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ruid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제5편 이세계의 드루이드로 살아가는 법 (1)
바라크 제국 동쪽의 도시, 닷스크.
이곳은 바라크 제국의 수도보다 솔렌에 더 가까운 도시였다.
상단은 그대로 바라크 제국의 수도까지 향할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습격을 두 번이나 받은 탓에 가까운 닷스크로 방향을 틀었다.
말들은 지쳤고, 용병들 역시 예상치 못한 전투에 지쳐 있었다. 하인들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휴식과 보강이 필요한 때였다.
나는 이곳에서 상단과 갈라서기로 했다.
“테, 테오도르, 다시 생각해 주게.”
상인은 습격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나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의 권유를 거절했다.
이런 식으로, 누가 봐도 명백히 표적이 된 상단의 호위를 계속 맡는 건 미친 짓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트롤까지 끌고 왔는데, 보통 미친놈이겠는가.
그것 말고도 찝찝한 구석은 많았다.
활활 타오른 트롤의 잿더미에서 그림자 늑대의 뒷덜미에서 발견했던 검은 보석이 똑같이 발견된 것이다.
‘녹아 버려서 챙기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똑같은 검은 보석이었어.’
트롤을 조종하는 놈이라니.
어떻게든 해치우긴 했지만,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
호위를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가 절반으로 줄겠지만, 그림자 늑대 무리에 이어 트롤까지 해치웠으므로 결국에는 원래 예상한 보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니 더더욱 이 호위를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정 그러시다면.”
나는 동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도통 돈을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상인을 힐끔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원래의 보수를 초과한 금액 대신 찻잎 한 포대를 주십시오.”
“차…… 찻잎?”
상상치도 못한 제안이라는 듯 상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럴 만도 하지.
금화가 아니라 찻잎을 바라는 용병이라니, 이상해도 한참은 이상하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상인을 바라보았다.
“수도까지 호위할 다른 용병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이 필요하시겠지요.”
“그, 그건 그렇지…….”
상인은 동전 주머니를 슬그머니 뒤로 감추며 중얼거렸다.
“저도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놈은 아닙니다.”
“…….”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 저는 계획을 바꿔 솔렌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곳이라면 찻잎이 팔리겠지요. 그것을 보수로 삼겠습니다.”
“그, 그래도 되겠는가.”
“예. 다만 찻잎은 제가 고르겠습니다.”
썩 괜찮은, 아니 상인에게는 너무나 유리한 제안이었다.
“아아, 자비의 여신 네메이아께서 자비로운 자네에게 축복을 내리실 걸세!”
“덕담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까딱여 인사한 뒤 찻잎 포대가 쌓인 마차로 향했다.
“좋은 걸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제국에서 파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 맙소사. 요즘도 이런 착한 청년이……. 테오도르의 앞날에 축복 있으라!”
상인은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로 날 찬양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뒤로하고 찻잎 포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거다.’
그리고 가장 구석에 있던 가장 작고 허름한 포대를 찾아냈다.
“그걸?”
상인은 내가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탄식을 내뱉으며 날 만류하려 손을 들었다.
“테오도르, 나도 쓰레기는 아니라네. 그것보다는 저쪽의 중품을…….”
“괜찮습니다. 혼자 지고 가려면 이 정도 크기가 딱 적당하기도 하고요.”
나는 찻잎 포대를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았다.
‘역시…….’
그 냄새가 난다.
‘할망구가 이건 조심하라고 했는데…….’
맞으면서 배웠기에 더욱 확실한 기억이다.
다른 찻잎 포대에서 풍기는 강한 냄새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것은, ‘블랙 오피움’의 냄새가 확실하다.
나는 두꺼운 로이쥬 잎으로 만든 자루를 꺼내 포대를 한 번 더 감싼 뒤, 어깨에 지고 몸을 일으켰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상인은 그나마 있는 양심이 찔리는지 잠시 망설이다가도, 헛헛한 주머니 사정에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머지 보수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내게 내밀었다.
찻잎 가격을 뺐다고 하더라도 넉넉한 보수다.
“감사합니다. 수도까지 안전히 도착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자네도 솔렌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하지.”
“그럼, 안녕히.”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겼다.
솔렌까지는 이틀 정도 걸릴 터.
‘그 전에 원기 회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마침 여관들이 줄지어 선 골목이 보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후줄근한 싸구려 여관으로 향하려다, 어느 간판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
잘 관리된 문이 열려 있고, 여관 안쪽에서는 무언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보수도 두둑하게 받았겠다, 오늘은 좀 즐겨도 되지 않을까?
-끼이익.
나는 그대로 고급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십쇼!”
인상 좋은 주인장이 나를 반긴다. 그는 숯불에 두툼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나는 그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주인장을 향해 말했다.
“방 하나를 빌리고 싶은데…….”
“지금은 5실버짜리 방이 딱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안내해 드릴까요?”
5실버라니.
비싸다.
하지만 오늘은 좋은 방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좋은 방, 좋은 잠자리, 좋은 식사…….
“그 방으로 하겠습니다.”
꼬질꼬질한 몰골의 내가 서슴없이 5실버짜리 방을 달라고 할 줄은 몰랐던 듯, 주인장이 어깨를 들썩였다.
“예, 도와드리죠. 이봐, 캐틀린!”
