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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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잃으니 할 일이 없구나.”
유지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쓸쓸한 빛이 가득했다.
로버를 제거한다는 것.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의 모든 것을 채찍질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로버는 없어졌고, 그는 삶의 목적을 잃었다. 배트맨을 잃은 조커의 심정이 이럴까?
‘아, 그 반대지 참. 조커를 잃은 배트맨의 심정…… 근데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는 정원에 쭈그려 앉은 채, 히카리의 배를 손으로 문지르며 이리저리 뒤집어댔다. 히카리는 그의 손이 가는 대로 좌로 우로 배를 뒤집으며 헉헉거렸다.
“옛다, 먹어라.”
“오오!”
유지웅은 퍼플 결정체 하나를 훌쩍 던졌다. 히카리는 신이 나서 펄쩍 점프해서 입으로 바로 낚아챘다. 가볍게 착지하자 원피스가 사뿐사뿐 팔랑거렸다. 저건 고양이일까, 강아지일까.
유지웅은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공허하구나……. 로버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궤도에 오른 공항상사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아니, 그가 떠나보냈다고 해야 맞으리라. 더 이상 자신이 할 게 없다 생각한 그는 공항상사 총괄 업무도 비서실에 맡겨 버렸다.
억울해도 손해를 감안해야 하는 약자들의 청구권 보전을 위한다는 명분은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공항상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간혹 그런 인물이 나와도 여론의 거센 비난에 곧바로 자라목이 되곤 했다.
‘브론즈 괴롭히는 다이아 때려잡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 시시해…….’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대중은 그것을 사회를 위한 행사라 오해하고 기쁘게 받아들였지만, 그런 오해조차도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시시했다.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전화기를 꺼냈다. 번호를 누르자 신호음이 갔다. 잠시 후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회장님.」
“접니다, 의장님. 혹시 못된 테러 단체라든가 그런 거 없나요?”
「예?」
칠드그린은 황당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유지웅은 귀찮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 어디 못 돼먹은 테러 단체라든가 그런 애들 없냐고요. 심심해서 때려잡으러 다녀야겠어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네, 꼭 좀 부탁드려요. 아, 이거 좀이 쑤셔서 견디지를 못하겠네요.”
수화기 너머 칠드그린은 침묵했다. 이제부터 막 살겠다는 말은 역시 진심이었나 보다.
“아아. 무료하다, 무료해.”
사회 개혁이 너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탓에 그가 막상 나설 만한 일이 없었다. 여기 저기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대부분 정부에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곳에 끼어들어서 훈수를 들 수는 없지 않은가.
“주인, 그렇게 무료한가?”
“그래, 심심해 죽겠다. 아, 밖에나 나가봐야겠다. 집에만 있으니 이거 더 좀이 쑤셔서 못 살겠네.”
유지웅은 벌떡 일어났고, 히카리는 신이 나서 말했다.
“올 때 보라색.”
“꺼져. 그러다 돼지 고양이 된다.”
“히잉.”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히카리한테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유지웅은 포부도 당당하게 나섰다. 마침 들어오던 정효주가 그걸 보고 물었다.
“어디 가?”
“응, 마실 나가.”
“마실?”
“무릇 왕이란 정체를 숨기고 백성들의 삶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게 미덕이라 하였다.”
유지웅은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효주는 피식 실소하며 한마디 했다.
“꼭 싸움 같은 거 휘말리기를 바라는 얼굴인데?”
“아, 아니야! 안 그래!”
“잘 놀다 와.”
“아니라니까!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마실 나가는 척 하면서 재벌직계들이남몰래모이는고급술집같은데가서성상납같은부당한요구에휘말리는여배우문제같은 공항상사로는탐지하기힘든갈등거리를찾아서깽판치고뿌리까지뽑아서 내 무료함을 풀려고 하는 것 같잖아!”
“아아, 그렇구나. 잘 알았어. 잘 놀다 와.”
“아무튼 아니야!”
유지웅은 억울하다는 듯이 씩씩거렸다. 정효주는 픽 웃음을 남기고 사라졌다.
“에이, 씨. 다 들켰잖아. 어떻게 알았지?”
투덜거리던 유지웅은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 차량은 일부러 저렴한 벤츠로 했다. 마실을 나가는데 왕의 가마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분장 좀 해줘요.”
“예, 예? 어떻게요?”
“제 어머니도 한참을 뚫어져라 봐야 아, 내 아들이구나 하고 알아볼 만큼 다른 사람같이 해줘요.”
“알겠습니다!”
대뜸 분장 업체를 찾아간 유지웅은 그렇게 부탁했다. 유지웅의 방문을 받은 분장 업체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본래는 개인 상대로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유지웅 아닌가. 그들은 정성을 들여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분장을 해주었다.
“좋았어!”
거울을 보고 유지웅은 몹시 만족해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어머니가 아니라 고조할머니께서 무덤에서 돌아오셔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간다.”
