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ruid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제167편 유령 도시 (2)
-타다닥!
흐릿한 형체가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나는 반사적으로 단도를 들었으나, 흐릿한 형체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나는 단도를 내리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
부스럭거리던 덤불을 헤치자,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가 보였다. 분명, 우리의 후식인 버터넛-베리-콜드 스프가 담겨져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는 들짐승이 없었다. 있다고 한들 불빛과 기척이 요란한 우리의 야영지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우리의 버터넛-베리-콜드 스프를 먹어 치웠단 말인가?
나는 깨끗한 접시를 들고 다시 모닥불 근처로 돌아왔다. 엘과 로이드 역시 아일라의 하울링을 듣고 주변을 살피고 온 것인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흘렀다.
“테오도르.”
“예. 저도 들었습니다.”
“주변을 다시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전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를 내려놓자, 로이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군가 전부 먹어 치웠어요.”
“그렇다면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척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들짐승이라면 분명 발견할 수 있을 텐데…….”
“…….”
“들짐승이 아닌 것도 이상합니다. 만약 사람이나 몬스터라면, 우리를 기습하는 게 아니라 이 스프만 먹고 사라졌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로이드와 대화를 하는 동안, 엘과 함께 모닥불로 돌아오는 아일라가 보였다. 아일라는 저녁 식사 때와 달리 어딘가 흥분한 눈치였는데,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아일라.”
하울링이라는 것은 개과 동물이 ‘동족’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내는 소리를 뜻한다.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위험을 알리거나, 영역 표시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아일라의 하울링은 세 가지 이유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
나는 아일라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고개를 흔들던 녀석은 이내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스톰도 그렇고, 대체 왜 이러는 거지?’
혹시, 이곳에 녀석들만 알아차릴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야영은 그만두고, 무리해서라도 마을로 이동해야 하나.’
나는 타고 있는 모닥불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덤불에서 봤던 흰 형체와, 사라진 버터넛-베리-콜드 스프. 그리고,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주변과 유난히 불안해하는 동물들.
“…….”
-타닥, 타닥.
이건 명확한 신호다. 나는 타고 있는 모닥불 위로 모래를 뿌린 뒤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예감이 안 좋네요. 오늘 밤은 쉬지 않고 이동하는 걸로 하죠.”
“……그러지.”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의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다. 엘 역시 모닥불 근처에 있던 짐을 다시 마차에 실었다.
“엘, 마차는 내가 몰 테니 넌 삐삐와 레기온을 데리고 타렴.”
“네, 스승님.”
아일라를 맨 앞에 세우고, 그 뒤를 마차가, 그리고 끝에서는 로이드가 후방을 살피며 이동하기로 했다. 아일라가 연신 킁킁거리며 앞서나가는 동안, 나는 불안해하는 스톰을 달래가며 마차를 몰았다.
밤인데도 안개가 자욱한 것이 느껴졌다. 이상한 것은,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데도 어쩐지 지평선 가운데의 불빛은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확실한 건, 이것이 ‘환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불가사리의 가죽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이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대부분의 환각에 면역을 가질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야.’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이제 와서 다시 디히드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니.
‘일단 마을에 도착하면 자초지종을 알아볼 수 있겠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일라의 목에도 새벽별나무 열매를 달고, 마차의 각 모서리에 새벽별나무 열매를 달아 둔 덕분에 자욱한 안개 속에서도 주변만큼은 밝았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 우리는 끝이 없는 것만 같은 길을 나아갔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음침한 어둠…….
기묘한 적막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데……엥…….
-히히히힝!!!
“워, 스톰. 진정해. 워, 워.”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무겁고, 무거운 종소리였다.
“마을이 가까워진 모양이군.”
로이드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로이드의 말대로 불빛은 조금 가까워져 있었다. 허나 이상한 점은, 불빛이 가까워진 만큼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었다.
허나, 스톰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발을 굴러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녀석에게 말린 구름버섯을 두 조각 먹였다. 안정제 역할을 하는 구름버섯을 먹었으니, 녀석은 싫어도 진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다닷!
안개 속에서 재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일라 역시 알아차렸는지, 녀석은 안개 속을 향해 두어 번 짖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 소리를 쫓아가도 되냐고 묻는 것이었지만, 나는 혀 차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소리가 신경 쓰였지만, 이 안개 속에서 아일라를 잃어버렸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아일라, 지금부터는 마차에 붙어서 가.”
-끄응…….
일단, 마을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우우웅…….
-덜그럭! 덜그럭!
-흐으으으윽…….
-덜컹! 덜컹!
