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09
56. 교환학생(4)
연두림사월은 실체가 없는 십이신 월 중 하나였다.
대부분은 인간, 엘프, 드워프 등 손과 발이 달린 이족보행 종족의 형 태를 띠고 있는 데에 비해 그녀는 그 어떤 모습도 택하지 않았다.
“참 지루하겠어〜”
스칼렛은 갈색 등산바지에 등산부 츠, 정글모와 고동색 배낭까지 걸친 채 일부러 땀을 뻘뻘 홀려가며 산을 올랐다.
허리춤의 라디오에서는 50년 전 유행했던 쿵짝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아저씨들이 좋 아하는 길이조절 등산봉이 쥐어져 있다.
누가 보아도 프로 등산객이었으나, 고등학생밖에 안 되어 보이는 외모 와 새하얀 백발 탓에 전혀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빠 옷을 훔쳐 입은 철없
는 소녀 같아서 귀여울 뿐이었다.
“흐卜아, 나 힘들어~ 언제 대답해 줄 거야? 응? 그러지 말고〜”
쿠궁……!!
스칼렛이 힘겹게 산을 오르며 자꾸 만 허공에 말을 걸자, 갑작스레 산 이 뒤흔들리며 바위 하나가 쿵쿵 떨 어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위험해!”
과장된 제스처로 옆쪽 절벽에 찰싹 달라붙자, 바위가 그녀를 아슬아슬 하게 스쳐 지나치더니 저 아래로 떨 어 졌다.
“언니야, 나 죽을 뻔했잖아. 우리
이런 장난은 그만두면 안 될까? 응?”
쿠구구궁!!
이번에는 바위 수십 개가 소나기처 럼 쏟아져 내린다. 스칼렛은 살짝 기겁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아, 미안.”
콰쾅!!
지반 전체가 붕괴될 정도로 어마어 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한참 뒤.
“쿨럭…!,,
바위더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스칼렛은 흙투성이가 된 옷을 탁탁
털다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정글모를 잃어버렸어!”
그러자 그녀의 앞에 기적처럼 정글 모가 톡, 떨어져 내렸다.
오.”
그것을 쥐어 머리에 쓰니, 스칼렛 에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웬 녹색 머리칼의 사내가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내려 다보고 있었다.
“마녀왕. 저희 주인께서 당신을 만 나고 싶지 않으시답니다.”
“에엥. 어째서
“생명의 뿌리를 몰래 훔쳐 가지 않 으셨습니까. 당장이라도 이 산 전체 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지만, 많은 생명들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터 라 참고 계시는 겁니다.”
“허걱. 그럼 난 지금 인질극을 벌 이고 있는 거네?”
“그렇죠. 하지만 정말로 화나시면 인질과 함께 당신을 지하에 파묻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에이~ 안 그럴 거 다 알거든? 연 두림사월이 생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 여태 개미 새끼 한 마리 도 못 죽여봤을걸?”
그 말에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서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 꼬맹아.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전해주면 안 돼?”
“말하십시오. 듣고 계십니다.”
“아니이~ 내가 생명의 뿌리를 홈 쳐 간 것도 아니고, 잠깐 빌려 간 건데 이렇게 박하게 구는 건 너무 한……
쿠구궁!!
또다시 진동이 울리자 스칼렛은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크흠흠. 돌려준다니까? 진짜
로. 나 진짜진짜 엄청 증요한 일에 쓰려고 그랬던 거야.”
“그 이유가 시원찮으면 당장 당신 을 꽃으로 만들어버리겠답니다.”
“난 이미 꽃… 아, 알았어! 알았으 니까.”
사내가 뒤돌아 떠나려고 하자 스칼 렛은 그를 부여잡고서 말했다.
“담갈토이월. 그놈을 재우려고 했 어. 이거면 충분해? 앙?”
“……담갈토이 월?”
사내가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고 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주인님께서 제대로 말하라고 하십 니다.”
“에휴〜”
스칼렛은 바위의 틈새에서 빠져나 와 몸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어내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담갈토이월이 또 발버둥을 치고 있더라고. 걔는 대체 수백 년 동안 왜 그러는지 모르겠단 말이ス]. 의사소통이 저어~언혀 안 되잖아. 너희도 모르니?”
“모릅니다. 그거랑 생명의 뿌리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겁니까?”
“글쎄?”
그녀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자 갑 작스레 어마어마한 지진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 진짜 모른다니까? 나는 그저 겨]시록에 적힌 대로 했을 뿐 이야.”
“계시록…이라면……
“맞아, 그거. 시조 마법사의 열두 제자가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를 열람하고 남겼던 기록의 일부.”
