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5)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85
42. 격리(3)
……홍비연이 스텔라를 떠난 직후.
백유설은 곧바로 그녀를 쫓아갈 채 비를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각종 마도구 및 아이템을 챙겼는데, 알테리샤의 기술은 날이 가면 갈수 록 더욱 빠르게 성장하여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이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조만간 엘 트먼 엘트윈의 도움을 받아서 ‘아공 간’을 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쫓아가려고?”
급히 떠나려는 백유설을 풀레임이 붙잡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글쎄.”
“가려면 나도 같이 가.”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풀레임이었 지만, 백유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내가 해결할게.”
“어떻게? 아무리 너라도, 이건 혼 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 니야.”
“맞아. 그리고 너 한 명 따라붙는 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 지.”
“그건…….”
맞는 말이었다.
백유설이나 풀레임이나 스텔라 아 카데미의 재학생이라는 신분을 제외 하고서는 지극히 평범한 평민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스텔라 학생증과
졸업증을 보여주면 귀족과도 맞먹는 대우를 받는다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감히 아돌레비트 왕실에게 스 텔라의 학생증 따위를 내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물론 그러한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백유설은 평민치고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엘프왕과 친분을 가지고 있으며 아 이템의 공동 개발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고작 이 정도로는 감히 아돌레비트 에게 명함조차 들이밀지 못한다.
아주 만약 백유설이 아돌레비트와
맞먹는 권력과 힘을 갖추고 있었다 고 해도, 이건 타인의 가정사다.
여왕이 자신의 공주를 유배하겠다 는데, 무슨 권리로 막겠는가?
설령 이 세계에 아돌레비트보다도 더 커다란 초강대국이 존재한다 해 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 다른 방식으로 해야겠지.”
“…거기에 나는 필요 없다는 거지?”
“아마도.”
무심하게 말한 뒤 배낭을 등에 짊 어지려던 백유설은, 무심코 뒤를 돌
아보았다. 평소 같았다면 뭐라고 한 마디라도 활기차게 했을 그녀였건만 오늘따라 풀이 죽은 채 고개를 숙이 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오늘따라 풀레임이 이상하다. 대화 에 뭔가 문제라도 있었을까? 평소처 럼 툭툭 내뱉는 대화였거늘.
암만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삐쳤나?’
그것도 조금 이상하다.
백유설이 알기로 이런 대화로 풀레 임이 토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녀는 아주 쿨한 성격이었으니까.
무심코 무어라 물어보려던 백유설 이었지만, 즉시 입을 다물었다.
[연홍춘삼월의 가히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 심리 상태를 유추하고, 마음의 색을 전달받는다.
짙은 푸른색이었다.
풀레임은 현재 푸른색 감정을 느끼 고 있었다. 그런 색깔은 처음 느껴 보았지만, 알 수 있었다.
맑고 청량한 푸른색이 아니다.
마치… 마음을 무언가에게 세게 맞 은 듯, 상처받은 푸른색이었다.
,……내가 그렇게 심한 말을 했나?’
여태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인 다. 그만큼이나 그녀의 감정이 섬세 하고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리 백유설이 눈치가 없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는 잘 알았다.
“아니,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나 도 학교에 남아서 할 일 있으니….”
“위험해서 그래.”
“……엉?”
“이런 적은 처음이라,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그래서 안 데려가는 거야. 위험하니까.”
“어, 어… 응. 그러냐”
백유설이 그리 말하자 풀레임은 조 금 멍한 기분이 되었다. 저건, 명백 히 달래주려는 말이었으니까.
“가 볼게.”
백유설이 뒤돌아 떠나가자, 풀레임 은 손을 흔들며 아무렇지 않게 그를 배웅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걷고 걸어서 백유 설이 보이지 않게끔 됐을 때.
쾅!
……그녀는 괜시리 옆에 서 있던 나무에 돌려차기를 날렸다.
콰아앙!!
720도의 회전축에 제대로 중심을 잡아서 각도가 굉장히 날카롭고 아 름다운 완벽한 돌려차기였다.
“으아악! 이 병신! 쪽팔리게 진짜!”
어른답지 못하게 표정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별것도 아닌 일 로, 앞으로 큰일을 하러 갈 사람 신 경 쓰이게 하기나 하고.
“후우, 후… 흐으……
한참이나 나무를 패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풀리지도 않았다.
