회랑 나라가 건강해야 잘 돌아가지.”
“그럼 너한테 뭐가 좋은데?”
“건강해야 써먹기 좋지. 골병 잔뜩 들어서 비실비실하고 그러는 거 어디다가 써?”
“…….”
뭔지 모르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주의자하고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철저히 현실적이지 않은가?
“너, 요즘 하는 거 보면 무슨 왕 같아.”
“왕? 어떤 왕? 폭군? 성군?”
“……그건 잘 모르겠어.”
솔직한 마음을 담은 고백도 받고 해서 좀 더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소꿉친구는 다시 저만치 앞서 나간 듯한 기분이 든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놓쳐 버릴 것만 같은.
“근데 아까 얼핏 들었는데, 그 내부고발 하시다가 쫓겨난 분은 왜 부른 거야?”
“내부고발자가 잘만 쓰면 얼마나 유용한데. 아주 훌륭한 백신이 되어줄 거야. 그럼 이 나라가 우량아 되는 것도 순식간이야. 얼른 세계 통일해야 로버를 잡을 텐데, 어휴.”
“생각해둔 게 있구나? 뭔지 들을 수 있어?”
정효주는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요즘 들어 부쩍 유지웅이 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다. 그의 옆에 서서, 그가 바라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여자로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그런 자그마한 욕심.
“미리 들으면 재미없는데.”
“에이, 그래도 말해 줘.”
“안 돼. 들으면 진짜 재미없어. 그냥 옆에서 지켜 봐.”
“치. 난 그래도 미리 알고 싶은데.”
“진짜 너 빵 터질 거야. 그니까 나 믿고 한 번 지켜 봐.”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물어볼 수가 있을까. 정효주는 순순히 수긍했다.
한편 유지웅은 자신만만했다.
‘효주 너, 전생에도 빵 터졌으니까 이번에도 진짜 제대로 크게 배꼽 떨어질 걸?’
마누라 웃겨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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