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9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99
79. 이공간(7)
자력일월의 동생, 카야를 찾은 백 유설은 그녀를 업고서 숲을 빠져나 왔다. 나오는 길 역시, 백유설에게는 전혀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휘릭! 콰득!
살벌하게 휘몰아치는 오염된 나무 들의 세례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걸어서 나오는 백유설의 모 습을 보며, 한창 벌목 작업을 하던 인부와 마법사들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저런……
“나뭇가지가 하나도 안 닿잖아?”
“의외로 별로 안 위험한 거 아냐?”
저 끔찍한 상황에서도 어디 산책이 라도 나온 것 같은 백유설의 모습 에, 몇몇 겁없는 마법전사들이 호기 심을 이기지 못하고 숲에 발을 들였 다.
“크아악!”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빨리 빠져나와! 빨리!”
“불을 질러서 태워 버려!”
덕분에 자그마한 사달이 벌어졌지 만 다행스럽게도 사상자는 없는 모 양이다.
“……뭐야 대체?”
젤리엘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백유설이 다가오자 마법 의료원들이 허겁지겁 들것을 가져와서 카야를 받았다.
“이 애는 또 뭐야?”
“엘프. 저주에 걸려서 일어나지 못 하고 있어. 나이는 너보다 10배 정
도 더 많고.”
“큰언니뻘쯤 되네.”
무려 200살이나 되는 사람을 두고 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종족은 엘프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엘프라고 쳐도 200살은 어마 어마하게 늙은 게 맞기는 한데……
카야는 200년 내내 잠만 자느라 실질적인 나이는 그보다 훨씬 거릴 것이다.
“저주? 무슨 저주?”
알테리샤는 카야의 증세에 살짝 관 심이 있는지 누워 있는 그녀를 물끄 러미 바라보았다.
저주와 연금술은 그 분야가 너무나 도 달라서 똑똑한 알테리샤라도 이 쪽으로는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그 렇다고 호기심이 들지 않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잠자는 숲속의 엘프’라는 이름의 저주예요. 이름 그대로, 엘프가 숲에 들어가면 영원히 잠만 자야 하는 그 런 쓰레기 같은 저주죠.”
“그런 저주도 있어?”
– 뭐어?!
놀랐다는 알테리샤의 표정 바로 뒤 로, 자력일월의 반투명한 얼굴이 튀 어나오더니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런 저주였다고? 숲에 있으 면 영영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그 런데도, 나는 여태 카야를 숲에다가 숨겨둔 거야?! 바보같이?!
자력일월이 어찌나 흥분했으면, 그 실체가 바깥으로 드러나서 주변 사 람들의 눈에도 보이게 되었다.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리고서 경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보는 이들이라 도, 기본적인 마나를 수련한 마법사 들은 자력일월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 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정하십쇼. 숲에 재워둔 것
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으니까.”
-그치만, 숲에 들어가면 영영 잠들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죠. 하지만 아무런 대비 없이 숲의 저주에 걸린 엘프가 숲 바깥으 로 나오면 힘을 잃으며 서서히 시들 시들해졌다가 마침내는 죽게 됩니 다. 차라리 숲에서 잠이나 자는 게 나아요.”
-그런 거였…… 에?! 잠깐!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지금 숲 바깥으 로 나왔잖아!
“말했잖아요. 아무런 대비 없이 나 오면 그렇게 된다고.”
백유설은 카야의 양손에 꼭 쥐여져 있는 부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있으면 바깥에 나와도 문제 없을 겁니다. 아마 조만간 일어날 수도 있구요. 얼마나 잠들었는진 저 도 몰라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게임에서도 카야가 무 사히 일어났는지에 대한 언급은 딱 히 없었다. 다만 그녀가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떠도 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저주가 해 제된 이후에는 잘 먹고 잘살았던 것 같다.