“그것들은 분명 대부분이 소실되었 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을 치는 건 아니겠지요;
“야야〜 내가 누구야? 마녀의 왕이
다 이거야!”
“남은 마녀는 고작 열 명도 채 안 되잖습니까. 그건 왕이 아니라 마을 이장도 되지 못합니다.”
“이게 진짜!”
스칼렛은 주먹을 치켜들었으나.
“음? 맞는 것 같기도? 그럼 오늘 부터 마녀 이장할까?”
“……헛소리는 그만둬 주십시오. 당신의 말대로라면, 담갈토이월이 잠들지 않은 것과 생명의 뿌리에 뭔 가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건 이상합니다. 십이신 월은 서로에게 엮이지 않도록 시조 마법사에 의해 정해졌단 말입니다.”
,,몰라!,,
더 이상의 대화는 통하지 않겠다고 싶었는지 사내는 그녀를 무시하고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어, 어! 야 잠깐!”
스칼렛이 황급히 불렀으나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서 절벽의 어느 지점 에서 우뚝 멈춰 섰고.
꾸드득, 꾸득!
갑작스레 피부가 갈색의 거친 물질 로 변질되며…… 나무가 되어버렸 다.
“아아…… 가버렸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버린 사내를 쓰다듬던 스칼렛은 한숨을 내쉬었 다.
이는 연두림사월이 더 이상 대화하 기 싫다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산을 다시 내려가며 스칼렛은 아쉬운 듯 혼잣말을 했다.
“나는 거짓말한 게 아니야.”
정말 거짓말이 아닌데, 말에 무게 가 없어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서글픈 일이다.
* * *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환학생 지원 자는 무려 200명에 달했으나 안타 깝게도 그들 모두가 갈 수는 없었 다.
엘프의 마법을 배울 기회가 워낙 희귀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 들이 지원한 것.
교환학생은 보통 1학년 40명, 2학 년 40명, 3학년 20명으로 총 100명 이었는데, 아무래도 3학년은 졸업 준비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 지는 못하는 편이었다.
100명의 스텔라 생도들이 비행정 을 타고서 별꽃나무 마법학교에 도 착하자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다.
스텔라 생도들이 걸어가면 그 양옆 으로 엘프 특유의 마법으로 화려한 꽃이 휘날렸으며 멀찍이서는 별꽃나 무의 댄스 동아리와 성악 동아리의 부원들이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등, 엘프 특유의 문화를 한 번에 보여주 었다.
마지막으로는 별꽃나무의 교장, 엘 하인이 마이크를 쥐고서 스텔라를 반긴다는 내용으로 짧게 환영 인사 를 건네며 환영식은 종료. ……가 될 예정이었으나.
-올해는 모든 요정과 엘프의 왕께 서 직접 스텔라를 환영하기 위해 나 오셨습니다. 소원이 있으신 분들은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려주세요.
웬일로 꽃서린이 직접 행사하여 별 꽃나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인간들의 왕은 타국이라 할지라도
예의를 갖추도록 명하고는 했으나 엘프왕은 사뭇 달랐다.
억지로 고개를 숙이라 말하지 않 고, 그저 그녀에게 소원을 빌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물론 엘프에게 있어서 소원이란 가 장 드높은 세계수에만 빌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들에게 있어서 이 것이야말로 가장 격식 있게 예의를 차리는 법이기도 했다.
‘뭔 일이래.’
100명의 학생들 사이에 껴서 꽃서 린의 짧은 기도를 지켜보던 백유설 은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굳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이유는 하등 없었으니까.
그러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어 주 변을 둘러보니 학생들이 죄다 황홀 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인간이 기도를 올려봐야 세계수가 소원을 들어주지는 않겠다만 면사포 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은연중에 드 러나는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 워 홀딱 빠져 버린 것이다.
‘얼씨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칼렛에게 반 해서 정신 못 차리던 저 학생들이
이번에는 꽃서린에게 넘어가서 눈에 하트를 띄우고 있으니, 백유설 입장 에서는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야야. 너는 소원 안 비냐?”
마찬가지로 바닥에 무릎 꿇고서 소 원비는 시늉을 하던 풀레임이 백유 설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그러자 반대쪽에서도 그의 바짓자 락을 잡아당기며 에이젤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 다 앉았는데, 백유설 씨도 앉는 게 어떨까요?”
“굳이 그래야 하나……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니까요.”
“귀찮게.”
하는 수 없이 무릎을 꿇…지는 않 고 양반 다리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 은 백유설은 꽃서린을 가만히 바라 보며 하품을 내뱉었다.
기도를 끝낸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 나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 꽃서린의 모습은 확실히 우울증에 시달리며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그때 그 시 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저토록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백유설도 덩달아 기뻤으나…….