주인장의 부름에 여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이분을 안내해 드려. 짐도 들어 드리고.”
“아니, 짐은 괜찮습니다.”
나는 어깨에 이고 있는 자루를 받아 들려는 캐틀린을 만류하고 그녀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삐거덕거리는 소리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된 여관이다.
“목욕물도 준비해 주세요.”
“네. 일반 목욕과 고급 목욕이 있는데…….”
“고급 목욕으로.”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
캐틀린이 목욕물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짐을 정리했다. 버릴 건 버리고, 챙길 건 챙기고. 사실 버릴 건 아주 적었다. 정말 낡아서 못 쓰게 된 주머니와 옷 정도…….
블랙 오피움을 팔아 치우면 제대로 된 옷도 좀 마련해야지.
“준비 끝났습니다!”
욕실 문을 열자, 뜨거운 증기가 확 터져 나왔다.
고급 목욕이라 허브를 우려 낸 물을 쓰는 것인지,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아, 목욕 소금도 준비되어 있군.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부르세요.”
“감사합니다.”
캐틀린이 떠나고, 나는 뜨거운 목욕물에 들어갔다.
“크…….”
이거지.
드디어 피로가 가시는 것 같다.
아무리 안전한 골든 로드라고 해도, 계속해서 걷는 건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끝나지 않는 국토 대장정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짐까지 지고 다니니, 국토 대장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힘든데, 거기에 야수며 트롤까지 상대했으니…….
“후우, 좋군…….”
이제야 살 것 같다.
나는 목욕물에 완전히 몸을 담근 채 눈을 감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뜻하지 않게 ‘블랙 오피움’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야 한다.
‘빨리 팔아 버리는 게 상책이긴 한데.’
블랙 오피움이라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마법사들은 널리고 깔렸다.
그러니 제대로 된 놈에게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파는 것이 중요하다.
“클로드…….”
나는 바로 떠오른 이름을 중얼거렸으나, 곧 입을 다물었다.
이 세계에, ‘마탑주 클로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지금쯤 아카데미에 막 입학한 상태겠지.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좀 위험하기는 해도, 역시 그놈밖에 없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이 영 탐탁잖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인물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다.
블랙 오피움을 계속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나는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욕실을 빠져나왔다.
-끄으응.
온종일 품고 다니다 떼어 놓은 것이 그리도 서러웠던 것인지, 아일라는 낑낑대며 다시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래그래, 이제 식사하러 가자.”
어느새 저녁 시간인지, 여관 1층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인장과 그의 아내가 열심히 요리를 하는 모습과 바쁘게 음식들을 옮기는 캐틀린의 모습, 그리고 함께 술을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들까지…….
“아, 손님!”
캐틀린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5실버짜리 방을 쓰니 뭐가 달라도 다르군.
“고맙습니다.”
“식사하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오늘 들어온 양고기가 아주 좋아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일단 양고기를…….”
“맥주는요?”
“술은 안 마십니다.”
이런 곳에서 취하면 강도질당하기 딱 좋으니까 말이지.
나는 힐끗 홀을 둘러본 뒤 주문을 계속했다.
“양갈비구이 하나, 소고기스튜 한 그릇, 닭다리는 버터와 허브를 듬뿍 넣어서 구워 주시고, 흰 빵 두 개에 버터와 잼도 함께 주십시오. 아, 그리고 무화과 하나랑 산양유도 한 컵 주시고요.”
예상보다 많이 시킨 건지, 캐틀린은 나에게 한 번 더 물어본 뒤 주방으로 돌아갔다.
고기 굽는 냄새가 풍긴다. 캐틀린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냄새가 아주 기가 막혔다.
기다림이 괴롭다고 느껴질 무렵, 음식들이 나왔다.
나는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양갈비를 먼저 들었다. 씹자마자 기름진 살점이 입 안 가득 차고 육즙이 흘러넘쳤다. 캬, 이 맛이지.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 원래 세계에서는 양꼬치에 맥주도 자주 했었는데…….
소고기스튜는 신선한 토마토와 감자를 넣고 끓여 내 든든했다. 푹 익은 소고기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스푼이 멈추질 않았다. 빵 하나는 스튜에 적셔 먹고, 남은 하나는 버터와 잼을 듬뿍 발라 먹었다. 매번 딱딱한 잡곡빵만 먹다가 흰 빵을 먹으니 어찌나 부드럽고 달콤한지…….
버터와 허브를 듬뿍 넣어 자글자글하게 구운 닭다리는 그냥 한입에 사라져 버렸다. 아, 이 집 잘하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이 세계 음식도 나쁘진 않구나.
달달한 포도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나는 음주 욕구를 꾹 눌러 참은 뒤 신선한 산양유가 담긴 컵을 들었다.
-끼잉, 끙, 끄응.
아일라가 품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천천히 먹어.”
나는 아일라를 테이블에 올린 뒤 넓은 접시에 산양유를 부어 주었다.
-찹찹찹.
아일라는 나만큼이나 빠르게 접시를 비웠다.
“강아지가 주인을 꼭 닮았네요.”
“그렇습니까?”
서비스라고 무화과를 몇 개 더 가져다주며 캐틀린이 말했다.
“너랑 내가 닮았단다, 아일라.”
-낑?
아일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황금색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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