“뭐 아무튼 저주는 제가 해결할 테
니까 걱정은 말고……
순순히 가호나 내놓으라고 말하려 는 그때 자력일월이 와락 달려들어 서 백유설을 껴안았다.
-고마워! 정말로!
-네가 아니었다면 난 정말로……!
보는 눈도 많으니 이것 좀 놓으라 고 말하고 싶었으나, 저렇게 기뻐하 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백유설은 피식 웃으며 자력일월의 머리를 무심코 쓰다듬으려는 것을 참 았다. 겉보기가 어린애라도 실제 나 이는 천 살이나 되니, 참아야 한다.
,……저주를 해제하는 의식을 치르 려면 또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텐 데.’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보여서 벌 써부터 막막했지만 당장은 자력일월 이 좋아하고 있으니 그래도 꽤 뿌듯 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자력일월은 회공시월에게 속았다며 분한 모습이 전부였지만, 백유설에 게는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지금부터 벌써 자신을 등쳐먹으려 고 계략을 짜고 있는 회공시월인데
앞으로는 또 무슨 짓거리를 할지, 누가 알겠는가?
회공시월의 계략은 게임 내에서도 전혀 존재하지 않아 정말 백유설의 순수한 기량으로 대비를 해야만 했 다.
정말 다행인 점은, 회공시월이 아 직까지는 악독하게 뒷수작을 꾸미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을 뿐, 지금도 무 슨 짓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당하기 전에 등을 쳐야 한다는 거지.’
어차피 백유설의 생각대로라면 조
만간 회공시월과 또 한 번 만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시각.
갈레오 백작령, 트리만 호수.
블렝라 섬 전초기 ス].
한때 갈레오 변경백의 용맹한 전투 력과 뛰어난 지휘로 흑마인에게 잠 식되었던 블렝라 섬은 인간의 품으 로 되돌아와 아름다운 관광지로 발 전되 었다.
그것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일.
블렝라 섬을 되찾은 인간들은 10 년 동안 매년 축제를 열어 다시금 블렝라를 되돌려주신 신과 갈레오 백작에게 감사를 드리며 기뻐했으 나, 그것도 오늘까지인 것 같다.
휘이잉……!!
건조한 모래바람이 블렝라 섬을 휩 쓸고 지나친다. 무너진 폐허의 잔해 속에는 생명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누가 믿을 수나 있겠는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풍 경을 띄워놓고서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며 춤을 추던 이들이 모두 싸늘 한 시체가 되어버린 이 현실을.
저벅!
회공시월은 폐허 사이를 걸었다.
간혹 그를 발견한 몇몇 흑마인이 수준 차이를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서 덤볐으나, 손짓 한 번이면 가볍 게 뭉개지며 소멸되었다.
“이런 귀한 곳에, 버러지 같은 놈 이 행차하였군.”
회공시월의 걸음이 닿은 곳에는 흑 마인의 시체로 인산인해를 이루고서 그 유골을 겹겹이 쌓아, 왕좌로 삼
아 앉아 있는 흑마도왕이 있었다.
그는 헬멧의 안광을 번쩍이며 회공 시월을 노려보며 말했다.
“썩 꺼져라. 좋은 말로 할때.”
협박에도 회공시월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 았다.
“답지않게, 인간 학살이라도 벌인 건가?”
그럴 리가……. 네 아들놈의 군대 가 블렝라 섬을 먹겠다고 설쳐대고 있기에, 마침 근처를 지나가다가 찾 아왔을 뿐이다.”
그 말마따나, 흑마도왕은 혈혈단신
으로 이곳에 찾아와 8리스크에 달하 는 흑마인까지 모조리 맨손으로 찢 어 죽였다.
뒤늦게 흑마도왕의 추종자들이 따 라와서 블렝라 섬을 차지하고 있었 기에 그가 이 모든 사태를 벌였다고 오해했을 뿐.
“흑마전쟁인가.”
