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68)
00968 %3C프리시즌 딜러편%3E 대서양의 군주 =========================================================================
“짐의 영역에서 썩 꺼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의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니켈레우스는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위협했다. 이렇게 보니 나름 위엄은 갖춘 것 같다.
그러나 인피니티 스톤을 잃었다는 좌절에 빠진 유지웅에게 그런 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는 이성을 잃을 듯이 분노했다.
“어디서 배워먹은 느끼한 말투야! 네가 이 구역 미친 놈이라도 된다는 거냐, 엉!”
“어, 어찌 짐에게 이런 무도한……!”
“네놈이 이 구역 왕이면 나는 이 세상 황제다, 황제!”
유지웅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으르렁대자, 니켈레우스는 위협을 느끼고 더욱 바짝 히카리를 위협했다.
“이 아이가 어찌 되어도 좋단 말이더냐?”
“아, 내가 한 가지 말 안 한 게 있는데.”
“……무어냐?”
“걔도 화이트다. 너랑 동급.”
“뭐, 뭐라?”
니켈레우스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히카리의 안색을 살폈다. 그 순간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렸다. 뒷목을 강타당한 니켈레우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브라우니의 등 위에 널브러졌다.
“어디서 되도 않는 위협이냐.”
히카리는 의식을 잃은 니켈레우스를 쏘아보며 낮게 말했다.
어느새 영차 하고 브라우니 등 위에 올라선 유지웅은 우웩 하며 눈을 가렸다.
“으악, 못 볼 걸 봤다!”
안구 오염을 막기 위해 유지웅은 부랴부랴 잠수복 상의를 찢어서 니켈레우스의 몸을 덮었다.
그는 패드컴퓨터를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쩐다?”
패드컴퓨터에는 니켈레우스의 반응 외에 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인피니티 스톤을 가지고 있을 법한, 결정도 13만 5,000짜리 반응 말이다.
“아이고, 내가 못 살아. 하늘도 너무하시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거야.”
유지웅은 기절한 니켈레우스를 보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아, 대체 왜 쉽게쉽게 되는 일이 없을까?
“할 수 없지, 레드 결정체라도 뽑아서 쓸까?”
인피니티 스톤은 ‘레드가 되다 만’ 결정체이다. 그래서 퍼플 반, 레드 반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레드 결정체가 더 월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지웅이 원하는 것은, 인피니티 스톤이 가진 주변의 결정 에너지 흡수 기능이다. 그래야 왼손에 있는 균열에서 결정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으니까. 당연히 인피니티 스톤에 비하면 레드 결정체는 쓰레기나 다름없다. 이미 균열 그 자체를 갖고 있는데, 뭐가 어때?
“그럼…….”
기절한 사이에 얼른 끝내야지, 하고 니켈레우스의 배를 가를 준비를 하던 유지웅은 멈칫 했다. 그는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 히카리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히카리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 왜 그러지?”
“유레카 할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아, 걔가 아니라 플라톤이었나?”
사실 둘 다 아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유지웅은 새로운 기쁨에 젖어서 외쳤다.
“유레카! 오예! 좋았어!”
“주인, 왜 그러지? 무슨 일인가?”
“후후, 이 주인님께서 방금 아주 멋진 발상을 하셨단다. 기대하고 있으라고.”
유지웅은 킥킥 웃으며 브라우니 등에 앉아, 목을 톡톡 두드렸다.
“브라우니, 가자!”
* * *
유지웅은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어느 한적한 무인도에 브라우니를 내렸다. 그때쯤에 니켈레우스는 정신을 차렸는데, 의식을 되찾자마자 유지웅한테 얻어맞아야 했다.
“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헉! 흡! 으악!”
“누구긴 누구야, 앞으로 이 몸의 애완 괴수 4호다. 그리고 여기 이 아이는 3호 선배님이니까, 너보다 어린 듯 보여도 앞으로 깍듯하게 잘 모시길 바란다.”
“이, 이게 무슨 무도한!”
“일단 이 몸이 주인님이라는 것을 몸에 새기자.”
“무, 무슨 짓이냐!”
“폭력은 모든 걸 해결해주지. 좋은 말이야.”
함포외교, 아니 함포계약은 장장 한나절에 걸쳐 진행되었다. 니켈레우스는 결국 유지웅의 폭력 앞에 굴복했다.
“내가 누구라고?”
“화, 황제 폐하.”
“좋아, 그리고 너는 누구?”
“……당신의 신하.”
가볍게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왕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긴 어려운 모양이다. 유지웅은 크게 인심을 쓰기로 했다.
“그래도 한때는 대서양을 다스리던 군주인데, 어찌 애완동물 따위로 거둘 수 있을까. 황제의 권한으로, 특별히 그대를 대서양의 제후로 임명하지.”
“저, 정말인가!”
니켈레우스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유지웅은 크게 끄덕거렸다.
