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14
29. 아이템 프레젠테이션(5)
짝짝짝 ーリ
알테리샤가 강단 위로 오르자, 박 수갈채는 한동안 가라앉을 생각조차 없이 이어졌다. 그 잠깐의 시간은 긴장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여, 그 녀에게는 꿀처럼 달콤하게 다가왔 다.
이윽고 심호흡을 한 뒤, 한 걸음 내딛자 박수갈채가 서서히 잦아졌 다. 난데없이 찾아오는 고요는 퍽 이질감이 들어, 청중으로 하여금 알 테리샤에게 집중하게 만들었다.
오늘 그녀의 패션은 청바지에 평범 한 흰색 티셔츠, 그리고 흰색 가운 이었다. 본래는 코디네이터 여럿이 달려들어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한층 더 빛나게 꾸미고 싶었으나 알 테리샤가 극렬히 거부하였다.
오늘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 따위에 게는 시선을 돌릴 틈도 없이 오롯이 ‘아이템에 집증했으면 좋겠다며.
또각-!
그녀의 발걸음에 만 명이 넘어가는 청중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알테리샤는 강단의 중앙으 로 가지 않은 채, 살짝 옆으로 비껴 섰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긴 장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사 실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강단의 중심에 위치한 스크린을 가 리지 않기 위함이었으니까.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스크린을 가 만히 바라보며, 남들 몰래 마른침을 삼킨 알테리샤는 입술을 살짝 떼었
시작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프레젠테이션의 계획을 짜면서, 왜 그런 말이 존재하는지 알테리샤는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첫 마디.’
과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알테리샤입니다.’
이건 너무 촌스럽다.
‘저는 연공난수 교차 술식을 완성 하고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는……
자기소개 시간도 아니고.
‘안녕하십니까! 스텔라 아카데미 연 금술학과의 알테리샤라고 합니다!’
너무 바짝 긴장한 것 같잖아
정말 한참 동안, 무수히 많은 고민 을 하였다.
대체 어떻게 시작을 끊어야 할까.
대체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
그러다가, 생각을 달리하였다.
‘……어차피 오늘은 아이템을 공개 하는 날이잖아.’
자기소개를 할 필요는 없다. 이 자 리에 오는 모든 사람은 어차피 나를 전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의 소개는 지우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듯
이 시작하자.
“……마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기술의 혁명은 마법사회에 크나큰 변혁을 이루어왔습니다.”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마공학.
“마력선의 발견으로, 마법을 사용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마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력으로 빛을 내는 조명, 생명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열리는 문, 허공 에 부유하는 건물을 비롯하여 무수 히 많은 발명품이 스쳐 지나갔고 마 지막으로는 열차와 비행선이 화면에
출력되었다.
“워프 홀의 개발로 공간이라는 개 념을 놀랍도록 축소하여 이제 사람 들은 거리의 제약을 무시하고 자유 로이 왕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거대한 워프 홀의 사진과 함께 세계 지도가 그려졌다. 그곳에 는 워프 홀이 연결된 지점이 모두 체크되어 있었는데, 하루에도 수만 명씩 유동하는 인구가 그래픽으로 재현되었다.
“혁명적인 기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인류의 삶은 그 궤 도를 달리하게 되었죠.”
화면이 흑색으로 물들었다. 알테리 샤를 향해 청중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아주 잠시 뜸을 들이고서,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 오늘, 인류의 삶에 또 다른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저는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윽고, 화면에 다시 불이 들어왔 다. 그러나 그건… 모두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였다.
스크린에는 그 어떤 화려한 파워포 인트도 없었고, 마법진이나 술식도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단 한 단어.
[아이템]
그것이 전부였다.
“세상에 혁명을 가져올 기술, ‘아 이템’을 소개하겠습니다.”
* * *
알테리샤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 는 한편, 백유설은 멜리안과 젤리엘
을 접대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악녀 젤리엘. 그녀에게는 솔직히 별로 좋은 감정이 있지는 않았다. 원작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워낙 악 질적으로 괴롭히기 때문이다.
물론 홍비연도 개과천선(?)을 거의 했고, 게임 속 내용은 게임일 뿐이 라지만…… 상황이 아주 살짝 다르 다.
홍비연은 그나마 사연이 기구하여 어쩔 수 없이 악녀의 운명을 타고났 다지만, 젤리엘은 스스로가 악의 길 을 자처했다.
오로지 이득을 추구하기 위하여.
그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행하는 젤리엘은 표면적으로 플레이어를 직 접 괴롭히지는 않았으나 진행 도중 사사건건 거슬리게 만드는, 마치 여름 철의 모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무슨 목적이지?’
그녀가 이곳까지 굳이 찾아올 이유 는 달리 없을 것이다. ’브랜드 아이 템에 대한 이야기도 멜리안과 나누 는 것으로 충분할 테니까. 그녀는 극한까지 효율을 추구하는 타입이었 기에, 불필요한 동선은 철저하게 배 제한다.