“전쟁이라……. 너는 이게 전쟁으 로 보이나?”
“자만심이 지나치군. 이 싸움 때문 에 상당히 지쳐 있을 텐데.”
“지치기는 했지. 다만, 너를 무릎꿇 릴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남아 있
다. 건방지게 왕을 똑바로 쳐다보는 네 눈알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
회공시월은 흑마도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끝에 공간의 위력을 확장시켜 마 나를 집결시키니, 상대방이 곧바로 경계 태세로 돌입하였다.
‘죽일 수는 있겠군.’
흑마도왕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예전에 입은 부상이 여전히 낫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 지만, 지금의 흑마도왕에게는 명백 히 초조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졌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서 체력을 회 복시켜보겠다는 수작인가?
글쎄. 그건 아니다.
흑마도왕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 의 강함에 취해, 그 긍지를 저버리 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가 추하게 도 체력을 회복하겠다며 말을 걸어 서 시간을 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즉, 흑마도왕의 말이 많아진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곧 죽을 때가 되었음을 알아서로군.’
수명이 거의 끝에 달했기에, 마지 막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거기까지 깨달은 회공시월은 회색 빛 기운을 거둬들이고서 뒤돌아 걸 었다.
“……뭐냐, 십이신월. 싸우지 않는 건가?”
회공시월은 굳이 대답하지 않고서 회색빛 공간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흑마도왕은 최강의 십이신월이라 불리는 회공시월을 상대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해야 할지 기분 나빠해야 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정말 갈 때가 된 모양이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가 잘못되었다.
시야는 이미 흐릿하고, 마나를 뽑 아내는 것도 예전만 못하다.
몇 초 뒤의 미래마저도 감지할 수 있었던 기민한 감각은 진작에 사라 져 버린 지 오래.
그래서 차라리, 마지막 순간만큼은 회공시월에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 다고 여겼거늘.
‘내가 어차피 죽을 걸 알고 있었겠지.’
만약 회공시월이 명예로운 전사였
더라면, 적수를 보내주기 위해 기꺼 이 무기를 꺼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회공시월은 명예를 추 구하는 전사가 아니라, 효율을 중요 시여기는 십이신월이었다.
굳이 죽어가는 지상 생명체에게 고 귀한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존재.
‘그러나, 너는 틀렸다. 회공시월.’
차라리 나의 죽음이 목적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즉시 목을 쳤어야 한다.
흑마도왕은 천천히 손바닥을 펼쳐 서, 그 안에서 빛나는 신비로운 오 로라빛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의 원천이자 언젠가 마유성에게 물려주고자 감춰 두었던 힘.
이왕이면, 마유성과 직접 대면하여 그에게 인정을 받고서 물려주고 싶 었으나…… 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
번쩍!
주먹을 콱 움켜쥐니, 오로라가 사 라지며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되지 않았다.
언젠가, 마유성에게 자격이 갖춰진 다면
이 힘은 그를 위해 다시금 움직일
것이다.
“……슬슬 갈 시간이군.”
흑마도왕은 자신의 몸에 힘이 다시 금 감도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 어 났다.
불꽃은 꺼지기 직전에 더욱 찬란하 게 타오르는 법.
흑마도왕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 전 쟁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전쟁을 대물림 한다는 건 자식에게 너무나도 가혹 한 일이었으니까.
“내 선에서…… 모두 끝내야겠지.”
그는 어지간한 기둥보다도 더욱 두 껍고 거대한 창 한 자루를 손에 쥐 었다. 그것이 바로 흑마도왕, 아니, 전설의 마법사 ‘아벨라인 슈타베르 크’가 애용하던 지팡이.
흑마인이 되기로 선언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거늘.
‘오늘은 하늘도 허락하시겠지. 단 하루만큼은, 인간이 되는 것을.’
흑마도왕의 안광이 흉흉하게 빛났 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눈빛이라 고 볼 수 없었다.