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5)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95
43. 모든 게 얼어붙은(8)
불 빛과 열을 내는 에너지.
이 세상의 모든 근원이나 다름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나, 이것은 마 법으로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오로지 불꽃을 일으켜 폭발시키는 에너지를 발산하여, 그것으로 적을 공격하거나 사방을 밝히고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억지 로 쥐어짜 내는 용도로밖에는 사용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게 진정한 불꽃……:
역사 속 그 누구도 깨우치지 못한 불꽃에 대한 진정한 정의를 홍비연 은 깨달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손바닥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서 불 꽃이 춤을 추었고, 조용히 검지손가 락을 가져다 대면 불꽃의 나비가 날 아와 앉았다.
지금껏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
그렇기에 더욱 위대한 일.
‘나는 할 수 있어.’
내가 불꽃이며, 불꽃이 나이다.
세상의 근원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불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을 내 손과 발처럼 움직이는 일은 전혀 어색하 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고, 환상적인 경험이다.
그 누가 이런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을까.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신비로운 감각을 받아들인다면 틀림없이 진정한 ‘불꽃어】 대한 정
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랬을 예정이었다.
-안 돼! 그만둬!
으윽!,
찌릿! 머릿속으로 울리는 짜릿한 목소리에 홍비연은 그만 사념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말았다. 몸에 한 껏 달라붙었던 불꽃의 감각이 모조 리 허공에 증발해 버렸다.
*……무슨 짓이야?’
-더 이상은 네가 위험하다.
목소리, 즉 불의 화신은 처음으로
침착한 말투로 말하였다.
-그 깨달음을 가지기에 너는 아직 너무 어리고 나약하다. 고작 네 정 도의 수준으로 ‘진리’를 깨우쳤다가 는… 그대로 불이 되어 소멸할 거 야.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전 에는 나보고 폭주하라고 했잖아.’
-그건 네가 소멸하기를 바랐기 때 문이ス 1. 나는 아돌레비트를 뼛속 깊 이 증오하거든. 흐}, 뼈는 없지만!
홍비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금 아까의 그 진리를 붙잡고 싶었으 나 이미 그것은 멀리 달아난 채 돌
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괴로 워 참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방법 이 없었다.
-조금만 참아. 그리 멀지 않은 일 이야. 너라면 또다시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 내가 장담하지. 시조 마법 사의 제자 ‘아돌레비트’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너라면 할 수 있 어.
,……어째서?’
-나는 적하유월의 파편이자 불의 화신. 그렇기에 장담할 수 있다. 너 는…… 훗날 나를 찾게 될 거야.
그 말에 홍비연은 잠시 벙찐 표정 이 되었다.
-너는 여기서 사라지기에는 너무 나도 아까워. 하… 젠장. 내가 인간 따위를 살리는 날이 올 줄이야.
그는 몇 번 궁시렁대는 듯하더니 홍비연을 향해 착 가라앉은 목소리 로 똑바로 말하였다.
-아돌레비트 꼬맹이, 잘 들어. 네 몸속에 잠든 나의 불꽃은 조만간 너 를 고통스럽게 태울 것이다. 지금의 너로는 그걸 버틸 수 없어. 그러니, 지금 당장 모조리 외부로 분출해야 만 흐!!. 할 수 있겠나?
‘그건
-마침 잘 됐어. 눈앞에 커다란 땔 감이 있잖아? 저걸 태워보자고!
홍비연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해적 제왕 블랙 벨리즈를 바라보았다.
산보다도 높은 키를 가진 그의 뒤 편으로 거대한 얼음의 송곳이 자라 나고 있었다. 비록 저것에 대한 지 식은 없었으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 었다.
저 송곳이 하늘에 닿는 순간… 이 일대는 전부 얼음으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막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홍비연은 서서히 불꽃을 일으켰다. 이전처럼 불과 하나가 되는 감각은 대부분이 사라졌으나 불의 화신이 도와준 덕분일까, 태어나서 처음 느 껴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체내의 혈도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좋은 건, 그 불꽃으로 저놈 의 눈깔을 조진 다음에 도망치는 것 이다. 지금 네 힘으로는 저놈을 이 길 수 없어.
-젠장, 아쉬워 죽겠군. 네가 조금 만 더 강했더라면 나의 불꽃을 더욱
많이 나눠줄 수 있는 것을…….
‘상관없어.’
화르륵! 양손에 불꽃을 피운 홍비 연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비행 마법은 따로 배운 적이 없었으나 원 리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화령꽃이 펼쳐준 불꽃의 날개를 이 용하니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정도는 아주 식은 죽 먹기였다.
