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45)
00945 %3C프리시즌 딜러편%3E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
「덧없다 하여 삶이라 하더라.」
유지웅의 SNS에 짤막하게 올라온 글귀였다. 네티즌은 놀라서 급히 글귀를 부랴부랴 퍼날랐다.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링크를 통해 유지웅의 SNS에 직접 들어와서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지웅이 형님이 무슨 일이지?
―회장님, 왜 그러세요? 힘내세요.
―회장님이 기운을 못 차리시면 우리나라는 어떡해요. 회장님, 부디 힘내주세요.
―지웅이 형, 무슨 일이야?
폭풍 같은 관심이 쏟아졌다. 다들 하나같은 마음으로 유지웅을 염려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절대자가 이런 고뇌를 SNS에 쏟아내는 것일까?
평소 그의 SNS는 안하무인, 독불장군, 그리고 유쾌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냉정한 독설과 혹평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지웅이 형님, 이런 거 말고 또 누구누구 성접대 받아서 수사 들어갔다 그런 글 많이 올려주세요. 그런 게 보고 싶어요.
―넌 분위기 파악도 못 하냐? 지금 형님 심기가 많이 안 좋으시대잖아.
―그래, 오빠를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어디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어?
SNS는 후끈 달아올랐다. 다들 유지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염려했다.
한국은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가 기침을 하면 한국은 폐암이 걸린다고 할 정도다. 평소 유쾌하던 그가 갑자기 심각한 메시지를 적으니, 다들 불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 난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한 걸까?」
「내가 한 것들은 모두가 덧없는, 쓸모없는 것들.」
「아마 세상은 날 저주하겠지?」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나를 미워하는 게 틀림없어.」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냥…… 모든 걸 내려놓을까?」
평소 SNS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는 양반이 오늘따라 거의 30분에 한 마디씩 그렇게 적고 있다. 하나같이 불안정한 심경을 대변하는 글귀들뿐이다.
추종자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다들 걱정이 태산 같았다. 정말 큰일 생긴 건 아닌가?
「오늘은…… 그냥 취하고 싶다. 깨고 일어나면 모든 게 해결돼 있기를…….」
―허억! 지웅이 형님! 제발요! 무슨 일이신가요!
―형님! 후회할 짓은 하면 안 돼요!
―오빠, 나랑 만나. 만나서 얘기해.
―오빠! 힘내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요! 용기를 내요! 엉엉!
놀란 것은 추종자들뿐만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유지웅의 행보를 호시탐탐 주시하는 각국 첩보기관들도 비상 대책을 세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공항동에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지웅 회장이 자택 칩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짐작 가는 거라고는, 얼마 전에 유지웅이 브라우니를 타고 미국에 다녀왔다는 것뿐이다. 그 뒤에 갑자기 저렇게 센티멘탈해져서 잠수를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미국에 다녀온 것과 유지웅이 우울해진 것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청와대는 도무지 파악이 불가능했다. 뭐라도 말을 해줘야 어떻게 하든지 말든지를 할 텐데, 연락도 닿지 않으니 갑갑했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의 반응도 비슷비슷했다. 유지웅의 심경이 불안정하자 다들 두려움에 떨었다. 특히 일본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꾸만 청와대에 그의 안부를 확인했다.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옆나라 독재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 그것은 이웃하는 국가로서 발 뻗고 편히 자지 못하게 만들었다.
* * *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게 아닐까 싶어, 유지웅은 오랜만에 소환사의 협곡에 접속을 했다.
게임이 시작됐고, 팀원 5명이 우르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게임 시작하고 30초 만에 첫 교전이 일어났고, 스코어는 순식간에 5:1이 되었다. 아쉽게도 적이 5였다.
“젠장, 게임도 잘 안 풀리네.”
유지웅은 쓸쓸함도 잊고 열이 뻗쳐 게임에 집중했다. 무려 1시간 가까이 플레이 시간이 흘렀다. 결국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할 수 있었다.
머리를 뒤로 젖힌 유지웅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토해냈다.
“게임에서 캐리하면 뭐해. 현실에서 트롤인 것을.”
