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5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53
73. 스텔라(3)
스텔라의 재학생들은 2학년 2학기 가 되면 슬슬 졸업 준비로 정신이 없어지는 시기가 된다.
왜 벌써 정신이 없어지느냐면, 3학 년 때는 사실상 실전을 나가거나 그 간 쌓은 학점으로 마탑을 찔러보면 서 취직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취직 걱정이 없는 케이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귀족가의 자제들은 당연히 탄탄대 로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으며 가 문의 업을 잇거나 혹은 인맥을 이용 하여 든든한 마탑에 낙하산을 타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귀족이 그렇지는 않다.
이를테면 아돌레비트의 홍비연 공 주는 어떨까.
왕족 가문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 차도 제약이 존재했다.
아마도 그 명성에 먹칠하는 게 우 려가 되는 것도 있겠으나, 왕위 싸
움 경쟁에서 밀려난 왕족이 정치적 으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그 권력을 아예 거세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즉, 홍비연에게는 정해진 탄탄대로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개척해 야만 하는 상황.
오히려 여타의 평민 학생보다도 더 욱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나는 왜 이런 데에 시간을 쓰 고 있는 거야.’
홍비연은 자신의 앞자리에 앉아서
태연자약하게 커피를 쪽쪽 빨아 먹 고 있는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최근, 그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다.
“크흠흠, 왜 부른 거야?”
백유설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도 말을 꺼내지 않고서 침묵하는 홍비 연의 눈치를 살살 보며 물었다.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상당 히 살벌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분 명 착각이 아닐 것이다.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떼려던
홍비연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입술이 우물쭈물할 때마다 백유설은 저도 모르게 그 입술을 바 라보다가도 살벌한 눈빛을 보면 시 선을 내리깔았다.
‘달리 할 말이 없어…….’
사실 홍비연이 홧김에 백유설을 찾 아온 이유는 최근 1학년의 스칼렛이 라는 신입생과 돌고 있는 소문 때문 이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서 생각 하니, 자신도 백유설과 딱히 특별한 관계까지 진전되지는 않았던 것.
그러니 백유설이 실제로 누구와 연 애를 하든 말든 무어라 지적할 자격
따위는 없었다.
“그, 소문이 신경 쓰여서 찾아온 거 맞지?”
그런데 오히려 백유설이 그 이야기 를 먼저 꺼냈다.
그렇다고 긍정하는 순간 묘하게 상 황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홍비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 지만, 미묘하게 커진 눈동자와 살짝 벌어진 입술 등 사소한 표정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백유설에게는 어림 도 없이 감정이 전부 들통났다.
[놀람, 설렘]
홍비연의 감정 변화를 보고서 백유 설은 역시나, 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뭐?”
“예전에도 비슷한 일 있었던 거 같 은데 사실 이유가 있어서 난 소문이 거든.”
변명을 하면서도 백유설은 대체 자 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가 보면 내가 꼭 무슨 어장관리 라도 하는 것 같잖아……
그런 게 아니다.
진짜 맹세코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백유설은 생각한다.
자신은 그저…… 여전히, 마음을 다잡지 못했을 뿐이다.
회공시월의 계획은 나날이 진행되 고 있으며 세상의 멸망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와중, 아직 아무것도 마무 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함부로 쉽게 마음을 줄 순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게 애매해져 버렸다.
“……너야말로, 신경 쓸 필요가 없 는데.”
“뭐?,,
백유설이 어렵게 대답을 내놓자 홍 비연이 눈을 꾹 감으며 말했다.
“내가 이러는 건…… 일종의 철없 고 우매한 어린아이의 어리광일 뿐 이야. 나는 그걸 잘 알고 있어. 그 런데 네가 나의 그런 부분까지 하나 하나 신경 쓰는 모습을 보게 되 면…….”
홍비연은 눈을 떠서 그 붉은 눈동 자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아까의 싸늘한 감정은 온데간데없
이,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한 눈빛이 었다.
“네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러 다 니는지 잘 알아. 나는, 알면서도…… 그냥 너무 어리고 멍청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이런 데에 그렇게 마 음을 깊이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 음. 난 그저…….”
“후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사실 말은 이 렇게 했지만서도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있어준 것만으로도 나 는 충분히 만족해 버린 모양이야. 네 대답을 들은 이후로 놀랍게도 차 분한 생각이 가능해졌거든.”
“그래……
홍비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살포 시 웃었다. 그건 지금까지의 딱딱하 게 굳어 있던 얼굴과 너무나도 다른 미소였기에 백유설은 목이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그 표정은, 결코 로맨스 판타지 속 악녀의 웃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로맨스 판타지의 여주인공 에 가까운 온화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런 미소였기에 백유설은 머리에 종이라도 뎅- 치는 듯한 충격을 받 았다.
‘쟤가 원래 저렇게 웃을 줄 알았던
가……?,
백유설의 시야에서 홍비연은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주변의 모든 배경이 까맣게 물들어 버린 채 오로지 그녀만이 세상에 유 일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조명이 떨 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백유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마를 짚 었다.
“요즘 내가 피곤한가 보다.”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은 기분.
백유설은 이런 사소한 고민으로도 골머리를 썩일 수 있는 평화가 아무
쪼록 오래 갔으면 하는, 그런 생각 을 하였다.
붉게 물든 하늘, 그 아래로 거칠게 깎여 있는 핏빛 계곡.
마치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물어뜯 은 것처럼 뾰족한 계곡 사이로, 거 대한 형체를 가진 괴수 한 마리가 붉은 안광을 흉흉하게 번뜩이며 기 어가고 있었다.
