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4)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64
38. 연정흡인지체(4)
꽃서린의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는, 가장 먼저 십이신월 연홍춘삼월 을 찾아가야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게 근본적인 해결 책이 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 겠다. 연홍춘삼월을 직접 만난 것도 딱 한 번뿐이며, 심지어 가호를 내
려받았을 땐 기절해 있던 상태라 기 억도 잘 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나는 내 능력의 근본 이 연홍춘삼월이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 지식 자체는 꽃서린과 크 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오랜만에 들어가네요.”
천령나무의 뿌리, 신수의 공간.
연홍춘삼월이 신수들을 위해 창조 한 이곳은 세계수의 결계로 보호되 고 있으며, 하이엘프 장로와 엘프왕 의 허락이 없는 한 결코 문이 열리 지 않는다.
일전에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었기
에 흑마인의 침입을 허용했지만, 세 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말을 감히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폐하. 정말 저희가 동행하지 않아 도 좋습니까?”
“예. 괜찮으니, 쉬도록 해요.”
신수의 공간에는 나와 꽃서린만이 입장한다. 내부에 입장한 뒤부터는 가면을 벗을 예정인데, 다른 마법사 들에게 얼굴이 노출되었다가는 오렌 하와 비슷한 폭주 사태가 벌어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후우……. 그럼, 들어가 볼까요.”
어쩐지 긴장한 듯한 꽃서린을 보고
있자니 양심이 콕콕 찔려왔다.
여기서 실패하면 굉장히 뻘쭘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십이신월씩이나 돼서 본인 이 내려준 가호를 거둬가는 것도 못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화악!
결계가 열리고, 그 내부를 통해 발 을 딛자 순식간에 환경이 뒤바뀌었 다. 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천령나무 의 요람은 한여름에도 꽤 시원 선선 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내부는 조금 습하고 더웠다.
하지만 환경에 금세 적응을 잘하는
신체를 타고난 덕분에 딱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죠.”
“……네.”
긴장한 듯한 꽃서린이었지만, 내가 앞장서서 걷자 빠르게 뒤따랐다. 애 당초 엘프는 나무를 잘 탄다는 흔한 판타지식 설정이 이곳에서도 적용되 었기에 이런 정글 같은 지형에서는 그녀의 보폭이 더욱 빠를 것이다.
물론 내가 점멸을 사용하기 시작하 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안 그래 도 한 번 쓰려면 거리와 각도를 정 확히 계산해야 되는지라 머리가 상
당히 아파서 굳이 평상시에도 그러 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부터는 가면을 벗으셔도 돼 요.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도 될까요……?”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바로 가 면을 벗었다. 어차피 사람도 없으며, 신수에게는 매혹의 힘이 전혀 통하 지 않기 때문.
“하아…….”
가면을 훌렁 벗어넘기면서도, 드레 스는 끝까지 사수한다. 얼굴은 얼굴 이지만 몸의 살색을 드러내기를 굉 장히 꺼려하는 듯싶다.
하기야 몇백 년 동안 쌓인 트라우 마로 인해 몸을 꽁꽁 감추는 게 버 릇이 됐을 텐데, 그게 한 번에 해소 될 리는 없겠지.
“좀 상쾌해요?”
“네……. 아주 좋아요.”
“다행이네요.”
우리는 곧바로 걸었다.
제1계층을 넘어서 저14계층을 향해.
연홍춘삼월의 본체는 저15계층에 위 치해 있다. 하지만 그곳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동급의 십이신월이 라면 또 모를까.
그래서 우리는 제4계층에서 연홍춘 삼월의 분신을 만날 예정이다.
일전에 내가 제4계층에서 너무나도 쉽게 연홍춘삼월을 만난 탓에, 대충 아무 데나 가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제4계층은 그 넓이만 해도 최소 서울시 면적의 4배는 된다.
굳이 ‘최소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 는 연홍춘삼월의 기분에 따라 면적 이 넓어지기 때문. 평상시에는 서울 시 면적의 6~7배 정도의 넓이를 유 지하고 있고 가끔 기분이 좋을 때면
10배가 넘어가기도 한다.
직박구리 안경에 제4계층의 지도가 기록되어 있었으면서도 일전에 풀레 임에게 부탁하여 ‘한바람꽃’의 도움 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넓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든 줄어 들든, 방향만 정확히 안다면 얼마든 지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
아무튼, 이런 곳에서 연홍춘삼월을 아주 우연히 만나는 것은 사실상 불 가능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제4계층을 가로질러 쭉쭉 나아갔다.