이곳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반드시 만날 이유가 있다는 건데…….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아뇨.”
나도 모르게, 말투에서 긴장감이 뚝뚝 배어 나올 뻔했다.
[연홍춘삼월의 가히
하지만 다음 순간.
가슴이 차분히 내려앉으며…… 이 상황을 조금 더 냉정하게 관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유명한 회장님의 따님을 만나 뵈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소문대로
아름다우시네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백유설은 빠르게 차를 준비했다. 최근 엘트먼 엘트윈이 소량으로 유 통하기 시작하여 은연중에 유행을 타기 시작한 ‘릴트티’였다.
멜리안은 릴트티를 여유롭게 마시 며 향을 음미했으나, 젤리엘은 영 그렇지 못한 듯 표정이 천천히 굳어 갔다.
그럴 만하다.
똥냄새 지독하지?
“오호…. 과연, 릴트티의 레시피를 스텔라의 교장 선생님께 제공한 당
사자답거】, 차를 끓이는 솜씨가 일품 이군요.”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하하… 굳이 소식이라고 할 것
도 없이, 교장 선생님이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니십니다.”
앳된 소년의 대마법사가 릴트리를 소문내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잠시 상상한 백유설은 고개를 휙휙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차를 내려놓은 멜리안은 그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말했다.
“그럼, 어떤 물건이 완성됐는지 한 번 구경해 볼까요?”
찻잔을 치운 뒤, 백유설은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둔 검은색 가방을 꺼냈다. 일명 007가방이라고도 불리 는 이 가방은 이미 그 자체로도 아 이템 기술력의 산물이었다.
달칵! 푸쉬익…!
버튼을 누르자, 가방이 양옆으로 갈라지더니 계단처럼 칸막이가 형성 되며 작은 화장대와 비슷한 형태가 되었다.
“오……
허공에서 마법진의 빛무리가 반짝 이며 시스템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 가방은 내부에 보관된 아이템
의 마력을 충전하며, 고장 난 부분 을 체크하여 수리하거나 파손된 부 위를 수복합니다. 그리고 이건……
가방에서 팔찌 하나를 꺼냈다.
“지팡입니다.”
“……그게 지팡이라는 겁니까?”
“예. 스태프류 지팡이는 그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적재도 쉽지 않 을뿐더러, 장비하고 다닐 때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하지 만 이건 팔에 장착하고 있기만 하 면….”
달칵!
팔찌의 형태가 변이하더니, 순식간
에 기다란 막대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한다면 즉시 지 팡이를 장비할 수 있습니다.”
“오……
멜리안은 상당히 흥미 깊은 눈으로 그것을 주시하였다.
“시중에 풀리는 상품과 다른 점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성능이나 디자인은 두말할 것도 없고, 가장 먼저…….”
백유설은 차분히 멜리안을 설득하 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사람 의 마음을 안정되게 만드는 힘이 있 었고, 또한 그 논리 역시 마공학의
지식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의 입 장에서도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었
상품성?
두말할 것도 없다.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잠자코 설명을 듣던 젤리엘은 그리 확신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실수가, 상당히 껄끄 러웠다.
‘어째서 그런 실수를 하신 거지?’
아이템의 명품화?
웃기는 소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아이템의 기술력 그 자체를 별구름 상회에서 독점했어야만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대체 왜 아이템의 명품화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듣고 서 대뜸 고개를 끄덕였단 말인가?
젤리엘은 백유설의 머리 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
여전히 그 어떤 숫자도 표기되지 않는다. 그의 가치를 자신의 눈으로 도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백유설이 아이템의 개발자라서 그 렇다기엔, 알테리샤의 가치는 똑똑 히 확인되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를 사랑해서?
절대 아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반 한다는 건 이성적으로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애당초, 젤리엘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나마 억지로 쥐어 짜낸 ‘사랑과 비슷한 감정’은 모두 아버지에게 쏟
아붓는 중이고.
남은 가설은 하나.
백유설이라는 소년의 가치가, 감히 자신의 통찰력으로도 파악할 수 없 을 정도로 아득해서.
그 이유밖에는 없었다.
젤리엘은 떨리는 눈으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특성 [만물의 가치]는 사실, 단순히 가치를 숫자 로 표기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것의 모든 구성과 인맥과 연관성 과 근원과 존재…… 등등을 모두 파 악하여 상대방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다.
즉, 눈앞의 백유설은 젤리엘의 분 석력으로도 본질을 파악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었다.
‘그게…… 말이 돼?’
인정할 수 없다.
내가, 내 눈으로, 내 머리로 이해 할 수 없는 존재라니.
그것도 고작 열일곱 먹은 일개 고 등학생인데 말이다.