해적제왕은 천천히 홍비연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더니 중저음의 목소리 를 흘려보냈다.
■■저항하지 말지어다.
“…내 인생은 언제나 저항이었어.”
평생을 저항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수는 없 지 않겠는가? 홍비연은 눈빛을 날카 롭게 빛내며 힘껏 불꽃을 날렸다.
……직후.
콰콰콰콰쾅!!!
자신이 날렸다고는 믿기지 않는 어 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며, 해적제 왕의 두개골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건……广
-하하! 어때, 대단하지? 그게 내 힘의 극히 일부라고!
꿀꺽, 침이 넘어갔다. 이 정도 수
준이라면 8클래스 이상의 수준이라 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힘의 극히 일부 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중하게 다루라고. 네게 제공할 수 있는 불꽃은 한정되어 있 다. 만약 네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즉시 불꽃을 꺼트릴 거야. 나는…… 네가 죽지 않기를 바라니.
홍비연은 대답하지 않고서 더욱 높 이 날아올랐다. 그러고선 양손을 모 은 뒤 불꽃을 그러모아 한데 압축하 였다.
처음에는 조금 커다란 오두막 정도
의 크기였으나 그것은 점차 마차 수 준으로 작아졌고, 그러다 마침내는 전신 거울만큼이나 축소되더니 마치 작은 태양처럼 강렬한 빛을 발산하 게 되었다.
‘작은 마법을 여러 번 사용하는 건 소용없어.’
해적제왕의 체내에는 자신과 마찬 가지로 ‘얼음의 화신이 잠들어 있 다. 다만, 그는 화신의 힘을 완전히 다룰 수 있었으며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 최대한 유효타를 날려서 그 를 잠시 동안이라도 무력화시킨 뒤 저 뒤에 있는 송곳을 부수는 것이
홍비연의 계획이었다.
해적제왕은 홍비연이 마법을 사용하 는 와중에도,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 기만 하였다.
-너는…… 그 여자와 닮았군
그러더니 그런 의문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손바닥을 치켜들어 얼음의 방벽을 생성하였다.
“늦었어!”
홍비연은 얼음 방벽을 향해 자그마 한 태양을 힘껏 내던졌고, 직후 수 증기가 폭발하며 사방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발산되었다.
파앙-!!
-음……!
지금껏 그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해적제왕, 블랙 벨리즈가 처 음으로 한 발자국이지만 뒷걸음질을 쳤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사람들 은 처음으로 희망을 얻고야 말았다.
“공주님이 해적제왕을 상대하시는 거야……r
“이럴 수가…….”
홍비연은 왕실 내에서 그다지 큰 입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그녀가 천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
으나 그것은 여태 무수히 많은 업적 을 쌓아온 홍시화에 비하면 한참이 나 부족하여 그다지 큰 메리트가 되 지 못하였고, 성격이 싸늘하고 냉정 한 탓에 쉬이 다가갈 수 없는 탓이 었다.
또한, 태생적으로 여왕에게 미움을 받으며 자라왔으니 혹여나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쉽게 친근하 게 굴 수 없는 탓도 있었다.
셋째 공주는 여왕에게 단단히 미움 받고 있다. 궁 내에서 그 사실을 모 르는 이가 과연 존재할까.
그래서, 여왕의 명령에 따라.
그리고 궁전의 분위기에 따라.
홍비연을 증오하고 미워하였다.
그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고,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럼에도 홍비연은 살아갔다.
포기하지 않고서 자신의 재능을 있 는 힘껏 펼치고 발산하여, 마침내는 저 자리에 서서…… 여왕조차 상대 하지 못하였던 해적제왕의 원혼에게 맞서 싸우고 있었다.
쿠웅-!!
홍비연과 해적제왕의 마법은 그 하
나하나의 위력이 최소 8클래스 수준 이었기에 그것들이 충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충격파는 도저히 일반 마 법사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 다.
어찌 보면 호각처럼 보일 수도 있 겠으나 안타깝게도 홍비연에게는 금 세 한계가 찾아왔다.
-이봐, 조금 더 신중하라고. 네게 허락된 불꽃은 그리 많지 않아.
*……알고 있어.’
어쩔 수 없다.
이 불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화령꽃에게서 빌려온 것이기에 신
중하게 아끼고 아껴 써야만 하겠으 나, 자신보다 더욱 강대한 힘을 가 진 해적제왕에게서 빈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없어……
설령 여기서 해적제왕이 쓰러진다 고 하여도, 저 송곳이 하늘에 닿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방법은…… 이거밖에 없겠어.’