가끔 등급이 높은 신수들이 공격적 으로 위협해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은 꽃서린이 물려냈다.
마법으로 퇴치한 게 아니라 동네 강아지와 놀아주는 느낌으로 대충 이마를 몇 번 쓰다듬어주면 좋아하 면서 돌아간다. 역시 엘프왕이라 그 런지 친화력이 남달랐다.
하긴 모든 요정의 왕이니 당연하다 면 당연한 걸까.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본 래는 며칠 밤을 새워가며 통과해야 만 했거늘, 상당히 서두른 덕분일까 고작 이틀 차 밤에 저14계층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온통 분홍빛의 공간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과 바닥에 자 라 있는 식물, 흙과 바위와 절벽과 강물까지 모든 것이 분홍색으로 물 든 이 공간은 퍽 로맨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막상 직접 와보면 전 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로맨틱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광기를 느꼈다.
이 분홍색의 공간에 갇혀 있다가는 그대로 미쳐 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아름답네요.”
하지만 꽃서린의 마음에는 쏙 들었 는지, 원래도 예뻤던 그녀의 표정이 한층 더 화사해졌다.
이렇게 보니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 출되기도 했다. 얼굴 하나로 분위기 자체를 반전시켜 버리는 능력이라니.
연홍춘삼월의 가호를 얻기 전에도 여자에 대해서는 꽤 무덤덤할 수 있 던 나였음에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 서 잠깐 숨이 멎을 뻔했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연정흡인지체 가 사라지더라도 상사병에 시달리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을까 싶다.
분홍빛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이
제부터 우리는 연홍춘삼월을 찾아야 만 한다. 랜덤으로 등장하는 장소가 안경에 모두 기록되어 있기에, 아무 리 짧게 잡아도 사흘 안에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갑작스레 전방의 모든 분홍색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또다른 공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공간이 접히고 접히는 듯한 신비로운 현상에 잠시 멍하니 서 있 자니, 곧이어 무언가가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여우였다.
쫑긋거리는 귀는 붉게 물들어 있었 으나 몸체는 분홍빛 분위기에 어울 리지 않게도 흰색이었고, 동물이었 음에도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묘하 게 품고 있었다.
여우는 우리를 향해, 대뜸 말했다.
“왔느냐. 나의 아이들아.”
나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으나, 꽃서린은 그러지 못했다.
“아…….”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여우를 바라 보았다. 연홍춘삼월은 그런 눈빛을 받아들이고서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 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꽃서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홍춘 삼월의 얼굴에 죄책감이 서렸다.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네가 너무 많은 업을 짊어져야만 했어. 내 욕 심 때문이다. 내 욕심 때문에…….”
자책하는 듯한 연홍춘삼월의 말에 도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 다. 꽃서린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연홍춘삼월 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땐, 아주 작고 어린아이였을 때다. 그래. 그땐
그랬지. 네가 왕의 자질이 있는지 시험해 보고자…… 하이엘프의 장로 들이 너를 이곳에 밀어넣었을 것이 다.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꽃서린은 고개를 저었고, 연홍춘삼 월은 안타깝다는 듯말했다.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 곳은 결코 어린아이가 쉽사리 들어 올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야.”
신수는 순수하다.
하지만 순수한 게 무조건 좋은가?
아니, 절대 아니다.
‘순수한 악의’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이해할 수 없으리라.
그들은 정말 순수하게도 타인을 괴 롭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곳에는 무려 4등성 이상의 신수가 존재하였 고, 그들을 겪으며 당시 어린 꽃서 린이 느꼈을 절망과 공포를…… 나 는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네게서 희망을 보았 다. 어쩌면 시들어가는 세계수를 다 시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리고 우리에게 완벽한 보금자리를 쥐여줄 수 있다는…… 그런 희망 O ”
그래서 연홍춘삼월은 아주 어린 나 이에 불과했던 꽃서린에게 자신의 가호를 선사해 주었다.
그러나 당시 신수의 공간을 창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잔뜩 지쳐 있던 연홍춘삼월은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였고, 꽃서린에게 지나치게 과 한 가호를 부여하고 말았다.
이후, 연홍춘삼월은 오랜 기간 잠 에 빠져들었으며 꽃서린은 일평생을 저주에 시달리며 살아가야만 했다.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바람에 원인 도 모른 채.
그저 하룻밤 새, 영영 세상에 얼굴 을 내비칠 수 없게 된 것이다.