“아흐…… 죽고 싶다 그냥……:
이제는 아예 나무에 머리를 퍽퍽 박아대고 있는 와중, 갑작스레 허공 에서 메아리치듯 남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를 나무에 하도 박아서 들리는 환청은 아니었다.
-풀레임
-괜찮아? 많이 힘들어 보여.
-우리가 도와줄까?
“……아.”
저 하늘 가장 높은 곳, 천상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천사들이었 다.
됐다고 말하려던 풀레임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천 상계에는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으며 더불어 저 짜증 나는 천사들을 쥐어패다 보면 찢어 졌던 멘탈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 간만에 거기 좀 놀러 가자.”
一응!
-물론이지!
-바로 ‘하이 프로스트,를 열어줄게.
역시나 그녀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무 려 ‘천상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하 이 프로스트를 즉시 개방해 주었다.
저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천사들의 마나가 갈려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풀레임이 알 바가 아니었다.
차랑……!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오며 하늘에서 따스한 황금색 빛무리가 쏟아져 내렸다. 평소에는 눈에 띄기 를 싫어하여, 잘 이용하지는 않는다 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펄럭-!
풀레임의 등에서 반투명한 황금색 날개 한 쌍이 뻗어 나오더니 금색의 깃털이 사방에 휘날렸다. 반딧불이 처럼 반짝이는 빛무리가 이 일대를 가득 채우고, 그녀의 몸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을 때…….
툭!
“어, 어?”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풀레임은 무심한 눈으로 옆을 돌아 보았다. 평소였다면 이 광경을 들킨 것에 대해 상당한 창피함을 느꼈겠 지만, 더 창피한 일을 직전에 겪은 탓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풀…레임……r
멍하니 그녀의 이름을 읊조리는 소 년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떡대가 쩍 벌어진 몸집에 짧 게 깎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는데, 풀 레임 또한 저 소년을 잘 알았다.
1학년 s반의 풍하랑.
남부 평야 전체를 다스리는 풍(風) 가문의 직계 혈족으로서 형님들과의 세력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텔 라에 입학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위풍당당한 표정이 풍하랑의 아이덴티티였거늘, 그런 그조차도 풀레임의 날개 달린
모습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나 보다.
“뭘 보卜. 날개 달린 사람 첨 보냐?”
“어, 그게…….”
그녀는 무심한 표정 그대로, 주먹 을 위로 뻗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는다?”
번쩍!
직후, 빛으로 화하여 풀레임이 사 라지자 풍하랑은 자리에 그대로 주 저 앉았다.
‘내가…… 뭘 본 거지……?,
그녀와는 그다지 많은 접점이 있지 도 않아서 별생각도 없었건만, 오늘
의 인상이 너무나 강력했던 탓일까.
풍하랑은 풀레임의 얼굴을 잊지 못 한 채,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자리 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서리절벽 궁전.
그 이름부터 불꽃을 다루는 아돌레 비트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흥 비연이 머무는 ‘청령궁’은 더욱 우 습기 짝이 없다.
그 옛날 푸른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흑마인에게 맞서 싸웠던 아돌레비트 의 영웅을 본 따 만든 이름이라던가.
그에 비해 언니 홍시화가 머무는 성의 이름은 ‘홍연궁’으로서, 위인의 이야기를 집어치우더라도 딱 들었을 때 붉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태어날 때부터 공주들은 머무는 궁 이 정해지니 사실 홍에린 공주가 사 망하지 않았더라도 홍비연은 처음부 터 미움받는 신세였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홍비연의 어머니 홍이엘은… 현왕 홍세류에게 대적했다가 철저하게 깨 진 패배자였으니까.
언니 홍시화의 어머니는 홍세류에 게 들러붙어서 왕위를 포기한 채 조 금이라도 더 안락하고 긴 수명을 누 리려고 했었다던가.
그래 봐야 홍시화를 낳은 후 삼 년 뒤, 30대의 젊은 나이에 저주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지만.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다면, 지금까 지의 삶 따위는 아무런 의미조차 없 는 것이다.
“공주님. 레드 밀런 티가 준비되었 습니다.”
“……그래.”
붉은색 배경에 흰색의 무늬를 수놓
은 드레스를 입고서 홍비연은 청령 궁의 정원에 나와 티타임을 즐겼다.
여기서 말하는 ‘즐겼다’라는 표현 이 정말로 즐긴 게 아니라는 점이 아이러니했으나, 어쩔 수 없다.
궁으로 돌아온 아돌레비트의 공주 는 하루 중 1시간 이상을 반드시 티타임에 투자해야만 했으니까.