“물론이다. 제후국을 세우고 왕작을 내리는 것도 황제의 고유 권한이지. 네가 나에게 충성을 다하는 한 앞으로 대서양은 너의 나라이다. 황제의 이름으로 인정하마.”
“가, 감사한다!”
니켈레우스는 유지웅이 지닌 무지막지한 힘을 이미 확인했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월등한 무력. 그렇다면 이 세계의 황제라는 말도 거짓은 아니리라.
“대서양의 군주에게 묻겠다. 말은 어디서 배웠지?”
“T, TV랑 인터넷으로…….”
“호오, 그럼 TV와 컴퓨터는 어디서 얻었고?”
“부근 인간들이랑 가끔 교류를 했다. 해저에 굴러다니는 광석을 주면 그들은 좋아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준다.”
“주로 어떤 것들이지?”
“금광석, 다이아광석, 그런 것들이다. 인간들이 귀중품으로 치는 것들…….”
“그렇군, 그럼 혹시 내 이름은 들어봤나?”
“아니다. 최근 몇 달간은 인간계 소식을 알지 못한다.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니켈레우스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유지웅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말투가 좀 그렇지만, 성실하게 하문에 응하는 태도가 마음에 드는구나. 특별히 제후의 권위를 인정하여, 평대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마. 어차피 히카리 녀석도 반말하는데 뭐.”
“이 여자아이도 폐하의 제후인가?”
“제후라니, 전혀 안 그래.”
유지웅은 히카리의 뒷목을 덥석 잡고 들어올렸다. 히카리는 깜짝 놀랐지만, 어쩔 수 없는 고양이의 본능으로 두 팔과 두 다리를 웅크리고 얌전히 있었다.
“애완동물일 뿐이다.”
“애, 애완동물?”
“그렇다. 내가 임명한 제후는 아직까지 너 하나뿐이다.”
“짐 하나뿐…….”
니켈레우스는 감격한 듯이 중얼거렸다. 유지웅은 다그치듯이 말했다.
“떽! 짐이라니! 그것은 황제가 자기를 가리키는 데 쓰는 호칭이다! 너는 앞으로 너 스스로를 칭할 땐 과인이라고 해라. 알겠지?”
“아, 알았다.”
“좋아, 그럼 돌아가자.”
유지웅은 니켈레우스를 데리고 일단 공항동 저택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니켈레우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거대한 궁궐은 처음 본다! 설마 이 땅 전체가 폐하의 궁궐인가?”
“당연하지. 이것도 너무 좁아서 지금 새로 지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대단하다, 대단해!”
니켈레우스는 잔뜩 흥분해서 공항동 대저택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바빴다. 유지웅은 정원은 다음에 구경하라며, 일단 서재로 그를 초대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수집품들을 보여 주었다.
“이, 이것들은!”
“후후, 이 몸의 수집품들이지. 멋지지 않나?”
200평 남짓한 서재에는 번쩍거리는 수많은 명품 시계들이 즐비했다. 그야말로 시계의 향연이었다. 수억대가 훌쩍 넘는 시계들이 서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역시 이 놈도 남자였어.’
니켈레우스가 시계들의 멋진 자태에 빠지는 데는 1초면 충분했다. 아니, 1초도 길다고 할 수 있나?
‘시계를 사랑하는 남자치고 못 믿을 놈은 없지.’
바로 칠드그린처럼 말이다.
정신없이 시계를 구경하기 바쁜 니켈레우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유지웅이 선심 쓰듯이 말했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건 얼마든지 가져도 좋다.”
“정말인가?”
“그대가 나의 제후가 된 것을 기념하여 내리는 하사품이다. 얼마든지 차지하거라.”
“감사한다, 폐하.”
그때 옆에서 뭔가 쿡쿡 찔렀다. 돌아보니 히카리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놈은 왜 저렇게 잘해주나?”
“이게 다아 이유가 있는 법이란다, 아가야.”
“나는 아가가 아니다!”
“지금 니 키를 봐라, 애기지. 그럼 성묘냐?”
유지웅은 손을 들어 히카리의 키를 가늠했다. 그리고 희희낙락하게 시계를 고르는 니켈레우스의 키를 가늠했다. 아직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언제쯤 새끼 칠 수 있으려나?’
유레카!
============================ 작품 후기 ============================
인피니티 스톤은 정확히 말하자면,
퍼플 부위가 잘려나갈시 주변의 결정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복구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유지웅의 왼손에 닿으면 균열에서 직접 에너지를 끌어모으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복구되죠. 그래서 유지웅에게는 인피니티 스톤이 레드 결정체보다 더 가치 있습니다.(이미 균열 그 자체를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레드 결정체가 균열을 열고 닫는 열쇠이긴 합니다만, 있어도 활용을 못합니다. 아직 WCO 공돌이들을 몇 년은 더 갈아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맷돌을 돌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