유지웅은 고급 술집을 찾아 다녔다. 하룻밤 술값에 수백이 넘어가는 곳들뿐이었다. 그런 곳의 손님들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이들 뿐이었다.
“없다, 없어!”
족히 10군데가 넘는 술집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자신이 상상한 그런 건 하나도 찾지 못했다. 재벌2세들은 종종 보였지만 그 녀석들은 정말 동성 친구들끼리 조촐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시국이 어수선하니, 돈 좀 있다는 집안은 철저하게 내부 단속을 하고 있었다. 그걸 몰랐던 유지웅은 돌아다니는 족족 허탕을 쳐야만 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하늘이 감동한다고 했던가. 유지웅은 드디어 찾아내고야 말았다.
“심봤, 아니 찾았다!”
“으, 으아악!”
무명 여배우와 놀아나는 대기업 사장을 발견한 유지웅은 기쁨에 차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납의 현장을 발각당한 50대 대기업 사장은 벌벌 떨면서 외쳤다.
“넌 뭐 하는 새끼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딴 짓거리나 하고 있냐! 니 마누라와 딸내미가 너 이러고 다니는 건 아냐!”
소란을 듣고 남자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들은 힘으로 유지웅을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유지웅이 탁자를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쥐어뜯자 멈칫 했다.
상대는 레이더, 그렇다면 일반인이 달려들어서는 손가락 하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유지웅은 이번에는 벌벌 떠는 여배우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이런 부조리는 내가 다 때려잡아 줄 테니까.”
“네? 아, 아뇨. 저는 괜찮은데…….”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방송 출연, CF 출연 같은 것을 미끼로 사람의 존엄함을 짓밟느냐 말이야!”
유지웅은 그렇게 분개를 터트렸다. 그리고 곧바로 비서실에 연락을 했다.
비서실에서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대기업 사장은 회사에서 스폰하는 드라마 방송 출연을 빌미로 무명 여배우에게 성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일로 사장은 해임되었으며, 여배우는 방송 출연의 기회를 상실했고, 나아가 방송계 전체에 경각심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는 여기가 타깃이다!’
Lock on.
미모의 연예인들이 가득한 방송계는 화류 문화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꿈을 품은 이들은 그런 현실에 좌절하고 꺾이기도 하지만, 이익만을 중시하는 이들은 도리어 그런 흐름을 즐기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도 한다.
결국 어느 용감한 방송PD가 몰래 제니스 비서실을 찾아와서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니 인정해달라는 겁니까?”
“예, 실장님. 물론 스폰 문제로 좌절하는 선량한 피해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습니다. 온전한 자기 뜻대로 스폰을 받아가며 먹고 사는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유지되겠습니까.”
PD가 용감하다는 것은 김기영도 인정했다. 그러나…….
“대기업 사장이 여배우와 자고 좋은 배역을 주는 것은 먼저 회사와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됩니다. 사적으로는 불륜이 됩니다. 우리는 그런 부분만 고칠 겁니다.”
“그, 그런!”
그렇게 방송계에 태풍이 들이닥쳤다. 비서실은 총력을 다해서, 연예계에 범람한 성 상납 문제를 근절시켰다. 일말의 용서도 없이 관련자는 모두 파멸시켜 버렸다. 단, 연예인은 약자라는 입장을 고려해서 일괄적으로 봐주었다.
부당한 요구에 시달리던 이들은 기뻐했지만, 반대로 스폰 등 성적 제공을 대가로 받아온 후원을 일체 받지 못하게 된 이들은 오히려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수는 적지 않았다.
“실장님, 이렇다는데 어떡합니까?”
“아,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요. 잘못된 문화로 득을 봐온 애들이 투덜대는 거 들어주다가는 어떤 꼴 나겠습니까?”
“그렇지요?”
“다들 우리 회장님 스타일 아시잖습니까.”
그렇게 방송계를 풍비박산 낸 유지웅은 다음 목표로 학계를 잡았다.
“신성한 학문의 영역에서 학연, 지연, 혈연, 인맥으로 교수를 정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개소리입니까! 교수는 무조건 실력과 인품! 그 두 개만 보면 돼요! 그 외의 사항은 일절 볼 필요도 없단 말입니다!”
“으, 으아악! 회장니이임!”
그렇게 방송국에 이어 학계가 일망타진 되었고, 건설업계가 쓸려나갔으며, 운송업계도 목표에 포함되었다. 유일한 적수를 잃은 거인이 힘없는 적을 일망타진하러 다니는 셈이다.
청와대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했다.
“분명 부정부패와 비리를 근절하는 거라 막을 명분이 없긴 하지만…….”
“벼룩 잡는데 핵무기를 쓰는 꼴 아닙니까, 이거.”
“안 되겠어요. 유 회장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어디 깡다구 있는 국제 테러 단체가 있는지 좀 찾아봅시다. 당분간만이라도 수출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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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무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