자신의 놀라운 활약으로 이겼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채팅창에서는 팀원들의 대화가 왁자지껄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도 같은 브론즈라지만, 쟤는 해도해도 너무 못한다. 스킨이 아깝다.
―근데 저 스킨 레알 비싼 거 아님?
―용돈 탔나 보지.
―쟨 지지리도 못하면서 라인은 대체 왜 서는 거?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 버스 탔으면 감사하다 그런 말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유지웅은 채팅창 따위는 훑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다음 게임을 돌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게임을 했다. 채팅창도 못 볼 정도로 게임에 몰입했다.
참 많은 게임을 했다. 처절하게 승리하기도 했고, 치열하게 패배하기도 했다.
“재미없다. 재미없어.”
결국 그는 게임을 꺼버렸다. 제아무리 신묘한 컨트롤을 해도, 인생 게임을 만들어도, 기가 막히게 팀을 견인해도, 마음 속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로버가 없다니…….”
또다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쓸쓸한 눈으로 자신의 두 손을 들여다봤다.
이번 생에서, 이 손에 묻힌 잔혹함. 그리고 냉혹함.
그 모든 것들이 물거품처럼 의미를 잃었다. 기꺼이 폭군의 길을 걸었건만, 결국 헛되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럼 난 대체 왜 과거로 온 거지?”
유지웅은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과거로 돌아온 것, 그것은 힘을 키워 로버를 무찌르라는 운명의 계시라 생각했다. 그래서 국제관계에서 사소한 트러블이 생겨도 그냥 힘으로 찍어 눌렀다. 한국을 폭군처럼 지배했고, 거칠게 다루었다.
그 모든 것이 로버를 무찌르기 위한 것, 그러나 로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유지웅은 SNS를 켰다. 댓글은 너무 많아서 그냥 패스하고, 새로운 글을 적었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을까?」
그는 몸을 돌렸다. 서재 한쪽에는 고급술이 진열되어 있었다.
보드카를 한 병 꺼내 가져왔다. 그리고 SNS에 다시 새로운 글을 올렸다.
「오늘은…… 그냥 취하고 싶다. 깨고 일어나면 모든 게 해결돼 있기를…….」
* * *
SNS에서 난리가 난 그날, 각국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아직 유지웅이 왜 저러는지 몰랐다.
“무언가 노림수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헛되이 자기감정을 쏟아내는 인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의 행보에는 반드시 예고가 있었습니다.”
“대비해야 합니다.”
유지웅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각국 지도층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정보인력을 총동원해 공항동을 살폈다. 물론 가까이 접근했다가 걸리면 뒷감당이 안 되기에, 멀찍이 떨어져서 철두철미하게 살폈다. 또한, 수많은 암호 전문가들이 달려들어서 SNS의 의미 해석에 매달렸다.
반면 미국은 조금 달랐다.
“유지웅 회장은 이제 전 세계에 폭발적인 힘을 투사할 겁니다. 한국은 그 거점입니다.”
“결정체 패권과 그의 무력, 그리고 한국이 융합하면 얼마든지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이미 그 전에도 그러지 않았나요?”
대통령이 지적했지만, 국무부 장관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겁니다, 각하.”
“음…….”
“성동격서 작전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SNS와 그의 심경 분석에 매달리고 있는 틈을 타서, 그는 수면 아래에서 분명히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기 위해 CIA가 지금 인력을 총동원하여 공작 중입니다.”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대통령도 그게 걱정이었다. 크게 상심한 것처럼 보이는 SNS 내용으로 세상의 이목을 붙들어놓고, 과연 어디에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일까?
로버는 유지웅의 거짓말이다. 이 사실은 아직까지 미국 외에 알려지지 않았다. 칠드그린이 아니었으면 영영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점 때문에 빌클런은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유지웅은 정보가 노출될 것을 알면서 왜 칠드그린을 WCO로 끌어들인 것일까? 미국이 알아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칠드그린 부국장.”
“예, 각하.”
“공항동에 다녀와 주셔야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그와 무력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당신이라면 내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칠드그린은 태연했다. 마치 그런 지시가 떨어질 줄 알았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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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가 없으니 이제 마음껏 트롤링을 하면 되잖….(퍽퍽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