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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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겨우 안정되자 선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여전히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케이넌파의 조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거, 레드 몹 아니오?”
“선장, 대부께서 잠시 보자고 하시오. 각 장도 함께 오는 게 좋을 거요.”
“아, 알겠소.”
대부의 호출에 선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케이넌파가 얼마 전 FBI에 크게 털려서 사업이 많이 위축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텍사스를 주름잡는 거대 마피아다. 그런 조직의 대부가 자신을 부른다니. 일반인은 평생 근처에 갈 일도 없는 게 마피아 대부인데 말이다.
대부는 스위트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대부는 낮부터 보드카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오, 선장. 어서 오시오. 불편한 것은 없었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낮의 일 때문에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인데……. 혹 선원 중에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기껏해야 찰과상 정도가 다입니다. 대부께서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닙니다.”
“다행이군요.”
70세가 넘은 대부는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 거대 마피아 수장으로서 한 주를 좌지우지 해온 사람다운 강렬함이었다. 선장은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있었던 일 말인데, 함구하는 게 좋겠소. 선장뿐만이 아니라 승무원 전원 말이오.”
대부는 사람 좋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배에서 벌어진 일은 배에서 끝내야 하는 거요. 배 밖으로 흘러나가면 안 될 거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선장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역시 낮의 그건 레드 몹이 틀림없지요?”
“……선장. 지금 내 말을 이해 못한 거요?”
서늘한 눈빛이 쏟아졌다. 사람 좋게 보이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감히 케이넌파의 대부가 하는 말에 반문을 하다니. 자기가 현역으로 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알드히리에스, 이 놈! 대체 얼마나 조직을 망쳐놓은게야!’
대부는 자신의 후계자이자 지금은 감옥에 가 있는 전 대부, 알드히리에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대부는 한 번 참았다. 겨우 반문을 했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단지 그가 화가 난 것은 조직의 위상이 이 정도까지 떨어진 것 때문이다.
“선장이 본 게 맞소. 그러니 내 말 뜻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요. 오늘 일은 없던 것이오. 모든 승무원이 그리 받아들여야 할 거요. 그렇지 않으면 마피아의 피의 율법이…….”
“유지웅, 그 간악한 악적이 이 배에 타고 있는 겁니까?”
“……!”
대부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반문에 반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금 전과 달리 화가 나지 않았다.
“선장, 방금 뭐라고 했소?”
“유지웅, 그 간악한 악적이 이 배에 타고 있는 건지를 물었습니다.”
“오오, 예리하시오!”
그간의 설움이 한 번에 터져 나왔을까. 간악한 악적이라는 말에 대부는 선장이 감히 반문을 했다는 불쾌감조차 더는 느끼지 못했다. 마치 울고 싶은데 누군가가 시원하게 뺨을 때려준 듯한 느낌이다.
“맞소. 그 간악한 미국의 적이 이 배에 타고 있소.”
“서, 설마…….”
“무슨 상상을 하는지 알겠소. 하지만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일 것이오. 텍사스는 지금 그 자의 위협 아래에서, 태풍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소.”
“대부!”
“안 되오. 선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오. 하지만 안 되오. 그자는 인간이 아니라 자연재앙이오. 섣불리 건드려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요.”
“하지만 미합중국 전체가 그가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자기 생존 사실이 흘러나갈 경우 텍사스에 존재하는 모든 미국 시민을 불태워 죽일 거라고 했소. 그리고 텍사스를 향후 아무도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릴 거라고 했소.”
정말 그런 말을 했는지, 노망난 대부의 머릿속에서 각색이 되었는지는 선장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선장은 믿을 뿐이다. 190만여 명을 학살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것임을.
대부는 엄히 경고했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파격적이오. 그러니 선장, 돌아가서 승무원들을 잘 타이르시오.”
“대부는 어쩌시렵니까?”
“비록 마피아라 하나 나 또한 자랑스러운 미합중국의 시민, 어찌 그 자가 같은 미국 시민을 해하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 내 자존심과 영혼을 팔아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거요. 다만 그뿐이오.”
“대부…….”
선장은 감동을 받았는지 눈시울이 조금 젖어들었다. 그는 굳건한 표정으로 지으며 대답했다.
“맡겨 주십시오. 오늘 우리는 레드 몹은 코빼기도 보지 못한 겁니다.”
“믿겠소. 감사하오.”
“아닙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그 자의 횡포를 저지하고 있는 대부야말로 진정한 히어로이십니다.”
“허허, 뭐 히어로까지야…….”
그 말이 썩 기분 나쁘지는 않은지 대부는 허허롭게 웃었다. 미국 시민 치고 영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 미스터 유가 찾습니다.”
“허억!”
호기롭게 웃던 대부는 사색이 되어 일어났다. 선장은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고맙소. 나는 그 악귀가 찾는 것 같으니 이만…….”
둘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 * *
유지웅은 갑판에 있었다. 갑판에는 고래 괴수와 조류 괴수도 함께 있었다. 두 녀석은 벌을 서듯이 바짝 긴장된 자세로 미동도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부는 잠깐 멈칫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부하들이 슬쩍 이야기해준 게 생각났다.
‘8,200에 6,200이라고 했지…….’
스캐너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조류 괴수는 8,200, 고래 괴수는 6,200이라고 했다. 5,000짜리 레드 몹 한 마리만 도시에 나타나도 헬이 펼쳐진다. 레드 괴수 앞에서는 미군도 소용없다. 공격대를 있는 대로 퍼부어 갖은 희생을 치러야 겨우 물리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작은 놈이 6,200이라고 한다. 그런 무시무시한 놈을 두 마리나, 그것도 무슨 병아리 다루듯이 조련하는 모습에 대부는 속으로 질렸다.
‘역시 저 사람은 자연재앙이었어…….’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내딛었다. 기척을 눈치 채고 유지웅이 뒤를 돌아봤다. 그가 반색했다.
“아, 대부! 오셨군요.”
해맑게 웃으며 반기는 모습에 공포를 느껴 봤는가? 대부는 요즘 하루하루가 그렇다.
“결정했습니다.”
“무, 무엇을요?”
“이 놈, 키울 거예요.”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다. 대부는 상상하지도 못한 시나리오에 얼이 빠졌다. 아니, 키워? 지금 무엇을 키운다고? 무슨 호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레드 몹을?
그러나 어쩌랴. 자연의 재앙에는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설움인 것을. 대부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겨우 지우며 물었다.
“키우신다면, 어느 쪽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당연히 두 마리 다 키울 겁니다.”
대부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혼절할 뻔했다. 그러나 유지웅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라우니 녀석이야 그렇다 쳐도, 아, 브라우니는 여기 조류 괴수를 말하는 겁니다. 아무튼 이 녀석이야 그렇다 쳐도 모비딕 녀석은 큰 어항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어항 큰 거 혹시 있나요, 대부?”
대부는 순간 통역이 단어 선택을 잘못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통역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정말 어항이라고 표현을 한 모양이다.
잘도 그런 어항이 있겠다.
“그, 그런 어항이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미스터 유.”
“뭐예요? 마피아 대부씩이나 되면서 대형 어항도 하나 없어요? 하나 마련해요. 이 놈 키울 거니까.”
유지웅이 그렇게 타박했다.
============================ 작품 후기 ============================
“대부, 새장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