‘너와 눈이 마주친 자는 모두 죽게
된단다.’
‘네 얼굴은 저주받았다.’
‘감춰라.’
‘숨어라.’
‘평생, 바깥으로 나오지 말거라.’
엘프들에게는 자신들을 통치해 줄, 정치적 의미의 왕이 필요한 게 아니 었다. 그저 세계수와 교감하여 자신 들에게 그 힘과 기운을 전달해 주는 연결다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꽃서린은 사람들에게 떠밀 려…… 세계수에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 얼굴 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세계수의 모 든 요정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이 희생을 알아봐 주는 이가 아무 도 없음에도, 꽃서린은 버티고 버텼 다.
언젠가 자유로워지길 희망하면서.
“내가…… 너를 지옥에서 살게 만 들었구나.”
결국, 이 모든 게 연홍춘삼월의 욕 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때문에,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이나 망가져야만 했다.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거라. 네 마 음의 짐을 내가 감히 덜겠노라 말할 수는 없으니.”
꽃서린은 입술을 꾹 다물고서 고개 를 숙였다. 희한하게도, 전혀 분노에 찬 얼굴은 아니었다. 평생을 절망하 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 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평생 스스로를 증오하며 살 아와, 심약한 심성을 지니게 된 꽃 서린은 이제 누구를 원망할 힘조차 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쓰게 웃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 꽃서린을 바라보는 게 참으로 마음이 아팠던 것일까 연홍춘삼월은 인간으로 의태하더니 맨발로 그녀에 게 다가가 포옹해 주었다.
두 명의 미인이 포옹하고 있는 모 습은 화보 잡지 표지로 써도 좋을 정도로 참 보기는 좋았으나, 슬슬 해결할 건 해결해야만 한다.
마력누설지체의 영향 때문에 이런 신수의 기운이 가득한 공간에 오래 있어 봐야 내 건강에 좋을 게 없었 으므로.
“저, 그래서 해결법은 있습니까?”
내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 묻자, 연 홍춘삼월은 천천히 꽃서린에게서 떨 어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돌려받는다면 좋겠으나, 현 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내 본체는 잠 들어 있고, 더 이상 가호를 줄 힘도 회수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의 내 모습은…… 그저 정신체를 실 체화한 것에 불과한 껍데기일 뿐이 니.”
그 말에 꽃서린의 표정이 살짝 침 울해졌으나 연홍춘삼월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나의 가
호를 받은 또 다른 이에게 힘을 전 달하는 것으로 가호를 완화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면서 연홍춘삼월은 나를 바라 보았다. 애당초, 거기까지는 우리도 예상하던 부분이었으나 방법을 알지 못하여 이곳에 찾아왔다.
그런데, 그 방법에는 약간의 문제 가 있었으니.
“너희들이 특별한 ‘교감’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신물이 필요한데 그것을 외부에서 잃어버린 바람에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교감……?”
“그래. 제아무리 똑같은 가호를 받 았다고 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 옮기 는 게 가능할 리는 없지 않겠느냐.”
비유하자면, 일종의 통로를 만드는 행위라고 하였다.
같은 가호를 받았으나 꽃서린은 사 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하는 힘으로 종류가 나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성 질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교류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게 통하는 통로가 반드시 필요했는 데 그 과정을 도와줄 신물이 지금은 없다는 것.
‘뭐지 그게?’
급하게 직박구리 안경으로 검색해 보았다.
[검색: 꽃서린 신물]
▼검색 기록
O 꽃서린
O 연홍춘삼월 신물
O 연!-온。
O 연홍춘삼월 꽃서린 교つロト
O 꽃서린 교감
O n え서린
하지만 그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도 이와 관련된 뭔가가 나타나지 않았 다. 직박구리 안경에도 기록되어 있 지 않는 신물이라니 .
‘게임에서 풀레임이 어떻게 저주를 해결해 줬더라?’
차라리 그 부분을 따로 검색해 볼 까 하려는 찰나에 연홍춘삼월이 물 어왔다.
“그 물건을 구하는 것은 쉬울 수도
있지만, 아주 어려울 수도 있다. 그 럼에도 구해올 자신이 있겠느냐?”
어쩌겠는가.
안경에 기록이 있든 없든, 꽃서린 을 구하기로 했고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 봐야지.
“예. 구해야죠.”
나는 망설일 것도 없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고, 연홍춘삼월은 비로소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뭔가 불안한데…….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