말이 멀쩡해지니, 이제 마차가 문제인 거냐. 나는 마차를 돌아보았다. 마차는 양옆으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다. 마차 자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귀신 들린 마차라더니…….’
그러고 보니 저 마차에서 귀족 영애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했지. 귀족들이나 사용하는 호화롭고 값비싼 마차인데, 그 일 이후 마차에서 흉흉한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나는 바람에 주인이 수없이 바뀌고, 결국 똥값이 되었다고.
다 알면서 산 물건이다만, 이제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어서 그 사연을 잊고 있었다. 저 마차에서 잠을 얼마나 잤는데, 그 흔한 가위도 눌려본 적 없다고. 그러니 귀신 들린 마차라는 이야기는 까맣게 잊었지, 뭐.
-우우우우우…….
‘그냥 바람이 마차를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야.’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건 모두 착각이다. 착각.
-우흑흑흑흑…….
“…….”
-으으으으흑…….
“……아무리 울어도 전 관심 없습니다.”
나는 뒤통수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마차를 몰았다. 마차는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질 것처럼 덜그럭거렸지만, 정말로 바퀴가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끼이익…….
드디어.
-휘오오오오…….
우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주변이 어둡고 안개가 자욱한 탓에 입구에 걸려 펄럭이는 깃발이 어떤 색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마을이 있던가?’
우리는 분명히 불빛을 따라 이곳에 도착했지만, 마을은 아주 어둡고 깜깜했다. 불이 밝혀진 집도 보이지 않았다.
“…….”
“…….”
나와 로이드는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가볍게 고개를 까딱인 로이드가 먼저 마을 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비롯한 나머지는 그대로 마을 입구에 멈춘 채 로이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휘오오오오…….
이상한 일이다. 바람이 심상찮게 불어오는데도, 안개는 걷힐 생각이 없다. 나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집들은 낡았지만, 크게 수상하거나 신경이 쓰일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저 저택이 수상하긴 하군.’
불에 전소된 듯 군데군데 뼈대가 드러난 저택. 뭐, 단순히 화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철거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저렇게 큰 저택이 불탔는데 주변은 멀쩡하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다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마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다각, 다각, 다각…….
안개를 헤치고, 로이드가 돌아왔다. 내가 그를 향해 묻기도 전에, 로이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쪽에, 여관이 하나 있더군.”
“잘됐네요. 그럼 오늘은 거기서…….”
“테오도르.”
주변에 누구도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로이드가 목소리를 낮추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로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이 마을은 그냥 지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뭔가 봤습니까?”
“이 마을에서는…….”
로이드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컹, 컹컹!
-으, 으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 * *
언제부터였을까?
‘이 저택의 모든 황금을, 보든 보물을 네게 주마.’
작고 평화로웠던 마을에 기묘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마법사 부부가 살던 거대한 저택에, 나라 하나를 사고도 남을 엄청난 황금과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
‘그 부부가 부유하긴 했지.’
‘하지만 저택은 불탄 지 오래잖아.’
‘멍청아, 황금은 불타지 않는다고!’
‘어리석은 짓이야. 그곳은 마법사들의 저택이라고.’
‘들어갔다간 바로 죽게 될걸.’
‘부부가 풀어 놓은 지옥견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아직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던데?’
‘그 저택에 들어가면 무조건 죽어.’
소문이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소문에 이끌리고 있었다. 저택이 뿜어내는 음산함 따위는 인간의 욕망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컹! 컹컹!
-으, 으아아아악!!!!
-컹컹! 컹컹!
-꺄아아아아악!!!!
누군가 저택에 발을 들인 날에는, 개가 짖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다.
‘미친 마법사가 저택에 지옥견을 풀어 두고 사람들을 홀리는 거야.’
‘지옥견의 눈에 띈 자는 죽을 때까지 쫓기게 된다고!’
‘하지만, 지옥견이 있다는 건…….’
‘역시, 그곳에 정말 수많은 보물이 있다는 뜻 아니겠어?’
‘그 보물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평화로웠던 마을에는 기이한 욕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 녹이 스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저택이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멈추지 못했다. 마을에 깊고 깊은 어둠이 내려앉고, 짙고 짙은 안개가 깔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하루걸러 하루, 매일 밤 사람들은 보물이 숨겨져 있는 저택에 스스로 투신했다.
-컹! 컹컹!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의 웃음소리 대신, 개가 사납게 짖는 소리가 마을을 가득 채우게 된 것은.
-꺄아아아아악!!!!!
언제부터였을까?
비명 소리가 들려도 그 누구도 놀라지 않게 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