하늘을 비행해 해적제왕의 공격을
최대한 회피해가며 불꽃을 발산하던 홍비연은 돌연 방향을 틀었다.
해적제왕을 향하여.
-어, 어라? 야 이 미친 꼬맹이가! 지금 무슨 짓이야! 당장 거리를 벌 려! 근접전으로는 상대가 안 돼!
화령꽃이 그녀를 다급히 말렸지만 홍비연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불꽃의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 해적제왕의 지척까지 날아드니, 어마 어마한 한파와 얼음의 폭풍이 홍비연 을 휩쓸었다.
“으읏……!”
불꽃을 힘겹게 발산해가며 그 무시
무시한 추위를 견뎌냈지만, 고통마 저도 완전히 지워내는 건 불가능.
그러나 그녀는 꿋꿋하게 참고 견디 며 해적제왕을 향해 나아갔다.
一너, 설마…….
그제야 무언가를 눈치챈 불의 화신 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네게 남은 불꽃을, 모조리 폭발시 킬 생각인 거냐……?
홍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정답을 맞히었다고 칭찬해 줄 의리는 없는 사이였으니까.
-아니, 그래. 그러면 확실히 ‘겨울 의 뿌리’는 터뜨릴 수 있겠지…….
어떤 마법은 멀리서 공격해야 제대 로 된 위력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마법은 가까이서 공격해야 더욱 효 과적인 위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흥비연이 발산하는 불꽃은 정확히 정의하자면 마법이 아니었 다.
그저 그녀의 지식과 이론을 따라 체내에 내장되어 있던 불꽃이 성질 을 띠게 되어 형태를 만들어서 발산 되고 있었을 뿐.
그러나…… 그녀는 아주 조금이나
마 불꽃에 대한 ‘진리’를 엿보았기 에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억지로 형태를 잡는 행위는 불꽃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마 법사들이 만들어낸 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불꽃의 진정한 위력을 보이기 위해 서는 그 어떤 통제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통제하지 않기로 결 심하였다.
체내에 잠들어 있는 화령꽃의 모든 불꽃을 한꺼번에 발산하자.
그러면…… 한순간일 뿐이지만 위 대한 9클래스 마법사의 대마법을 흉
내 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하지만.
다 좋은데.
-…다음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불의 화신이 물어왔으나, 홍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멍청하게도 국가를 위해 자 신을 희생한다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당장 그만두도록 해라. 이 나라의 모든 백성을 합친 것보다도 네가 더욱 가 치 있단 말이다!
>……헛소리하지 마.’
마침내 해적제왕의 코앞까지 도달 한 흥비연은 그것과 똑바로 눈을 마 주하였다. 그녀를 압박해 오는 날카 로운 눈보라와 소용돌이가 매서웠으 나, 겁먹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신중하지 않게, 체내의 모든 불꽃을 마구잡이 로 끌어올렸다.
미약하지만 자신이 지니고 있던 불 꽃까지 모조리 포함하여.
화륵!
거대한 블리자드 속에서 피어난 자 그마한 촛불. 언뜻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저런 거대한 태풍 속
에서 불꽃이 피어났다는 사실 자체 가 이미 평범하지 않다는 증거.
그 촛불은 서서히 크기를 키웠다.
마치 눈사태처럼.
처음에는 조약돌만 한 크기였으나, 조금의 시간이 지나니 그것은 집채 만큼이나 커다래졌으며 잠시 눈을 깜빡하고 나니 어느덧 시야에 한가 득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태양이 되었다.
‘지옥의 불꽃.’
적이 소멸할 때까지 영원히 태우고 또 태우는 화염계 궁극의 마법.
-이건……!
이것은 마법이 아니었기에, 캐스팅 이나 준비 시간조차 없이 발산되어 해적제왕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 였다.
-이 무슨 무모한 짓을!
설마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이곳까 지 돌진해 와서 불꽃을 발산할 줄은 몰랐기에 해적제왕은 크게 당황하여 얼음으로 홍비연을 덮으려 하였다.
그러나 얼음은 그녀에게 닿지 못한 채, 모조리 불붙어 녹아내렸다.
쿠웅!!
해적제왕의 심장부를 보호하던 갈 비뼈가 불에 녹아내렸으며, 턱에 불
이 붙어서 활활 타올랐고 하체가 흔 들려 증심을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해적제왕은 쓰러지지 않는다. 고작 이 정도의 폭발로는 어림도 없다.
그는 청동십이월의 신물을 훔쳐, 얼음의 화신을 체내에 완전히 받아 들였고 천 년이 지난 지금은 9클래 스 마법사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해적제왕은 안광을 발산하며, 흥비 연을 향해 말하였다.