젤리엘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백유설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얼굴 위에 가면을 쓰는 건 익숙하 다. 웃는 얼굴은 전혀 어색함 없이
화사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상당히 좋은 의견이에요. 하지만, 그건 그저 조금 더 성능이 좋을 뿐 인 아이템이잖아요. 과연 그게 ‘명 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요? 가격 대가 조금 더 나가는 상등품 취급을 받을 뿐인 상품이라면, 저희가 굳이 브랜드로서 취급할 이유는 없을 텐 데요.”
호의적인 반응이었던 멜리안과는 반대로 젤리엘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뱉자, 백유설은 잠시 고민하다가 펜을 꺼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팔찌에 선을 하나 긋는다.
“그게, 뭐죠?”
“일반 상품과 ‘명품’을 나누는 경 계선입니다.”
■■지금, 무슨…….”
너무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소리였 기에 젤리엘은 말을 이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더 있습니다. 이제 선을 그은 아 이템은 가격을 다른 상품보다 10배, 혹은 100배로 높게 쳐서 팔 겁니 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예. 일단 남들과 다른 마크가 새 겨져 있고, 그게 ‘비싸다’를 증명한 다면 그것은 이미 명품입니다. 겸사 겸사 더 희귀한 재료가 들어가고 성 능도 좋으니, 의심할 여지는 없죠. 아, 거기에 ‘장인이 한 땀 한 땀 빚 은 수제작’이라고 덧붙이면 더 완벽 하겠네요.”
“……소비자들을 완전히 호구로 보 시는군요.”
“그게 당신이 평소에 하는 짓 아닙 니까?”
움찔, 젤리엘은 살짝 눈썹을 떨었 다가 서둘러 표정을 가라앉혔다.
‘제깟 게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일개 고등학생이 별구름의 동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 리는 없으 니, 그냥 툭툭 내던지는 말일 것이 다. 괜히 동요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브랜드 아이테에는 조금 다른 기술을 사용할 겁니다. 실상 별 차이는 없다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기업 차원 에서 비밀로 숨길 건데.”
“많이 해본 듯한 말투네요.”
예리하게 질문을 찔러보았으나.
“음…… 뭐, 고향에서 비슷한 걸 많이 봤거든요.”
백유설은 미꾸라지처럼 회피하였 다.
거짓말인 건 뻔하다. 그를 뒷조사 하여, 시골 두메산골 출신인 것을 확인해뒀으니까.
분명히 그도 자신의 고향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저런 거짓말을 한다는 건…….
‘엿을 먹이려는 것이겠지.’
여기서 ‘당신의 고향은 그렇지 않 잖아요.’라고 반박해 봐야 ‘제 고향 이 어딘지는 어떻게 아셨죠?’라는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테니까.
,……수상해.’
이후로도 젤리엘은 백유설을 찌르 는 듯한 말투를 툭툭 던졌으나, 그 는 모든 공격을 자기방어적으로 변 호하여 막아냈다.
젤리엘은 나름대로 ‘가면에 자신이 있었다. 감정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가면. 그러나, 백유설은 그 런 자신보다도 가면에 더욱 능수능 란한 것처럼 보였다.
도저히 감정을 읽을 수 없었으며, 속내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다.
자신 또한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일궈냈고, 살아온 세월 이상으로 방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고 자 부했지만…….
눈앞의 소년은, 그보다도 훨씬 더 아득히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 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알았던 건가?’
그의 가치가 높은 이유를, 단순히 아이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아이템의 독점권? 기술력?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백유설.
저 소년 자체에 가치가 있었다. 아 이템은 그저 그를 빛나게 해주는 무 수히 많은 요소 중 아주 자그마한 하나였을 뿐.
‘아버지는 실수했어.’
아이템의 독점권을 가져오지 못해 서…… 그래서 실수한 게 아니다.
진정한 가치를 가진, 저 소년을 방 치한 것. 그것이 아버지가 저지른 결정적인 실수였다.
“왜 그러시죠?”
백유설이 물어왔으나, 젤리엘은 대
답하지 않았다.
미지의 가치를 지닌 존재.
만약 자신의 장기 말이 되어준다 면, 그를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세 공하여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지 도 모르나…….
‘이미 내 손을 떠나갔어.’
그는 더 이상 장기 말도 보석도 아니다.
그저, 미지의 위협이 될 뿐.
‘그렇게 둬서는 안 돼.’
온 세상에 별구름의 깃발을 꽂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태어나는 순
간부터 그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거리낄 것도 없었다.
장애물도 없었다.
그런데,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앞길 을 가로막는 존재가 나타나 버렸다. 젤리엘은 똑똑했지만 아직 어렸고,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아 주 단순명료한 선택을 하는 수밖에 는 없었다.
,……내 장기말로 만들 수 없다면, 제거할 뿐이야.’
그녀의 눈빛에 잔잔한 서리가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