[행복, 근심, 걱정]
그녀는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면서 도 동시에 무언가를 걱정하는 마음 이 더욱더 강했다.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깊이 걱정하고 고뇌할 정 도라면 필시 보통 일이 아닐 터.
‘태동 때문인가?’
아마 그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에서 [담갈토 이월의 태동]은 그저 서브 에피소드 에 불과하다. 플레이어가 굳이 나서
지 않아도 큰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 으니까
그 이유는 바로 한 달 전부터 모 습을 비웠던 엘트먼 엘트윈 덕분이 었는데, 그의 봉인술은 꽤 완벽하여 담갈토이월을 아예 잠재워 버리고 스토리가 모두 종료될 때까지 그가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 이후로는 플레이어가 굳이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담갈토이월이라는 존재와 마주칠 일이 아예 없었다.
‘담갈토이월은 잠들었을 테니까 다 른 이유…….’
거기까지 생각하다 말고, 백유설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 ス】•’
또 원작의 스토리를 맹신할 뻔했 다.
담갈토이월의 봉인은 백유설과 아 무런 연관이 없는 머나먼 일이라 자 신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지 않았으 리라고 장담했지만, 혹시 모른다.
스칼렛이 난데없이 스텔라에 찾아 와 생명의 뿌리를 대뜸 건네주고 간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설마. 정말 그런 건 아니겠 지?’
교환학생 에피소드는 정말로 잠깐
쉬어가는 파트란 말이다. 심지어 이 에피소드의 주요 악역이었던 젤리엘 마저 완벽하게 포섭해두었는데…….
쿠구구궁!!
멍하니 에피소드를 생각하는데, 갑 작스러운 지진에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무, 무슨 일이야?!”
“지진? 여기 세계수 아니야?”
학생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자 별꽃나무의 교수님들이 그들을 빠르 게 기숙사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몇몇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꽃서린 을 향해 달려가 뭐라고 속삭이자 그 녀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아아, 학생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근처에서 자그마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왕께서 직접 해결해 주신 다고 하니, 학생 여러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히 별꽃나무를 즐겨주시 기 바랍니다.
교장이 다급히 말하자 그제야 안심 한 학생들이 엘프 교수들의 인도를 받아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수백 년간 지진이 단 한 번도 없 던 탓에 별꽃나무의 학생들도 깜짝 놀란 듯했으나, 마침 꽃서린이 해결 해 준다고 하니 안심한 모습들이었 다.
스텔라의 생도들이 우르르 교수님 들을 따라 몰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백유설은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툭!
그러다 뒤에 서 있던 누군가와 부 딪히는 바람에 백유설은 뻘쭘한 표 정으로 고개를 돌려 사과했다.
“아, 죄송……「
“백유설.”
“제, 젤리엘?”
하이엘프 특유의 새하얀 피부와 뾰 족한 귀를 가진 소녀와 마주친 백유 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본디 젤리엘은 이미지 관리에 철저 한 편이다.
냉소적인 내면과는 달리 외부에서 는 줄곧 상업용 미소를 짓고는 했 는데,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소 안에 감춰 진 가시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잘 알 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평가가 조금 씩 바뀌고 있었다.
‘가식이 아니라, 정말로 웃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 어나고 있는 것. 젤리엘이 철저하게 눌러쓰고 있던 가면이…… 서서히 진짜 얼굴과 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말대로 눈앞의 젤리엘은 전혀 거짓 웃음을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 않았다. 상대방의 현재 감정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백유설이었기 에 확신할 수 있었다.
[행복, 설렘, 기쁨]
무슨 이유에서인지 젤리엘은 굉장
히 기분이 좋아 보였으니까.
“오랜만이네. 그런데, 오자마자 어 디를 가려는 거야?”
“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교수님을 따라가면 신막사로 안내 받을 수 있어.”
묘하게 기대감에 부푼 듯 말하는 젤리엘이었으나 사실 백유설에게 막 사를 새로 지었든 어쨌든 별로 상관 은 없는 이야기였다.
“자연의 화장실을 느껴보고 싶었 어.”
“……더러운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사실 핑계고, 다른 볼일이 생겨 서.”
그리 말하자 갑작스레 젤레엘의 감 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실망, 우울]
‘뭐, 뭐야?’
그냥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사람의 감정이 저리도 쉽게 바뀌는가. 특히 나 젤리엘은 감정이 아예 없는 ‘소 시오패스에 가까운 캐릭터였기에 저런 조울증 환자 못지않은 감정 변
화에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음…… 생각해 보니, 나중에 가도 될 것 같네. 기숙사 먼저 구경할까.’
“좋은 선택이야.”
그러자 또다시 변하는 감정.
[행복]
도대체 여자의 감정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백유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