-어리석은 짓을 하는구나. 그러한
점마저도, 그 여자와 똑같아.
비록 큰 피해를 입기는 했으나 해 적제왕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에 버】해, 저 나약한 인간 마법사 는 자신이 일으킨 불꽃에 의해 스스 로 타죽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품 안에 들어온 그녀를 해적제왕이 놓 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애당초 홍비연의 목적은 해적제왕이 아니었다.
재앙의 근원.
온 세상을 영원한 겨울로 뒤덮으려 는, 저 푸른색 겨울의 뿌리.
홍비연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불꽃을 마지막으로 통제하 여 방향을 제어하였고.
……일순간, 폭발.
그리고 정적.
더 이상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 이런, 무슨 짓을……!
해적제왕 블랙 벨리즈의 당혹스러 운 목소리가 천지를 쩌렁쩌렁 울려 댔다. 그녀가 만들어낸 헬 파이어의 창은 성공적으로 거체를 관통하여,
그의 등 뒤쪽에서 자라나던 겨울의 뿌리를 완전히 잘라냈으니까.
– ……그러나, 이제 끝이로군.
화령꽃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홍비 연의 귓가를 스쳤다.
겨울의 뿌리를 잘라내는 것으로 재 앙은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더 이 상 세상에 영원한 겨울이 닥쳐올 일 은 없겠으나…….
해적제왕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는 홍비연에게 진심으로 분노한 상태였다.
화령꽃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 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난생처음으로 살리고 싶은 인간을 만 났다. 그녀라면 아돌레비트를 뛰어넘 어, 진정으로 ‘불’이라는 존재를 이해 해줄 수 있을 터인데.
–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해적제왕의 포효가 세상 전체를 쩌 렁쩌렁 울렸다. 그 충격파로 인하여 구름이 도넛 모양으로 변형되었고 허공에 매달린 비행정들이 모조리 뒤로 밀려났을 정도였다.
홍비연은 그 참사의 한가운데에 무 릎을 꿇고 앉아, 그것을 올려보았다.
하늘이 푸르다.
별자리가 유난히도 아름다운 밤이 었다.
– 너는 모든 불꽃을 소모하였고, 이 이상은 그에게 대항할 수 없겠지. 안타깝군. 네가 조금이라도 더 성장 했을 때 너를 만났더라면…….
해적제왕이 분노하여, 양손을 치켜 들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안다고 해도 그녀 가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국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그 정신 만큼은 높이 사도록 흐卜지. 잠깐이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돌레비트의 후손.
불의 화신은 씁쓸하다는 듯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으나, 그의 오해가 우스 웠는지 홍비연은 헛웃음을 치며 고개 를 저었다.
“무슨 소리를 자꾸 하는 거야. 나는 아직 죽고싶지 않아.”
-뭐?
그녀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앞으로 행복해져야만 하니까.
자기희생?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가.
홍비연은 일평생 자신의 행복을 찾 기 위해 여행하던 아주 지극히 이기 적인 소녀일 뿐이었다.
一그럼, 어째서…….
죽고 싶지 않은데 이런 무모한 짓 을 벌였느냐. 화령꽃이 경악하여 그 렇게 물어보려는데.
갑작스레…….
하늘에서 오로라가 펼쳐졌다.
해적제왕 블랙 벨리즈가 서 있는 바 로 그 위쪽의 구름이 갈리지며, 신비 로운 빛의 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웬 소년이 나타났다.
잔뜩 헤지고 찢어졌지만, 그것은 틀 림없는 스텔라의 교복. 너무나도 먼 거리였기에 하나의 점이라고 착각될 정도였으나 홍비연은 누구보다도 빠 르게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야 왔구나.’
그는 한 손에 기다랗고 푸른 창을 거머쥔 채로, 이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신비로운 창은 움직이는 자리에 푸른 섬광의 궤적을 남겼는데, 덕분에 소년의 움직임은 마치 벼락이 아주 천천히 내리치는 듯하여 이 긴박한
와중에도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나마 넋을 잃게 만들었다.
그래… 이렇게 올 줄 알았으니까.’
그녀는 죽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그 어떤 무모한 짓을 벌이더 라도, 그것을 해내기만 한다면 그가 찾아와줄 것을 알았기에.
번쩍!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푸른 빛줄기 는 순식간에 해적제왕의 심장부를 관통하였고, 돌연 섬광이 터지며 온 누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그 세상 속에서 홍비연은 마침내 미소지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어.’
그녀가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증거는 단 하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기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행복이라는 감 정이 물결처럼 쏟아져 나왔기에.
그녀는 살아 있다.
그리고,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