“어머나〜 동생. 표정 풀어! 궁으로 다시 돌아오니까 좋지 않아?”
시녀가 따라주는 티를 멍하니 바라 보는 홍비연에게 맞은편의 앉은 홍 시화가 농담을 던져댔다.
정장을 즐겨 입던 평소와는 달리,
홍시화도 궁으로 돌아온 이후부터는 화려하고 눈부신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는 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어때? 감상 좀 말해봐〜 나는 네 가 머무는 청령궁이 어렸을 때부터 참 마음에 들었거든.”
“좋네요.”
“어머, 그게 끝?”
“예.,,
흥비연은 언니의 장난질에 굳이 어 울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녀의 담 백한 반응에도 홍시화는 뭐가 그리 도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는다.
그녀에게 감정이라는 존재가 옅다 는 사실을 잘 아는 홍비연으로서는 저 가면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화는 일방적이었다.
홍시화가 떠들고, 홍비연은 답한다.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 홍비연은 찻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레드 밀런 티는 그나마 그 녀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향을 내 는 차였으니까.
그러다가.
덜그럭, 촤악!
,,아앗!,,
시녀 중 한 명이 ‘실수’로 홍비연 의 드레스에 차를 쏟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녀는 즉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으 나, 홍비연은 찻잔을 든 자세 그대 로 멈춰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
궁 내에서 은근히 무시를 받으며 살아왔던 홍비연이었기에 잘 안다.
이런 취급도 이제는 익숙하다.
‘흐음…….’
마땅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고 민할 뿐.
화를 낼까?
그러면 ‘뭣도 없는 주제에 공주랍 시고 성격만 더럽다’라며 궁 내에 소문이 돌 것이다. 나의 적은 점점 더 많아지고, 더럽혀진 이미지를 쇄 신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무시받 는 궁 생활을 평생토록 이어가겠지.
용서할까?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곤란하다.
홍비연이 아무리 무시받는다지만,
시녀는 무려…… 왕족의 직계 혈통 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었으니까.
단순히 괜찮다고 말하며 넘어갔다 가는, 이후로도 같은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은근한 무시와 실수인 척하 는 괴롭힘.
그럴수록 홍비연의 발언권은 점점 더 줄어들어만 갈 것이다.
여기서 가장 현명한 대응은 처음부 터 정해져 있었다.
가장 먼저, 가문을 물은 뒤 잘못을 조용히 추궁한다.
이후 왕족에게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여 벌
을 줄 것처럼 겁을 준 다음 아량을 베풀어 용서한다.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왕족으로서 궁인에게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었으 니 은근한 무시와 깔보는 시선을 없 애지는 못하겠으나 최소한 헛소문 방지에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현명한 판단에 긍 정적인 이미지가 따라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홍비연 공주가 사실은 자애 롭고 똑똑하신 분이라며.
……그러나 거기까지 떠올렸음에도.
‘마음에 들지는 않네.’
그녀는 굳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녀의 뺨을 후렸 다.
짜악-!!
“아악!”
어찌나 세게 후렸는지 시녀의 뺨이 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바닥에 넘어진 시녀를 향해, 홍비연은 싸늘 한 시선으로 말했다.
“불태우지 않은 것으로 고마운 줄 알도록.”
“네, 네……广
“가문.”
“네……?”
“네 가문을 말하라고.”
“하라엔 남작가의 헤라엘입니다….”
“하라엔 남작가? 처음 듣네. 기억 해 둘게. 네 가문.”
“아…….”
그리 말한 뒤 홍비연은 그대로 휙 일어났다.
“저는 먼저 가 보도록 하지요.”
“어머머…….”
눈을 동그랗게 뜬 홍시화를 내버려 두고서 홍비연은 즉시 청령궁을 향 해 걸었다.
그녀가 정말로 화가 났나?
그건 아니다. 차라리 차를 쏟아준 덕분에 티타임을 그만둘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따로 하라엔 남작을 불러서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런 거 전부 일일이 참았다가는 화병 나서 먼저 죽겠군.’
어차피 평생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 채 갇혀 지내야만 하는 운명이다.
탈출은 불가능.
가지고 있는 모든 마법과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겠지.
씁쓸하지만 홍비연은 그 운명을 받 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참고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무시하고, 내려 떨어뜨릴 생 각인 것 같은데……
어림도 없다. 아무런 힘도 권력도 입김도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곳에 갇혀 지내는 동안에 는… 모든 궁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두려워하게 만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