쿵! 쿠웅!
과연 기어간다는 표현이 옳을까.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면 고개가 꺾이도록 올려봐야 할 정도로 거대 한 크기를 가진 그 괴수의 이름은 ‘지룡 (地龍)’.
도마뱀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나 꼬 리가 두 개나 되었으며 이마에는 날 카로운 뿔이 불규칙적으로 돋아 있 었고, 무엇보다 수염이 길게 자라 있 어서 신화 속 용을 연상케 하였다.
그러나 명칭에 용(龍)이라는 단어 가 들어간다고 하여 저것이 용인 것 은 아니다.
”저따위 생명체에게 용의 이름을
붙이다니…… 인간들은 참으로 어리 석군요.”
흑마신교주 회련은 착 가라앉은 눈 빛으로 지룡을 바라보았다.
전설에 의하면 지룡은 반경 수백 킬로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 명체의 움직임을 땅의 울림으로 감 지한다고 하였거늘, 이상하게도 회 련의 움직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교주님……!”
그를 뒤따라온 신도 수십 명이 경 외의 큰절을 올리며 회련을 찬양하 였다.
전설 속으로 잠들었다는 지룡을 깨 운 것도 모자라 직접 조종까지 하다 니. 과연 ‘흑마인의 신을 모시는 최 고 사제다운 위용이 아니던가!
“그런데, 교주님……. 지룡을 어디 로 보내시려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 니까?”
흑마인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지룡은 먼 과거 9클래스의 마법사 세 명이 나서서 봉인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다.
비록 지금은 지성을 완전히 잃어버 려 그때의 놀라운 능력을 완전히 발 휘할 수는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
도 육체 능력이 두려운 것은 사실.
당장 중앙 대륙으로 보내면 크나큰 피해를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멍청한 것들.’
회련은 한심함에 혀를 찼다.
대가리는 장식으로 달고 있는 것일 까. 여태까지 당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패배를 부정하는 것이지.’
자존심. 그건 혹마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저들은 인간에게 패배하더라도 그 사실을 어떻게든 부정한다.
비겁한 술수를 썼다!
여럿이서 덤벼서 졌다!
정정당당히 싸웠으면 이겼다!
핑계도 많고, 변명도 많다.
혹마인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 고 여기기에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패배를 통해 배움을 얻기보 다는, 그것을 애써 지우고 자존감을 채워가며 서로의 상처를 핥는다.
저래서야 흑마인이 아니라 그저 상 처 입은 개X끼가 아니겠는가?
‘저들의 왕이 된다……
별로 내키지는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버지의 명령.
흑마인의 왕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은 세계의 정점에 오를 것이다.
당장은 흑마인의 왕이라는 불쾌하 고 불명예스러운 직책을 맡아야겠지 만, 그런 것쯤이야 세상을 모두 쥐 게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중앙 대륙으로는 보내지 않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과연, 교주님에 게는 큰 뜻이 있겠지요!”
큰 뜻은 없다.
오히려, 저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이유가 있을 뿐이다.
‘중앙 대륙은 백유설이 지키고 있 으니까. 보낼 수 없어.’
저 강대한 지룡조차도 백유설이 막 아서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 다. 그건 단순히 회련 혼자만의 판 단이 아니었다.
회공시월. 그의 판단이기도 했다.
‘지룡의 봉인을 풀어주겠다. 단, 중 앙 대륙으로 보내지 말도록.’
회공시월의 그 말에 회련은 이유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어째서 냐고.
회공시월의 입으로 제대로 그 사실 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백유설 때문이다. 그는 내 생 각 이상으로 운명을 빠르게 앞당기 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
즉, 회련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회 공시월 역시 그 백유설을 경계하여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회공시월이 인간 한 명 을 두려워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백유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만큼 아버지 역시 아주 특별하지 않은가?
회련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흑마 인들에게 말하였다.
“지룡은…… 흑마도왕에게 가는 중 입니다.”
그제야 회련의 뜻을 이해했다는 듯
흑마인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그 말씀은……!”
“예. 흑마도왕의 목을 칠 준비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과연!,,
“제아무리 흑마도왕이라도 지룡의 힘이라면 쓰러뜨릴 수 있겠지요•!”
“아아, 역시 교주님은……
흑마인들은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 었지만 회련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지룡은 흑마도왕을 죽이지 못해.’
흑마도왕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지
않은 지도 어언 50년이 되었을까.
회련은 그의 진정한 능력을 아버지 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에 지룡이 흑마도왕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모든 마도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 으로 만드는 능력…….’
그런 무지막지한 힘을 지닌 존재가 지룡 따위에게 당할 리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좋다.
흑마도왕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면, 전설 속 지룡 따위 그 정도의 장기 말로도 쓰임새는 충분하다.
‘진짜는 타격을 입힌 다음이니까.’
흑마도왕은 죽지 않을 것이나, 틀 림없이 크나큰 치명상을 입을 것이 다. 아버지가 지룡에게 아주 특별한 장치를 미리 해두었기 때문에 확신 할 수 있었다.
‘치명상을 입은 흑마도왕은 급하게 후계자를 정하려 들겠지…….’
자신의 무한한 권능을 물려받아서 영원토록 저 어둠 속 왕좌를 이어갈 존재.
‘마유성. 그를 불러들일 거야.’
회련의 눈이 번뜩였다.
마유성이 흑마도왕의 능력을 계승 받는 그때가 바로 절호의 기회.
모든 마도의 능력을 흡수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모두 부정하는 그 능 력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그 능력이 있어야만……
나는 비로소 진정한 왕이 되어, 세 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